변호사 윤경/수필

【원시의 자연 아프리카여행(2)】《삶의 ‘중력’을 이기는 것은 ‘관성’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법칙이 적용된다. 남들이 빨리 간다고 해서 내가 빨리 갈 필요는 없..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2. 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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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의 자연 아프리카여행(2)】《삶의 중력을 이기는 것은 관성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법칙이 적용된다. 남들이 빨리 간다고 해서 내가 빨리 갈 필요는 없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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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행을 싫어한다. 몇 달, 몇 년 동안 하는 장기 배낭여행을 싫어한다.

난 여행을 좋아한다. 10일에서 2주 정도의 단기 여행을 즐긴다.

우선 장기 배낭여행을 할 체력이 없고, 10%의 즐거움을 위해 90%의 그 힘든 고통을 감내할 인내력이 없으며,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때문에 긴 여행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호기심과 흥미의 감소가 싫다. 새로운 장소와 풍경이 다 비슷비슷해 보이고 그저 그렇게 다가오는 것 말이다.

 

지금 운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는 건강한 몸을 갖기 위한 것도 있지만, 계속 여행을 할 체력을 만들고 싶은 마음도 크다.

70세가 넘으면, 아무리 시간과 돈이 넘쳐나도 건강상의 문제로 여행을 다니지 못할 가능성이 누구에게 존재하기 때문이고, 현실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다리가 떨릴 때가 아니라, 심장이 떨릴 때 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장기간 여행이 한 달이상 넘어가기 시작하면, 몸이 무거울 때가 있다.

체력이 고갈되어 아침에 눈을 떴으나, 정말 잃어나기 싫다.

긴장감이 풀리면서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면, 몸이 천근만근 무겁다.

무리한 여행을 할 때 어느 순간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을 통해 여행의 중력을 알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는 법, 신발끈을 동여매고 떨어지지 않는 발을 일으켜 세운다.

배낭을 메고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어느새 배낭은 동자승의 바랑처럼 가벼워지고, 여행의 관성법칙이 작용한다.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여행의 관성법칙은 결국 발을 땅으로 잡아끄는 여행의 중력 법칙을 이긴다.

우리의 삶도 정확히 이와 같다.

20-30대의 경우에 들어맞는 말이고, 이는 젊은 것들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50대부터는 다른 법칙이 적용된다.

이제는 그런 상황이 오면, 난 푹 쉰다.

목욕이나 사우나를 한 후 깨끗하고 넓은 호텔 침대에서 충분한 꿀잠을 자고, 맛난 음식을 먹으며, 커피 한잔 앞에 놓고 아름다운 석양을 멍하니 바라본다.

무조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몸에 기력을 충전하는 것이다.

노화가 급격히 시작되는 50대 이후부터는 자신의 몸을 충분히 아끼고 돌보아야 한다.

장시간 다리가 저리고 피가 안 통하는 비행기 이코노미 증후군을 견디지 못하고, 더럽고 냄새나는 버스나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것이 역겨워지는 나이는 50대부터 이미 다가온다.

 

젊은 시절에는 비행기 타는 것 자체만으로도 흥분이 되었고, 고생하는 여행이 오히려 인생의 큰 경험이자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그래서 젊은 것들이 부럽지만, 나이든 지금은 뱁새가 황새 흉내를 내서는 안되는 슬픈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비행기 경로석 예약도 마쳤고, 덜컹거리고 먼지 풍기는 열악한 도로 이동을 피해 아프리카 내에서만 경비행기로 3번 이동한다.

부식이 되고 기름 때가 낀 늙은 몸에 이상이 가지 않도록 황열병 예방접종을 했고, 말라리아 약도 챙겼다.

 

남들이 빨리 간다고 해서 내가 빨리 갈 필요는 없다.

천천히 가도 멈추거나 되돌아가지 않으면, 성공한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