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례평석> 보험자가 자신의 피해자에 대한 반대채권으로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과 상계한 경우 그 효력이 피보험자에게도 미치는지 여부)(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한 상계의 효력)【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다34499 판결】(윤경변호사 / 민사소송전문변호사 / 부동산경매변호사 )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다34499 판결】
◎[요지]
[1] 상법 제724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과 피해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별개 독립의 것으로서 병존한다고 하더라도, 위 각 채권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이라는 단일한 목적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밀접한 관련공동성이 있으므로 그 중 하나의 채권이 만족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도 그 목적을 달성하여 소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보험자가 자신의 피해자에 대한 반대채권을 스스로 행사하여 상계를 한 경우에는 상계한 금액의 범위 내에서 피해자에 대한 변제가 이루어진 것과 같은 경제적 효과가 달성되어 피해자를 만족시키게 되므로 그 상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 소멸의 효력은 피보험자에게도 미친다.
[2] 교통사고 가해자가 피해자의 유족에게 위로금조로 공탁한 금원을 위자료의 일부로 보아 재산상 손해배상금에서 공제하지 않고 위자료 액수의 산정에 있어서 참작한 사례.
제목 : 보험자가 자신의 피해자에 대한 반대채권으로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과 상계한 경우 그 효력이 피보험자에게도 미치는지 여부(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한 상계의 효력)
1. 쟁 점
이 사건의 쟁점은, ① 책임보험에 있어서 피해자에 대한 보험자와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채무의 관계가 부진정연대채무인지 여부, ②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자신의 반대채권으로 한 상계의 효력이 절대적 효력인지 아니면 상대적 효력인지 여부이다.
2. 책임보험에 있어서 피해자에 대한 보험자와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채무의 관계(= 제1 쟁점)
가.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
상법 제724조 제2항은 “제3자는 피보험자가 책임을 질 사유로 입은 손해에 대하여 보험금액의 한도 내에서 보험자에게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그 사고에 관하여 가지는 항변으로써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책임보험관계에 있어서 인정되는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은 절차의 중복을 피하고, 피해자의 지위를 강화(피해자 보호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법정책적으로 특별히 인정한 것이다{김성태, “직접청구권의 성질과 시효”, 상사판례연구 II권, 박영사, 187-188쪽; 강재철, “책임보험과 피해자인 제3자”, 재판자료 53집, 법원행정처(1991), 521-522쪽}.
나.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채무와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한 보험자의 손해배상채무의 상호관계(= 부진정연대채무관계)(제1 쟁점의 해결)
⑴ 병존적 채무인수
판례(대법원 1994. 5. 27. 선고 94다6819 판결, 1995. 7. 25. 선고 94다52911 판결, 1998. 7. 10. 선고 97다17544 판결)는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하여 피해자에게 인정되는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으로서 피해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이고 피보험자의 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의 변형 내지는 이에 준하는 권리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판례에 의하면, 피해자에 대하여 피보험자와 보험자는 병존적 채무인수의 관계에 있다.
병존적 채무인수라 함은 인수인이 채무관계에 가입해서 채무자가 되고, 원채무자와 더불어 동일 내용의 채무를 독립하여 부담하는 것을 말하며, 중첩적 채무인수라고도 한다.
⑵ 부진정연대채무관계
원채무자와 병존적 채무인수인의 관계가 연대채무관계인가, 부진정연대채무관계인가의 여부는 우선 당사자의 의사, 당사자의 실질관계 기타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야 한다.
그런데 책임보험에 있어서의 피보험자와 보험자의 구체적인 법률관계에 대하여 살펴보면, 부진정연대채무관계로 봄이 상당하다(강재철, 위 논문, 527쪽).
우선 피해자에 대한 보험자의 손해배상채무는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상법 제719조 참조).
책임보험에 있어서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은 피해자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하여 법정책적으로 특별히 인정된 것이라는 점을 중시하여 절대적 효력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연대채무자 중 1인에 대하여 생긴 사유의 절대적 효력에 관한 민법규정이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부진정연대채무관계’설이 타당하다.
3. 보험자가 자신의 피해자에 대한 반대채권으로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과 상계한 경우 그 효력이 피보험자에게도 미치는지 여부(= 제2 쟁점)
가. 부진정연대채무에서 채무자 중 1인에 대하여 생긴 사유의 효력
연대채무와 달리 부진정연대채무에 있어서는, 채무자 1인에 관하여 생긴 사유 중 변제, 대물변제, 공탁 등과 같이 채권을 만족시키는 사유는 절대적 효력이 있으나, 채권을 만족시키는 사유 외의 것은 모두 상대적 효력이 있다.
나.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한 상계의 다른 채무자에 대한 효력
⑴ 상계에 관한 학설의 태도
한국과 일본의 통설은 모두 부진정연대채무자 상호간에도 상계의 절대적 효력을 인정하여 상계된 부분만큼 공동면책된다고 한다{곽윤직 채권총론 302쪽; 민법주해 10권 84쪽; 양창수,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人이 한 상계의 다른 채무자에 대한 효력”, 민법연구 2권, 박영사, 142쪽).
일본 최고재판소 1978.3.23. 판결도 절대적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양창수, 위 논문 143쪽 참조).
☞ 학설에 관하여 자세한 것은 대법원 1996. 12. 10. 선고 95다24364 판결에 대한 천자평석 참조.
⑵ 상계에 관한 판례의 태도(= 상대적 효력설)
상계의 경우 판례는 통설과 달리 상대적 효력이 있다고 한다.
대법원 1989. 3. 28. 선고 88다카4994 판결과 대법원 1996. 12. 10. 선고 95다24364 판결은,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자신의 반대채권을 가지고 스스로 상계를 한 경우, 그 상계로 인한 채무소멸의 효력이 다른 채무자에게 미치지 않는다는 상대적 효력설을 채택하고 있다.
⑶ 소결론 (절대적 효력설 지지)
상계에 절대적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한다면, 채권자는 부당하게 자신의 채권의 내용 이상의 이익을 얻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즉 채권자는 상계의 의사표시를 한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하여 자신이 부담하는 채무를 그 대등액에 있어서 면하게 되는 한편으로, 다른 채무자에 대하여는 상계가 인정된 액을 전혀 공제하지 않은 채권액 전부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원래의 채권의 만족 이외에 자신의 채무소멸이라는 망외의 득을 보게 된다(양창수, 앞의 논문, 146쪽).
그런데 대법원 1994. 5. 27. 93다21521 판결은 “부진정연대채무에 있어서 부진정연대채무자 1인이 한 상계가 다른 부진정 연대채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도 공동면책의 효력 내지 절대적 효력이 있는 것인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부진정연대채무자 사이에는 고유의 의미에 있어서 의 부담부분이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위와 같은 고유의 의미의 부담부분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민법 제418조 제2항은 부진정연대채무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부진정연대채무에 있어서는 한 부진정연대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상계할 채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상계를 하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가 그 채권을 가지고 상계를 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는바, 대법원 1989. 3. 28. 선고 88다카4994 판결에서 절대적 효력의 유무에 대하여 명시적인 판시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동면책의 효력 내지 절대적 효력이 있는 것인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라고 판시한 점은 이 문제가 직접적인 논점이 되었을 때에는 판례변경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취지로도 볼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절대적 효력설을 인정하는 대상판결이 판시됨으로써 향후 절대적 효력설로 판례변경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다. 보험자가 자신의 피해자에 대한 반대채권으로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과 상계한 경우 그 효력(= 절대적 효력)(제2 쟁점의 해결)
대상판결은, “보험자가 자신의 피해자에 대한 반대채권을 스스로 행사하여 상계를 한 경우에는 상계한 금액의 범위 내에서 피해자에 대한 변제가 이루어진 것과 같은 경제적 효과가 달성되어 피해자를 만족시키게 되므로 그 상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 소멸의 효력은 피보험자에게도 미친다”고 하여 절대적 효력설을 취하고 있다.
라. 판례의 저촉 여부
대상판결인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다34499 판결은 책임보험에 있어서 피해자에 대한 보험자와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채무의 관계를 부진정연대채무로 보면서도,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자신의 반대채권으로 한 상계의 효력에 관하여 절대적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태도는,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한 상계의 다른 채무자에 대한 효력에 관하여 상대적 효력설을 채택한 기존의 판례인 대법원 1989. 3. 28. 선고 88다카4994 판결과 대법원 1996. 12. 10. 선고 95다24364 판결의 판시와 명백히 저촉됨에도 불구하고 기존 판결을 폐기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강한 의문이 든다.
기존 판결은 공동불법행위자 중 1인이 한 상계의 효력이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미치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므로, 보험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한 상계의 효력이 피보험자에게 미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대상판결과는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 본 듯하다.
하지만 앞의 소결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상대적 효력설은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므로, 향후 절대적 효력설로 완전한 판례변경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