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평석> 타인소유의 부동산을 임대한 경우 임대차기간 중의 임료 및 임대차종료이후의 부당이득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대법원 1996. 9. 6. 선고 94다54641 판결】(윤경변호사 / 민사소송전문변호사 / 부동산경매변호사)
【대법원 1996. 9. 6. 선고 94다54641 판결】
◎[요지]
[1] 임대인이 임대차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 기타 이를 임대할 권한이 없다고 하더라도 임대차계약은 유효하게 성립하고, 따라서 임대인은 임차인으로 하여금 그 목적물을 완전하게 사용·수익케 할 의무가 있고 또한 임차인은 이러한 임대인의 의무가 이행불능으로 되지 아니하는 한 그 사용·수익의 대가로 차임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그 임대차관계가 종료되면 임차인은 임차목적물을 임대인에게 반환하여야 할 계약상의 의무가 있지만, 임차인이 진실한 소유자로부터 목적물의 반환청구나 임료 내지 그 해당액의 지급요구를 받는 등의 이유로 임대인이 임차인으로 하여금 사용·수익케 할 수가 없게 되었다면 임대인의 채무는 이행불능으로 되고, 임차인은 이행불능으로 인한 임대차의 종료를 이유로 그 때 이후의 임대인의 차임지급 청구를 거절할 수 있다.
[2] 임대인이 국가 소유의 부동산을 임대하였는데 임차인의 차임 연체로 인하여 그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그 부동산을 명도하고 해지로 인한 임대차 종료시까지의 연체차임 및 그 이후부터 명도 완료일까지 그 부동산을 점유·사용함에 따른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제목 : 타인소유의 부동산을 임대한 경우 임대차기간 중의 임료 및 임대차종료이후의 부당이득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1. 사안의 개요 및 쟁점
가. 사안의 개요
이 사건 건물과 그 부지는 모두 소외 국가의 소유인데, 원고가 1989. 6. 9. 피고에게 이 사건 건물을 임대하였다. 원고가 차임연체를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피고를 상대로 연체차임 및 차임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자,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건물은 국가 소유이므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차임 및 차임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다툰다.
나. 쟁 점
이 사건의 쟁점은, ① 임대인에게 임대목적물에 대한 소유권 기타 임대권한이 없는 경우 임대차계약의 성립 가부, ② 타인의 부동산을 임대한 임대인이 차임연체를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한 사안에서 임차인에 대한 부동산 명도와 연체차임 및 명도시까지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인용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2. 임대인에게 임대목적물에 대한 소유권 기타 임대권한이 없는 경우 임대차계약의 성립 가부(= 제1 쟁점)
⑴ 임대차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차임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채권적 계약이므로, 임대인이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 또는 임대할 권한이 없더라도 유효하게 성립한다{제철웅, “소유물반환청구권자 및 그밖의 반환청구권자에 대한 권원 없는 점유자의 책임”, 민사판례연구ⅩⅪ, 박영사(1999), 308쪽 참조}.
⑵ 판례도 ① 타인의 소유물에 대한 임대차가 당연히 유효하고(대법원 1965. 5. 31. 선고 65다562 판결, 대법원 1996. 9. 6. 선고 94다54641 판결 등), ② 이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차임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대법원 1991. 3. 27. 선고 88다카30702 판결 등), ③ 임대차 존속 중에 임대인이 목적물의 소유권을 상실하였다고 하여 바로 임대차계약이 무효로 되거나 종료되지 않고(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3797 판결), ④ 임대차가 종료하면 임차인은 원상회복으로 임대인에게 목적물을 반환하여야 한다(대법원 1965. 5. 31. 선고 65다562 판결, 1991. 3. 27. 선고 88다카30702 판결)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⑶ 임대차목적물 반환청구의 요건사실은, ① 임대차계약의 체결, ② 목적물의 인도, ③ 임대차의 종료(기간만료, 해지 등) 사실이다. 따라서 목적물이 임대인의 소유인 사실과 임대차 종료 이후에도 임차인이 계속 점유․사용하고 있는 사실은 요건사실이 아니다. 위 판례의 법리에 비추어 당연하다.
3. 부동산의 명도 의무, 연체차임 및 부당이득 지급의무(= 제2 쟁점)
가. 목적물의 명도 및 차임지급 의무
타인의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임대차계약은 유효하게 성립하고, 임대차 중 임차목적물의 소유권을 상실하였다고 하여 바로 임대차계약이 무효로 되거나, 종료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대법원 1994. 5. 10.선고, 93다3793 판결),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차임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임대차가 만료된 경우에는 그 목적물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68. 4. 30. 선고 67다2319 판결, 1991. 3. 27. 선고 88다카30702 판결). 따라서 임차인이 이미 현실적으로 사용·수익한 대가로서 차임을 지급하였다면 이는 임대인의 부당이득으로 되지 아니한다.
나. 차임지급거절권의 발생시기 및 사유
다만 임차인은 진실한 소유자로부터 차임의 지급을 요구받았거나 차임을 지급하였다면 임대인의 소유권 상실시부터의 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고(대법원 1972. 6. 27. 선고 71다1848 판결), 나아가 임차인이 진실한 소유자로부터 차임의 지급을 요구받아 차임을 지급하였거나 진실한 소유자에게 목적물을 반환하였다면 또는 진실한 소유자와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면 임대인의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가 이행불능으로 되므로(대법원 1978. 9. 12. 선고 78다1103 판결, 1991. 3. 27. 선고 88다카30702 판결 등), 임대인의 귀책사유에 기한 이행불능으로 인한 임대차계약의 종료를 이유로 그 때 이후의 임대인의 차임지급을 당연히 거절할 수 있다(대법원 1972. 6. 27. 선고 71다1848 판결).
임차인이 적어도 "진실한 소유자로부터 차임의 지급 또는 목적물의 인도를 요구"를 받은 이후에는 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이다{김태우, "타인의 물건을 임대한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종료후에 임차인에 대하여 차임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가", 판례연구 7집 (97.01) 부산판례연구회, 87쪽}.
다. 임대차계약 종료 후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그 사용수익으로 인한 이익을 반환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
⑴ 문제점 제기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이후에도 계속하여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으면 그 자체로 차임 상당액의 이득을 얻게 된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론이 없지만, 문제는 진실한 소유자가 아닌 임대인이 이로 인하여 어떠한 손실을 입게 되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① 임대인은 진실한 소유자가 아니므로 임차인이 사용수익을 한다고 하더라도 손실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없다는 견해(제1설)와 ② 임대인은 간접점유를 하고 있으므로, 적어도 진실한 소유자에 대하여는 사용료를 부담할 의무가 있고, 그 한도 내에서는 손실을 입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임차인의 사용수익으로 인한 이득을 임대인에게 반환하여야 한다는 견해(제2설)가 대립한다.
⑵ 판례의 태도
토지를 임차하여 지상의 자신 소유의 건물을 임대하였는데, 중간에 토지임대차계약이 해지된 경우에 관한 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27809 판결은 “건물임차인은 건물소유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건물부지의 사용․수익으로 인한 이득이 포함된 건물임료상당의 부당이득을 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하여, 임대인의 청구를 인용함으로써 제2설의 입장을 택하고 있다.
한편 대법원 1972. 6. 27. 선고 71다1848 판결 및 대법원 1978. 9. 12. 선고 78다1103 판결은 모두 임대차계약이 이행불능으로 인하여 종료된 이후에는 차임의 지급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이므로 결국에는 임대차관계가 종료된 이후에는 부당이득반환을 부정하는 취지로도 볼 수 있으나, 이는 모두 임대인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이행불능이 된 경우의 사안이므로, 임대인의 귀책사유없이 계약이 종료하는 경우에까지 적용할 것은 아니다.
⑶ 점유 자체가 이득 또는 손실로 될 수 있는지의 여부
임대인의 귀책사유가 없는 한에는 여전히 목적물을 반환하기 까지 임대차목적물을 완전하게 사용수익하고 있으므로 그 이전의 계약관계의 여진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한편으로는 임대인이 소유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를 사용수익할 권한이 없으므로 손실이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본래 점유를 가지고 있던 임대인이 임대차목적물을 반환받는다면 가질 수 있는 점유 즉 임차목적물의 이용가능성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점유 즉 이용가능성 그 자체를 이득으로 볼 수 있고, 나아가 점유의 상실 즉 이용가능성의 상실을 손실로 볼 수 있다면 적어도 그 범위내에서는 손실이 있다.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하는 급부의 내용이 목적물의 사용수익이기는 하지만 임대인으로서는 이를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 즉 이용허용 또는 이용가능성을 제공하면 되는 것이고, 이로써 임차인은 이득을 얻게 되는 것이다{양창수, “임대차 종료후 임차인의 목적물 계속점유와 부당이득”, 민사판례연구 8권(민사판례연구회) 118쪽 이하}.
다만, 판례(대법원 1963. 7. 11. 선고 63다235 판결, 1979. 8. 30. 선고 78다2500, 2501 판결, 1981. 10. 11. 선고 81다378 판결, 1984. 5. 15. 선고 84다카108 판결, 1992. 11. 24. 선고 92다25830, 25847 판결 등)는 부당이득반환에 있어서의 이득이라 함은 실질적인 이득을 의미한다고 하여, 점유 그 자체를 이득이라고 보지 아니하고 있는 듯이 판시하고 있으나, 위 판례들의 취지는 임차인이 임대인의 방해로 인하여 점유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고 사용·수익을 할 수 없었거나 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유치권을 행사하는 범위 내에서 점유를 가지고 있을 뿐인 경우에는 점유만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반환할 부당이득이 없다는 것이므로, 점유 그 자체를 이득으로 보지 않는다거나 점유의 상실을 손실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김태우, 위 논문, 93-94쪽).
대법원 1996. 9. 6. 선고 94다54641 판결은, 원칙적으로 타인의 소유물을 임대한 임대인 또한 임대차 종료후에도 임차인에 대하여 차임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부당이득을 반환하고 난 다음 진실한 소유자가 임차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다시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으나, 이미 임대인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한 경우에는 임차인으로서는 이득이 없다는 이유로 진실한 소유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기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