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입찰방해죄>】《입찰방해죄에서의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와 ‘입찰’의 의미(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2도8459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입찰방해죄(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2도8459 판결)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8호, 이배근 P.632-648 참조]
가. 연혁
형법상 경매ㆍ입찰방해죄 조항(제315조)은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도입되어 1995년 화폐단위 변경에 따라 벌금액을 조정(25,000환 → 700만 원)한 것 이외에는 변경이 없었다.
나. 보호법익
이에 대하여 학설은 나뉘는데,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 자체를 보호법익으로 한다거나,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성을 통하여 실현된 개인의 경제활동의 안전과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견해의 대립 정도가 보인다.
다. 법적 성격(= 위험범)
이에 대하여 추상적 위험범으로 보는 것이 통설적 입장이나, 구체적 위험범으로 보는 입장도 있다.
판례는 입찰의 공정을 입찰방해죄의 보호법익으로 하여 입찰방해죄의 위험범으로서 성격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4도2581 판결 등).
라. 경매, 입찰의 의미
⑴ 형법의 입찰방해죄에서는 ‘경매, 입찰의 방해’라는 제목하에 조문을 두고 있으므로 경매, 입찰의 의미에 대해서 먼저 살펴본다.
⑵ 경매, 입찰의 일반적인 개념은 민사집행법 등에서 사용하는 예에 따라 일반적으로는 풀이할 수 있는데, 경매는 ‘매도인이 다수인에 대하여 구두로써 매수인의 청약을 촉진하여 최고가액의 청약자에게 승낙을 하여 매매를 하는 것’을, 입찰은 ‘경쟁계약에 있어서 경쟁에 참가한 다수인으로 하여금 문서로써 계약의 내용을 표시하게 하여 가장 유리한 청약자를 상대방으로 하여금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 행위
⑴ ‘위계 또는 위력 기타 방법’
형법 제315조 입찰방해죄는 행위 유형으로 ‘위계 또는 위력 기타 방법’을 들고 있고, 그중 위계와 관련하여 이 사건과 같은 ‘담합행위’가 문제 된다.
‘담합’이라는 용어는 공직선거법, 국세징수법, 민사집행법, 약사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지방세징수법 등 개별 법령에서 사용되고 있으나 이를 정의하는 규정은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담합’의 의미는 “서로 의논하여 합의함”, 네이버 국어사전의 경우 담합의 의미는 “경쟁, 입찰을 할 때 참가자가 서로 의논하여 미리 입찰가격이나 낙찰자 따위를 정하는 일” 정도로 정의되고 있다.
각종 논문에서도 담합의 의미는 위와 유사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개념지표로는 ‘상호 모의’와 ‘가격이나 낙찰자 지정’을 들 수 있다. 이를테면, 담합이란, ‘경매 또는 입찰의 경쟁에 참가하는 자가 서로 모의하여 그중의 특정한 자를 경락자 내지 낙찰자로 하기 위해 나머지 참가자는 일정한 가격 이상 또는 그 이하로 호가 또는 응찰하지 않을 것을 협약하는 것’을 의미한다거나, ‘경매 또는 입찰에서 특정인이 경락 또는 낙찰을 받을 수 있도록 경쟁자 사이에 미리 가액을 협정하는 것’ 정도로 정의되고 있다.
그런데 담합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상의 부당한 공동행위와 연관되어 문제가 되고 있고, 이 사건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사건 담합이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살펴본 적이 있었던 만큼(다만 이 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피고인들과 이 사건 법인 등이 ‘2 이상의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서 더 나아가 심리하지 않고, 각하 처리하였다), 아래에서는 이에 대한 일반론을 간략히 살펴본다.
㈎ 공정거래법에서 정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의미(제40조)
공정거래법은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라는 제목하에 그 내용으로 ‘입찰 또는 경매를 할 때 낙찰자, 경락자, 입찰가격, 낙찰가격 또는 경락가격,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결정하는 행위(제40조 제1항 제8호)’를 금지하고 있고, 구체적인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심사의 기준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제40조 제6항).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 고시(공동행위 심사기준)에 의하면, 일응 어떤 행위가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려면, ① 2 이상의 사업자가, ② 합의를 하여야 하고, ③ 그 합의가 부당한 공동행위의 유형에 해당하여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들이 이 사건에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담합을 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였던 만큼, 위의 ‘② 합의’ 여부가 문제 되지는 않는다고 보이고, 피고인들을 포함한 개인들과 이 사건 법인이 사실은 이 사건 상인들이 주축이 된 상가회에서 파생된 하나의 사업자라고 볼 여지도 있으므로, 먼저 ‘① 2 이상의 사업자’와 관련된 ‘사실상 하나의 사업자’ 논의를 간략히 살펴본다.
㈏ 사실상 하나의 사업자 논의(위 ① 요건 관련)
이는 형식적으로는 별개의 인격(자연인이든, 법인이든)을 가진 2 이상의 사업자이지만, 실질적으로 하나의 사업자에 해당하면 ‘2 이상의 사업자’ 요건이 조각된다는 해석론이다[미국 연방대법원이 ‘copperweld 사건’에서 “모회사와 그 모회사가 100% 주식을 보유한 자회사는 경제적으로 동일한 사업체로서 이들 사이에는 합의가 있을 수 없다.”라는 취지의 판시를 한 후, 미국에서는 판례법으로 확립된 법리다].
이와 관련한 위 공정거래위원회 고시(공동행위 심사기준)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주식을 모두 소유한 경우
○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주식을 모두 소유하지 아니한 경우라도 주식 소유비율, 당해 사업자의 인식, 임원겸임 여부, 회계의 통합 여부, 일상적 지시 여부, 판매조건 등에 대한 독자적 결정 가능성, 당해 사안의 성격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를 실질적으로 지배함으로써 이들이 상호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사실상 하나의 사업자로 본다. 다만 관련시장 현황, 당해 사업자의 활동 등을 고려할 때 경쟁관계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한편 위 ‘사실상 하나의 사업자’와 관련하여 참조할 만한 판례(사실상 하나의 사업자의 의미에 대하여 판시한 사례는 없다)로 대법원은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2021. 12. 28. 대통령령 제3227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조 제1항 제1호 ㈎목 및 제3호 ㈎목[위 규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하기 전에 자진신고를 한 자에 대하여 과징금이나 시정조치를 면제하는 규정으로 자진신고자에 해당하려면, ‘부당한 공동행위임을 입증하는데 필요한 증거를 단독으로 제공한 최초의 자’ 등의 요건에 해당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단독의 판단 기준으로 2 이상의 사업자가 공동으로 증거를 제공하더라도 이들이 실질적 지배관계에 있는 계열회사의 경우 단독으로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의 ‘실질적 지배관계’에 있다고 함은 각 사업자들 간 주식지분 소유의 정도, 의사결정에서 영향력의 행사 정도 및 방식, 경영상 일상적인 지시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 임원겸임 여부 및 정도, 사업자들의 상호 관계에 대한 인식, 회계의 통합 여부, 사업영역ㆍ방식 등에 대한 독자적 결정 가능성, 각 사업자들의 시장에서의 행태, 공동감면신청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둘 이상의 사업자 간에 한 사업자가 나머지 사업자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여 나머지 사업자들에게 의사결정의 자율성 및 독자성이 없고 각 사업자들이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볼 수 없는 경우를 뜻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2두13962 판결).
㈐ 부당한 공동행위의 유형(위 ③ 요건 관련)
다음으로, 위 ③ 요건과 관련하여 공동행위 심사기준은 ‘Ⅳ. 부당한 공동행위’의 세부 유형으로 “㉮. 낙찰예정자 또는 경락예정자를 사전에 결정하고 그 사업자가 낙찰 또는 경락받을 수 있도록 투찰여부나 투찰가격 등을 결정하는 행위, 낙찰가격 또는 경락가격을 높이거나 낮추기 위하여 사전에 투찰여부나 투찰가격 등을 결정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 다수의 입찰 또는 경매에서 사업자들이 낙찰 또는 경락받을 비율을 결정하는 행위, 입찰 또는 경매에서 사전에 설계 또는 시공의 방법을 결정하는 행위, 그 밖에 입찰 또는 경매의 경쟁요소를 결정하는 행위가 포함된다.”라고 정하고 있다.
한편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에 필요한 ‘경쟁제한성’ 심사에 관한 법리(공동행위 심사기준에서도 경쟁제한성에 대한 심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로, 대법원은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그 유형에 상관없이 경쟁제한성 심사가 필요한 것으로 확립되어 있으나, 다만 가격담합, 입찰담합, 시장분할 합의처럼 경쟁제한성이 비교적 뚜렷한 유형(소위 ‘경성담합’)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쟁제한성과 부당성이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일반적으로 경쟁사업자들 사이의 입찰담합은 대표적인 경성담합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쟁제한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고 한다(입찰담합임에도 경쟁제한성이 부정된 사례는 극히 예외적으로 몇 개 있다고 한다)[서울고법 2008. 10. 23. 선고 2008누3465 판결 사례에서는, 행위자 사이에 합의가 추정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예정가격에 따라 낙찰자가 결정되는 입찰에서 일부 사업자가 투찰가격을 합의하였더라도 예정가격에 영향을 줄 수 없으므로 경쟁제한성이 없다는 취지로 판단된 바 있고(대법원 2008두21348 심리불속행 기각), 헌재 2011. 11. 24. 선고 2010헌마83 전원재판부 결정 사례에서는, 10개 사업자들의 입찰 참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2 사업자만의 담합은 경쟁제한성이 없다는 취지로 판단된 바 있다].
⑵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을 해함
이는 경매 또는 입찰의 가격뿐만 아니라 절차, 방법에서의 공정성을 해하는 것을 포함하므로, 즉 공정한 자유경쟁을 방해할 염려가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 가격에서의 공정성 = 적정(공정)한 가격형성에 부당한 영향이 없는 상태
적정(공정)한 가격의 표준에 대해서 ① 본죄의 보호법익이 ‘경매 또는 입찰의 공’이므로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을 해함이 없이 형성된 가격 자체를 의미한다고 보는(따라서 적자 수주 회피를 위하여 특정 업체만 시장가격에 사실상 단독으로 입찰하고, 나머지 업체는 들러리를 서기로 담합하는 경우에도 처벌 가능) 경쟁가격설, ② 객관적으로 측정되는 시장가격에 따라 입찰하였다면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에 해함이 없다고 보는(따라서 적자 수주 회피를 위하여 객관적인 시장가격에 따라 사실상 단독으로 한 업체만 입찰하고, 나머지 업체는 들러리를 서기로 담합하는 경우 처벌 불가) 시장가격설, ③ 객관적으로 측정되는 시장가격에 업계의 적정이윤을 붙인 금액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이윤가격설의 견해 대립이 있고, 학설의 다수 및 판례의 태도는 경쟁가격설을 따른다고 본다.
㈏ 절차, 방법에서의 공정성
담합행위에 대한 판례의 전반적 태도는 입찰 등 절차의 공정성을 침해한 경우, 단지 기업이윤을 고려한 적정선에서 무모한 출혈경쟁을 방지하기 위하여 일반거래 통념상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입찰자 상호 간에 의사의 타진과 절충을 한 것에 불과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설령 입찰가격의 측면에 있어서는 입찰실시자의 이익을 해하거나 입찰자에게 부당한 이익을 얻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가령 실질적으로는 단독입찰을 하면서 경쟁입찰인 것처럼 가장하였다면 그 입찰가격으로서 낙찰하게 한 점에서 경쟁입찰의 방법을 해한 것이 되어 입찰의 공정을 해한 것으로 되었다고 함으로써, 대부분의 담합행위에 대하여 입찰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고, 그 경우 경매인이나 입찰자 전원이 담합에 가공할 필요는 없고 유효히 자유경쟁을 해치는 협정을 하는 한 일부의 경매인이나 입찰자에 의해 행해진 경우에도 본죄의 담합에 해당하는 반면, 담합에 참가하지 아니한 다른 입찰자 때문에 결과적으로 자유경쟁을 한 것과 같이 된 경우에는 입찰방해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보고 있다.
결국 다수의 입찰자들 중 일부와 담합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구체적, 개별적으로 사안을 판단하여 그 입찰절차의 실질에 있어 자유경쟁을 한 것과 동일한 결과가 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입찰방해죄 성부를 가려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대하여 “입찰가격을 정하는 과정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침해하는 부당행위 자체에 대해 낙찰가의 왜곡과는 별도로 처벌대상으로 삼아 입찰절차의 공정을 확보하고자 함”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바. 입찰방해죄에 대한 판례의 태도
⑴ 판례들 중에는 출혈경쟁을 막기 위한 입찰담합의 경우 무죄로 판시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입찰담합의 경우 대법원 판례의 태도는 1960. 8. 4. 선고 4292형상96 판결 이래로 1982. 11. 9. 선고 81다537 판결 등까지도 유지되어 왔다고 한다. 이는 담합행위에 대한 위법성 인식이 낮았던 시대상황이나 입찰방해의 경우 ‘목적’을 요구하는 일본법의 태도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고 보인다.
⑵ 다만 출혈경쟁을 막기 위한 입찰이더라도 실질적으로 단독입찰과 같은 가장입찰의 경우는 유죄로 판단한 사례들도 상당하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도3924 판결 등). 이에 대해서는 출혈경쟁을 막기 위하여 입찰하였다면 금원을 수수한 경우라도 입찰의 공정을 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종래의 대법원 4292형상96 판결 등의 판시가 변경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입찰방해죄가 위태범으로서 입찰을 방해하는 행위에는 가격결정뿐만 아니라 적법하고 공정한 경쟁방법을 해하는 행위도 포함된다는 법리에 따른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⑶ 나아가 판례의 전반적인 태도는, 입찰을 통한 가격형성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입찰방해죄의 ‘입찰’에 해당하지 않으나(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7도5037 판결,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7도9287 판결), 입찰을 통한 가격형성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같은 죄의 ‘입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란 공정한 자유경쟁을 방해할 염려가 있는 상태를 발생시키는 것, 즉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상태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그 행위에는 가격결정뿐 아니라 ‘적법하고 공정한 경쟁방법’을 해하는 행위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4도2581 판결 등).
2.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2도8459 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8호, 이배근 P.632-648 참조]
가. 대상판결(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2도8459 판결)의 결론
⑴ 기초적인 사실관계
㈎ 이 사건 상가에서 직접 사업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2010년경 이 사건 상가의 관리운영을 위하여 이 사건 법인을 설립하였다.
㈏ 이 사건 법인은 서울시설공단과 이 사건 상가의 관리운영을 위한 위ㆍ수탁계약을 체결하고, 2010년경부터 2020. 6. 12.경까지 수탁자로서 상가 임대 등 이 사건 상가의 관리업무를 수행하였다.
㈐ 서울시설공단은 위ㆍ수탁계약의 기간 만료를 앞두고 2020. 5. 7. ‘이 사건 상가에 대한 상가단위 위ㆍ수탁(대부)계약’의 계약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하였다. 그 입찰공고에는 입찰설명회에 참석한 자 중에서 입찰예정가격(1,121,244,000원) 이상 투찰상한가격(예정가격의 120%인 1,345,492,800원) 이하 범위 내에서 최고가격으로 입찰한 자를 낙찰자로 선정하되, 동일한 최고가격으로 입찰한 자가 2인 이상일 경우에는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된 자를 낙찰자로 결정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 이 사건 법인 등 6개 법인을 비롯한 총 35인이 2020. 5. 15. 위 계약에 관한 입찰설명회에 참석하였는데, 이 사건 법인의 주주인 피고인들을 포함한 이 사건 상가 상인들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 피고인들은 위 상인들과 사이에 2020. 5. 18. ‘전원이 투찰상한가격으로 입찰하고, 이 사건 법인의 주주가 낙찰받으면 이 사건 상인회에서 법인 운영을 하도록 약속한다.’는 등의 내용의 각서에 자필로 서명하고 위 각서를 인증하였다.
㈓ 피고인들, 이 사건 법인 및 외부인들 총 12인은 2020. 5. 19. 이 사건 입찰에 참여하여 모두 투찰상한가격으로 입찰하였고, 무작위 추첨을 통해 피고인 2가 낙찰자로 결정되었다.
⑵ 이 사건이 입찰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 이에 대하여는 ① 입찰방해죄 유죄설과 ② 입찰방해죄 무죄설이 대립한다.
㈏ 입찰방해죄에서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에는 가격결정뿐만 아니라 적법하고 공정한 경쟁방법을 해하는 행위까지 포함하므로 보호되는 입찰은 ‘투찰 및 개찰 결과뿐만 아니라 입찰 전반의 과정을 포함’한다고 보아야 하는데, 이 사건 입찰의 경우 투찰예정가격과 투찰상한가격(투찰예정가격의 120%) 사이에 일정한 폭이 정해져 있는 만큼, 입찰절차에서 가격형성의 여지가 있는 입찰로 보인다.
㈐ 입찰방해죄는 위험범으로 그 기수시기는 투찰행위로 일응 볼 수 있는데, 이 사건에서 투찰 이전에 피고인들의 담합이 있었고 그에 따라서 투찰을 한 만큼, 입찰의 공정성은 이로써 방해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투찰행위 이후의 사정들(이 사건 최고가 입찰자가 2인 이상인 경우 최종입찰자가 누구인지는 입찰실시자의 관심사가 아니라든가, 이 사건 상가의 실제 운영자는 담합참가자들 사이의 내부적 문제라는 것 등)은 죄의 성립을 좌우하지 못한다고 보인다.
다. 대상판결(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2도8459 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입찰방해죄에서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란 공정한 자유경쟁을 방해할 염려가 있는 상태를 발생시키는 것, 즉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상태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그 행위에는 가격결정뿐 아니라 ‘적법하고 공정한 경쟁방법’을 해하는 행위도 포함되고, 방해의 대상인 ‘입찰’은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입찰절차라는 기존의 법리를 재확인하고, 그에 따라 이 사건 입찰이 입찰방해죄의 ‘입찰’이 아니라거나 피고인들의 행위가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