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판례<공판중심주의 및 직접심리주의>】《원심이 증인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을 파기하면서, 추가적인 증인신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인 등의 수사기관 진술 등을 유죄의 근거로 삼은 경우 공판중심주의, 직접심리주의 원칙 위반이라고 볼 수 있는 지 여부(대법원 2024. 2. 29. 선고 2023도14779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가.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이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이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 심리과정에서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1심 판단 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1983. 4. 26. 선고 82도2829, 82감도612 판결, 대법원 1996. 12. 6. 선 고 96도2461 판결 등 참조).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의 경우에는,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면서 진술에 임하는 증인의 모습과 태도를 직접 관찰한 제1심이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이 이를 뒤집어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려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이어야 한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 도4994 판결, 대법원 2013. 1. 31. 선고 2012도2409 판결 등 참조).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4645 판결 등 참조).
나. 제1심은 공소사실 기재 범죄단체에 가입하였던 A 등 6인에 대한 증인신문절차를 거친 다음 이들의 수사기관 진술만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취지의 판단을 한 반면, 원심은 이들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A 등 6인에 대한 추가적인 증인신문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던 원심이 근거 내지 이유로 삼았던 사정들을 ‘A 등 6인의 법정진술을 들은 다음 그들의 수사기관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였던’ 제1심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고 볼 만큼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사례.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40호, 오소현 P.798-806]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2018. 1.~2.경 ○○파의 조직원인 C 등에게 ○○파에 가입하겠다는 가입 의사를 밝힌 후, 2018. 4.경 △△가든에서 개최된 ‘○○파’ 단합대회에 참석해 조직원들에게 가입 인사를 하는 등 범죄단체인 ○○파에 가입하였다.
나. 소송의 경과
⑴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파 가입 사실을 부인하였다.
⑵ 범죄단체인 ○○파의 조직원인 A, B, C 등 6인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들이 ○○파에 가입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이후 위 6인이 제1심법정에서 위 수사 기관 진술을 번복하였다.
⑶ 제1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고, 검사가 항소하였다. 원심은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징역 1년을 선고하였다.
다. 제1심의 판단: 무죄
제1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피고인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⑴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제1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파 가입 사실을 부인한 반면, 검사는 피고인들이 ○○파에서 범죄활동을 한 사실에 관한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였다.
⑵ A 등 6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등은 대부분 ‘피고인들이 2018. 4.경 △△ 가든에서 개최된 회식자리에 참석하는 것을 보았다.’는 정도에 불과한데, A 등 6인은 모두 법정에서 ‘경찰의 강압수사에 못 이겨 수사기관에 허위로 진술하였고 실제로 피고인들의 가입사실이 있었는지 잘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하였다.
⑶ ‘A, B가 2018. 1.~2.경 피고인들에게 대하여 가입의사를 밝히고 ○○파에 가입하였다.’는 범죄사실로 형사처벌을 받았으나, 그 사건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들이 2018. 1.~2.경에는 가입 인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아직 ○○파에의 가입이 완료되지 않은 단계처럼 기재되어 있어 A, B가 2018. 1.~2.경에 피고인들에게 가입의사를 밝혔다는 위 판결 내용과 서로 모순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판결의 일부 기재 내용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입증된다고 볼 수 없다.
⑷ 피고인들이 2018. 4.경 △△가든에서 개최된 회식자리에 간 사실이 있더라도, 단순히 지인들과 교류하기 위한 목적으로 참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라. 원심의 판단: 유죄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⑴ A 등 6인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들이 ○○파에 가입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이후 A 등 6인이 제1심법정에서 위 수사기관 진술을 번복하였으나, 그들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의 내용이 구체적인데다 서로 모순되지 아니한 점, A는 위 제1심법정 진술로 인해 위증 혐의로 기소되었고 결국 위증 사건의 제2심 공판기일에서 위증죄 공소사실에 대하여 모두 자백한 다음 유죄확정판결을 받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A 등 6인의 위 수사기관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할 수 없다.
⑵ A, B는 ‘2018. 1.경 또는 2018. 2.경 ○○파의 조직원인 피고인들에게 가입 의사를 밝히고 ○○파에 가입하였다.’는 이유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단체 등의 구성․활동)죄 등으로 기소되어, 2019. 3. 29. 각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이하 ‘관련사건’ 또는 ‘관련확정판결’이라 한다).
⑶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들이 2018. 1.~2.경 ○○파 가입의사를 밝혔음을 전제로 하고 있고, 피고인들의 ○○파 가입 시기를 가입인사 시점인 2018. 4.경으로 확정하고 있지 아니한 점, 또한 ○○파 조직원인 B는 수사기관에서 ‘■■파 조직원이었던 피고인들이 2018. 1.경 ○○파로 이적하였다.’고 진술하였고, 다른 관련자들의 수사기관 진술내용도 이와 모순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적어도 2018. 1.~2.경에는 ○○파에 가입한 것으로 보이고, 관련확정판결은 이를 뒷받침하며,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확정판결의 내용이 서로 모순된다고 보이지 않는다.
3. 원심이 증인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을 파기하면서, 추가적인 증인신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인 등의 수사기관 진술 등을 유죄의 근거로 삼은 경우 공판중심주의, 직접심리주의 원칙 위반이라고 볼 수 있는 지 여부(대법원 2024. 2. 29. 선고 2023도14779 판결)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40호, 오소현 P.798-806]
가. 공판중심주의 및 직접심리주의의 의의
⑴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에서 규정한 적법절차의 원칙, 그리고 헌법 제27조가 보장하는 기본권, 즉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실질적으로 부여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구현하기 위하여 현행 형사소송법은 당사자주의․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를 그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10412 판결 참조).
⑵ 공판중심주의란 형사사건의 실체에 대한 유무죄의 심증 형성은 법정에서의 심리에 의하여야 한다는 원칙으로,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고 증명 대상이 되는 사실과 가장 가까운 원본 증거를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하며 원본 증거의 대체물 사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주요 원리로 삼고 있다(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5도9730 판결 참조). 직접심리주의는 법관으로 하여금 정확한 심증을 형성하게 하고 피고인에게 증거에 관하여 직접적인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실체적 진실 발견과 공정한 재판을 달성하는 데 기여한다.
나. 판례
판례는 특히 항소심과 관련하여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면서(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참조),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 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 된다.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의 경우에는,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면서 진술에 임하는 증인의 모습과 태도를 직접 관찰한 제1심이 증인의 진술에 대하여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이 이를 뒤집어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으려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이어야 한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 참조).’고 판시하였다.
다. 항소심에서 증거조사의 제한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2007. 10. 27. 신설)는 항소심법원은 ① 제1심에서 조사되지 아니한 데에 대하여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고, 그 신청으로 인하여 소송을 현저하게 지연시키지 아니하는 경우 또는 ② 제1심에서 증인으로 신문하였으나 새로운 중요한 증거의 발견 등으로 항소심에서 다시 신문하는 것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또는 ③ 그 밖에 항소의 당부에 관한 판단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증인신문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항소심에서의 증인신문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였다. 위 규정은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있어서 제1심법원과 항소심법원의 역할 및 관계 등에 관한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항소심에서의 증거조사는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고, 항소심법원으로서는 위 규정의 취지와 내용에 유념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0도7802 판결 참조).
라. 대상판결(대법원 2024. 2. 29. 선고 2023도14779 판결) 사건의 검토
⑴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반영하여, 제1심과 달리 A 등 6인의 수사기관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았다.
㈎ A는 이 사건 제1심법정에서 한 증언으로 인해 위증죄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는데, 그 공소사실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A는 제1심법정에서 검사의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선배인 피고인들이 증인에게 ○○파에 가입을 권유한 것은 아닙니까.”라는 질문에 “그런 건 없습니다.”라고 진술하고, 검사의 “피고인들이 ○○파인지 아닌지 증인이 아는 바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모릅니다.”라고 진술하고, 검사의 “피고인들은 (2018. 4.경 단합대회인) 그 자리에 없었나요.”라는 질문에 “예.”라고 진술하고, 검사의 “이 단합대회에 피고인들도 참석하지 않았나요.”라는 질문에 “아까 아니라고 얘기했잖아요.”라고 진술하고, 검사의 “피고인들을 만난 적이 없나요.”라는 질문에 “예.”라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사실 A는 2018. 2.경 지인이자 ○○파 조직원인 피고인들로부터 위 단체의 가입 권유를 받은 후 피고인들에게 전화로 가입 의사를 밝히고, 2018. 4.경 위 단체의 단합대회에 참석하여 피고인들 등 조직원들에게 가입 인사를 하고 위 단체의 조직원으로 가입하게 되었다. 이로써 A는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을 하여 위증하였다.』
㈏ A는 ‘2018. 2. 일자불상경 자신의 주거지에서 ○○파 조직원인 피고인들에게 전화로 가입의사를 밝힌 후, 2018. 4.경 △△가든에서 개최된 위 단체의 단합대회에 참석하고 참석한 조직원들에게 가입인사를 하여 조직원으로 가입하였다.’는 범죄사실로, B는 ‘2018. 1. 일자불상경 ○○파 조직원인 피고인들에게 가입의사를 밝히고 조직원으로 가입하였다.’는 범죄사실로 2018년에 각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관련사건).
⑵ 그러나 원심이 근거 내지 이유로 삼았던 위와 같은 사정을 두고, ‘A 등 6인의 법정진술을 들은 다음 그들의 수사기관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였던’ 제1심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고 볼 만큼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으로 평가하기는 어렵고, 그 밖에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정황이나 간접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 A에 대한 위증사건의 기소 경위, 위증사건에서 A의 법정진술의 내용 및 변경 과정, 위증사건 재판에서 이루어진 증거조사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위증사건에 대한 유죄판결의 확정이 그 자체로 이 사건에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A의 위증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실이, A를 제외한 나머지 5인의 수사기관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을 달리 할 현저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A는 위증사건 제1심에서 부인하다가 항소심에 이르러 자백하였다는 점, 위증 재판과정에서 피고인들이 검사의 공소에 대하여 적절한 방어와 주장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는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여, 그 재판 결과를 이 사건과 관련하여 평가함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
㈏ 또한 피고인들은 A, B에 대한 관련 확정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파의 가입 여부․시기 등에 대하여 별다른 조사를 받은 적이 없고, 그 수사 및 공판절차에서 A, B가 피고인들에게 가입의사를 밝혔는지 여부나 그 시점을 비롯하여 피고인들이 당시 ○○파의 조직원이었는지 여부가 직접적인 쟁점이 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편 관련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범죄사실은 ‘피고인들이 2018. 1.~2.경 이미 ○○파의 조직원이었음’을 전제로 한 것인데,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피고인들의 가입 시기는 그보다 늦은 시점이다. 즉 관련사건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피고인들이 검사의 공소에 대하여 적절한 방어와 주장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았으므로, 그 재판에서 이루어진 증거조사의 내용과 재판 결과 등을 이 사건과 관련하여 평가함에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
㈐ 통상 형사재판에 있어서 이와 관련된 다른 형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는 것이기는 하나, 당해 형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관련 형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의 사실 판단을 그대로 채택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이를 배척할 수 있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도3328 판결 등 참조). 또한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9도115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점을 모두 고려하면 원심이 근거로 삼은 각 확정판결들의 결과나 내용을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근거로 삼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A 등 6인의 제1심 증언의 신빙성을 부정할 만한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마. 대상판결(대법원 2024. 2. 29. 선고 2023도14779 판결) 사건의 결론: 파기환송
⑴ 피고인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판중심주의․직접심리주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⑵ 대상판결(대법원 2024. 2. 29. 선고 2023도14779 판결)은 제1심이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이 이를 뒤집어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려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이어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직접심리주의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특히 피고인들의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사건의 확정판결 등을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의 근거로 사용하는 데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