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저당권의 부종성과 질권의 부기등기, 담보물권의 부종성과 수반성>】《채권에 대한 질권설정 후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치기 위한 요건 : ① 채권에 대해 질권을 설정한 후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저당권이 당연히 질권의 목적이 되는지 여부와, ②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치기 위하여 질권 부기등기가 요구되는지 여부/저당권으로 담보된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경우, 질권자와 질권설정자가 피담보채권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하고 저당권은 질권의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것도 가능한지 여부(적극)(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6다235411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무담보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후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저당권이 설정된 사건]
【판시사항】
[1] 저당권으로 담보된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경우, 질권자와 질권설정자가 피담보채권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하고 저당권은 질권의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것도 가능한지 여부(적극) 및 이는 담보가 없는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다음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2] 담보가 없는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다음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치도록 하려면 저당권설정등기에 질권의 부기등기를 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3] 갑 주식회사가 모회사인 을 주식회사가 병에 대해 부담하는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정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에 관하여 병과 근질권설정계약을 체결한 다음 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정으로부터 임대차목적물 등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받았는데, 근저당권설정등기가 해지를 원인으로 말소되자 병이 자신의 근질권이 침해되었다며 위 말소등기의 회복을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질권자인 병과 질권설정자인 갑 회사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하고 질권설정자가 질권자에게 제공하려는 의사 없이 근저당권을 설정받는 등 저당권이 질권의 목적이 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고, 또한 병은 근저당권설정등기에 관하여 질권의 부기등기를 마치지 않았으므로 이 점에서도 병의 질권의 효력이 근저당권에 미친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361조는 “저당권은 그 담보한 채권과 분리하여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다른 채권의 담보로 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을 뿐 피담보채권을 저당권과 분리해서 양도하거나 다른 채권의 담보로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지 않다. 채권담보라고 하는 저당권 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담보채권의 처분에는 저당권의 처분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볼 것이지만, 피담보채권의 처분이 있으면 언제나 저당권도 함께 처분된다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저당권으로 담보된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경우 원칙적으로는 저당권이 피담보채권과 함께 질권의 목적이 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질권자와 질권설정자가 피담보채권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하고 저당권은 질권의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고 이는 저당권의 부종성에 반하지 않는다. 이는 저당권과 분리해서 피담보채권만을 양도한 경우 양도인이 채권을 상실하여 양도인 앞으로 된 저당권이 소멸하게 되는 것과 구별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담보가 없는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다음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원칙적으로는 저당권도 질권의 목적이 되지만, 질권자와 질권설정자가 피담보채권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하였고 그 후 질권설정자가 질권자에게 제공하려는 의사 없이 저당권을 설정받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저당권은 질권의 목적이 되지 않는다. 이때 저당권은 저당권자인 질권설정자를 위해 존재하며, 질권자의 채권이 변제되거나 질권설정계약이 해지되는 등의 사유로 질권이 소멸한 경우 저당권자는 자신의 채권을 변제받기 위해서 저당권을 실행할 수 있다.
[2] 민법 제348조는 저당권으로 담보한 채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한 때에는 그 저당권설정등기에 질권의 부기등기를 하여야 그 효력이 저당권에 미친다고 정한다.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에 질권을 설정하였을 때 저당권의 부종성으로 인하여 등기 없이 성립하는 권리질권이 당연히 저당권에도 효력이 미친다고 한다면, 공시의 원칙에 어긋나고 그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을 양수하거나 압류한 사람, 저당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 등에게 예측할 수 없는 질권의 부담을 줄 수 있어 거래의 안전을 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민법 제348조는 저당권설정등기에 질권의 부기등기를 한 때에만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치도록 한 것이다. 이는 민법 제186조에서 정하는 물권변동에 해당한다. 이러한 민법 제348조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담보가 없는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다음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서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도 ‘저당권으로 담보한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경우’와 달리 볼 이유가 없다.
또한 담보가 없는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다음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 당사자 간 약정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저당권이 질권의 목적이 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치기 위해서는 질권의 부기등기를 하도록 함으로써 이를 공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담보가 없는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다음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저당권이 설정되었더라도, 민법 제348조가 유추적용되어 저당권설정등기에 질권의 부기등기를 하지 않으면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친다고 볼 수 없다.
[3] 갑 주식회사가 모회사인 을 주식회사가 병에 대해 부담하는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정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에 관하여 병과 근질권설정계약을 체결한 다음 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정으로부터 임대차목적물 등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받았는데, 근저당권설정등기가 해지를 원인으로 말소되자 병이 자신의 근질권이 침해되었다며 위 말소등기의 회복을 구한 사안에서, 갑 회사와 정의 임대차계약 시 저당권설정에 관한 내용이 없었고, 병과 갑 회사의 근질권설정계약 시 정에 대한 확정일자부 통지 또는 승낙을 받아줄 의무 등 질권설정자의 의무나 질권의 실행 조건, 실행 방법에 관하여 상세히 규정하였음에도 저당권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질권자인 병과 질권설정자인 갑 회사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하고 질권설정자가 질권자에게 제공하려는 의사 없이 근저당권을 설정받는 등 저당권이 질권의 목적이 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고, 또한 병은 근저당권설정등기에 관하여 질권의 부기등기를 마치지 않았으므로 이 점에서도 병의 질권의 효력이 근저당권에 미친다고 할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가. 사실관계
⑴ A는 B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임차하였다.
⑵ A는 원고에게 원고에 대한 채무의 담보로 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에 대하여 근질권을 설정하여 주었다.
⑶ 그 후 A는 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B로부터 B 소유의 이 사건 건물과 토지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받았다.
⑷ B는 피고와 협의이혼한 후 피고에게 재산분할을 원인으로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이전하였다.
⑸ A와 피고는 해지를 원인으로 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였다.
⑹ 근질권자인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 회복 청구를 하였는데, 원심은 이를 인용하였다.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었다.
나. 이 사건의 쟁점
⑴ 이 사건의 쟁점은, ① 무담보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다음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그 저당권이 당연히 질권의 목적이 되는지 여부(한정 적극), ② 이때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치기 위하여 질권의 부기등기가 요구되는지 여부(적극)이다. 원고의 질권의 효력이 이 사건 근저당권에 미치는지 여부가 액심쟁점이다.
이를 세분하면 ① 채권에 대해 질권을 설정한 후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저당권이 당연히 질권의 목적이 되는지 여부와, ②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치기 위하여 질권 부기등기가 요구되는지 여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⑵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에 관해 원고(질권자) 앞으로 질권이 설정된 후 임대인(질권설정자)과 임차인이 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임대차목적물에 근저당권을 설정함. 피고는 임대인으로부터 재산분할을 원인으로 임대차목적물의 소유권을 이전받았고 그 후 임차인과 합의하여 위 근저당권을 말소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질권자인 원고의 동의 없이 근저당권을 말소하였음을 이유로 질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서 근저당권등기의 말소 회복을 청구하였다.
⑶ 대법원은, 질권자(원고)와 질권설정자(임대인)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하고 질권설정자가 질권자에게 제공하려는 의사 없이 근저당권을 설정받는 등 저당권이 질권의 목적이 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고, 원고가 근저당권설정등기에 관하여 질권의 부기등기를 마치지 않았으므로 이점에서도 원고의 질권의 효력이 이 사건 근저당권에 미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3. 담보물권의 성질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47-348 참조]
가. 담보물권의 부종성과 수반성
⑴ 부종성
담보물권의 성립과 소멸에 관한 것으로, 담보물권의 성립과 소멸은 피담보채무의 그것에 따른다는 것이다.
예컨대, 피담보채무가 성립하지 않았음에도 담보물권을 표상하는 등기가 존재한다면 그 등기는 무효이고, 담보물권 등기가 남아 있더라도 피담보채무가 모두 소멸하였다면 담보물권도 소멸한다.
⑵ 물상대위성
예컨대 목적물이 수용되면, 그 수용으로 인해 발생한 채권에 대해서 담보물권의 효력이 미친다는 것이다.
다만, 지급 전에 압류를 해 두어야 한다(민법 342조 참조).
⑶ 불가분성
피담보채무 전액을 변제받을 때까지는 물권 전체에 담보물권이 미친다는 것이다.
예컨대, 100억 원의 피담보채무에 관해 담보물권을 설정하였는데, 채무 중 99억 원을 변제받고 1억 원만 남은 상황이더라도 담보물권을 일부 말소해 줄 필요가 없다.
나. 저당권의 부종성의 의미
⑴ 저당권의 부종성에 관한 민법 규정은 제361조, 제369조이다.
제361조는 “저당권은 그 담보한 채권과 분리하여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다른 채권의 담보로 하지 못한다.”, 제369조는 “저당권으로 담보한 채권이 시효의 완성 기타 사유로 인하여 소멸한 때에는 저당권도 소멸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민법 제348조(저당채권에 대한 질권과 부기등기) 저당권으로 담보한 채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한 때에는 그 저당권등기에 질권의 부기등기를 하여야 그 효력이 저당권에 미친다.
⑵ 구 민법하에서는 저당권자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저당권을 다시 담보로 제공하는 轉저당이나 동일한 채무자에 대한 다른 채권자를 위해 저당권 또는 순위의 양도, 포기가 가능하였다.
⑶ 그러나 현행 민법은 위 규정을 삭제하고 제361조를 신설하였다.
제361조를 신설한 취지는 담보채권과 저당권을 같이 이전할 수 있다는 점과 채권과 분리하여 저당권만 이전할 수 없다는 두 가지를 입법으로 해결하는 데 있다고 한다.
부종성은, 저당권은 채권의 담보를 목적으로 하므로 독립성을 갖지 못하고 언제나 피담보채권에 종속하게 되는 성질을 말한다.
⑷ 성립․존속․소멸상의 부종성으로 구분하여 설명된다.
① 성립에 관한 부종성은 저당권은 피담보채권이 유효하게 존재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음을 의미하고, ② 존속에 관한 부종성은 일단 성립한 저당권은 피담보채권의 존속을 전제로 해서만 계속하여 존재할 수 있고 저당권만 분리하여 양도할 수 없음(민법 제361조)을 의미한다.
‘수반성’은 저당권이 피담보채권에 수반해서만 양도되고 입질될 수 있는 성질로, 존속상 부종성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수반성을 인정하는 취지는 약정 담보물권은 당사자 사이의 계약으로 어떤 채권의 변제를 확실하게 하여 그 채권의 경제적 가치를 늘어나게 하는 것이므로, 채권과 함께 이전해서 계속 그 채권의 경제적 가치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③ 소멸에 관한 부종성은 피담보채권이 변제 등 사유로 소멸하면 저당권도 당연히 소멸하는 특성(민법 제369조)을 의미한다.
⑸ 한편 근저당권의 경우 부종성이 완화되어 채무가 확정될 때까지 피담보채무의 소멸, 이전으로 영향을 받지 않지만(민법 제357조) 이 사건 근저당권은 특정채권인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설정되었으므로, 근저당권이라도 피담보채권에 대한 부종성이 인정된다.
⑹ 특정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근저당권이 유효한지 여부에 관하여, ① 다수설은 근저당권은 장래의 불특정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특정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설정된 근저당권은 등기 내용과 달리 보통의 저당권의 성질을 갖는다고 한다. ② 그러나 보통의 저당권은 이자, 지연손해금을 1년분만 인정하므로(민법 제360조) 실무상 이러한 제한 없이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 모두 인정받기 위해 특정채권을 위해서도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고, 민법 제357조가 채무의 확정을 장래에 보류한다고 정할 뿐이어서 특정채권의 경우에도 그 금액이 확정되지 않았으면 미확정채무로서 이를 담보하기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할 수 있다는 유력한 견해가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만 장래에 확정될 뿐 피담보채권에 대한 부종성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판례는 “저당권이 일반 저당권 또는 근저당권에 해당되는 여부는 그 명칭에만 구애될 것이 아니고 그 설정계약의 내용에 의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하였으나(대법원 1963. 2. 7. 선고 62다796 판결. 구 민법에 관한 사안임), 특정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근저당권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판례도 있는 등 명확하지 않고(대법원 1990. 6. 26. 선고 89다카26915 판결, 대법원 1990. 7. 10. 선고 89다카12152 판결 등), 경매실무는 이를 유효한 근저당권으로 보고 있다[배당 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중 지연이자는 채권최고액 한도 내에서는 전액 배당하고 그 저당권이 특정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설정한 것인지 별도로 따지지 않는다고 한다[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Ⅱ(2014), 476].
다. 담보물권에서의 수반성 (≠ ‘부종성’)
⑴ “담보물권의 수반성이란 피담보채권의 처분이 있으면 언제나 담보물권도 함께 처분된다는 것이 아니라 채권담보라고 하는 담보물권 제도의 존재 목적에 비추어 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담보채권의 처분에는 담보물권의 처분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일 뿐이므로, 피담보채권의 처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보물권의 처분이 따르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권양수인은 담보물권이 없는 무담보의 채권을 양수한 것이 되고 채권의 처분에 따르지 않은 담보물권은 소멸한다.”(대법원 97다33997 판결)
⑵ 담보물권에서의 수반성은 담보물권이 있는 채권을 양도할 때에는 담보물권도 함께 양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즉 법률행위의 해석 문제다.
피담보채권과 담보물권을 함께 양도했더라도, 담보물권은 부기등기를 해야만 ‘담보물권의 이전’이라는 물권변동이 발생하다.
즉 담보물권의 수반성은 부종성과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서, 부종성의 일부분이 아니다.
나. 담보권과 분리하여 피담보채권을 양도할 수 있는지 여부
⑴ 민법 제361조에 따라 피담보채권과 분리하여 담보권만 처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나, 피담보채권만의 처분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어 이것이 허용되는지 문제 된다.
통설, 판례는 원칙적으로 피담보채권의 처분에는 담보권이 수반되나 그렇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담보권이 수반되지 않고 피담보채권만 처분하는 것도 가능하고, 이때 채권양수인은 무담보채권을 양수한 것이 되고 함께 양도되지 않은 담보권은 소멸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담보물권의 부종성, 수반성에 비추어 담보권을 유보하고 채권만 양도․입질하는 행위는 무효라는 반대 견해가 있다.
❏ 대법원 1999. 2. 5. 선고 97다33997 판결 : 전세권이 담보물권적 성격도 가지는 이상 부종성과 수반성이 있는 것이므로 전세권을 그 담보하는 전세금반환채권과 분리하여 양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나, 한편 담보물권의 수반성이란 피담보채권의 처분이 있으면 언제나 담보물권도 함께 처분된다는 것이 아니라 채권담보라고 하는 담보물권 제도의 존재 목적에 비추어 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담보채권의 처분에는 담보물권의 처분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일 뿐이므로, 피담보채권의 처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보물권의 처분이 따된 근저당권은 등기 내용과 달리 보통의 저당권의 성질을 갖는다고 한다.
위 판결의 사안은, 원고가 A 회사에 원고 소유 건물에 대한 전세권설정계약 체결 후 전세권등기를 마쳐주었는데, A 회사는 근로자 대표에게 전세금채권을 양도하였고(확정일자부 통지․승낙) 그 무렵 A 회사는 원고에게 건물을 반환하였다.
그 후 A 회사의 채권자인 피고가 전세금채권을 가압류하고 전세권 부기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전세권이 소멸하였다며 피고에 대해 전세권말소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구하였고,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전세권이 소멸하였으므로 피고는 승낙 의무가 있다고 하였다.
존속기간 만료 후 전세권 사안이나 담보물권 일반에 관한 설시로 저당권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3다61542 판결은 위 판결을 어음을 담보로 한 대출 사건에,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7다17207 판결은 가등기담보 사건에 인용하였다.
❏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7다17207 판결 : 피담보채권의 처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보권의 처분이 따르지 않는 특별한 사정은 담보권이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할 책임을 진다.
⑵ 이는 결국 당사자의 의사 해석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채권양도인과 양수인의 의사가 담보권을 포기하고 피담보채권만을 양도하려는 의사라면 이는 우리 민법상 저당권의 부종성에 반하지 않으므로 그러한 합의가 유효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위 판례 사안).
그러나 당사자가 양도인에게 담보권을 유보하고 채권만 양도하는 특약을 한 경우에는, 양도인이 담보권만 보유하기로 하는 것은 민법 제361조에 반하여 불가능하다.
그로 인하여 채권양도계약 전체를 무효로 볼 것인지, 유보된 저당권이 소멸하고 양수인이 무담보채권을 양수하였다고 볼 것인지는 일부 무효의 법리에 따라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를 고려해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민법 제137조).
다. 등기와의 관계
⑴ 판례는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변제 등으로 소멸한 경우 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되지 않아도 담보물권의 부종성에 의해 저당권이 당연히 소멸하고 저당권설정등기는 원인무효의 등기가 된다고 한다.
따라서 제3자가 저당권부 채권을 가압류하거나 이전의 부기등기를 해도 무효이고[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다27910 판결 :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저당권은 그 부종성에 의하여 당연히 소멸하게 되므로, 그 말소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그 저당권부 채권을 가압류하고 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아 저당권이전의 부기등기를 경료한 자라 할지라도, 그 가압류 이전에 그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소멸된 이상, 그 근저당권을 취득할 수 없고, 실체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러한 무효인 저당권설정등기를 바탕으로 경매가 진행된 경우 경매는 무효이고 경매절차 매수인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대법원 1978. 10. 10. 선고 78다910 판결 : 경매개시결정 이전에 피담보채권이 소멸됨에 따라 근저당권이 소멸된 경우 그 소멸된 근저당권을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진 경매개시결정을 비롯한 일련의 절차 및 경락허가의 결정은 모두 무효이다].
⑵ 저당권부 채권이 당사자의 행위가 아니라 피담보채권의 상속, 저당권자의 법정대위(민법 제481조), 전부명령과 같이 법률 규정에 의해 이전되는 경우에는 등기 없이도 저당권이 이전된다(민법 제187조).
4. 피담보채권에 대해 질권을 설정하였으나 질권의 부기등기를 갖추지 않은 경우의 효력
이에 관한 판례는 없고, 학설은 질권자는 무담보채권에 대해서만 질권을 취득한다는 견해(다수설)와 부기등기가 없으면 피담보채권에 대한 질권설정의 효력도 생기지 않는다는 견해로 나뉜다.
이는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① 저당권과 채권을 모두 입질하였으나 등기를 아직 갖추지 못한 경우와, ② 저당권을 배제하고 채권만 입질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는 경우이다.
가. 저당권과 채권을 모두 입질하였으나 등기를 아직 갖추지 못한 경우(時差 문제)
⑴ 피담보채권이 먼저 양도되고 저당권이전등기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저당권이 무효가 아니라는 위 대법원 2001다77888 판결의 취지에 의하면 질권설정자 앞으로 남아있는 저당권도 무효라고 볼 수 없다.
이때 부기등기 전에 부동산이 매각되면(질권자는 등기 전에는 스스로 저당권을 실행할 수 없으므로 다른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한 경우를 상정한다) 그 배당금(피담보채권의 변제를 위한 돈)은 (1) 저당권명의자인 질권설정자가 질권자를 위해 수령 가능하다는 견해, (2) 피담보채권의 우선변제권자인 질권자가 배당받을 수 있다는 견해를 상정할 수 있다.
앞서 본 저당권부 채권의 양도에 관한 판례 법리는 저당권부 채권의 질권설정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질권설정자 앞으로 남아있는 저당권은 질권자에게 이전될 것을 예정한 것으로 일시적 시차를 이유로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질권자는 저당권을 취득하지 못하여 저당권을 실행할 수 없고 질권설정자가 저당권을 실행하여 질권의 목적인 채권을 소멸시키는 것은 민법 제352조에 반하므로 질권설정자의 저당권 실행도 불가능할 것이다.
⑵ 부기등기가 되지 않고 있는 동안 질권이 소멸하면(피담보채권 변제 또는 질권설정계약 해지) 질권설정자는 질권의 부담에서 해방되어 저당권을 실행할 수 있다.
질권설정자는 저당부동산 매각 전에는 질권자에게 저당권에 관한 부기등기를 해 줄 의무를 부담하고, 부기등기를 마치지 않고 있는 동안 부동산이 매각되면 세금면탈을 위해 부기등기를 지연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위 대법원 2001다77888 판결 취지에 따르면 등록세 등 비용 절약을 위해 장기간 부기등기를 해태하다가 매각된 경우는 누구도 저당권에 기한 배당을 받을 수 없어 저당권이 실질적으로 무효가 된다.] 질권설정자는 스스로 배당을 받아 질권자에게 지급하거나 배당금채권을 질권자에게 양도할 의무를 진다.
⑶ 질권자는 아직 저당권에 대한 질권을 취득하지는 못하여 스스로 배당을 받을 수는 없으나, 질권설정계약과 민법 제352조에 따라 질권설정자에게 배당금의 지급 또는 배당금채권의 양도를 요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질권자가 민법 제354조에 따라 질권의 목적인 채권(저당권의 피담보채권)에 대해 압류․전부․추심 방법으로 질권을 실행하는 경우 이는 법률규정에 의한 물권변동(민법 제187조)으로 피담보채권에 수반하여 질권 부기등기 없이도 저당권이 이전되므로 질권자는 저당권자로서 배당받을 수 있다.
나. 저당권을 배제하고 채권만 입질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는 경우
⑴ 원칙적으로는 피담보채권의 처분에 담보권의 처분이 수반되나 담보계약 당사자 간의 약정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담보권을 수반하지 않는 피담보채권만의 처분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1999. 2. 5. 선고 97다33997 판결에 따르면, 당사자 간의 약정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저당권을 수반하지 않고 피담보채권만 입질하는 것도 저당권의 부종성에 반하지 않아 가능하다고 보인다.
이때 질권자는 채권에 대해서만 질권을 설정한 것이 된다.
이 경우 ‘입질되지 않고 남아있는 저당권’이 소멸하는지에 관하여 학설은 (1) 채권자는 채권이 담보로 제공되더라도 여전히 채권자의 지위를 유지하므로 저당권이 소멸하지 않는다는 견해, (2) 소멸한다는 견해가 있다.
저당권을 여전히 질권설정자가 보유하기로 하는 특약이 존재한다면 저당권은 여전히 질권설정자를 위하여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담보권의 부종성에 반하지 않고, 담보권자와 담보설정자의 의사에 반하여 저당권이 소멸된다고 볼 이유가 없다.
위 가.항에서 본 것처럼 이때 질권자는 저당권을 실행할 수 없지만[법률행위로 인한 특정승계의 경우 저당권이전의 부기등기를 하지 않고서는 경매신청을 할 수 없다. 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Ⅱ](2014), 748] 질권의 목적인 제3채무자로부터 변제를 받을 수는 있고 피담보채권이 변제로 소멸한 경우 저당권의 부종성에 따라 저당권도 소멸하게 된다.
그렇지 않고 질권설정자가 자신의 질권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거나 질권설정계약이 해지되는 등 질권이 소멸한 경우 질권설정자는 자신의 채권을 변제받기 위해 저당권을 실행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질권설정자의 채권이 존재하는 한 입질되지 않은 저당권을 질권설정자를 위하여 존속시킬 필요성이 있다.
⑵ 질권이 존재하는 상태에서는 질권설정자가 저당권을 실행하여 피담보채권을 변제받는 것은 입질된 채권을 소멸하게 하는 것으로 금지된다(민법 제352조).
다른 채권자의 경매신청으로 부동산이 매각된 경우 질권설정자가 저당권에 기한 배당금을 수령하는 것도 입질된 피담보채권을 소멸시키므로 이를 독자적으로 수령할 수는 없고 질권자의 동의를 받고 수령하거나 배당금채권을 질권자에게 양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⑶ 이와 같이 저당권이 질권설정자에게 존재한다고 보는 경우 질권이 존속하는 동안 저당권이 질권자, 질권설정자 누구에 의해서도 활용되지 못하므로 당사자의 특약이 있더라도 이러한 분리존속을 인정할 필요가 없고 저당권이 소멸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는 법에 반하지 않는 한 자신의 의사에 따라 법률관계를 형성할 자유가 있고, 그것이 당사자에게 유익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판례는 저당권부 채권 중 채권만을 분리양도하여 저당권을 소멸시키는 것은 양도인․양수인에게 유리할 것이 없음에도(저당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이것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당사자가 저당권부 채권 중 채권만을 입질하기로 약정하였다면, 질권설정자(저당권자)의 의사는 저당권을 자신을 위해 보유하기로 하는 의사로 볼 수 있고 이를 저당권을 포기하려는 의사로 간주하기는 어렵다.
저당권이 질권설정자에게 남아있다고 보는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질권설정자는 질권의 부담이 소멸하면 저당권을 실행할 수 있다.
질권자도 질권(담보권)의 실행으로서 직접 저당권을 실행할 수는 없으나, 집행권원을 얻은 뒤 일반적인 강제집행을 할 수 있고 입질된 채권에 대해 전부․추심명령을 받으면 피담보채권에 수반하여 저당권을 취득하여 저당권을 실행할 수 있다.
따라서 질권설정자, 질권자 모두 저당권이 소멸하지 않고 존속한다고 볼 실익이 있다.
⑷ 대법원 1999. 2. 5. 선고 97다33997 판결은 저당권부 채권 중 피담보채권만을 양도하는 당사자의 합의(특별한 사정)가 있는 경우 이것이 우리 민법이 정하는 저당권의 부종성에 반하지 않아 유효하다고 하였다.
5. 채권에 대한 질권설정 후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치기 위한 요건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3호, 이지영 P.59-84 참조]
가. 문제점 제기
채권에 대해 질권을 설정한 경우 질권설정자가 채권을 여전히 보유하면서 질권자에게 담보권만 설정해 준 것이다.
따라서 질권설정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질권설정자가 사후적으로 저당권을 설정받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① 그 저당권이 당연히 채권과 같이 질권의 목적이 되는지 여부, ② 질권의 부기등기가 필요한지이다.
나. 사후 설정된 저당권이 질권의 목적이 되는지 여부 [대상판결]
원칙적으로 저당권이 질권의 목적이 되지만 당사자 간에 이를 배제하는 합의가 있으면 질권의 목적이 되지 않는다.
저당권은 본질적으로 피담보채권에 대한 부종성이 있으므로 원칙적으로는 저당권도 피담보채권을 따라 질권의 목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 사이에 채권만을 담보로 하는 합의가 있다면 이것이 저당권의 부종성에 반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합의는 유효하고, 앞서 본 저당권부 채권의 양도에 관한 대법원 1999. 2. 5. 선고 97다33997 판결의 논리가 채권의 입질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우선, 저당권은 채권에 부종하므로 저당권도 채권과 함께 질권의 목적이 되는 것이 원칙이다.
담보권은 피담보채권에 종속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고, 우리 민법은 담보권의 독자성을 배제하고 부종성을 비교적 강하게 요구하는 입법례를 취하고 있다.
담보는 채권을 위한 것이고, 채권이 담보로 제공된 경우에도 채권의 담보가 채권에 부종하여 채권의 담보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이 담보의 본래의 모습에 부합한다.
저당권부 채권의 양도에 관한 판결(대법원 1999. 2. 5. 선고 97다33997 판결)도 원칙적으로 피담보채권의 처분에 담보권이 부종하고, 분리 처분에 대한 특별한 사정은 분리 처분을 주장하는 자가 증명해야 한다고 하므로, 절충설이 기존 판례의 태도와도 부합된다.
또한 저당권이 채권과 함께 입질되지 않는다고 하면 앞서 본 것처럼 질권이 존속하는 동안은 저당권이 누구에 의해서도 활용되지 못하는 등 질권설정자에게도 유익하지 않은 면이 있다.
보통은 저당권자와 저당권설정자가 다르므로 저당권자가 저당권을 설정받고도 그 가치를 활용하지 못할 것을 의욕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 것이다.
질권설정자의 질권자에 대한 채무(질권의 피담보채권)와 질권설정자의 채권(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의 변제기가 모두 도래한 경우 원칙적인 모습은 질권자가 채권(및 저당권)을 청구하여 두 채권이 함께 변제되는 것이고, 이 경우 질권설정자도 저당권 실행의 이익을 누리게 된다.
그런데 질권설정자에게 저당권이 따로 남아있다고 하면 질권설정자는 본인이 저당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여 자신의 질권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고 별도로 변제해서 질권을 소멸시켜야만 저당권을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입질 후 사후 저당권설정’의 경우에도 저당권부 채권의 입질과 같이 원칙적인 모습은 저당권이 채권에 부종하여 질권의 목적이 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② 그러나 한편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
당사자 간에 무담보채권만을 입질하기로 한 것이 명확한 경우, 예를 들어 질권자가 무담보채권만을 담보가치로 파악하여 질권을 설정하였고, 그 후 질권설정자가 질권자와 무관하게 스스로를 위하여 저당권을 설정받은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저당권부 채권 입질 시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피담보채권만을 입질하고 저당권은 질권설정자를 위해 남겨두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입질된 채권에 관하여 사후적으로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당사자가 저당권에 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도록 할 의사였다면 저당권은 입질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입질되지 않은 저당권은 질권이 존속하는 동안 질권설정자와 질권자 누구도 실행하지 못하지만,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이를 의도하였다면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볼 이유가 없다.
③ 이와 같이 입질된 채권과 분리하여 저당권을 질권설정자가 보유하기로 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한 증명책임은 특별한 사정을 주장하는 자가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때 의사해석을 할 당사자는 질권 관계의 당사자, 즉 질권설정자와 질권자이고 저당권설정계약의 당사자가 아님을 주의하여야 한다.
한편 질권설정자가 질권자에게 질권을 설정하여 주는 데 채무자의 동의는 필요 없으므로[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2다15412, 15429 판결 : 저당권은 피담보채권과 분리하여 양도하지 못하는 것이어서 저당권부 채권의 양도는 언제나 저당권의 양도와 채권양도가 결합되어 행해지므로 저당권부 채권의 양도는 민법 제186조의 부동산물권변동에 관한 규정과 민법 제449조 내지 제452조의 채권양도에 관한 규정에 의해 규율되므로 저당권의 양도에 있어서도 물권변동의 일반원칙에 따라 저당권을 이전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물권적 합의와 등기가 있어야 저당권이 이전된다고 할 것이나, 이때의 물권적 합의는 저당권의 양도․양수받는 당사자 사이에 있으면 족하고 그 외에 그 채무자나 물상보증인 사이에까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단지 채무자에게 채권양도의 통지나 이에 대한 채무자의 승낙이 있으면 채권양도를 가지고 채무자에게 대항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저당권부 채권의 양도에 관한 판례이나 질권설정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저당권부 채권을 입질할 때에도 저당권부 채권의 채권자는 질권자 앞으로 질권 부기등기를 하여 임의로 저당권에 질권을 설정할 수 있고 저당권설정자의 동의는 불필요하다[등기예규도 마찬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근저당권에 관한 등기사무처리지침(1997. 9. 9. 개정 등기예규 제880호) 2. 근저당권이전등기 나.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확정된 후 1)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확정된 후에 그 피담보채권이 양도 또는 대위변제된 경우에는 근저당권자 및 그 채권양수인 또는 대위변제자는 채권양도에 의한 저당권이전등기에 준하여 근저당권이전등기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등기원인은 ‘확정채권 양도’ 또는 ‘확정채권 대위변제’등으로 기재한다. 2) 위 등기를 신청함에 있어서 근저당권설정자가 물상보증인이거나 소유자가 제3취득자인 경우에도 그의 승낙서를 첨부할 필요가 없다].
저당권설정자는 저당권자를 위해 저당권을 설정해주는 것이고, 그 저당권부 채권에 이미 질권이 설정되어 있는지 여부에 따라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다만 저당권설정계약서 등에 저당권에 질권의 부기등기가 될 예정이라는 등의 내용이 있으면 ‘질권설정자(= 저당권자)의 의사’를 해석하는 데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다. 질권의 부기등기가 필요한지 여부 (등기필요설이 대상판결의 입장임)
저당권부 채권에 대해 질권이 설정되었음을 공시하지 않을 경우 거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민법 제348조는 질권의 부기등기를 해야만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친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민법 제348조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피담보채권에 대한 질권설정 후 사후적으로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도 민법 제348조에 유추적용하여 마찬가지로 부기등기가 있어야 한다.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⑴ 민법 제348조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이는 사후 설정된 저당권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민법 제348조의 입법 취지는 저당권부 채권의 질권설정에 관하여 공시의 원칙을 관철하려는 것이다.
저당권부 채권을 입질할 때 등기 없이도 저당권에 질권의 효력이 미친다면 거래의 안전을 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당권부 채권은 저당권 등기를 통해 채권의 귀속이 공시되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저당권에 질권 부기등기가 되지 않고 있는 동안 제3자가 그 저당권부 채권을 양수한 경우 제3자는 예상하지 못했던 질권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
저당권부 채권을 압류한 압류채권자도 마찬가지이다(예상과 달리 입질된 채권을 압류한 결과가 된다).
저당권에 입질 사실이 등기되지 않고 있는 때 저당부동산의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도 등기된 저당권자와 협의하에 저당권을 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부동산을 취득하였으나 저당권이 입질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거래 당시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물권은 공시된다’는 원칙에 반하여 거래의 안전을 해하고 당사자는 물권이 공시된 대로 귀속되고 있는지 늘 조사해야 하므로 거래비용을 증가시킨다.
이를 방지하려는 것이 민법 제348조의 입법 취지이다.
민법 제348조는 문언상 저당권부 채권에 관하여 질권을 설정하는 경우에 관한 규정이나 위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저당권부 채권에 질권을 설정하는 것’과 ‘질권이 설정된 채권을 위해 사후 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을 달리 볼 이유가 없다.
사후적으로 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에도 이를 등기하여 공시하지 않으면 똑같이 거래의 안전을 해할 수 있다.
저당권의 부종성 측면에서 보아도 ‘저당권부 채권을 입질하는 것’보다 ‘입질된 채권에 사후적으로 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에 부종성이 더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⑵ 저당권부 채권의 입질이나 입질된 채권에 대한 사후 저당권 설정 시 저당권이 질권의 목적이 되는 것은 법률규정에 의한 것(민법 제187조)이 아니고 당사자의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변동(민법 제186조)이다.
저당권부 채권의 양도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이 없는데도 통설․판례는 이를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변동(민법 제186조)으로 보아 저당권이전등기가 요구된다고 한다(앞서 본 대법원 2002다15412, 15429 판결 참조).
이는 저당권부 채권을 양도할 경우 저당권이 당연히 채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저당권이 수반되지 않고 소멸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판례의 태도(앞서 본 대법원 97다33997 판결)와 상통한다.
당사자 간 약정에 따라 저당권이 피담보채권과 함께 이전될 수도 있고 이전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이는 당사자의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변동이고 거래의 안전을 위해 이를 공시하여야 한다고 보는 판례의 태도가 타당하다.
제3채무자나 물상보증인 등 제3자는 저당권이 질권의 목적이 되는지 여부를 공시 없이는 알기 어렵다.
저당권부 채권에 대한 입질도 양도와 같은 물권의 처분행위이므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변동으로 봄이 타당하고, 민법 제348조는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입질된 채권에 대해 사후적으로 저당권이 설정되는 경우에도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저당권이 질권의 목적이 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역시 당사자의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변동(민법 제186조)으로 공시가 요구된다고 보아야 한다.
⑶ 법정책적으로도 실체적 권리관계와 등기부를 일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시제도는 물권의 현재 상태를 공시하여 물권을 거래하는 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민법은 공시제도를 강제하기 위하여 공시방법(등기)을 갖추지 않으면 제3자뿐 아니라 당사자 사이에서도 물권이 변동되지 않는 ‘성립 요건주의’를 택하고 있다.
민법 제187조는 성립 요건주의의 예외를 규정하는데 이는 ① 성질상 등기가 불가능하거나(상속) 법의 정책적 이유로 인한 것(판결, 공용징수, 경매), ② 민법이 물권변동에 관하여 성립 요건주의를 취한 결과 생길 수 있는 법률관계의 공백상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상속, 재단법인 출연행위) 등으로 설명된다.
그런데 민법 제187조에 따른 물권변동 후 등기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동안 실체법상 권리관계와 등기부상 권리가 불일치하는 결과가 발생하여 등기 외관을 신뢰하고 거래한 선의의 제3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힐 수 있다.
따라서 민법 제187조의 적용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제186조, 제187조 양자의 물권변동 가운데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애매한 때에는 법률행위에 의한 물권변동으로 보아 등기가 있어야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6.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47-348 참조]
⑴ 원심은 저당권의 부종성 원칙에 따라 당연히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친다는 전제하에, 이러한 경우 민법 348조가 유추적용되지 않아 원고가 근저당권등기에 관하여 질권의 부기등기를 마치지 않았더라도 당연히 원고의 근질권의 효력이 이 사건 근저당권에 미친다고 보았다.
⑵ 원심은 보증채권의 부종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보증채권에서는 주채권이 양도되면 보증채권은 계약에서 그에 관한 약정이 없이도, 별도의 양도나 통지절차 없이도, 자동적으로 주채권과 같이 양도된다(대법원 2002다21509 판결 참조).
즉, 보증채권에서의 수반성은 부종성과 거의 동일한 정도의 결합력이 인정된다.
채권의 양도 사실을 보증인에게만 통지하고 주채무자에게는 통지하지 않은 경우에 보증인에 대한 대항력을 인정한다면, 이는 보증채무의 주채무에 대한 부종성 또는 수반성에 반할 뿐만 아니라, 보증인이 양수인에게 변제를 하더라도 주채무자에게 구상할 수 없게 되어 민법이 보증인에게 주채무자에 대한 구상권을 인정하고 있는 취지가 몰각되게 되므로, 위와 같은 경우에는 그 양도로써 주채무자에게는 물론 보증인에게도 대항할 수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2다62500 판결 참조).
⑶ 그러나 담보물권에서의 수반성은 보증채권에서의 수반성과는 전혀 다른 법리가 적용되는데, 원심은 보증채권의 수반성에 관한 법리를 보고 오해를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원고는 근저당권을 취득한 바 없으므로 근저당권의 말소회복청구를 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