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소심했던 그 남자가 변한 까닭은?]【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5. 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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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했던 그 남자가 변한 까닭은?]【윤경변호사】

 

<후배 판사의 호언장담>

 

사법연수원에서 교수로 근무할 당시 법원 모 커뮤니티의 ‘총무’를 맡으면서 ‘한중 합작 법률세미나’의 개최준비를 한 적이 있다.

‘간사’를 했던 ‘후배 판사’와 함께 꽤나 열심히 준비를 했다.

그 후배는 서른 중반의 의욕이 넘치고 적극적인 성격의 기특한 친구다.

 

언젠가 함께 외부미팅을 마치고 나오던 저녁이었다.

때마침 하늘에서는 아침 기상에도 없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차를 주차해 놓은 곳까지는 10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마침 지하철역 입구라서 우산을 하나 사려하는데 후배가 말린다.

 

“그래도 우산 하나 사서 쓰자. 비가 더 쏟아져 그대로 쫄딱 다 젖으면 어떻게 하냐?” <근심천만 버전의 나>

 

“에이 부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거 곧 그쳐요. 그리고 차 안에 우산이 3개나 있는데요. 괜한 돈 낭비 하지 마시고 나중에 그 돈으로 저에게 점심이나 사주세요.” <호연지기 버전의 후배>

 

“그게, 저기 말이지. 저 하늘 좀 봐라. 한바탕 쏟아질 기세 아니니?” <소심 버전의 나>

 

“아 글쎄 제 말을 확 믿으세요. 몇 방울 떨어지다 말거라니깐요!” <자신만만 버전의 후배>

 

이 친구가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으니 저리도 자신 있게 큰 소리를 치겠지 싶었다.

후배가 하도 강력하게 나오는 바람에 더 이상 토를 달 수 없었다.

 

하지만 하늘의 상황은 후배의 호언장담과 거리가 있어 보였다.

얼마 가지 않아 제법 굵은 빗줄기들이 이마 위에 내리꽂히듯 떨어지는 것이아닌가.

 

후배는 갑자기 내 손을 잡더니 그대로 편의점으로 뛰어들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포기가 쉬운 거 아냐? 그토록 자신 있게 뻑뻑 우겼으면 최소한 몇 미터는 그냥 더 버텨 봐야지.’

 

후배는 이런 내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명랑하게 지저귄다.

“잘못을 알았을 때는 ‘한 박자 빨리’, 그리고 내가 ‘먼저 자수’하는 편이 신상에 좋아요. 부장님, 그 대신 저에게 점심은 안 사주셔도 되겠네요. 하하하!”

 

경쾌하게 새로 산 우산을 펼쳐 든 후배의 ‘한 박자 빨리’ 정신 덕분에 어쨌거나 우리는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를 피할 수 있었다.

 

<먼저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나서 보자.>

 

도대체 무엇이 당신을 주저하게 만드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지금도 나는 ‘한 박자 빨리’와 ‘내가 먼저’ 전략을 중시한다.

바로 ‘적극성’이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과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

그러데 인간관계는 비교적 그 계산공식이 정확하다.

당신이 마음의 문을 꼭 닫고 두 손을 움켜쥐고 있으면, 상대방 마음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먼저 자신을 열어 보인다고 해서 크게 손해 볼 일은 없다.

 

어차피 서로의 이해를 주고 받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관계라면 당신이 먼저 주도적으로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기다리지 말고 당신이 먼저 ‘한 박자 빨리’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개방형 사고는 당신의 인간관계를 보다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실수를 저질렀을 때도 마찬가지다.

잘못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받아들이면 의외로 간단히 끝날 일도 갖가지 이유를 대며 합리화하다 보면 상황이 더 악화되고 만다.

이런 경우 상대방은 실수 그 자체보다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늘어 놓는 당신의 구차한 변명 때문에 더 화가 날 것이다.

어차피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이라면 적극적으로 한 박자 빨리 인정하는 것이 국면을 유리하게 전환시킬 수 있다.

실수는 누구나 저지를 수 있지만 대처하는 방법에 따라서 언제든지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는 타인의 경계심을 완화시키는 일등공신이며, 원활한 의사소통에도 효과적인 윤활유다.

타인을 향해 먼저 다가서는 것은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appeal)하는 행위다.

 

한 박자 빨리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자세는 당신을 불필요한 긴장감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당신 주변으로 모이게 만드는 마술을 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