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까칠남에 차도남이 되어 버린 또르]【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6. 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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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남에 차도남이 되어 버린 또르]【윤경변호사】

 

예전에 깜비는 문을 열자마자 나에게 달려 왔다.

15년간 한결 같았다.

 

그런데 '또르(Thor)'는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은 채 꼬리만 흔든다.

내가 직접 와서 자기를 쓰다듬으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내가 먼저 다가가면, 그제야 배를 홀라당 까보이면서 만져 달라고 꼬리친다.

아쉬운 내가 먼저 다가가 배를 쓰다듬고 만져준다.

 

아니꼬워 미치겠다.

이 놈을 길 들이려고 침대에서 함께 자지 않고, 무릎에 올려 놓지 않으며, 무절제한 애정 표현을 삼가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이놈을 보고 있노라면, 무관심한 척하기 어렵다.

일부러 외면하고 있으면, 슬슬 다가와 놀아달라고 몸을 비빈다.

 

응해주고 싶어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아악, 틀렸어. 난 못해. 그런 거 하려고 강아지랑 같이 사는 거라구.’

나도 모르게 또르를 와락 껴안고 데굴데굴 구르면서 ‘쪽쪽쪽쪽’ 뽀뽀 세례를 퍼붓는다.

 

오늘도 또르와의 밀당에서 패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