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진정한 친구는 우리에게 힘을 준다.]【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7.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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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친구는 우리에게 힘을 준다.]【윤경변호사】

 

<남자들에게 의리는 있지만, 진짜 친구는 없다.>

 

청소년 남자아이들은 어릴 적 영화 “친구”나 “영웅본색” 같은 영화를 보면서, 종이장보다 얇은 여자들의 우정을 비웃으며 남자들의 끈끈한 ‘의리’를 동경한다.

서로를 위해 목숨을 내 줄 수 있는 한없이 깊은 의리 말이다.

그래서 청소년기에는 한번쯤 폭력조직을 동경하기도 하고, 그 징표로 문신(Tattoo)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남자들의 의리와 우정은 여자들의 우정에 비해 대단할 것이 전혀 없다.

남자들에게 의리는 있지만, 진짜 친구는 없다.

실제로 그들은 친구 사이에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의 교류가 없고, 개인사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아내들이 오히려 남편의 친구에 대해 남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남편 친구의 아내와 30분만 대화를 하면 남편이 20년 동안 알아낸 것보다 많은 정보를 저절로 알게 된다.

 

남자들은 자기 연애사를 일일이 친구에게 말하지 않는다.

여자들은 남자친구와의 육체관계에 대해 수다를 떨 때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남자들은 절대로 자기 여자와의 섹스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자기 친구가 자기 여자의 몸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상상조차 하기 싫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친구의 연애사에 관해서 궁금해 하지 않을 뿐더러 감정과 관련된 소소한 말을 늘어놓은 남자를 ‘덜 떨어진 놈’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확실한 해결책을 알고 있지 않는 한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려 들지 않고, 듣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어쩌다 친구가 답답해서 넋두리라도 좀 하려 들면, “야, 그만해. 사내 자식이 징징대기는…. 술이나 마셔!”하고 입을 막아 버린다.

친구의 약한 모습에 남자로서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데다, 고민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고 싶어서다.

 

<친구가 있어도 외로운 남자들>

 

남자들은 ‘친구’란 대화를 통해 감정적인 교류를 하기 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남자들의 우정이란 실연을 당해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를 말하고 위로받는 나약한 관계가 아니라, 빚보증을 서줄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빚보증은 경제적 위험부담이 큰 만큼 사나이들의 우정을 시험하는 가장 큰 무대였다.

 

남자들이 별다른 감정적인 교류 없이 오로지 희생적인 의리와 우정만을 강조함으로써 얻고자 한 것이 있다.

지속적인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여 자신의 현 위치를 보장받고자 하는 안도감도 있을 것이고, 이를 위해 친구로부터 받을 수 있는 실질적 도움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여자들은 친구관계를 맺는 동안 주고 받는 감정적 교류에 집중하고, 만나는 동안 원하는 것을 다 얻는다.

그래서 여자들은 친하지도 않았던 과거의 사람들을 애써 다시 만날 필요를 못 느낀다.

‘인맥 만들기’가 주목적인 동창회 같은 모임에 남자들은 관심을 가지는 반면 여자들은 잘 참여하지 않는다.

 

감정적 친밀성을 바탕으로 한 여자들의 친구관계는 ‘남자들의 얕고 넓은 인간관계’만큼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친구관계 마저 ‘사회적 인맥유지’와 ‘비즈니스의 연장’인 남자들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삭막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친구의 정의가 ‘상대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느끼고 공감하는 것’이라면 남자들에게는 진짜 친구가 없는 셈이다.

원시수렵시대 이후부터 주위의 다른 수컷들과 사회적 협력관계를 추구함으로써 생존확률을 높여야만 하는 남자들로서는 ‘대범함’이나 ‘남자다움’이란 명분 아래 친구 간의 사소한 감정 따위는 가볍게 무시해 버리고, 가끔씩 서로 어려운 일에 발 벗고 나섬으로써 우정을 확인하는 카타르시스(catharsis)의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그들은 실상 친구가 있어도 외롭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도움이 되는 진정한 친구는 의리를 강조하면서 빚보증을 서거나 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그런 친구가 아니다.

 

친구란 자연스레 마음이 통하고 서로의 느낌을 공감하는 사람이다.

친해질수록 마음이 닮아간다.

자신의 약하고 못난 속내를 마음 놓고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는 인생의 어떤 위기도 무사히 넘길 수 있다.

진정한 친구는 우리에게 힘을 준다(Real Friends Fluff Your Aura).

 

이제는 남자들에게도 그런 친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