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멋진 미술관의 아크릴 내음과 뺨을 스치는 시원한 가을바람의 감촉]【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9. 1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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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미술관의 아크릴 내음과 뺨을 스치는 시원한 가을바람의 감촉]【윤경변호사】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임을 느낀 하루,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아침 운동을 하면서 창밖을 보니 가을 날씨가 너무 화창하다.

주말에 이런 멋진 날씨를 보는 것은 겨우 몇 번밖에 없을 거다.

 

따뜻한 햇살을 만끽하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쪽으로 산책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몇 달 전 북촌마을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국립현대미술관 주차장을 보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에 있는데, 언제 옮긴 걸까?

 

호기심에 난생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방문했다.

언제 이런 멋진 곳이 생겼는지 놀랍기만 하다.

 

규모도 ‘서울시립미술관’에 비해 엄청나게 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건물의 디자인과 인테리어가 무척 아름답고 멋있다.

물론 전시된 작품들도 아주 훌륭하다.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미술관 주변으로는 삼청동길과 북촌마을이 이어져 있다.

미술관 옆 한옥을 개조한 예쁜 카페(자작나무이야기)에서 모히또(Mojito)를 한 잔 마셨다.

낡은 벽을 휘감은 담쟁이 넝쿨을 보고 있노라니, 기분이 좋아진다.

 

영화 굿윌 헌팅에서 교수로 나온 로빈 윌리엄스는 오만한 천재소년 맷 데이먼에게 말한다.

“내가 미술에 대해 네게 물으면 넌 온갖 정보를 다 갖다 댈걸. 미켈란젤로를 예로 들어볼까? 그의 걸작이나 정치적 야심, 교황과의 관계, 성적 본능까지도 넌 알고 있을 거야. 그치? 하지만 시스타나 성당의 내음이 어떤지는 모를걸? 한 번도 그 성당의 아름다운 천장화를 직접 본 적이 없을 테니까.”

 

오늘 멋진 국립현대미술관의 아크릴 내음, 담벽에 싱그럽게 붙어 있는 담쟁이 덩쿨향과 뺨을 스치는 시원한 가을바람의 감촉을 느꼈다.

 

철들지 않았을 때는 경험보다 지식과 기술에 의존하며 이들의 축적에 자부심을 느끼고 그것이 최고의 진리라 믿고 살아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직접 체험한 것이 더 진실하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책이나 남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가 느끼는 직접체험, 그 오감(五感)의 즐거움을 통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경험하는 것, 목적이 아니라 과정을 더 중요시하는 것, 그 삶의 여행을 즐겁게 회상하는 것, 이것이 인생의 묘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