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우울은 병이 아니다. 아픈 마음을 스스로 치유하려는 자정작용이다.]【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10. 25. 20:32
728x90

[우울은 병이 아니다. 아픈 마음을 스스로 치유하려는 자정작용이다.]【윤경변호사】

 

<우울한 기분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현대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다채로운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컴퓨터를 켜면 세상의 모든 것을 쇼핑할 수 있고, 주말마다 놀러가는 차들로 고속도로는 북새통을 이룬다.

스포츠와 레저를 즐기고, 맛있는 먹거리들이 넘친다.

사람들은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모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광범위하고도 고독한 우울을 경험하고 있다.

공부가 힘든 아이들, 직장에서의 압박에 시달리는 회사원, 전업주부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인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우울은 결코 병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 기쁨, 분노, 슬픔 같은 인간의 자연스런 감정 중 일부다.

사랑이나 기쁨을 ‘질병’으로 여기지 않듯이 우울도 우리가 살아 있기에 느끼는 감정이고 몸이 일으키는 변화에 대한 반응일 뿐이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몸이나 마음이 받은 상처이지 우울이 아니다.

우울은 오히려 그 아픈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강력한 자정작용을 가지고 있다.

 

몸에 병원균이 침입하면, 백혈구가 병원균을 잡아먹게 되고 그 백혈구 덩어리가 쌓인 것이 바로 '고름(pus)'이다.

즉 고름은 세균덩어리가 아니라 세균을 죽이는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이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상처를 입으면, 켜켜이 쌓인 찌꺼기들을 분해하여 해독시키는 자정작용을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우울’이다.

 

우울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고, 마음을 오염시키는 감정의 찌꺼기들을 제거해 나간다.

힘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것이다.

 

<치유의 과정에는 우울의 시간이 필요하다.>

 

바쁘게 뛰던 사람도 마음이 아프면 멈춰 서서 이대로 괜찮은지 돌봐야 한다.

그 동안 얼마나 힘들었고 지금까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숨 막히는 통증과 슬픔, 앞이 꽉 막힌 듯한 답답함과 불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이 치유의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 있고 싶어지고 조용히 내면의 소리를 듣고자 하는 것도 자연스런 모습이다.

 

때문에 ‘우울하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표이고, 마음 속에 치유의 힘이 있다는 반증이다.

 

우울해지면 항상 이 사실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지금 나는 마음을 치유하는 중이구나. 쌓인 감정의 상처와 매듭을 마음이 열심히 풀어나가고 있구나.’

 

우울은 상처가 아니라 상처에 내려앉은 딱지 같은 것이다.

그러니 우울할 때는 오히려 우울에 감사해야 한다.

우울의 적막한 시간은 치유의 시간이고 난관을 돌파하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내면의 우울과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사람들은 기회를 만났을 때 댐이 일시에 방류하듯 강한 돌파력을 보여준다.

 

살다보면 때로는 자신을 가두고 가슴이 맺히도록 놔두어야 할 순간들이 있다.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확실한 것은 그런 우울이 당신을 치료하고 성장시켜 준다는 것이다.

 

우울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언제나 달은 떠오르고, 밀물과 함께 파도치는 바다도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때가 되면 맑고 투명한 바닷물이 다시 당신 안을 가득 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