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도 낚였다.]【윤경 변호사】
<비교심리 때문에 낚이는 사람들>
지난 토요일 산책길에서 돌아오던 중 ‘렌탈 안마의자’를 구경하다가 그만 나도 모르게 주문신청서에 서명을 하고 말았다.
전혀 계획에 없는 일을 충동적으로 벌였다.
지름신이 강림했기 때문일까.
아니다.
낚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낚인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람이 와인을 ‘4-5만 원대’의 가격에 많이 팔고 싶다고 가정하자.
음식보다는 술이 훨씬 이윤이 많이 남는다.
그런데 현명한 가게주인은 단순히 가격 배치를 함으로써 와인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와인리스트에 ‘4만 5천 원의 와인(B 와인)’이 있을 경우 사람들은 주문을 망설인다.
하지만 비싼 가격의 와인(10만 원의 A 와인)을 추가할 경우 B 와인은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여 주문량이 많아진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5천 원짜리 싸구려 와인(C 와인)을 추가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체면 때문에 중간가격의 ‘B 와인’을 거리낌 없이 주문한다.
A 와인과 C 와인은 그저 B 와인을 구매하게 만드는 미끼에 불과하다.
레스토랑 주인은 가장 비싼 가격대의 요리를 메뉴판에 올림으로써 손님들로 하여금 그 다음으로 비싼 가격대의 요리를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물론 두 번째로 비싼 가격대의 요리는 충분한 이윤이 남도록 교묘하게 배치된 메뉴다.
<미끼(decoy) 하나의 효과는 놀랍다.>
인터넷회사의 IP TV에서도 매출을 올리기 위해 결합상품을 내놓는다.
여기에도 미끼가 있다.
그들은 다음과 같이 가격을 책정한다.
1. TV만 시청할 경우 5천 원
2. 영화만 시청할 경우 9천 원 (실제 단가 4천 원)
3. TV와 영화를 함께 시청할 경우(결합상품) 9천 9백 원
이 경우 사람들은 3번 결합상품을 가장 많이 선택한다.
그저 가격 책정만 조작했을 뿐인데 말이다.
미끼 하나가 이런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사람들이 ‘비교심리’가 이런 터무니 없는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비교의 순환고리를 끊는 것 뿐이다.
그나저나 나는 왜 낚였을까?
그냥 낚이고 싶었다.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는가.
침체된 우리 경제도 살려야 하고.
게다가 판매원의 말에 의하면, 하루 커피 한 잔 값만 절약하면 된다지 않는가.
푼돈처럼 느끼게 만드는 이런 말이야말로 사실 판매원들이 가장 많이 쓰는 미끼 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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