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27)】《달과 별이 머무는 곳, 쉬토라이 모히하사 여름궁전(Sitorai Mohi Hosa)’》〔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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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라 외곽, 햇살에 빛나는 궁전 하나가 조용히 시간을 품고 있다.
이름부터 낭만적인 쉬토라이 모히하사, 그 뜻은 ‘달과 별의 궁전’.
마치 아라비안나이트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이 여름궁전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사이, 찬란한 사라짐을 준비하며 지어졌다.
부하라 칸국의 마지막 군주,
알림 칸(Amir Alim Khan)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지은 여름 궁전이다.
그녀는 병약했고, 별과 달을 유난히 좋아했단다.
그 밤하늘을 닮은 이름이
이 궁전에 새겨졌다.
궁전의 대문을 지나면
세월에 덧칠된 정원이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잔잔히 흐르는 분수와,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
한때는 연회를 열고, 시를 읊고, 사랑을 속삭였을 그 방들은
지금은 다만, 침묵 속에 빛과 바람을 품고 있다.
나는 조용히 왕의 접견실 한가운데 서서
거울로 장식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아무 말도 없었지만,
수많은 시선과 고백, 아쉬움과 다짐이
아직 떠다니고 있는 듯했다.
이 궁전이 더 아름다운 이유는
누구도 완전한 행복으로 살지 못했음을
아름답게 고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나라를 잃었고,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냈고,
그리고 자신도 결국 망명자의 운명을 맞이했다.
그러나 그 모든 상실을 품은 이 궁전은
지금도 달과 별을 품은 채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날, 정원 한켠에서 공작 한 마리를 마주했다.
햇빛에 물든 초록과 파랑이 깃털 끝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숨을 죽였다.
그 모습은 마치 궁전 자체가 생명을 가진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그 발걸음은 조용했고,
눈빛은 경계하되 위엄 있었으며,
그 긴 꼬리는 바람에 따라 소리 없이 퍼졌다.
그 순간, 깨달았다.
궁전이 오래되어도,
시간이 무너져도,
진짜 아름다움은 여전히 숨 쉬고 있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