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28)】《큰 거리의 교차점을 반구형 지붕으로 덮은 노천시장 ‘굼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6. 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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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28)】《큰 거리의 교차점을 반구형 지붕으로 덮은 노천시장 ‘굼바스(gumbaz)’를 걷고, 부하라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칼란 미나렛(Kalan Minaret)’을 보고, 라비 하우즈(Lyabi Hauz)의 연못가를 거닐었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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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를 마친 후 부하라의 시내를 구석구석 걸었다.
지도보다 낯선 골목, 이름 없는 벽, 따스한 바람이 먼저 길을 안내했다.
 
먼저 찾은 곳은 굼바스(Gumbaz).
큰 거리의 교차점 위로 반구형 돔이 우뚝 솟아 있는 노천시장.
천장 틈새로 흘러내리는 햇빛,
그 아래 반짝이는 은 세공품과 자수 천들.
상인들의 말소리는 다정하면서 너그럽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어린아이 웃음은 시장의 공기를 더욱 부드럽게 만들었다.
나는 천천히 걸으며 과거의 길목을 만지고 있었다.
 
그리고 부하라의 상징, 칼란 미나렛(Kalan Minaret).
햇살 아래, 조용히 하늘을 찌르듯 솟은 황토색 탑.
그 앞에 서자 나도 모르게 고개가 젖혀졌다.
수 세기 동안 이곳을 지켜본 탑의 기품은
침묵 속에서도 말을 걸어왔다.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고,
“시간은 지나가지만 중심은 지켜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라비 하우즈(Lyabi Hauz) 연못가에 앉았다.
물 위로 나무의 그늘이 드리워지고,
이따금 지나가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400년을 넘긴 뽕나무 아래,
나는 뜨거운 차 한 잔을 마시며 고요에 귀 기울였다.
떠들썩했던 시장과 위엄 있던 탑과 달리,
이곳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조용히 내 곁을 지켰다.
 
굼바스에서 과거의 흔적을 만지고,
칼란 미나렛 앞에서 중심을 되새기고,
라비 하우즈 곁에서 오늘의 평화를 누렸다.
 
이 하루는 그렇게,
걸었고, 멈췄고, 그리고 기억으로 남았다.
부하라, 그곳은 시간을 걷는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