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38)】《타슈켄트 지하철을 타고 고려인 식당으로 향하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6. 1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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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38)】《타슈켄트 지하철을 타고 고려인 식당으로 향하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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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르수 바자르에서 도보로 가까운 전철역으로 향한다.

지하철을 타고, 여행 마지막 식사를 하러 고려인 식당으로 가는 길이다.

 

코스모나브틀라르(Kosmonavtlar) 역에서 잠시 내려본다.

기둥마다 장식된 유리공예가 눈부시다.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유리들은 별처럼 반짝인다.

지하철역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이곳은 단순한 환승지가 아니라 하나의 작은 성전처럼 느껴진다.

 

고려인 식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차분하면서도 아쉽다.

여행이 끝나가고 있다.

이 여정의 끝자락은 어쩐지 내 인생의 황혼과 닮아있다.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

별 볼 일 없는 일을 하게 되고,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으며,

별 볼 일 없는 하루들이 모여 삶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이란 건 저절로 도착하는 정거장 같은 것이다.

나는 자꾸만 느린 열차를 타고 싶다.

바람에 나부끼는 마음을 뒤로 하고,

정처 없이 흐르는 시간을 애써 모른 척하며.

 

해마다 도착하는 그 나이의 색깔을 기다린다.

삶은 나이마다 고유한 색깔과 질감을 가지고 있다.

여리고 미숙하거나, 닳고 바랬거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의 색이 있다.

 

그리고 나는,

바로 지금의 이 색깔에 열광한다.

그것이 젊음의 형광빛이 아니라

늙음의 빛바랜 노을색일지라도.

 

나는 이 나이에도 여전히 새로운 여행을 꿈꾼다.

이 여행에서뿐만 아니라, 진짜 내 삶 안에서도.

길이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린다고,

허탈해할 필요는 없다.

방향만 바꾸면, 여기가 또 시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