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사 사이에서 꿀을 맛보다】《삶을 붙드는 나무뿌리와 벌꿀 한 방울》〔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한 남자가 밀림 속을 달리고 있었다.
두 마리의 거대한 코끼리가 분노에 차 그를 쫓고 있었다.
숨이 차오르기 직전, 그는 길가에서 우물 하나를 발견하고는 본능적으로 그 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우물은 말라 있었고, 그 밑바닥엔 검은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간신히 우물 벽에 자란 나무뿌리를 붙잡은 그는 매달린 채 아슬아슬한 줄 위에서 숨을 몰아쉬었다.
위로는 코끼리들이 긴 코를 늘어뜨리고, 아래로는 뱀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 때였다.
작은 구멍에서 흰 생쥐와 검은 생쥐가 나와, 그가 붙든 나무뿌리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시간은 흐르고, 생은 점점 깎여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나뭇가지에 매달린 벌집에서 꿀방울이 떨어졌다.
그는 혀를 내밀어 꿀을 받아먹었다.
“음… 참 맛있네.”
그는 그렇게 미소 지었다.
삶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죽음과 재앙 사이, 탄생과 소멸 사이, 빛과 어둠 사이에서
우리는 불안정한 줄 하나를 붙들고 있다.
모든 것이 위태로운 그 순간에도 꿀은 떨어진다.
그 꿀을 맛볼 줄 아는 것이 지혜이고,
그 달콤함을 놓치지 않는 것이 삶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생쥐는 계속 뿌리를 갉았고,
코끼리는 더 깊이 몸을 기울이다 결국 우물 속으로 떨어졌다.
코끼리들은 그 아래의 뱀을 덮쳐 죽였고, 그 자신들도 죽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남자는 꿀을 맛보는 것을 멈추고
우물 벽을 타고 기어 올라왔다.
죽음이 사라진 그 순간, 그는 다시 살아남기 위해 움직였다.
삶은 가끔 모든 것이 끝난 듯 보이는 순간에도
또 다른 결말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라면,
그저 꿀 한 방울의 달콤함을 즐기자.
그러다 때가 오면, 우리는 다시 움직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삶의 지혜이며,
살아 있는 자의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