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아재 패션’을 지나 ‘할배 패션’】《왜 그리 튀는 양아치가 되고 싶냐고? 아무래도 내가 전생에 양아치였음이 분명하다. 어깨 깡패가 되어 껄렁거리며 활보하는 전생의 내 모습이 꿈속..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6. 18.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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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패션을 지나 할배 패션】《왜 그리 튀는 양아치가 되고 싶냐고? 아무래도 내가 전생에 양아치였음이 분명하다. 어깨 깡패가 되어 껄렁거리며 활보하는 전생의 내 모습이 꿈속에서 자주 등장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https://yklawyer.tistory.com/category/%EB%B3%80%ED%98%B8%EC%82%AC%20%EC%9C%A4%EA%B2%BD/%EC%88%98%ED%95%84

 

아재 개그, 아재 패션이란 말이 있다.

아재란 '아저씨'의 낮춤말로 아저씨스러움이 있는 사람한테 흔히 쓰는 말이다.

'아저씨 같다'라는 말보다 '아재 같다'라는 말이 정감이 가서, 요즘 유행처럼 쓰인다.

 

패션도 예외는 아니다.

아저씨 같은 스타일을 '아재 패션'이라 지칭하는데, 아재 패션의 완성은 아재 아이템이 있기에 완성된다.

발등에 바지 끝이 접히거나, 찌찌가 보이는 찌셔츠를 입거나, 발가락 양말을 신거나, 통이 큰 바지를 입거나, 아웃도어를 입고 돌아다니면 영락 없이 아재로 전락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근데, 아재를 넘어 좀 더 나이가 들면, 할배 패션으로 들어간다.

아이템 자체가 무언가 더 튀고, 좀 괴기스러워 보인다.

양아치 패션에 가깝다.

근데 할배가 되면, 그런 아이템이 무척 예쁘게 보이고, 갖고 싶어 안달이 난다.

 

평소 사무실 출근시에는 정장에 흰 와이셔츠, 넥타이를 단 하루도 안 입는 적이 없다.

심지어 폭염의 여름 날에도 예외는 없다. 언제나 정장이다.

 

반팔 와이셔츠는 결코 입지 않으며, 아예 한 벌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긴 팔 와이셔츠는 모두 흰색이며, 색깔이 들어간 와이셔츠는 단 한 개도 없다.

평일에는 콤비조차 입지 않는다.

아예 콤비 정장이 없다.

평소에 입는 정장, 와이셔츠, 넥타이가 너무 완벽하게 깔끔하고 단정해서 내가 감히 튀는 옷을 입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날이나, 여행을 갈 때는 완전히 다른 규칙이 적용된다.

할배 패션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런 날은 절대 정장을 하지 않는다. 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양아치 패션을 하고 싶어죽을 지경이다.

 

해골이 박힌 은목걸이와 팔찌 등을 꺼냈다.

전에는 해외여행 갈 때만 착용했는데, 이제는 주말에 외출할 때 가끔씩 착용을 한다.

점점 양아치 수위가 높아지고 과감해지고 있다.

 

기존에 썼던 톰브라운(Thom Browne) 선글라스는 너무 평범해 보여, 이번에는 톡톡 튀는 부쉐론(Boucheron) 선글라스를 새로 골랐다.

바로 이런 양아치스러운 아이템이 할배 패션의 완성이다.

 

이번 해외 여행에서 커다란 왕 해골 반지만 득템하면 된다.

 

왜 그리 튀는 양아치가 되고 싶냐고?

그건 어쩔 수 없는, 숨겨진 내 본성인 모양이다.

 

개구리가 시냇물을 건너려고 하는 참에 전갈을 만났다.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전갈이 개구리한데 부탁했다.

나도 저 냇물을 건너야 하니 제발 자네 등에 업혀 갈 수 있게 해다오.”

 

개구리가 거절했다.

네가 갖고 있는 독침이 너무 무서워 나는 자네를 태우고 갈 수가 없다네.”

 

전갈이 형편을 설명하고 사정했다.

내가 자네에게 독침을 쏘게 되면 둘 다 죽게 되는 걸 잘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지를 수가 있겠나.”

 

잠깐 생각에 잠겨 있던 개구리는 어렵게 부탁을 수락하고 전갈을 등에 업고 물을 건너가기 시작했다.

개구리의 등에 죽은 듯이 엎드려 있던 전갈은 물살이 거세어지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전갈은 밀려오는 물결이 점차 거칠어지자 두려움으로 벌벌 떨다가 순간적으로 개구리의 등에 독침을 쏘고 말았다.

 

독침에 쏘인 개구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전갈에게 소리쳤다.

이 바보야, 이제 우린 둘 다 죽게 되었어. 어쩌자고 내게 독침을 쏜 거야?”

 

전갈은 꺼져가는 한숨소리를 내지르며 슬픈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것이 내 본성(천성)이야.”

 

영화 크라잉 게임(The Crying Game, 1992)”에 나오는 전갈과 개구리 이야기다.

타고난 본성은 정말 변하지 않나 보다.

아니면 내 전생이 양아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