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여행을 앞에 두면, 많은 일이 벌어진다.】《여자들이 서슴없이 비싼 앙트레와 애피타이저를 주문하고도 얼굴에 ‘나 돈 없어’라고 써있는 남자들의 시선을 무시해도 되는 며칠간을 즐기..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6. 2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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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앞에 두면, 많은 일이 벌어진다.】《여자들이 서슴없이 비싼 앙트레와 애피타이저를 주문하고도 얼굴에 나 돈 없어라고 써있는 남자들의 시선을 무시해도 되는 며칠간을 즐기는 기간이 해외여행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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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앞에 두면, 많은 일이 벌어진다.

남자들은 짐 싸는 것은 10분이면 족한데, 여자들은 2달에 걸쳐 짐을 싼다.

가져갈 옷을 일일이 거울보며 입어본다.

쌌던 짐을 풀고 다시 싸기도 한다.

그까짓 거야 얼마든지 봐 줄만 하다.

 

문제는 남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여자들의 질문은 복잡하고 감정적이며 미묘하다.

태어날 때부터 모든 여자에게는 남자들의 애정과 진실성의 깊이를 시험해 보기 위한 프로그램이 입력되어 있다.

 

이 바지 입으니까 뚱뚱해 보여?”

이것은 정말 바지와 아무 상관 없는 발언이며, 남자들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

무슨 말을 꺼내야만 정답이 되는 걸까를 고민하느라 순간적으로 머뭇거리는 순간 여자들의 편집증 호르몬이 즉각 체내에서 분비되면서 이 말을 곧 이렇게 해석된다.

내가 정말 뚱뚱하다고 생각하고 있구나.’

 

곧이어 티슈 한 상자 분량의 눈물이 흐르고, 남자들의 영문 모를 사과가 계속된다.

필연적으로 일 년에 두 번은 이 끔찍한 일들이 반복된다.

여자들은 그나마 진화해서 다행히 고릴라가 되지 않은 단순무지한 포유류와 살고 있다는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도 여행에 들떠 흥분하며 좋아하니, 고맙고 다행이다.

비행기에 탑승하고 최초의 카드요금이 날라오기까지의 기간을 해외여행이라 부른다.

여자들이 서슴없이 비싼 앙트레와 애피타이저를 주문하고도 얼굴에 나 돈 없어라고 써있는 남자들의 시선을 무시해도 되는 며칠간을 즐기는 기간이 해외여행이다.

 

여행을 앞두면, 여자들의 무자비한 쇼핑이 시작된다.

여자들에게 쇼핑은 친구와 전화로 대화하기와 같은 것이다.

그녀들은 무슨 용건이 있어서 전화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그녀들에게 쇼핑은 구체적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몇 시간에 걸쳐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전개된다.

 

또 구체적 결과를 달성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들은 물건을 사든 않든 쇼핑을 느긋하고 즐거운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의 쇼핑에 따라 나섰다가 20분 이내에 뇌출혈을 경험한다.

 

남자들은 그녀가 물건을 살 생각이 없으면서도 보는 것 자체를 즐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남자는 힘이 솟구치는 기분을 느끼려면 뚜렷한 목표, 맞추어야 할 타깃(target), 일목요연한 시간표가 있어야 한다.

그는 먹이추적자이고 그게 그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냥감을 재빨리 죽여서 집으로 가져오고 싶어 한다.

 

이런 갈등을 해소시키기 위해서 백화점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고안해 냈다.

쇼핑을 함께 나온 남자가 쉴 수 있도록 라운지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커피 등 음료에 떡이나 케익을 전부 무료로 제공한다.

이곳에서 느긋하게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큰 실수라는 것을 남자들은 깨닫는다.

백화점 측의 교묘한 영업전략이다.

 

너무나 많은 쇼핑 구매 물건에 놀란 남자가 묻는다.

그거 얼마 주고 샀어?”

 

눈을 반짝이며 명랑한 목소리로 가격표를 보여주는 그녀의 대답은 한결 같다.

싸게 샀어. 이거 봐, 반값이잖아.”

 

절반 값에 산 현명한 그녀에게 어떻게 화를 낼 것인가?

고마워, 당신이 최고야.”

 

게다가 그 속에는 남자에게 줄 선물도 들어 있다.

남자들은 여자선물 하나 사려면 이리저리 소란만 피우다가 결국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여자들은 어쩌면 그렇게 수월하게 적절한 선물을 골라내는 지 모르겠다.

남자들에게 선물 사달라고 조르는 것보다 여자가 스스로 알아서 사는 것이 더 속편하다.

 

잔소리를 했다가는 또르의 안위가 걱정된다.

여자의 그 무서운 협박성 발언 말이다.

얘들아. 아빠에게 말해. 아빠가 애지중지하는 또르는 죽었다고.”

 

여자가 백화점 안경점에서 마음에 드는 화려한 선글라스를 골랐다.

가격표가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이게 딱이야라는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고, 10초만에 그 선글라스를 구입했다.

정확히 내가 원하는 것이네요.”

 

남자는 깊이 숨을 들이 쉬었다.

또르의 행복을 위해 무언가 보조를 맞추어 거들어야 하는 한마디를 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엄습했다.

완벽해!”

그리고 미국 듀크대 유학시절 강의 들었던 협상론에서 절대로 사용하지 않아야할 문장 1순위로 꼽는 말을 나도 모르게 내뱉었다.

가격이 얼마이든 상관 없어요.”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세상사가 힘들어지면 쇼핑을 한다.”

그러니 그녀가 가끔씩 기분이 울적해서 뭔가를 산다고 해서 난리법석을 피우지 말자.

 

인생은 짧다.

물론 카드청구서가 돌아오는 시간은 더 짧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다.

백화점이나 쇼핑몰 같은 곳에서는 공짜 커피나 홀짝거리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으면 절대 안된다.

 

항상 그녀의 손을 잡아라.

당신이 그녀를 지극히 사랑한다는 표시가 된다.

손을 놓치면 여자는 당장 쇼핑하러 뛰어가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