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여행은 우리의 마음을 설레고 흥분되게 속일 수 있는 기분 좋은 의식(Ritual)이다.】《여행은 일탈이다. 나이들수록 단조롭고 지루한 일상 속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6. 1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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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우리의 마음을 설레고 흥분되게 속일 수 있는 기분 좋은 의식(Ritual)이다.】《여행은 일탈이다. 나이들수록 단조롭고 지루한 일상 속에서 삶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을 만족시키기에 해외여행만한 것이 없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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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난 깨달았어.
우리의 마음은 쉽게 겁을 먹는다는 것을.
그래서 속여줄 필요가 있지.
큰 문제가 생기면 가슴에 손을 대고 말하라고.
“알 이즈 웰!”(All is well)
 
 - 영화 ‘세 얼간이’ 중에서 -
 
여행은 일탈이다.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의 탈출이다.
 
‘사소한 일에 감동하고 즐기면서 살라’고 말하지만 사실 실천하기 쉽지 않다.
단조롭고 반복적인 업무 속에서 감탄하고 감동받을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나 같이 역마살이 가득한 인간은 단조롭고 지루한 일상 속에서 삶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을 만족시키기에 해외여행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해외여행을 계획하다보면, 사실상 3번의 여행을 하게 된다.
 
첫 번째는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여행경로를 지도상에서 따라가 보는 사전 여행이다. 여행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면서, 그 준비하는 몇 달 동안 기대감과 설레임에 가슴 뛰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두 번째 여행은 실제로 여행지를 직접 가서 보는 여행이다. 발로 뛰고 눈으로 직접 보는 환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세 번째 여행은 갔다 온 여행지를 글로 기록하면서 자신이 찍은 사진을 다시 보고, 기억을 되짚어 보는 것이다. 가짜 같은 진짜 여행이다. 글로 쓰는 3번째 여행은 글로 쓰는 과정에서 실제 발로 뛴 여행에서 놓쳤던 것을 새롭게 많이 알게 될 뿐만 아니라, 더욱 살을 붙여 여행의 추억을 풍성하게 만든다.
 
1월에 ‘이집트 여행’을 다녀온 후 즉시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2가지 이유에서이다.
첫 번째는 미리 예약을 하면, 여행갈 때까지의 몇 달 동안 기대감에 부풀기 때문에 단조롭고 지겨운 일상생활에 활력과 호기심을 준다.
두 번째로는 좋은 좌석 확보 때문이다. 나이들면 해외여행에서 가장 힘든 것이 11시간 이상의 장시간 동안 좁아터진 공간에서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기가 뜬다는 광고 메시지를 받고 좌석예약을 하게되면, 이미 5줄에 불과한 비즈니스석은 거의 매진상태다. 여행사나 대리점에서는 전세기 운항 광고가 나가기 전에 미리 중요고객들에게 먼저 좌석예약을 해준다.
 
이번 ‘토스카나’와 ‘돌로미티’ 여행은 언덕이나 절벽 위에 있는 소도시들을 오르락 내리락 하여야 하고, 산악 지역을 이틀간 트래킹하기 때문에 지금 이 나이에 가지 않으면 앞으로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
노화는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임이 명백해 보인다.
 
여행을 싫어하는 분도 있다.
내가 아는 60대 초반의 어느 변호사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어 여권을 만든 적이 없다.
“난 해외여행이 싫어. 산이 좋아.”
 
그는 정말로 해외여행을 싫어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으며,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오랜 시간을 좁은 비행기에 갇혀 있는 것도 싫다고.
 
반팔티와 바지 몇벌을 꺼내 조합을 했다.
트래킹화와 운동화를 꺼내 손질했다.
신발끈도 새로 교체했다.
 
모자를 꺼내고 신발을 손질하는 것만으로도 역마살이 발동하면서 괜히 설레고 심장이 콩콩 뛴다.
난 항상 두근거리고 설레고 싶다.
가슴이 뛰고, 자꾸 생각나고, 이 순간 기대되는 그 느낌이 바로 설렘이고 두근거림이다.
설레는 일이 있으면, 삶이 행복하고 재미있다.
 
여행은 그저 집 안의 창문을 여는 일이다.
간다고 해서 인생이 찬란하게 빛나는 것도 아니고, 가지 않는다고 해서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나면, 같은 방이지만 분명히 다르다.
가끔 인생의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가 흐르는 방의 주인이 되고 싶다면, 속는 셈치고 무작정 떠나보자.
 
비록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그 사이에 강한 감동의 변화가 우리 마음 속에 조금씩 스며든다.
그것이 사소하게나마 우리 자신을 변화시킨다.
 
여행이 필요하지 않은 나이는 없다.
돈과 시간이 생긴 후에 여행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마라.
여행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을 많이 보았지만, 그들은 돈과 시간이 남아 도는 행운아들이 아니었다.
 
여행은 늙어서 은퇴 후 가는 것이 아니라 늙기 전에 가는 것이다.
죽기 직전에 가는 여행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여행의 진짜 가치는 경험이 쌓이고 시간이 흘러야 빛을 발한다.
좋은 추억이 앞으로 살아갈 남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