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노견일기의 풋코가 세상을 떠났다니!】《두려움은 지나칠 만큼 행복한 순간에 불쑥불쑥 고개를 든다. 오늘은 또르에게 맛있는 것 많이 주어 포동포동 살을 찌워야겠다.》〔윤경 변호사 더..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7. 2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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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견일기의 풋코가 세상을 떠났다니!】《두려움은 지나칠 만큼 행복한 순간에 불쑥불쑥 고개를 든다. 오늘은 또르에게 맛있는 것 많이 주어 포동포동 살을 찌워야겠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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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르와 산책을 했다.
또르가 신이 나서 냄새를 맡는다.
 
기분 좋은 일이 없을 때도 또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나 역시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또르는 먹고 싶은 것을 먹기 위해 주문을 하거나 냉장고를 뒤질 수 없다.
내가 주는 음식만 먹는다.
산책하고 싶어도, 내가 데리고 나가지 않으면 밖에 나갈 수 없다.
 
그리 생각하면, 또르의 행복은 나에게 달렸는데 내가 바쁘고 귀찮다는 이유로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하고 밖에도 자주 데리고 나가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내가 침대에 누우면, 달려와 내 손등을 핥아댄다.
손을 이불 속에 넣고 있으면, 왼손을 내어달라고 나를 툭툭 친다.
그럴 때는 정말 예쁘고 귀여워 죽을 지경이다.
 
배를 발라당 내보이며 만져달라고 조른다.
손으로 오랫동안 배를 천천히 쓰다듬으면, 엄청 편하고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다.
나도 모르게 또르의 말랑말랑한 배에 내 얼굴을 파묻고 비벼대고 뽀뽀를 한다.
내 턱수염 때문에 따가울 텐데도 또르는 가만히 있는다.
 
노견일기의 풋코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어제 들었다.
갑자기 겁이 난다.
또르는 2015. 3. 15.생이니, 또르도 벌써 8살이 넘었다.
 
또르는 내가 사랑하는 존재 중에서 가장 먼저 내 곁을 떠나게 될 것이다.
처음 갓 태어난 또르를 집에 데려올 때는 그저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만 있었을 뿐 언젠가 찾아올 이별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각오를 미처 다지기도 전에, 두려움이 먼저 찾아온다.
 
두려움은 지나칠 만큼 행복한 순간에 불쑥불쑥 고개를 든다.
매일 아침 침대 위 내 옆에서 세상만사 아무 걱정 없이 포근한 모습으로 잠든 또르를 볼 때, 소파에 앉아 있는 내 옆으로 살며시 다가와서는 체온이 닿도록 내 무릎 위로 올라와 털썩 앉을 때, 집에 돌아와 문을 여는 순간 미친 듯이 꼬리를 흔들며 내 품으로 달려올 때, 자기 전 침대 옆에서 내 손등을 열심히 핥아댈 때.
그 순간들이 영원할 수 없다는 생각에 갑자기 눈물이 핑돈다.
 
오늘은 홍합 말린 것과 파인애플 조각을 주는 날이다.
맛있는 것 많이 주어 포동포동 살을 찌워야겠다.
 
또르의 존재는 삶의 기쁨이요, 행복의 원천이다.
또르야, 그저 건강하게만 지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