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집합투자업자의 집합투자재산 운용단계에서 선관주의의무위반과 손해액산정>】《집합투자업자의 집합투자재산운용단계에서 선관주의의무위반을 판단하는 기준, 집합투자업자가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투자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액의 산정방법(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19다224238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집합투자업자의 집합투자재산 운용단계에서 선관주의의무 위반 및 손해액 산정이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1] 투자신탁을 설정한 집합투자업자가 부담하는 투자자보호의무의 내용 및 구체적으로 집합투자재산을 어떻게 운용하여야 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위법행위 시점과 손해 발생 시점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는 시기(=손해의 발생 시점) / 여기서 ‘손해’와 ‘손해의 발생 시점’의 의미 및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판단하는 방법
[3] 집합투자업자가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투자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손해액(=투자원금에서 투자로 취득한 수익증권에 기하여 회수하였거나 회수할 수 있는 금전의 총액을 뺀 금액 중 선관주의의무 위반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부분) 및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시점
[4] 손해배상사건에서 과실상계나 책임제한에 관하여 사실을 인정하거나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5] 손해배상액 산정에서 손익상계가 허용되기 위한 요건
【판결요지】
[1]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64조 제1항 본문은 “금융투자업자는 법령·약관·집합투자규약·투자설명서(제123조 제1항에 따른 투자설명서를 말한다)에 위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업무를 소홀히 하여 투자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79조는 “집합투자업자는 투자자에 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하여야 하고,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 내용 및 취지에 비추어 보면, 투자신탁을 설정한 집합투자업자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함으로써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구체적으로 집합투자재산을 어떻게 운용하여야 하는지는 관계 법령, 투자신탁약관의 내용, 그 시점에서의 경제 상황 및 전망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원칙적으로 위법행위 시에 성립하지만, 위법행위 시점과 손해 발생 시점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에는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한다. 손해란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의 불이익, 즉 그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있은 후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한다. 또한 손해의 발생 시점이란 이러한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시점을 의미하는데,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3] 집합투자업자가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투자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손해액은 투자원금에서 그 투자로 취득한 수익증권에 기하여 회수하였거나 회수할 수 있는 금전의 총액을 뺀 금액(이하 ‘미회수금’이라 한다) 중 해당 선관주의의무 위반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부분이다. 여기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만기일 또는 중도환매일을 기준으로 수익증권의 잔존가치를 확정할 수 없을 때에는 만기일 또는 중도환매일 이후로써 수익증권의 잔존가치 산정이 가능한 때에 확정되고 그에 따라 미회수금도 확정되므로, 미회수금 중 선관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투자자가 입은 손해도 그때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4] 손해배상사건에서 과실상계나 손해부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한 책임제한에 관하여 사실을 인정하거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
[5]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 등이 채권자 또는 피해자에게 손해를 생기게 하는 동시에 이익을 가져다 준 경우에는 공평의 관념상 그 이익은 당사자의 주장을 기다리지 않고 손해를 산정하는 때 공제되어야 한다. 손해배상액 산정에서 손익상계가 허용되기 위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이 되는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새로운 이득을 얻었고, 그 이득과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인 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그 이득은 배상의무자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대응하는 것이어야 한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7호, 나원식 P.50-68 참조]
가. 사실관계
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한다) 제8조 제4항에서 규정한 집합투자업자인 피고는 2013. 1. 14. 자본시장법상 투자신탁 형태의 만기가 3년인 집합투자기구(이하 ‘이 사건 펀드’라 한다)를 설정하고, 신탁업자인 A 은행과 이 사건 펀드에 관한 신탁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들은 이 사건 펀드에 8,000,000,000원을 투자하고 수익증권을 발행받아 수익자가 되었다.
⑵ 이 사건 펀드는 구리 중개업을 목적 사업으로 하는 甲 주식회사를 설립한 후 甲 주식회사가 발행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이하 ‘이 사건 사채’라 한다)를 A 은행이 인수하고, 甲 주식회사는 사채인수금으로 구리 중개업을 영위하여 그 수익으로 사채 원리금을 지급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 사건 사채 인수계약에 따르면, 피고는 甲 주식회사의 사채인수금, 출자금, 원자재 매매대금 등 모든 수입이 입금되는 수입계좌의 금전 인출을 관리하여야 하고, 이때 보안업체의 원자재 입고 물량 확인 및 회계법인의 지급 요청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원자재 매입대금의 결제를 위한 자금이체를 할 수 있다.
⑶ 甲 주식회사는 2013. 9. 16. 피고의 동의를 얻어 국내 중개상인 ○○산업에 선급금 1,000,000,000원을 지급하였으나, 그 금액에 훨씬 못 미치는 394,784,280원 상당의 구리 원자재만 공급받았다(이하 ‘이 사건 선급금 사고’라 한다). A 은행은 2013. 11. 12. 甲 주식회사 대표이사의 배우자 소유 부동산에 관하여 피담보채무를 ‘이 사건 사채 인수계약 및 이 사건 사채에 의하여 甲 주식회사가 현재 및 장래에 A 은행에 대하여 부담하는 모든 채무’로 정하여 채권최고액 300,000,000원, 채무자 甲 주식회사로 된 근저당권(이하 ‘이 사건 근저당권’이라 한다)을 설정받았다.
⑷ 甲 주식회사로부터 구리를 매입하던 乙 주식회사가 2014. 1. 7. 甲 주식회사의 자산과 부채를 포괄적으로 인수하고, 이 사건 사채 관련 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함으로써 구리 중개 사업자가 변경되었다.
⑸ 피고는 2015. 5. 11. 원고 회사에 乙 주식회사의 구리 원자재 재고 조사 결과 1,029,662,841원이 부족하다고 보고하였다. 그 후 乙 주식회사는 이 사건 사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였고, 피고는 2015. 6. 23. 乙 주식회사에 기한이익 상실을 통보하였다.
⑹ 원고들은 2016. 4. 11. 이 사건 근저당권의 임의경매절차 배당금을 재원으로 174,000,000원을 이 사건 펀드 일부 해지 상환금으로 수령하였다. 원고들은 투자원금 대비 1,090,118,825원을 회수하지 못하였다.
나. 소송의 경과
⑴ 원심은 피고가 입고 후 결제방식(구리를 매입할 때 구리가 창고로 반입된 후에만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에 따라 구리 대금을 지급하도록 자금을 관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선급금 지급을 승인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펀드 운용 중 구리 중개 사업자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乙 주식회사의 재고자산 실사 등을 게을리하여 선관주의의무 또는 충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⑵ 나아가 원심은 원고들의 투자원금에서 이 사건 근저당권 배당금을 재원으로 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들이 수령한 이 사건 펀드 일부 해지 상환금 및 이익분배금을 제외한 나머지 미회수 투자원금 1,090,118,825원 중에서 이 사건 선급금 사고금액 605,215,720원을 원고들의 손해액으로 산정하였다. 다만 원심은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피고의 책임을 3억 5,000만 원으로 제한하였다.
다. 쟁점의 정리
⑴ 투자신탁이란 집합투자업자인 위탁자가 신탁업자에게 신탁한 재산을 신탁업자로 하여금 그 집합투자업자의 지시에 따라 투자ㆍ운용하게 하는 신탁 형태의 집합투자기구를 말한다(자본시장법 제9조 제18항 제1호). 집합투자기구는 집합투자재산의 운용대상에 따라 증권집합투자기구, 부동산집합투자기구, 특별자산집합투자기구, 혼합자산집합투자기구, 단기금융집합투자기구로 구분된다(자본시장법 제229조). 이 사건 펀드는 집합투자업자인 피고가 투자신탁 형태로 설정한 것으로서 구리 원자재중개사업을 위해 설립한 甲 주식회사가 발행한 사채에 투자하는 특별자산집합투자기구에 해당한다.
⑵ 2016. 1. 14. 이 사건 펀드의 만기가 도래하였으나 수익자인 원고들은 투자원금 중 상당 부분을 회수하지 못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자산운용단계에서 선관주의의무 또는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투자원금 미회수액 등에 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⑶ 먼저,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피고의 입고 후 결제방식 준수, 사업자 변경 시 재고실사 등 선관주의의무의 위반이 인정되는지 문제 된다. 이에 관하여는 집합투자업자의 자산운용단계에서 선관주의의무의 내용과 그 위반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검토가 필요하다.
⑷ 다음으로, 피고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면 원고들의 손해액을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지 문제 된다. 이에 관하여는 자산운용단계에서 선관주의의무 위반행위가 인정된 경우 손해의 현실적 발생시점, 선관주의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의 범위 및 손익상계의 대상 등을 검토가 필요하다.
라. 쟁점 및 판단
⑴ 위 판결의 쟁점은, ① 집합투자업자의 집합투자재산 운용단계에서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판단하는 기준, ② 집합투자업자가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투자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액의 산정 방법이다.
⑵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한다) 제64조 제1항 본문은 “금융투자업자는 법령ㆍ약관ㆍ집합투자규약ㆍ투자설명서(제123조 제1항에 따른 투자설명서를 말한다)에 위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업무를 소홀히 하여 투자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79조는 “집합투자업자는 투자자에 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하여야 하고,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 내용 및 취지에 비추어 보면, 투자신탁을 설정한 집합투자업자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함으로써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구체적으로 집합투자재산을 어떻게 운용하여야 하는지는 관계 법령, 투자신탁약관의 내용, 그 시점에서의 경제 상황 및 전망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2다63572 판결, 대법원 2018. 9. 28. 선고 2015다69853 판결 등 참조).
⑶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원칙적으로 위법행위 시에 성립하지만, 위법행위 시점과 손해 발생 시점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에는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한다(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2다29649 판결 등 참조). 손해란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의 불이익, 즉 그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있은 후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한다. 또한 손해의 발생 시점이란 이러한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시점을 의미하는데,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76368 판결 등 참조).
집합투자업자가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투자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손해액은 투자원금에서 그 투자로 취득한 수익증권에 기하여 회수하였거나 회수할 수 있는 금전의 총액을 뺀 금액(이하 ‘미회수금’이라 한다) 중 해당 선관주의의무 위반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부분이다. 여기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만기일 또는 중도환매일을 기준으로 수익증권의 잔존가치를 확정할 수 없을 때에는 만기일 또는 중도환매일 이후로써 수익증권의 잔존가치 산정이 가능한 때에 확정되고 그에 따라 미회수금도 확정되므로(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2다29649 판결 참조), 미회수금 중 선관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투자자가 입은 손해도 그때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⑷ 피고가 운용하는 이 사건 펀드의 수익증권을 매수한 원고들이, 피고가 집합투자재산 운용단계에서 구리 중개회사의 선급금 지급을 승인하고, 구리 중개회사의 사업자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재고실사를 소홀히 하는 등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⑸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펀드를 운용하면서 ‘입고 후 결제방식’에 따라 구리 대금을 지급하도록 자금을 관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선급금 지급을 승인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고, 원고들의 투자원금 미회수액 중 선급금 지급 상당액을 선관주의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⑹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한 후 피고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및 손해액 산정에 관한 원심판결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3. 집합투자업자의 집합투자재산 운용단계에서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판단하는 기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7호, 나원식 P.50-68 참조]
가. 집합투자업자의 자산운용단계에서 선관주의의무
⑴ 투자신탁의 경우 집합투자재산의 설정과 운용이 투자자의 수익과 직결되므로 집합투자업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업자는 ‘전문투자자’로서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받은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하며, 투자전문가의 고용, 투자정보의 수집, 투자대상의 선택, 투자분석 및 포트폴리오 관리를 수행한다. 집합투자는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내재하고 있던 위험이 현실화되거나 경제위기 등 외적 요인에 의하여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집합투자업자는 금융투자상품의 위험요소를 점검하고 경제 및 투자 상황의 변화를 주시하여 집합투자신탁재산의 가격하락이나 사업의 수익성 악화 등 여러 위험에 대비하여야 한다.
⑵ 자본시장법 제79조는 집합투자업자의 선관의무(집합투자업자는 투자자에 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하여야 한다)와 충실의무(집합투자업자는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를 규정함으로써 집합투자업자의 자금수탁적 지위에서 주의의무를 강조한다. 자본시장법 제79조의 기본적인 내용은 구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2007. 8. 3. 법률 제8635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이하 ‘구 간접투자법’이라 한다) 제86조와 동일하다.
나. 자산운용단계에서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의 판단 방법
⑴ 판례는 구 간접투자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 ‘투자신탁의 자산운용회사가 자산운용단계에서 부담하는 선관주의의무의 내용’에 관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간접투자재산을 운용함으로써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4다214588, 214595 판결). 이때 구체적으로 자산을 어떻게 운용하여야 하는지는 관계 법령, 투자신탁약관의 내용, 그 시점에서의 경제 상황 및 전망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판례는 자본시장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도 위와 동일하게 보고 있다(대법원 2018. 9. 28. 선고 2015다69853 판결 : 피고들이 집합투자재산 운용 과정에서 투자금 회수를 위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거나 펀드 투자금 사용 용도에 대한 감독의무를 게을리하는 등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한 사례).
집합투자업자가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는지는 해당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판단할 문제이므로 일반적인 기준을 정립하기 어렵지만, 구체적인 판단 기준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판례가 있다.
⑵ 자산운용단계에서 투자자에 대해 부담하는 선관주의의무나 충실의무의 정도는 투자자가 전문투자자인지 일반투자자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6다224626 판결. 특정금전신탁의 신탁업자에 관한 사안임).
투자계약 체결을 위해 권유하는 단계에서는 일반투자자와 전문투자자의 지식과 경험, 능력 등 투자자 속성에 차이가 있어 양자를 달리 취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일단 투자계약이 체결된 이후 투자자의 재산을 관리ㆍ운용하는 수탁자의 측면에서, ‘일반투자자’의 재산과 ‘전문투자자’의 재산을 달리 취급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
⑶ 집합투자업자는 원칙적으로 스스로 작성ㆍ제공한 운용계획서에 따라 운용할 선관주의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다10532, 10549 판결 : 운용계획서가 개별약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투자권유단계에서의 투자자보호의무와 운용단계에서의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원고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운용계획서는 투자신탁의 집합투자업자가 투자권유단계에서 투자자에게 향후 펀드운용에 관한 계획을 설명하기 위하여 작성한 문서로 그 표제는 ‘투자제안서’, ‘운용제안서’, ‘펀드명’ 등 다양할 수 있다.
집합투자업자와 투자자 사이의 신탁관계는 신탁계약에 따라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운용계획서는 구속력이 없으나, 예외적으로 개별약정으로 구속력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다64075 판결). 그리고 계약으로 편입되지 못한 운용계획서라도, ① 투자자의 잘못된 인식 또는 신뢰가 형성되는 원인인 설명의무 위반행위에 운용계획서가 사용되는 경우(☜ 투자권유단계.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4다53197 판결 참조), ② 집합투자업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스스로 제시한 운용기준을 위반한 경우(☜ 자산운용단계) 투자자보호의무 또는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다10532, 10549 판결 참조).
한편 운용계획서는 자본시장법 제123조에 규정한 ‘투자설명서’와 구별할 필요가 있다. 투자설명서는 운용계획서, 투자제안서 등과 같이 투자권유단계에서 제공되는 투자권유서면의 하나로 볼 수 있으나, 투자권유자의 설명의무 이행을 확보하는 핵심수단으로서 중요한 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운용계획서와 다르다.
투자설명서에 기재된 내용이 신탁약관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경우에는 신탁약관의 내용과 결합하여 계약적 구속력을 가진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96130 판결(투자설명서에 장외파생상품의 거래상대방을 기재한 부분은 신탁약관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그 기재 내용이 당연히 투자신탁계약의 내용에 편입되어 계약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고, 자산운용회사가 거래상대방을 투자설명서에 기재된 대로 정하여 투자자산을 운용할 계약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
⑷ 집합투자업자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간접투자재산의 최상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간접투자재산의 운용에 관한 지시를 하였다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다한 것이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96130 판결.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6다224626 판결은 특정금전신탁신탁업자의 선관주의의무(자본시장법 제102조)에 관하여 위 판례와 동일한 취지로 판시하였다].
집합투자는 자기책임의 원칙, 실적배당주의를 본질로 하므로 집합투자업자에게 회사법상의 ‘경영판단의 원칙’에 준하는 재량을 부여한다. 따라서 집합투자업자가 합리적으로 수집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개인적인 이해관계 없이 집합투자기구의 최상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성실하게 투자판단을 하였다면 주의의무 위반의 책임을 면한다고 본다. 판단 시점은 ‘행위 당시’로 보아야 하고, 사후적 판단을 하여 결과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
다. 자산운용단계에서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가 문제 된 선례
⑴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한 선례
㈎ 투자대상의 선택 관련
①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2다63572 판결 : 당초 다른 신탁재산에 편입되어 있던 부실회사 채권의 만기를 연장하여 이를 해당 신탁재산에 새롭게 편입시킨 행위
② 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3다56496 판결 : 신탁재산 자산총액의 10%를 초과하여 동일종목의 유가증권 등에 투자하는 행위의 금지규정에 위반하여 펀드의 신탁재산에 편입한 행위
㈏ 투자신탁재산의 보전 및 관리 관련
①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다10532, 10549 판결 : 분양대금 수입에 의하여 대출원리금의 원활한 상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행위
②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4다53197 판결 : 가능한 운용계획서에서 명시한 일정 등급 이상의 기업어음을 매입할 필요가 있음에도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고 이와 달리 운용한 행위
③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2다100142, 100159 판결 : 운용제안서에서 제시한 자금관리기준에 따라 이자유보금을 공사대금 등으로 사용하지 않고 따로 관리, 보존하여 이자로만 지급되도록 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한 행위
㈐ 투자위험 등에 대한 점검 및 조치의무 관련
①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4다214588, 214595 판결 : 투자금 회수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여 투자자들의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위반한 행위
②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1다25695 판결 : 담보 설정을 통하여 펀드 설정 당시를 시점으로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신용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충분하거나 적절한 수단을 확보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한 행위
③ 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3다54765, 54772 판결,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6다223494 판결 : 펀드의 투자금을 제대로 사용하는지 감독하고, 건설대출의 실패로 개발사업이 중단될 상황에 처하면 투자금 회수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여 투자자들의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한 행위
⑵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부정한 선례
㈎ 투자대상의 선택 관련
①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96130 판결 : 투자설명서에 기재된 장외파생상품의 거래상대방을 변경한 행위
②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6다224626 판결 : 기업어음을 매수하여 신탁재산에 편입하였는데 발행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된 사안
③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1다11802 판결 : 투자신탁회사가 투자신탁재산을 러시아 단기국채에 집중투자 하였으나 러시아의 지불유예 등의 조치로 인하여 투자신탁상품에 손실이 발생한 사안
㈏ 투자신탁재산의 보전 및 관리 관련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53856 판결 : 투자일임 담당자들이 일부 거래에서 주가지수 변동에 대한 예측을 잘못한 행위
㈐ 투자위험 등에 대한 점검 및 조치의무 관련
① 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3다51057 판결 : 기준 신용등급 이하로 신용평가가 낮아진 회사채에 대하여 가격조정 또는 신속처분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행위
② 대법원 2018. 9. 28. 선고 2015다69853 판결 : 저축은행의 부실이 심화되었음을 인식하고 투자금을 적극적으로 회수하는 조치를 하지 않은 행위, 투자금을 저축은행의 주식취득 및 증자대금으로 사용한 행위
라. 이 사건(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19다224238 판결)의 검토
⑴ 이 사건 선급금 사고 관련
㈎ 피고가 원고들에게 교부한 투자제안서는 개별약정으로 볼 수 없어 구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투자제안서는 집합투자업자인 피고가 스스로 제시한 운용기준으로서 이를 구체화한 이 사건 사채 인수계약서와 더불어 피고의 자산운용단계에서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다10532, 10549 판결(자산운용회사가 투자신탁의 운용에 관한 구체적 기준이 담긴 운용계획서를 투자자에게 교부ㆍ제시한 경우 그 운용계획서가 개별약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더라도 그 내용은 자산운용회사의 운용단계에서의 투자자보호의무 내지 선관주의의무의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참조].
㈏ 피고의 투자제안서에는 사기성 거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① 보안업체의 입출고 확인, ② 회계법인의 입출고, 계근표 확인절차를 거쳐, ③ 피고의 최종 확인 및 승인 후 자금의 출금이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투자제안서에 따른 피고의 자금관리업무를 구체화하는 이 사건 사채 인수계약서에도 ‘보안업체에 의하여 원자재가 입고되었음이 확인된 물량에 대하여 회계법인이 지급을 요청하는 서류를 제출한 경우’에 한하여 원자재 매입대금의 결제를 위한 대금결제계좌로의 이체를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는 입고 후 결제방식에 따라 구리 대금을 지급하도록 자금을 관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선급금 지급을 승인하여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피고는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96130 판결을 들어 이 사건 선급금 지급이 적절한 재량권 행사 범위 내라고 주장하나,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여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⑵ 사업자 변경 재고실사 관련
㈎ 피고는 2015. 5. 11. 원고 회사에 乙 주식회사의 재고부족 사실을 통보하였는데, 재고부족분이 사업자 변경 당시부터 발생한 것인지, 이후 乙 주식회사로 사업자 변경 후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乙 주식회사의 사업 과정에서 자연 감모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원고들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사업자 변경 무렵 乙 주식회사의 최초 재고파악 당시부터 재고부족분이 일부 존재하였다고 볼 경우 피고가 이 사건 사업자 변경 당시 乙 주식회사의 재고자산에 대하여 실측을 하지 않은 행위가 문제 된다. 그러나 회계법인이 乙 주식회사의 재고자산에 대한 실사보고서를 작성한 점, 이와 별도로 원고들이 다른 회계법인에 의뢰하여 얻은 실사보고까지 종합하여 사업자 변경이 이루어진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운용지시를 한 것으로서 재고자산 실사에 관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원고들은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4다15996 판결(피고 자산운용회사가 이 사건 선박펀드 운용 과정에서 정기용선계약의 변경 여부 및 변경된 계약의 내용을 정확히 조사ㆍ확인하여 이를 원고들에게 알릴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한 사례)을 들어 피고가 乙 주식회사의 재고부족에 대한 파악 및 설명 누락등으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여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4. 집합투자업자가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투자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액의 산정방법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7호, 나원식 P.50-68 참조]
가. 이 사건 선급금 사고 관련 손해액
⑴ 집합투자업자의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액
판례는 주로 투자권유 및 판매단계에서 투자자보호의무 위반행위가 인정된 사안에서 그 손해액을 다음과 같이 보고 있다.
㈎ 손해액의 산정방법
판례는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에서 투자자의 손해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차액설에 따르고 있다(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2다29649 판결, 대법원 2018. 9. 28. 선고 2015다69853 판결 등).
즉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는 ‘금융투자상품의 취득금액에서 그 처분 등으로 인한 회수(가능)금액을 공제한 금액’이고, 회수(가능)금액이 취득금액에 미치지 못함이 확정된 시점(미회수 투자금 발생확정 시점)에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고 있다.
불완전판매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만기 시 또는 환매 시 이익이 발생한다면 손해배상청구의 여지가 없다.
자본시장법 제48조도 차액설을 전제로 규정하고 있다.
㈏ 손해의 현실적 발생시점
판례는 만기 도래 여부, 중도환매 허용 여부 등을 고려하여 Ⓐ 만기 시, Ⓑ 만기 전 환매 시 또는 Ⓒ 수익증권 잔존가치 산정가능 시를 손해의 현실적 발생시점으로 보고 있다.
Ⓐ 만기 시 : 수익증권의 만기가 도래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만기 시를 손해의 현실적 발생시점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1999. 7. 9. 선고 98다45775 판결,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1다11802 판결, 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3다28200 판결).
Ⓑ 만기 전 환매 시 : 만기 전이라도 환매에 의하여 손해를 확정시킨 경우에는 중도환매시점을 손해의 현실적 발생시점으로 보았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76368 판결).
반면, 만기가 도래하지 않았고, 만기 전에 환매에 의하여 손해를 확정시키지도 않은 경우에는 손해가 아직 현실적ㆍ확정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1다13784 판결. 만기 전에 사실상 투자신탁의 청산을 종료한 사안에서는 사실상의 청산 종료시점을 손해의 현실적 확정시점으로 보았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59890 판결)].
Ⓒ 수익증권 잔존가치 산정가능 시 : 만기일 또는 중도환매일을 기준으로 수익증권의 잔존가치를 확정할 수 없을 때에는 만기일 이후 또는 중도환매일 이후로서 수익증권의 잔존가치 산정이 가능한 때를 손해의 현실적 발생시점으로 보았다(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2다29649 판결,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6다212272 판결).
㈐ 인과관계 있는 손해의 범위
투자자보호의무 위반행위와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투자권유 과정에서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으로 금융투자상품을 취득하였다면 어떤 위험이 현실화되어 손해가 발생하였는가를 묻지 않고 투자자가 회수하지 못한 금액 전부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라고 본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3다40681 판결).
다만 고객이 은행으로부터 중도 환매가격에 대하여 설명을 들은 이후에도 중도 환매를 하지 않아 발생한 손해는 은행의 중도환매가격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라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08다52369 판결. 투자자가 제대로 된 설명을 듣고 중도환매를 권유받았음에도 자신의 의지로 수익증권을 계속 보유하여 피고의 투자권유와 인과관계가 단절된 사안이다. 만기에 원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관하여 원고도 알고 있어 ‘위법한 투자권유가 없었으면 고객의 투자가 없었을 것’이라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려운 특수한 경우이다).
⑵ 자산운용단계에서 선관주의의무 위반행위가 인정된 경우 손해액
㈎ 자산운용단계에서 선관주의의무 위반행위가 인정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투자권유 및 판매단계에서 투자자보호의무 위반행위가 인정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을 것이다.
㈏ 투자권유단계에서는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이 없으나, 운용단계에서만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에는 그와 인과관계 있는 손해로 손해의 범위를 한정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투자신탁재산의 전용, 횡령 또는 투자대상 채권에 대한 담보 확보조치를 게을리함으로 인한 손해는 전용, 횡령액 또는 담보를 확보하였더라면 회수하였을 채권액으로 볼 수 있다.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방만하게 또는 수익이 발생할 수 없거나 손실 발생을 예견하였음에도 투자대상을 잘못 선정하거나 운용을 방만히 하여 발생한 손해는 원금손실액을 한도로 하되, 같은 시기, 투자대상 및 구조가 유사한 동종 투자신탁의 수익률을 참고하여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를 산정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 자산운용상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 경우 불법행위 이후의 재산상태인 수익증권의 잔존가치에 영향을 미친 사유가 오로지 집합투자업자의 과실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은 책임제한사유로 고려하면 될 것이다.
㈑ 판례상 자산운용단계에서 선관주의의무 위반만 문제 된 경우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①~⑤ 선례가 있다[자산운용단계에서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투자권유단계에서 투자자보호의무 위반과 결합하여 단일한 손해를 발생시켰다고 본 판례도 일부 있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다10532, 10549 판결, 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3다54765, 54772 판결,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4다214588, 214595 판결,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2다100142, 100159 판결,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6다223494 판결].
선례를 정리하면, 집합투자업자의 자산운용단계상 선관주의의무 위반만이 인정된 사안에서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차액설을 따르고 있다(①, ②, ③, ⑤ 선례).
다만 투자자들이 회수하지 못한 투자금 전부가 손해액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선관주의의무 위반행위로 인한 손실이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이 된다(①, ② 선례).
이때 해당 선관주의의무 위반행위로 인한 손실 자체는 그 위반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정한다(② 선례)[집합투자업자의 선관주의의무 위반과 투자자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 단절을 인정한 ④ 선례는, 해당 선관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실(약 23억 원)을 훨씬 초과하는 투자금 전액(90억 원) 손해를 청구하였고, 선관주의의무 위반과는 별개의 사정으로 인한 투자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인정되는 특수한 사안으로 보인다].
①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2다63572 판결 : 피고가 운용하는 다른 펀드에서 만기 연장된 채권(상환가능성이 매우 불확실하였음)을 신탁재산에 편입한 행위를 선관주의의무 위반행위로 본 사안이다. 편입 당시 채권의 취득가액 중 원고(수익자)의 지분에 상당하는 돈을 손해로 인정한 원심을 수긍하였다.
② 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3다56496 판결 : 원심이 이 사건 불법행위는 피고의 10% 초과 투자 제한규정 위반의 각 개별적 운용지시 행위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액의 산정 역시 각 위법한 개별적 운용지시 행위별로 그 당시의 10% 초과 부분만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피고의 이 사건 위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당한 손해액을 산정하는 합리적 방법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하였다.
③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1다25695 판결 : 신탁약관 규정에 따른 사업부지에 대한 담보확보의무 불이행을 선관주의의무 위반행위로 인정한 사안이다. 투자원금에서 이익분배금을 공제한 나머지를 손해액으로 인정한 원심에 대하여 수익증권 가치도 공제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④ 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2다84264 판결 : 사모형 부동산신탁의 자산운용회사인 피고가 사용용도를 확인하지 아니한 채 시행사에 운용비용을 인출해 준 것(시행사는 이를 다른 사업에 사용함)을 선관주의의무 위반행위로 인정한 사안이다. ‘피고가 대출금의 사용용도를 확인하지 않아 대출금 중 일부가 다른 사업장에 사용되도록 방치한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있으나, 이러한 주의의무 위반이 건축사업 진행이 중단되어 원고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된 데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부동산 개발사업에서 피고가 통제할 수 없는 투자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봄이 상당함).’고 보아 피고의 선관주의의무 위반과 건축사업의 중단 및 원고들의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원심을 수긍하였다.
⑤ 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다16070 판결 : 자산운용회사인 피고가 뮤지컬 공연사업에 투자하면서 사업자로부터 일부 자료만 제출받고 투자원금을 지급하거나, 계약서의 진위 여부, 투자금의 공연비용 사용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한 것을 선관주의의무 위반행위로 인정한 사안이다. 원고의 손해액은 투자원금에서 원고가 피고로부터 투자신탁의 일부 상환금으로 지급받은 돈을 공제한 나머지라고 인정한 원심을 수긍하였다.
⑶ 이 사건(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19다224238 판결)의 검토
피고의 이 사건 선급금 지급행위로 집합투자업자로서 선관주의의무 위반행위가 성립하더라도 그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그 위반행위에 따른 현실적 손해가 발생하여야 한다. 그리고 현실적 손해 발생 시점에서의 손해액 산정에서 당초 위반행위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부분을 특정할 필요가 있다.
㈎ 손해액의 산정 방법
① 차액설에 따를 경우 피고의 이 사건 선급금 사고 관련 선관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는, 투자원금 미회수액 1,090,118,825원 중 甲 주식회사가 ○○산업에 이 사건 선급금을 지급하고도 공급받지 못한 구리 원자재 가액 상당 605,215,720원이다.
② 원고들의 투자금 및 甲 주식회사의 수입금 전부는 甲 주식회사 명의 수입계좌(甲 주식회사 및 A 은행 공동날인으로 인출 가능함)로만 입금되고, 피고는 원자재매입대금, 사채인수금에 대한 이자 및 원금 등을 수입계좌에서 지출할 권한을 보유한다. 甲 주식회사의 이 사건 사채 상환 여부는 사실상 수입계좌에 입금된 금원에 의해 담보되고, 위와 같은 구조는 乙 주식회사도 동일하다. 피고가 입고 후 결제방식을 준수함으로써 이 사건 선급금의 지급을 승인하지 않았다면 甲 주식회사의 수입계좌에 605,215,720원 상당의 금원이 추가로 존재하였을 것이다. 나아가 乙 주식회사가 甲 주식회사의 자산과 부채를 전부 인수한 후에는 乙 주식회사의 수입계좌에 위 금원 상당액이 존재하였을 것이다. 이로써 甲, 乙 주식회사의 사채상환의무가 담보될 수 있었을 것이므로, 이 사건 선급금 사고액 상당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③ 만약 이 사건 선급금 사고에도 불구하고 甲, 乙 주식회사의 양호한 사업 운영으로 이 사건 사채 원리금 상환 부족분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원고들의 손해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선급금 사고액 605,215,720원을 초과하는 투자원금 손실액이 발생한 이상 원고들에게 위 사고금액 상당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된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 손해의 현실적 발생시점
① 피고의 이 사건 선급금 사고 관련 선관주의의무 위반행위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는 이 사건 펀드의 만기일 이후로서 미회수금액의 발생이 확정된 때에 현실적으로 발생한다.
② 이 사건 펀드는 이 사건 사채 인수계약에 따라 사채권자로서 甲 주식회사로부터 정해진 원리금을 지급받는다. 원리금 지급에 문제가 없다면 甲 주식회사의 개별적인 손실이 이 사건 펀드의 손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甲 주식회사의 손해
발생 시점에 곧바로 원고들에게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③ 이 사건 펀드 만기일에는 이 사건 사채 상환의무를 담보하는 이 사건 근저당권의 실행으로 인한 배당액이 확정되지 아니하여 회수금액을 미리 산정하는 것이 곤란하였다. 앞서 본 판례에 따르면 이는 만기일 기준으로 수익증권의 잔존가치를 확정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 수익증권 잔존가치 산정가능 시 기준). 따라서 이 사건 펀드의 만기 시점인 2016. 1. 14. 이후로서 이 사건 근저당권 배당금을 재원으로 이 사건 펀드 해지 상환금이 지급된 2016. 4. 11.에 미회수금액의 발생이 확정되어 투자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인과관계 있는 손해의 범위
① 원고들은 이 사건 펀드를 통하여 이 사건 사채 발행일로부터 3개월 후부터는 언제든지 환매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원고들이 이 사건 선급금 사고 후 이 사건 사채 전액에 관하여 이 사건 펀드를 해지ㆍ청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원고들의 선택권일 뿐이고 의무사항은 아니므로, 원고들이 그 선택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 사건 선급금 사고 후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보는 것은 원고들의 선택권 행사를 강요하거나 의제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원고들이 이 사건 선급금 사고 직후 이 사건 펀드를 전액 해지ㆍ청산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피고의 책임제한사유로 삼을 수 있으나,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상당인과관계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② 한편 이 사건 선급금 사고 후 乙 주식회사로 사업자 변경이 이루어진 다음 구리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하여 원고들의 투자원금 손실이 발생 또는 확대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피고의 이 사건 선급금 사고 관련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없었더라면 원고들이 적어도 선급금 사고액 상당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역시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 없다.
나. 손익상계 여부
⑴ 손익상계 법리
㈎ 손익상계란 손해배상의 책임원인, 즉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의하여 피해자가 손해만을 입은 것이 아니라 이익을 얻은 경우 그 이익을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하는 것을 말한다. 민법에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학설과 판례 모두 이를 인정한다.
㈏ 손해배상액 산정에서 손익상계가 허용되기 위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이 되는 행위로 피해자가 새로운 이득을 얻었고, 그 이득과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인 행위 사
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7. 11. 30. 선고 2006다19603 판결 등). 또한 손익상계를 허용하기 위하여는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이 되는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새로운 이득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이득은 배상의무자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대응하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다3229 판결 등).
㈐ 주류적인 판례는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 등이 채권자 또는 피해자에게 손해를 생기게 하는 동시에 이익을 가져다 준 경우에는 공평의 관념상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이익을 공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17다247800 판결. 학설은 손익상계를 직권조사사항으로 본다). 다만 상고심에서 처음 손익상계를 주장하는 것이어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라고 본 판결도 있다(대법원 1993. 5. 27. 선고 92다32180 판결).
⑵ 이 사건(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19다224238 판결)의 검토
㈎ 2013. 9. 말경 이 사건 선급금 사고 발생 후 2013. 11. 12. 이 사건 근저당권이 설정되었고, 이 사건 펀드 만기일(2016. 1. 14.) 이후인 2016. 3. 22. 이 사건 근저당권 실행으로 인한 배당금 181,827,663원이 이 사건 펀드로 입금되어 2016. 4. 11. 원고들이 그중 174,000,000원을 일부 해지 상환금으로 수령하였다.
㈏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원고들의 현실적 손해 발생 시점을 2016. 4. 11.로 본다면(Ⓒ 수익증권 잔존가치 산정가능 시 기준), 위 시점까지의 회수액은 전체 손실액 산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이 사건 근저당권 배당금은 현실적 손해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미회수 투자원금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반영되었으므로, 손익상계의 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선급금 사고 후에 이 사건 근저당권이 설정된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선급금 사고로 인한 손해와 이 사건 근저당권 배당금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는 ‘이 사건 사채 인수계약 및 이 사건 사채에 의하여 甲 주식회사가 현재 및 장래에 A 은행에 대하여 부담하는 모든 채무’로서 이 사건 선급금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이라기보다 甲 주식회사의 피고에 대한 전체적인 사채 상환의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를 선급금 사고 관련 손해배상금으로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이득과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인 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거나, 그 이득이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대응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 그 밖에 피고가 주장하는 甲 주식회사로부터 공급받은 구리 원자재 매도로 인한 영업이익, 이 사건 선급금 사고로 인한 甲 주식회사 대표이사의 급여 및 경비 삭감액도 그로 인한 이득과 피고의 선관주의의무 위반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 기존 판례는 대부분 집합투자업자의 투자권유 및 판매단계에서 투자자보호의무위반 및 손해액 산정이 문제 된 사안이었다.
반면, 대상판결(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19다224238 판결)은 집합투자업자의 집합투자재산 운용단계에서만 선관주의의무 위반 및 손해액 산정이 문제 된 사안으로서 이에 관한 법리를 명확히 판시한 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