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마음 속에 깃든 사랑과 추억은 영원히 퇴색되지 않는다.]【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4. 11. 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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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에 깃든 사랑과 추억은 영원히 퇴색되지 않는다.]【윤경변호사】

 

<시력을 찾은 장님 부부>

 

옛날 작은 산 마을에 젊은 부부가 살았다.

남편은 잘 생겼고 자상한데다가, 아내도 고운 얼굴에 행실이 단정했다.

 

그 마을 근처에는 귀신과 요괴가 산다는 높고 험한 산이 있었다.

어느 날 약초를 캐러 다니는 외지인이 나타나 젊은 부부의 집에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 외지인은 부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요괴가 산다는 그 무서운 산으로 기어코 들어갔다.

산에 들어간 외지인이 며칠 만에 돌아왔다.

그는 짊어진 광주리에는 진귀한 약재가 넘칠 정도로 많았다.

 

그 말을 들은 부부는 흥분했다.

부부는 신이 나서 다음 날 산에 들어 갔다.

그 곳에 귀신은 없었고, 대신 약초와 야생과일이 여기저기 자생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야생과일을 먹은 부부의 시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더니, 한달 뒤 모두 실명을 하고 말았다.

두 사람은 너무 절망스러웠지만, 조금씩 천천히 평정을 찾아갔다.

장님 부부는 전보다 훨씬 더 서로를 믿고, 사랑하고 의지했다.

그렇게 30년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고명한 의원이 그 마을을 방문했다가 장님 부부의 사연을 듣고 약을 처방해 주었다.

신기하게도 며칠 후 부부의 시력은 회복되었다.

그런데 부부를 축하해 주러 간 마을 사람들은 의외의 광경에 깜짝 놀랐다.

부부가 각각 한 쪽 구석에 웅크린 채 엉엉 울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어떻게 된 일인지 묻자 아내가 대답했다.

“제 앞에 있는 저 늙어 빠진 남자는 대체 누구죠? 전 저런 사람 몰라요. 제 남편은 무척 잘 생긴 사람이라고요.”

 

남편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 아내는 무척 곱고 예쁜 사람이에요. 저렇게 온통 주름 잡힌 얼굴의 여자가 아니란 말입니다.”

 

사람들은 두 사람의 말에 큰 소리로 웃은 뒤 설명해 주었다.

“아니, 두 사람이 시력을 잃은 지 벌써 30년이야. 생각해 보라고. 그 세월 동안 어떻게 얼굴이 똑같을 수 있겠어?”

 

그 말을 들은 부부는 ‘눈을 감은 후’ 상대방의 얼굴을 서로 더듬어 보았다.

한참을 만져보니 오래도록 손에 낯익은 감촉이 전해졌다.

상대방이 누군지 알아 본 부부는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겨라.>

 

아무리 아름답고 정밀한 예술품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마모되고 부서진다.

그러나 마음 속에 깃든 사랑과 추억은 영원히 퇴색되지 않는다.

 

시간은 기억을 왜곡한다.

과거의 1분, 1초를 아름답게 포장하려고 한다.

우리는 뜻대로 되지 않는 현재에 얽매인다.

기억의 모퉁이 안에서 안타까웠던 과거의 선택을 바꿨더라면 지금 더욱 나은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억 속의 화려한 불빛 만으로는 손 안의 초에 불을 붙일 수 없다.

상상만 가지고 자신의 불평과 원망을 키우지 말아야 한다.

지나간 일이나 앞으로 다가올 일을 미리 걱정할 필요 없이, 낙천적인 마음으로 현재를 즐기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우리를 거두라.

시간이 흘러 오늘 핀 꽃은 내일이면 질 것이다.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여 오늘의 순간을 망치는 어리석음과 다가 올 미래에 대한 지나친 걱정으로 오늘의 중요한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 한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기는 것이 먼저다.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내일 일을 오늘 걱정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