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기다림’이란 형벌을 받는 자의 내면의 눈금이다. 고통의 초상화이다.]【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4. 12. 3.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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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란 형벌을 받는 자의 내면의 눈금이다. 고통의 초상화이다.]【윤경변호사】

 

<그리운 이를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 풍경’>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기다림" - 잔인한 종속의 노예>

 

정신의학자 인셀(Insel)은 기다림이 ‘고통스러운 것’은 기다림에 ‘종속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다리게 한 사람의 시간은 기다린 사람의 시간보다 가치가 높다.”

“기다리게 한 사람은 기다린 사람의 시간을 좌우할 만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보다 우위의 입장에 선 인물이다.”

 

즉 기다리게 한 사람은 유리하고, 기다린 사람은 심리적으로 불리하다는 심리적 도식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기다리게 만드는 사람이 실제로 우위에 있는 사람(상사 또는 중요한 고객)이라면, 기다리는 사람은 “할 수 없지, 뭐”라고 생각한다.

반면 자신이 보다 우위에 있는 입장인데도 상대방이 기다리게 한다면, 굴욕감이나 불쾌한 감정이 생긴다.

 

이러한 ‘종속의 효과’를 역으로 이용해 고의로 상대방을 기다리게 함으로써 자신의 지위가 상대보다 높고 더 권위 있는 존재라는 점을 은근히 과시하는 경우도 있다.

 

남녀가 데이트를 할 때 여성 쪽이 항상 늦게 나오는 것도 “나는 당신에게 공략될 사람이 아니다.”라는 심리적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다.

약한 존재인 여성이 강한 존재인 남성을 동요시킴으로써 일종의 균형을 회복하고자 하는 심리도 작용한다.

 

그러나 이런 심리적 효과를 떠나, ‘남을 기다리게 하는 행위’는 인간관계에 있어 ‘사려 깊지 못한 무례한 행동’이다.

 

상대방을 기다리지 않도록 배려해라.

그는 당신을 ‘성실하고 믿을 만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