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세상을 창조하면서 어떠한 기준도 창조하지 않았다.]【윤경변호사】
<척도와 기준, 그 '잣대'의 본질>
머나먼 외국의 외딴 바닷가 마을에서는 수백년 동안 대포가 시계노릇을 했다.
산꼭대기 설치한 오포(午砲 Noon Gun)에서는 12시 정각마다 포성이 울렸다.
인터넷은 물론 TV와 Radio도 없던 시절이었다.
오포 소리는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으며, 하루도 빠짐 없이 하루를 오전과 오후로 나누었다.
마을 사람들은 오포 덕분에 안정적이고 규칙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사업상 약속을 바꿀 때에도, 남 몰래 바람을 피울 때에도 오포에 시간을 맞추었다.
어떻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오에 오포가 울리는지 궁금했던 한 소년은 산에 올라가 포수(砲手)에게 물었다.
포수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부대장님의 명령에 따라 포를 발사한단다. 가장 정확한 시계를 통해 정확한 시간을 알아내는 것이 부대장님의 중요한 임무이지.”
소년은 부대장을 찾아갔다.
부대장은 정밀하게 제작된 시계를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소년이 “시간은 어떻게 맞추나요?”라고 묻자, 부대장이 대답했다.
“읍내 가는 길에 시계방이 있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진열장 너머에 있는 커다랗고 근사한 괘종시계를 보고 내 시계를 맞춘단다.”
소년은 시계방을 찾아가 진열장의 커다란 시계를 어떻게 맞추냐고 물었다.
주인은 대답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하나뿐이잖니. 오포 소리를 듣고 맞추지!”
위 일화는 측정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기준과 척도가 자의적이고 순환적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재미있는 일화이다.
그런데 위 일화를 단지 ‘기술적인 척도’에 관한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의미심장’하다.
“인간 사회의 기준과 잣대”에 관한 것이라면, 그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척도와 기준이 ‘자의적이고 주관적’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은 아주 복잡하다.
반면 잣대와 기준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자질구레한 모순을 일축하고 완전한 오류를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은 세상을 창조하면서 어떠한 ‘기준’도 창조하지 않았다.
역사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하기 위하여 ‘기준’을 만들었고, 그 기준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표준’을 내세웠으며, 그 표준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또 다른 ‘척도’를 들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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