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평석>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경우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지는지 여부【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
◎[요지]
[1]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면 물건의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점유자가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경우에 있어서 스스로 소유의 의사를 입증할 책임은 없고, 오히려 그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없는 점유임을 주장하여 점유자의 취득시효의 성립을 부정하는 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
[2]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 있는 자주점유인지 아니면 소유의 의사 없는 타주점유인지의 여부는 점유자의 내심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이나 점유와 관계가 있는 모든 사정에 의하여 외형적·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점유자가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권원에 바탕을 두고 점유를 취득한 사실이 증명되었거나,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 즉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통상 취하지 아니할 태도를 나타내거나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경우 등 외형적·객관적으로 보아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아니하였던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증명된 경우에도 그 추정은 깨어진다.
[3] [다수의견]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입증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로써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졌다고 할 것이다.
[보충의견1]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경우에 그 점유자가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는 평균인이라면, 동산과는 달리 은닉하여 소유권자의 추급을 회피할 수도 없는 부동산을 점유 개시 당시부터 진정한 소유자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소유자가 그 반환을 구하는 경우에 이를 반환할 것이지만 그 동안 일시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사나 장차 그 소유권자로부터 본권을 취득할 의사로 점유를 개시하였다고 보는 것이 사회통념과 우리의 생활경험에 합치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평균인의 보편적 도의관념이라고 할 것이므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증명된 경우에는 그 점유자의 소유의 의사의 추정이 깨어진다고 봄이 마땅하다.
[보충의견2] 점유 권원이라 함은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사실관계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고, 이와 같은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에는 매매, 임대차 등과 같은 법률행위와 무주물 선점, 매장물 발견 등과 같은 비법률행위도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은 적법한 권원과 부적법한 권원이 있을 수 있는데,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사실관계가 없는 이른바 무단점유는 권원 그 자체가 없는 점유이고, 점유를 권원과의 관계에서 고찰하여 볼 때, 권원이 없음이 밝혀진 경우와 권원의 존부가 불분명한 경우 및 권원이 있음이 밝혀진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고 권원이 있음이 밝혀진 경우도 그 권원의 성질이 불분명한 경우와 그 성질이 분명한 경우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경우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지지 아니하는 것은 권원의 존부가 불분명한 경우와 권원이 있어도 그 성질이 불분명한 경우에 한하며, 반면 권원의 성질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성질에 따라 자주점유 여부가 결정될 것이므로 점유의 추정은 유지될 수 없는 것이고 권원이 없는 점유의 권원의 성질의 불분명 여부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권원이 없음이 밝혀진 경우에도 자주점유의 추정은 깨어진다 할 것이다.
[별개의견] 일반적으로 타인 소유의 토지를 일시 사용하는 것을 소유자가 용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하는 태양의 무단점유는 소유의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고, 동산 절도는 물론 부동산의 경우에도 위 소유의사가 객관적으로 표출된 무단점유의 경우에는 소유의사를 인정해야 할 것이며 그 성질이 불분명한 경우는 이를 추정해야 할 것이지만, 타인 소유 지상의 주택만이 매도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은 그 주택의 부지에 대하여 점용권만을 매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그 토지의 점유는 소유자를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려는 것이 아니고 권원의 성질상 타인 소유임을 용인한 타주점유로 봄이 상당하다.
[반대의견]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입증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입증이 있다는 것만으로 점유자의 점유가 권원의 객관적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점유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또 다른 부가적 사정 없이 단순히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외형적·객관적으로 보아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통상 취하지 아니할 태도를 나타내거나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없고,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는 점유자가 선의임을 그 요건으로 삼지 않고 있어 악의의 점유자도 자주점유라면 시효취득을 할 수 있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점유한다는 것은 그 점유가 악의의 점유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는 있어도 그 점유가 자주 또는 타주점유인지 여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이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자주점유의 추정을 깨뜨리는 사정이 입증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제목 :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경우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지는지 여부
1. 쟁 점
이 사건의 쟁점은, ① 취득시효에 있어서 '소유의 의사'의 입증책임, ② 점유자의 '소유의 의사'의 추정이 깨어지는 경우, ③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경우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지는지 여부이다.
2. 취득시효에 있어서 '소유의 의사'의 입증책임(= 제1 쟁점){유남석, “불동산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 '소유의 의사'의 추정과 그 번복 : 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판에 대한 평석과 그 이후의 판례동향”, 판례실무연구 Ⅱ (98.11) 817쪽, 823-824쪽 참조}
가. 부동산점유취득시효의 요건인 '소유의 의사'
민법 제245조 제1항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부동산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례에 의하면, 소유의 의사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려는 의사”를 말한다(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다카21381,21398 판결, 1991. 11. 26. 선고 91다25437 판결, 1995. 3. 17. 선고 94다14445,14452 판결).
나. '소유의 의사'의 입증책임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면, 점유자의 소유의사는 추정된다.
위 추정규정은 이른바 ‘법률상의 사실추정’에 해당한다. 전제사실을 증명하여 전제사실의 존재가 확정된 경우에는 그 전제사실에 기한 추정의 효과를 번복하는 관계에 있어서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점유자는 소유의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이를 다투는 상대방이 그 반대사실인 소유의사의 부존재를 입증하여야 한다.
다. 대상판결의 태도(제1 쟁점의 해결)
대상판결은, 점유자의 소유의사 추정규정의 효과로 입증책임이 전환되어 점유자의 소유의사를 다투는 상대방이 그 부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함으로써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부존재에 대한 입증방법은 본증이고, 그 주장은 항변이 되는 것이다.
3. 점유자의 '소유의 의사'의 추정이 깨어지는 경우(= 제2 쟁점)(유남석, 위 논문, 823-829쪽 참조)
가. 추정의 번복에 대한 판례의 태도
대법원 1983. 7. 12. 선고 82다708,709, 82다카1792,1793 전원합의체판결에 의하면 자주점유의 추정을 번복시키기 위하여는 성질상 타주점유의 권원을 입증하여야만 하였는데, 1990년 이래의 판결(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다카21381,90다카21398 판결, 1991. 11. 26. 선고 91다25437 판결, 1992. 10. 9. 선고 92다27799,92다27805 판결, 1994. 11. 8. 선고 94다28680 판결, 1995. 3. 17. 선고 94다14445,94다14452 판결, 1996. 11. 8. 선고 96다29410 판결, 1996. 11. 26. 선고 96다34191 판결 등)은 그밖에 자주점유로 볼 수 없게 하는 객관적 사정을 입증하여 자주점유의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다고 하고 있다.
후자의 판례에서 말하는 객관적 사정은, 점유기간 중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통상 취하지 아니할 태도를 나타내거나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하지 아니한 경우 등 외형적․객관적으로 보아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는 점유하는 의사를 갖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볼 사정’이라고 한다.
나. 대상판결의 태도(제2 쟁점의 해결)
소유의사의 존부를 그에 관한 점유자의 내심의 의사가 아니라 점유권원 등 객관적 사정에 의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는 판례의 입장은 타당하지만, 소유의사의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는 객관적 사정을 임차권․전세권 등 전형적인 타주점유의 법적 권원만으로 한정시킬 필요는 없다. 전형적인 타주점유의 법적 권원이 아니더라도 점유 개시의 원인이 된 사실관계(권원)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할 때 타주점유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도 추정은 깨어진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기존 판례의 판시 내용은 다소 부정확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
대상판결은,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 있는 자주점유인지 아니면 소유의 의사 없는 타주점유인지의 여부는 점유자의 내심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이나 점유와 관계가 있는 모든 사정에 의하여 외형적·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점유자가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권원에 바탕을 두고 점유를 취득한 사실이 증명되었거나,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 즉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통상 취하지 아니할 태도를 나타내거나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경우 등 외형적·객관적으로 보아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아니하였던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증명된 경우에도 그 추정은 깨어진다”고 판시함으로써, ‘소유의사’의 결정기준 및 추정과 그 번복에 관한 판례이론을 종합하여 모순되지 않게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4. 무단점유한 경우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지는지 여부(= 제3 쟁점)(유남석, 위 논문, 831-836쪽 참조)
가. 문제점 제기
무단점유는, 점유자가 점유를 개시할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또 이를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점유한 경우이다. 점유자가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경우에도 소유의 의사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나. 기존 판례의 태도
무단점유한 경우에도 소유의 의사가 존재하는지에 관하여 긍정한 판례로는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다43654 판결, 1994. 4. 29. 선고 93다18327, 18334 판결, 1994. 10. 21. 선고 94다17475 판결, 1996. 1. 26. 선고 95다863, 870 판결 등이 있고, 부정한 판례로는 1979. 4. 24. 선고 78다2373 판결이 있다.
다. 대상판결의 태도(제3 쟁점의 해결)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무단점유임이 증명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로써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졌다고 판시하고 있다.
무단점유의 경우에는 점유자에게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이 일반적이고 소유의 의사가 있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무단점유라는 사정이 증명되면 경험칙상 점유자에게 소유의 의사가 없다고 추인할 수 있는 것이고, 이로써 소유의 의사의 부존재가 입증되거나 혹은 소유의 의사의 추정이 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무단점유임에도 불구하고 소유의 의사가 있다고 주장하는 점유자는 무단점유로부터 소유의 의사의 부존재가 추인되는 것을 방해하는 다른 특별한 간접사실을 입증하여야 하고, 그러한 간접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점유개시 당시에 일단 소유의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취급되므로, 나아가 타주점유로부터 자주점유로의 전환을 주장․입증하여 그 전환시부터 소유의 의사가 있는 것으로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