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죽은 천리마의 뼈를 500금으로 사다(死馬骨五百金) - ‘비상식적인 처신’이 통한 이유](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3. 6. 18.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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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천리마의 뼈를 500금으로 사다(死馬骨五百金) - ‘비상식적인 처신’이 통한 이유](윤경변호사)

 

전국시대 말엽 연나라 소왕(昭王)은 황폐한 연나라를 수습한 후에 왕위에 올랐다.

그는 겸손과 예의, 그리고 후한 선물과 거금으로 현명하고 유능한 인재를 끌어 모았다.

그 이유는 그들에 의거해서 연나라의 수치를 씻고 복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왕이 유명한 유세객 곽외(郭嵬)를 만나서 말했다.

"제나라는 우리의 내란을 틈타서 공격을 가했는데, 저는 우리 연나라가 작고 힘이 약해서 복수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능한 인재를 얻어서 그들과 함께 나라를 다스리고 선왕의 치욕을 씻고 싶은 게 저의 소원 입니다. 나라의 큰 원한을 갚자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곽외가 대답했다.

"제업(帝業)을 이루는 임금은 성현을 스승으로 삼아서 조정의 일을 함께 보며,

왕업(王業)을 이루는 임금은 성현을 친구로 삼고 조정의 일을 함께 보며, 패업(覇業)을 이루는 임금은 성현을 신하로 삼고 조정의 일을 함께 보며, 망국(亡國)을 이루는 임금은 성현을 시종으로 삼으니 나라를 보존할 수 없습니다.

 

먼저 성현을 스승으로 받들면서 가르침을 받아야 하니, 그렇게만 하면 자신보다 능력이 백 배나 되는 사람이 찾아올 것입니다. 그 다음은 다른 사람보다 먼저 일을 하고 다른 사람보다 늦게 휴식을 해야 하며 다른 사람보다 먼저 가르침을 받아야 하고 다른 사람이 가르침을 받지 않을 때에도 계속 가르침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게만 하면 자신보다 능력이 열 배나 되는 사람이 찾아올 것입니다.

 

탁자에 기대어서 지팡이를 짚고 손짓 발짓으로 지시한다면, 허드렛일을 하고 고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찾아올 것입니다.

만일 사람들을 거칠게 대하고 학대하면서 제멋대로 꾸짖는다면, 고분고분 말을 듣는 범부와 노예들이 찾아올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옛날에 왕도를 행할 때 인재를 모으던 방법입니다.

 

하지만 대왕께서 국내의 인재를 널리 선발하고 몸소 그들의 집을 찾아간다면, 천하 사람들은 필경 대왕께서 현명한 신하를 찾는 다는 것을 알고서 반드시 연나라를 찾아올 것입니다."

 

소왕이 물었다.

"그럼, 내가 누구를 방문해야 합니까?"

 

"제가 듣건데, 옛날 어떤 임금은 천금을 주고 천리마를 사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나도록 사지 못하자, 궁중의 한 신하가 임금에게 말하였습니다.

'제가 사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임금은 5백 냥을 주고 그에게 임무를 맡겼는데, 신하는 3개월 후에 천리마를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죽은 천리마였습니다. 신하는 황금 5백 냥을 주고 죽은 말을 사온 것이죠.

 

임금은 대노하였습니다.

'짐이 얻고자 하는 것은 살아있는 말이오. 죽은 말이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이오'

 

신하가 대답하였습니다.

'죽은 말을 황금 5백 냥을 주고 샀다면 살아 있는 말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천하 사람들은 이로 인해 대왕께서 천리마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 것이며, 그렇게 되면 천리마를 살 수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1년도 되지 않아서 천리마가 세 마리나 궁중으로 보내졌죠.

 

지금 대왕께서 진실로 현명한 인재를 모으고 싶다면 저부터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저 같은 사람도 등용된다면, 저보다 더 능력있는 사람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그들은 천릿길도 마다하지 않고 연나라를 찾아올 것입니다."

 

소왕은 곽외를 위해 궁전을 짓고 그를 스승으로 모셨다. 얼마 후 악의(樂毅)가 위나라에서 왔으며 추연(鄒衍)이 제나라에서 왔고 극신(劇辛)이 조나라에서 왔다. 재능있는 사람들이 앞 다퉈 연나라에 모이면서 연나라는 강대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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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책(戰國策)”의 ‘연책(燕策)’에 나오는 말이다.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을 귀하게 여긴다는 말이지만,

위 일화가 주는 교훈은 실은 다른 곳에 있다.

 

아무리 똑똑하고 비범한 사람일지라도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단 몇 사람의 인재라도 옆에 있으면, 그 시너지 효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 만큼 훌륭한 인재를 발굴하여 옆에 두는 것은 군주(君主)나 CEO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필수 덕목이다.

 

이성계는 정도전을 5백 년 조선왕조를 창업했다. 한나라 고조(高祖) 유방(劉邦)은 대장군 한신(韓信) 힘으로 천하통일의 패업을 이루었다. 루스벨트가 장애를 딛고 일어나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루이 하우가 그의 곁을 지켜준 덕분이었다. 세계적인 ‘슈퍼 재벌’로 다시 태어난 삼성의 오늘은 으뜸 참모 이학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곁에는 노련한 정치 컨설턴트이자 친구인 데이비드 액설로드가 있었다.

 

이러한 인재를 얻기 위해 ‘비상식적인 처신’이 통할 때가 있다.

하찮은 뼈를 500금으로 살 정도로 공을 들였다.

 

인재를 찾은 것이 아니라

인재가 스스로 찾아 오게 만들었다.

 

인재의 관심을 끌고,

그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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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사람은

인재들이 아니라,

인재를 얻은 자들이다.

 

그들에게는 불변의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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