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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계약당사자의 확정법리, 처분문서의 증명력>】《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 확정하는 방법 및 처분문서의 증명력(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6다237691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11. 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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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계약당사자의 확정법리, 처분문서의 증명력>】《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 확정하는 방법 및 처분문서의 증명력(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6237691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집합건물의 관리인이 전유부분의 임차인을 상대로 관리비의 지급을 구하는 사건]

 

판시사항

 

[1]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 확정하는 방법 및 처분문서의 증명력

 

[2] 갑이 을 주식회사로부터 상가 점포와 그 점포 내에 설치된 수영장 시설을 매수하려고 을 회사의 부회장인 병과 여러 차례 협의하였으나 매수자금을 마련하지 못하자, 병에게 자력이 있는 정을 계약자로 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달라고 부탁하여 을 회사가 정과 위 상가 점포와 수영장 시설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상가의 관리인인 무 주식회사가 정에게 관리비를 청구하자, 정이 자신은 명의대여자일 뿐이고 실제 임차인은 갑이라며 관리비 납부를 거부한 사안에서, 임대차계약서에 임차인이 정으로 기재되어 있고 갑은 대리인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임대인인 을 회사도 정을 임차인으로 이해하고 이를 전제로 행동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위 임대차계약의 임차인은 정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정은 임대차계약에 기초하여 집합건물의 전유부분인 상가 점포를 점유하는 사람으로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2조 제2항에 따라 구분소유자가 규약에 따라 부담하는 관리비 부담의무와 동일한 의무를 진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 문제이다. 당사자들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에 따라 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해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표시 상대방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를 계약의 당사자로 이해하였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서면에 사용된 문구에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 내심에 있는 의사가 어떠한지와 관계없이 서면의 기재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 경우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

 

[2] 갑이 을 주식회사로부터 상가 점포와 그 점포 내에 설치된 수영장 시설을 매수하려고 을 회사의 부회장인 병과 여러 차례 협의하였으나 매수자금을 마련하지 못하자, 병에게 자력이 있는 정을 계약자로 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달라고 부탁하여 을 회사가 정과 위 상가 점포와 수영장 시설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상가의 관리인인 무 주식회사가 정에게 관리비를 청구하자, 정이 자신은 명의대여자일 뿐이고 실제 임차인은 갑이라며 관리비 납부를 거부한 사안에서, 계약당사자 사이에 작성된 처분문서인 임대차계약서에는 임차인이 정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점, 정이 임대인인 을 회사 명의의 계좌로 임대료 등을 송금하였고, 임대차계약서의 초안에 직접 서명하였으며, 상가 점포에 설치된 수영장 시설을 운영하기 위해 설립된 법인의 공동대표이사로 취임하는 등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차인으로서 행동한 점, 을 회사의 부회장인 병은 자력이 있는 정을 계약자로 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로 하였고, 을 회사의 직원은 정에게 요청하여 임대차계약서의 초안에 정의 서명을 받았으며, 을 회사는 정을 상대로 상가 점포 등의 인도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등 임대차계약의 임차인이 정임을 전제로 행동한 점, 갑은 임대차계약서에 정의 대리인으로 되어 있을 뿐이고 이와 달리 임대차계약 당시 계약 명의와 관계없이 임차인을 갑으로 한다거나 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갑에게 귀속시키기로 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임대차계약의 임차인은 정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정은 임대차계약에 기초하여 집합건물의 전유부분인 상가 점포를 점유하는 사람으로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2조 제2항에 따라 구분소유자가 규약에 따라 부담하는 관리비 부담의무와 동일한 의무를 진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 사실관계

 

은 수영장시설이 설치된 점포를 매수하기로 하고 원고승계참가인(이하 승계참가인’)의 부회장인 과 여러 차례 협의하였으나 매수자금을 마련하지 못하였다.

 

에게 자력이 있는 피고를 계약자로 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해달라고 하였고, 피고는 승계참가인 명의의 계좌로 임대료 등 7억 원을 송금하였다.

 

승계참가인은 피고와 점포와 수영장 시설을 임차하기로 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위 계약서 중 임차인란에는 피고의 주소, 성명,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어 있고, 그 옆에 피고의 서명과 날인이 있으며, 은 피고의 대리인으로 명시되어 있다.

 

1심 공동피고 주식회사 은 점포에 설치된 수영장 시설을 운영하기 위해 설립된 법인인데, 피고는 의 공동대표이사로 취임하였음. 은 승계참가인과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차인의 의무를 피고와 함께 부담하고, 2013. 5.부터 2013. 7.까지의 관리비도 임차인의 지위에서 납부한다고 약정하였다.

 

승계참가인은 피고와 을 상대로 임대차계약의 종료를 이유로 점포 등의 인도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법원은 피고와 이 승계참가인에게 점포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피고는 항소하지 않았다.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점포에 관한 미납 관리비를 청구한 사안이다.

 

원심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임차인은 피고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에서 상고기각하였다.

 

.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계약당사자를 확정하는 방법과 처분문서의 증명력이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 한다) 42조 제2항은 점유자는 구분소유자가 건물이나 대지 또는 부속시설의 사용과 관련하여 규약 또는 관리단집회의 결의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와 동일한 의무를 진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점유자란 전유부분을 점유하는 자로서 구분소유자가 아닌 자를 말한다(집합건물법 제5조 제4).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 문제이다. 당사자들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에 따라 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해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표시 상대방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를 계약의 당사자로 이해하였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서면에 사용된 문구에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 내심에 있는 의사가 어떠한지와 관계없이 서면의 기재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 경우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81035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92487 판결 등 참조).

 

집합건물의 관리인인 원고는 피고가 전유부분의 임차인이라고 하면서 관리비의 지급을 구하였고, 피고는 명의를 대여하였을 뿐 실제 임차인은 이라고 다투었다.

임대차계약서에 임차인이 피고로 기재되어 있고 은 대리인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임대인도 피고를 임차인으로 이해하고 이를 전제로 행동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임대차계약의 임차인은 피고라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는 임대차계약에 기초하여 전유부분을 점유하는 사람으로서 집합건물법 제42조 제2항에 따라 구분소유자가 규약에 따라 부담하는 관리비 부담 의무와 동일한 의무를 진다고 판단하여 상고기각한 사례이다.

 

3. 법률행위의 해석

 

. 서론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주체), 목적(내용), 의사표시라는 요건이 필요하고, 특히 계약에서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표시의 합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어떤 계약에서 행위자와 명의자 또는 계약의 효과를 의욕하는 자 등이 나뉘거나, 관련자들 사이에서 표시된 것과 다른 진의나 내심의 의사 등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경우,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이 당사자의 확정 문제이고, 이는 기본적으로 법률행위(계약) 해석에 의하여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 일반적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법률행위는 의사표시를 요소로 하므로 법률행위의 해석이란 결국은 의사표시의 해석과 같다고 본다. 다만, 의사표시 중에서 상대방이 있는(혹은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와 상대방이 없는(혹은 수령을 요하지 않는) 의사표시의 해석은 구별하여 취급할 필요가 있다. 표의자 의사의 존중 외에 상대방의 신뢰보호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는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로서의 계약의 해석, 그 중에서도 계약당사자의 확정 문제가 쟁점이다.

 

. 의사표시이론

 

 의사표시의 의의

 

대체로, 일정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의사의 표시행위라고 정의된다.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불가결의 요소이고, 표의자가 원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준법률행위(법률적 행위)와 구별된다. 법률행위는 민법의 기본원리인 사적자치를 실현하는 법적 수단이다.

 

 의사표시의 구성요소

 

의사표시가 성립하는 심리적 과정을 분석하면, 보통 어떤 동기에 의하여 일정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의사를 결정하고(효과의사), 이 의사를 외부(타인)에 알리기 위하여 발표하려는 의사(표시의사)가 매개되어, 일정한 행위로 외부에 나타나는(표시행위) 3단계를 거치는데, 그 중 의사표시의 본체를 이루는 것은 표시행위라고 설명된다.

 

 주관적 요소의사

 

 행위의사 : 어떤 외부적인 용태 즉 행위를 하려는 의식이다.

 표시의사(표시인식) : 법적으로 의미 있는 표시행위를 한다는 인식이다.

 효과의사 : 일정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의욕하는 의사를 말한다.

 대법원 1996. 4. 9. 선고 961320 판결(대법원 1999. 1. 29. 선고 973422 판결;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48265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23482 판결 등도 같은 취지) : 의사표시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다면, 의사표시의 요소가 되는 것은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효과의사 즉 표시상의 효과의사이고 표의자가 가지고 있던 내심적 효과의사가 아니므로,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보다는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객관적 요소표시

 

효과의사를 외부에 표명하는 행위이다. 표시행위의 의의에 대해서 의사주의적 관점과 표시주의적 관점의 차이가 있다. ,  의사주의에서는 표의자의 내적인 의사의 표현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갖고,  표시주의에서는 효과의사가 타인에게 인식될 수 있는 징표이자 법률효과의 본래의 근거이며,  효력주의에서는 표시행위는 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라고 한다. 의사표시로서의 가치(표시가치)를 가지는 적극·소극의 모든 행위가 포함된다. 그 수단·방식에 제한이 없고, 명시적·묵시적으로도 가능하다.

 

. 법률행위(의사표시)의 해석

 

 법률행위 해석의 기본입장(목표, 대상)

 

법률행위(의사표시) 해석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의사표시의 본질 내지 효력근거에 관한 의사표시이론과 관련이 있다.

대체로 의사표시의 본질론에 관하여  의사주의에 따르면 표의자의 진의나 내심의 의사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고(주관주의적 해석),  표시주의에 따르면 표시의 객관적인 의미를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며(객관주의적 해석),  효방주의는 (효과의사와 표시행위의 일치로서의) 의사표시의 객관적인 규범적인 의미를 탐구하려고 한다(객관주의에 가깝게 된다).

기존의 다수설인 표시주의적인 절충설에 의하면(또한, 신뢰보호에 의하여 제한된 의사주의를 취하는 견해도 마찬가지), 적어도 계약과 같이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에 관한 한, 표의자의 순수한 내심의 의사를 밝히는 것이 해석의 목표로 될 수는 없고, 표시행위가 가지는 객관적 의미내용을 탐구하는 것이 될 것이다.

 

대법원판례도 기본적으로 같은 입장이다. 의사표시의 요소를 표의자가 가지고 있던 진의나 내심적 효과의사가 아니라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효과의사 즉 표시상의 효과의사라고 보면서, 법률행위의 해석이란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명백히 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다만, 판례 중에는 법률행위 해석에 관하여 당사자의 진의를 탐구하는 것이라고 하거나(대법원 1977. 6. 7. 선고 751034 판결), 형식적인 문구에 얽매이지 않고 쌍방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가를 탐구해야 한다는 판시(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2629, 2636(병합) 판결 등)도 있으므로, 당사자의 진의를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6. 4. 9. 선고 961320 판결(동지 : 대법원 1999. 1. 29. 선고 973422 판결,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48265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23482 판결 등)

의사표시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다면, 의사표시의 요소가 되는 것은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효과의사 즉 표시상의 효과의사이고 표의자가 가지고 있던 내심적 효과의사가 아니므로,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보다는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40858 판결(동지 : 대법원 1992. 5. 26. 선고 9135571 판결, 대법원 1994. 3. 25. 선고 9332668 판결, 대법원 1994. 4. 29. 선고 941142 판결,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29130 판결,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16049 판결,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45259 판결,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43486 판결, 대법원 2000. 10. 6. 선고 200027923 판결, 대법원 2000. 11. 10. 선고 9831493 판결 등)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사용된 문언에만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어떤지에 관계없이 그 문언의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고,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그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형식과 내용,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해석의 방법

 

근래에 법률행위 해석을, 특히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의 경우, 크게 밝히는(단순한) 해석 보충적인 해석으로 나누고, 밝히는 해석은 자연적(주관적-개별적인) 해석 규범적인(객관적-정형적인) 해석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연적 해석

 

표현의 문자적·언어적 의미에 구속되지 않고 표의자의 실제의 의사 즉 내심적 효과의사를 추구하는 것이다. 어떤 일정한 표시에 관하여 당사자가 사실상 일치하여 이해한 경우에는 그 의미대로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 그 전형적 예가 오표시 무해의 원칙(잘못된 표시는 해가 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당사자가 사실상 일치하여 의욕한 것이 있다면 문언에 우선하여 그 일치된 이해대로 효력을 부정할 이유가 없고 그것이 사적자치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자연적 해석에서는 표의자가 표시의 의미를 착오로 다른 의미로 이해했는지 여부는 문제되지 아니하고, 착오가 있는 때에도 생각한 의미로 효력이 있다. 나아가 당사자가 일치하여 의도적으로 일정한 표시에 다른 의미를 부가한 경우에도 같다[예컨대 암거래에 있어서 물건(기관총)을 암호(‘피아노’)로 표시하는 경우].

 

 규범적 해석

 

 의의

 

당사자의 사실상의 일치하는 이해가 확정되지 못하는 경우, 즉 의사표시에 관하여 표의자가 생각한 의미와 상대방이 생각한 의미가 다른 경우에는 규범적 해석이 행하여진다. 규범적 해석은 표시행위의 객관적·규범적인 의미를 탐구하는 것인데, 이는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에 있어서 상대방의 신뢰보호, 자기책임의 원칙 요청에 부응할 뿐 아니라, 해석에 적용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부합된다고 설명된다.

해석에서의 신의성실의 원칙의 고려는 표시의 상대방(수령자)이 적절한 주의를 베푼 경우에 이해되었어야 하는 표시행위의 의미가 탐구되어야 함을 요구한다. 그리하여 수령자시계, 수령자의 이해시계 또는 수령자의 이해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표의자가 생각한 의미와 표시수령자가 생각한 의미가 다른 경우에는, 상대방의 이해가능성을 고려하여 해석이 행해져야 한다. 표의자의 이익보다 상대방의 신뢰보호를 우선시키는 것이다(표의자에 의하여 실제 의욕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표시행위에 기하여 표의자에 의하여 의욕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이 효력이 있다).

상대방이 실제로 이해한 의미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또한 상대방의 주관에 너무 치우치게 되어 형평성을 잃게 되므로, 표시된 언어·행태 및 주위사정을 기초로 평균적인 상대방(평균인)이 이해하였으리라고 여겨지는 객관적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표의자나 상대방의 주관적인 의도보다는 정의와 형평의 시각에서 어떤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인가를 모색하므로 규범판단이 개재하게 되고 따라서 규범적 해석이라고 부른다.

 

 규범적 해석의 방법(출발점)

 

규범적 해석은 표시에 사용된 문자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문법적 해석). 다만, 그 문자가 일반적인 언어관용과 다른 의미로 사용된 징후가 있는 경우에는 문자에 머물러 있을 것을 고집할 수는 없다. 표시된 문자와 다른 의미는 당사자의 상의, 행위목적, 그리고 표시의 전체맥락에서의 표현의 위치로부터 생겨날 수 있는데, 그러한 경우에는 문자해석은 금지된다. 또한, 해석은 표시의 사고법칙적 관계를 고려하여 행하여야 한다. 따라서 표시된 부분들과 함께 법률행위 전체를 고려하여야 한다.

 

 규범적 해석의 표준

 

통상 법률행위의 해석의 표준으로서 법률행위의 문언, 당사자의 목적 기타 법률행위 당시의 제반사정, 관습, 임의규정 및 신의칙 등이 제시되는데, 이러한 것들을 고려하는 것이 규범적 해석의 내용이 될 것이다.

 

 보충적 해석

 

법률행위의 내용에 틈(흠결, 공백)이 있는 경우에 이를 보충하는 해석방법이다.

당사자들이 법률행위를 하면서 모든 사항을 빠짐없이 규율하기는 어렵고, 규율되지 않은 문제에 관하여 뒤에 다툼이 생길 경우가 있는바, 법률이 이러한 경우에 대비한 여러 임의규정(보충규정)을 두고 있으나 임의규정이 없거나 적용할 수 없는 경우에 틈이 발생한다. 이러한 틈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보충적 해석이다. 보충적 해석은 자연적 해석 또는 규범적 해석에 의하여 법률행위의 성립이 인정된 연후에 비로소 문제된다. , 법률행위가 성립되었으나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규율되지 않은 경우에 이를 보충하는 것이다.

법원은, 가령 계약에서 당사자들이 간과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그들이 무엇을 의욕했을 것인가를 신의칙과 거래관행을 고려하여 탐구하여야 하고, 따라서 여기에서는 당사자의 진의가 아니라 그들의 가정적인 의사를 기준으로 한다.

 

 해석의 표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준들에 따라 해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당사자의 목적 기타 의사표시 당시의 사정들

 

법률행위에 부수하는 제반사정들, 즉 표현의 문자적인 의미에만 구애받지 않고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법률행위의 의미내용을 탐구하여야 한다. 표시행위의 의미를 결정할 수 있는 모든 경과와 상황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법률행위 당사자의 모든 용태, 계약 상의에서의 표시들, 행위당사자의 하나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표시되거나 그의 표시로부터 명백한 법률행위의 목적, 표시행위의 장소와 시간, 당사자들 사이에 이미 계약관계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거래에서의 지금까지의 습관, 표시행위가 인식가능하게 관계하는 표의자 또는 상대방의 이전의 표명들, 표시행위 당시의 일반적인 관계 특히 어떤 의미와 목적으로 일반적으로 이러한 종류의 법률행위가 행하여지는가 하는 관계, 표시행위 나타난 당사자의 개인적인 관계 등이 고려된다.

당사자의 목적은 제반사정들 중 중요한 것이지만, 유일한 것은 아니다.

 

 관습 내지 거래관행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법률행위의 내용을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관습 내지 거래관행을 고려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일반적인 경우에 당사자가 관습 내지 거래관행에 따라 행동한다는, 특히 일정한 표현을 거래의 통상적인 의미로 사용한다는 일반적인 생활경험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민법 제106조에서도 관습이 법률행위해석의 표준이 됨을 규정하고 있다(다만,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면 그에 따른다. 또한 관습은 강행규정이나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아야 한다).

 

 임의규정

 

민법 제105조의 반대해석에 의하여,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 또는 의사표시가 불명료한 경우에는 임의규정을 적용한다[민법 제105 (임의규정)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법령 중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그 의사에 의한다].

본래 임의규정은  해석규정(일정한 경우 추정한다는 표현)  보충규정(“특별한 규정이 있는 때 또는 다른 의사표시가 없는 한 등의 표현)으로 세분되는데, 규범적인 해석과 관계되는 것은 전자이고, 보충적인 해석에서 의미를 가지는 것이 후자이다.

 

 신의성실의 원칙

 

앞서 본 여러 기준에 의하여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 신의성실의 원칙(법률상의 행동원리) 또는 조리(법의 근본이념)에 따라야 함은 당연하다. 대표적인 예가 이른바 예문해석이나 수정해석(효력유지적 축소)’ 등이다.

 

 기타의 해석원칙

 

 통일해석의 원칙 : 표시행위의 각 부분을 분리해서 개별적인 의미를 부여할 것이 아니라 표시행위 전체에 대하여 하나의 통일적인 의미를 부여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0. 5. 25. 선고 89다카8290 판결약관의 용어풀이란도 본문과 결합하여 전체로서 약관의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므로 그것은 본문에서 사용된 용어 중 그 의미가 불명확한 것을 명확하게 한다든지 그 풀이에 혼란이 없도록 하는데 그쳐야 할 것이고 본문의 의미를 임의로 제한하거나 본문과 모순되는 내용을 규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유효(효용) 해석의 원칙 : 법률행위가 유효하게 되는 해석과 무효로 되는 해석이 있다면, 유효한 해석이 우선되어야 한다. 나아가, 표시행위가 여러가지 의미를 갖는 경우 당사자에게 가장 효용이 있는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6. 12. 10. 선고 9456098 판결아파트 분양계약서에서 공유대지 증감에 관한 상호 면책조항이 있었던 사안에서, 그 조항에서 공유대지에 대한 공부 정리 결과 공유대지의 증가나 감소가 있을 경우라 함은 바로 분양계약 당시 계획된 아파트 단지의 대지에 대하여 지적법에 따른 순수한 지적공부 정리 결과 객관적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증감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이와 같이 해석하는 한 위 면책조항이 형평의 원칙이나 신의칙에 반한 것이어서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한 사례.

 

 엄격(축소, 제한) 해석의 원칙 : 권리자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포기하게 하는 약정, 의무자의 의무와 책임을 면제 또는 축소하는 약정, 또는 당사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약정은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3103 판결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연대보증인은 본 약정에 의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액을 한도로 하는 금액 및 모든 채권채무금액에 대하여도 연대이행할 모든 책임을 지겠다.”를 채무자의 기존 채무가 아니라, 연대보증 이후 발생하는 장래의 채무만을 보증하는 취지로 해석한 사례). 그 밖에 대법원 1992. 5. 26. 선고 9135571 판결, 대법원 1994. 6. 28. 선고 946048 판결, 대법원 1995. 5. 23. 선고 956465 판결,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33607 판결, 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72572 판결 등.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 : 계약 내용이 불명확할 때에는 그 계약을 작성한 자에게 불이익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주로 약관과 관련하여 문제된다(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

 

 특히 보통거래약관의 해석에 관하여 약관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계약과 다른 고려가 필요하다. , 의사표시는 원칙적으로 개별적인 경우의 사정에 의하여 해석되어야 하지만, 약관은 그것의 전형적인 내용에 따라 해석되어야 하고 개별적인 경우의 사정에 의한 상이한 종류의 규범적인 이해가 문제되지 아니한다. 약관은 대량거래에 관하여 획일적인 처리를 기본적인 목적으로 하므로, 구체적인 경우의 상대방의 사정에 의하여 해석되는 것은 옳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통거래약관의 해석에서는 평균적인 고객이 알았어야 하는 사정만이 고려되어야 한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 (약관의 해석)  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해석되어야 하며 고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서는 아니된다].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72093 판결(대법원 1998. 10. 23. 선고 9820752 판결, 대법원 1996. 6. 25. 선고 9612009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35226 판결,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72093 판결 등도 동지).

약관의 내용은 개개 계약체결자의 의사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고객보호의 측면에서 약관 내용이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때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약관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제한해석하여야 한다.

 

 처분문서의 증명력과 해석 원칙

 

처분문서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는 민사소송에서의 증거력에 관한 법리이지만, 법원이 구체적 소송에서 증거에 의하여 어떤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확정하는 데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법원은 그 기재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그 기재내용(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 설시도 없이 이를 배척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이 확고한 판례의 태도이다(대법원 2000. 1. 21. 선고 971013 판결,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48265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23482 판결,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67264,67271 판결등 다수). , 처분문서에는 강한 증명력(추정력)이 인정된다.

 

물론, 처분문서에 의하여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 문서에 기재된 법률행위의 내용이 불명확하여 이견이 있는 경우에는 앞서 본 실체법상 법률행위의 해석에 관한 일반이론 및 소송법상 자유심증주의의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대법원 1988. 9. 27. 선고 87다카422(본소), 423(반소) 판결처분문서란 그에 의하여 증명하려고 하는 법률상의 행위가 그 문서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어느 문서가 처분문서인가의 여부는 입증사항이나 취지 여하에 달려있는 것이고 실제로 처분문서라고 인정되고 그것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작성자가 거기에 기재된 법률상의 행위를 한 것이 직접 증명된다 하겠으나 그때에도 당시에 능력이나 의사의 흠결이 없었다거나 그의 행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것 등은 별도의 판단문제로서 작성자의 행위를 석명함에 있어서는 경험칙과 논리칙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로운 심증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나 처분문서에 의하여 행해진 법률행위의 내용이 문서의 기재내용(문언)에 의하여 비교적 명확하게 파악된다면 그 기재대로 법률행위가 이루어졌다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고 또 법률행위 해석에 있어서 제1의 기준을 어디까지나 문언해석에 두어야 하는 이상, 문언과 다른 내용으로 법률행위를 해석하는 일은 극히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자유심증주의의 내재적 제한인 논리법칙과 경험법칙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34643 판결 :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반증이 없는 한 그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 설시도 없이 이를 배척하여서는 아니 되나, 처분문서라 할지라도 그 기재 내용과 다른 명시적, 묵시적 약정이 있는 사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그 기재 내용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작성자의 법률행위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경험법칙과 논리법칙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로운 심증으로 판단할 수 있다.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3103 판결(대법원 1995. 5. 23. 선고 956465 판결, 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72572 판결 등) : 계약당사자간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의 여하에 관계없이 그 문언의 내용과 그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당사자 사이의 계약의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고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48265 판결 :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만약 의사표시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다면, 의사표시의 요소가 되는 것은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효과의사 즉, 표시상의 효과의사이고 표의자가 가지고 있던 내심적 효과의사가 아니므로,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보다는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판례의 법리 정리

 

판례는, 법률행위의 해석의 목표를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가 아니라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명확히 확정하는 것이라고 선언한 다음,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특히 처분문서의 경우)을 위시하여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칙,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하는바, 이 역시 기존 통설과 같은 입장이고 주로 규범적 해석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통설이 자연적 해석(오표시 무해의 원칙)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그것은 당연한 원칙이라고 한다. 판례도, 쌍방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합치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표시와 관계없이 그 합치된 의사에 따라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인정하여, 같은 해석을 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원칙은 당사자 확정의 문제에서도 공히 적용되고 있다[대법원 1999. 6. 25. 선고 997183 판결 :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자가 타인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누구를 계약의 당사자로 볼 것인가에 관하여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한 의사에 따라 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 9. 29. 선고 944912 판결,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22089 판결, 대법원 1998. 5. 12. 선고 9736989 판결 등 참조)].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2629, 2636(병합) 판결(대법원 1996. 8. 20. 선고 9619581, 19598 판결도 같은 취지) : 일반적으로 계약의 해석에 있어서는 형식적인 문구에만 얽매여서는 아니되고 쌍방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가를 탐구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부동산의 매매계약에 있어 쌍방당사자가 모두 특정의 갑 토지를 계약의 목적물로 삼았으나 그 목적물의 지번 등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켜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계약서상 그 목적물을 갑 토지와는 별개인 을 토지로 표시하였다 하여도 위 갑 토지에 관하여 이를 매매의 목적물로 한다는 쌍방당사자의 의사합치가 있은 이상 위 매매계약은 갑 토지에 관하여 성립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며, 만일 을 토지에 관하여 위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하여 매수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면 이는 원인이 없이 경료된 것으로써 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법원에서 계약 해석이 문제되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우선 계약서와 같은 객관적인 자료에서 출발하여 그 내용이 불분명할 때에는 계약 체결 당시 및 그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계약을 해석할 수밖에 없고.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를 인정하여 그에 따라 재판하는 것은 오히려 예외에 속한다. 계약 해석의 결과로 당사자의 의사가 확정된다고 할 때 그 당사자의 의사는 현실적인 당사자의 의사인 경우도 있지만 제반 사정에 의하여 합리적인 당사자라면 그러한 의사를 가졌을 것으로 추단되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후자의 경우가 계약의 해석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있는 재판의 실제에 있어서는 주류를 이룬다. 그러한 취지에서 판례도, 단순히 규범적 해석을 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합리적인 당사자가 가졌을 진정한 의사를 추측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요컨대, 양 당사자가 이해한 의미가 명확하고 그것이 일치한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합리적인 당사자라면 표시행위에 부여하였을 의미가 해석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4. 처분문서의 해석 방법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52-155 참조]

 

. 처분문서의 의의

 

 처분문서는 증명할 법률적 행위가 그 문서 자체에 의하여 이루어진 문서이다. 계약서, 어음, 수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와 비교하여 보고문서는 외부적 사실 또는 사람의 내심의 상태에 대한 보고, 의견, 감정 등을 기재한 문서이다. 상업장부, 진단서, 일기장, 등기사항증명서나 가족관계등록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구별은 문서의 증거가치를 따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판례는 어떤 문서를 처분문서라고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증명하고자 하는 공법상 또는 사법상의 행위가 그 문서에 의하여 행하여졌음을 필요로 하고, 그 문서의 내용이 작성자 자신의 법률행위에 관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 법률행위를 외부적 사실로서 보고·기술하고 있거나 그에 관한 의견이나 감상을 기재하고 있는 경우에는 처분문서가 아니라 보고문서라고 할 것이다.”라고 한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6222 판결 등 참조).

 

. 처분문서의 진정성립

 

 민사소송법 제358조는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라 함은 문서에 형식적인 서명 등이 존재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나 대리인의 의사에 기초한 서명행위 등이 행하여진 사실이 있는 것을 뜻한다.

 

 사문서에 날인된 작성명의인의 인영이 그의 인장에 의하여 현출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고(1단계 추정, 사실상 추정), 일단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민사소송법 제358조에 따라 그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2단계 추정, 법률상 추정).

 

 1단계 추정인 인영의 진정성립, 즉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는 추정은 사실상의 추정이므로, 인장의 도용 등을 주장하며 인영의 진정성립을 다투는 자가 반증을 들어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의 의사에 따른 것임에 관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의심을 품게 할 수 있는 사정을 증명하면 그 진정성립의 추정은 깨진다(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59122 판결 등 참조).

 

 또한 위와 같은 사실상 추정은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 이외의 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이 밝혀진 경우에는 깨어지는 것이므로, 문서제출자는 그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으로부터 위 임받은 정당한 권원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까지 증명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37831 판결 등 참조).

 

 2단계 추정과 관련하여, 인영의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문서는 그 전체가 완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작성명의인이 그러한 날인을 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 당시 그 문서의 전부 또는 일부가 미완성된 상태에서 날인만을 먼저 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이례에 속한다고 볼 것이므로 완성문서로서의 진정성립의 추정력을 뒤집으려면 그럴 만한 합리적인 이유와 이를 뒷받침할 간접반증 등의 증거가 필요하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62977 판결 등 참조).

 

 만일 그러한 완성문서로서의 진정성립의 추정이 번복되어 백지문서 또는 미완성 부분을 작성명의인이 아닌 자가 보충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밝혀진 경우라면, 다시 그 백지문서 또는 미완성 부분이 정당한 권한에 기초하여 보충되었다는 점에 관하여는 그 문서의 진정성립을 주장하는 자 또는 문서제출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11406 판결 등 참조).

 

 한편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그 기재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이상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성명의인의 인영에 의하여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을 추정함에 있어서는 신중하여야 하고(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34666 판결 등 참조), 특히 처분문서의 소지자가 업무 또는 친족관계 등에 의하여 문서명의인의 위임을 받아 그의 인장을 사용하기도 하였던 사실이 밝혀진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대법원 2014. 9. 26. 선고 201429667 판결 : 변호사 갑이 운영하는 법률사무소에서 사무장으로 근무하다가 해고된 을이 임금과는 별도로 정산금을 지급하기로 기재되어 있는 근로계약서 사본을 서증으로 제출하면서 갑을 상대로 약정금 등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을은 근로계약서 원본을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원본 부제출에 대한 정당성이 되는 구체적 사유를 증명하지도 아니하였으므로 근로계약서는 그와 같은 내용의 사본이 존재한다는 것 이외에 갑의 약정사실을 증명하는 증거로서 가치가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근로계약서에 나타난 갑의 인영이 갑의 의사에 따라 날인된 것인지에 관하여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근로계약서가 원본이라도 진정성립이 추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 의사의 해석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으면 처분문서에 기재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즉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그 서면에 사용된 문구에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의 여하에 관계없이 그 서면의 기재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92487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72572 판결,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569990 판결 등 참조).

 

특히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달리 해석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46531 판결(조건부 채무인지 여부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26769 판결(영업양도로 인한 채무인수의 범위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178958 판결(주채무 이행기 연장 시 보증채무 연장 여부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264253 판결(M&A계약에서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매수인이 악의인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22. 2. 10. 선고 2020279951 판결(근로계약서에서 기간을 1년으로 하되 계약기간 만료 시까지 별도 합의가 없으면 기간만료일에 자동 연장한다고 정한 사안에서, 근로를 정상적으로 제공할 수 있음을 전제로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제한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

 

다만 처분문서라 할지라도 그 기재 내용과 다른 명시적, 묵시적 약정이 있는 사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그 기재 내용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는 있다[대법원 2003. 4. 8. 선고 200138593 판결, 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34643 판결, 대법원 2017. 7. 18. 선고 2015206973 판결(근저당권설정계약 체결의 경위와 목적, 피담보채무액, 근저당권설정자와 채무자 및 채권자와의 상호관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당사자의 의사가 계약서 문언과는 달리 일정한 범위 내의 채무만을 피담보채무로 약정한 취지라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그 담보책임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등 참조].

 

그러나 처분문서에서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계약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7. 30. 선고 9529130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23482 판결,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8260299 판결 :  주식회사와  주식회사가 체결한 물품공급계약에서  회사가 OE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여  주식회사에 공급하면  회사가 정산하기로 하면서  회사는  회사의 제품구매자 정책에 따라 회수 등을 당함으로써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정하였는데,  회사가 식중독 사고 및 제품 일부의 하자 발생을 이유로 재고 전량을 반품하였고, 이에  회사가 위 계약 조항에 따른 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위 손해배상 조항은 개별 제품의 하자 존부와 관계없이 제품구매자인 의 정책에 따라 회수 등을 당함으로써 이 입은 손해를 이 배상하도록 정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회수 등의 근거가 되는 정책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가진 것이어야 하고, 그러한 요건을 갖추지 않은 조치에 대해서는 이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사례).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72572 판결(손해배상청구권의 포기 여부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14115 판결(임대차기간 중의 해제·해지 의사표시에 어떠한 절차가 요구되거나 제한이 따르는 경우, 기간만료로 인한 임대차계약의 종료 시에도 그와 같은 제한이 적용되는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238540 판결(약정 지연손해금의 기산시기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17. 7. 18. 선고 2016254740 판결(동업관계 탈퇴로 인한 지분가치 평가 시 영업권 제외 여부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21. 7. 21. 선고 2021219116 판결(모델계약에서 기간의 제한 없이 사진 사용을 허락한 것인지 여부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9226395 판결(분양대행계약에서 분양실적이 분양목표에 미달한 경우 분양대행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한 사안에서, 분양대행업자가 부담하는 채무는 계약기간 내에 목표분양률을 달성하여 그 결과를 제공하여야 할 결과채무가 아니라, 분양완료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분양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분양대행업무를 진행할 수단채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20245408 판결(3채무자의 질권설정 승낙의 범위가 문제 된 사안)].

 

. 복수의 처분문서가 작성된 경우

 

하나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각기 다른 내용을 정한 여러 개의 계약서가 순차로 작성되어 있는 경우 당사자가 그러한 계약서에 따른 법률관계나 우열관계를 명확하게 정하고 있다면 그와 같은 내용대로 효력이 발생한다. 그러나 여러 개의 계약서에 따른 법률관계 등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면 각각의 계약서에 정해져 있는 내용 중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부분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나중에 작성된 계약서에서 정한 대로 계약내용이 변경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대법원 2020. 12. 30. 선고 201717603 판결 :  로부터 상가건물 일부를 임차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임대차기간을 5년으로 정하였는데, 그 후  이 위 임대차계약의 내용을 변경하면서 임차면적, 임대차기간, 월차임, 특약사항에 관하여 내용이 약간씩 다른 4개의 임대차계약서를 차례로 작성한 사안에서, 세 번째로 작성된 임대차계약서가 세무서에 제출할 목적으로 허위로 작성된 사실에 대하여는   사이에 다툼이 없으나, 가장 마지막으로 작성된 임대차계약서(이하 4 임대차계약서라 한다)에 대하여는 만이 이를 허위로 작성된 이면계약서라고 주장하는데, 이 제출한 증거나 의 주장에 부합하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만으로는 제4 임대차계약서가 허위로 작성된 이면계약서라고 볼 수 없고, 4 임대차계약서의 특약사항으로 임대시작일이 명시된 점 등에 비추어  이 임차면적을 확대하면서 임대차기간을 8년으로 연장하기로 하여 2개의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다가 다시 임대차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기로 하여 제4 임대차계약서를 새로 작성한 것으로 보이므로, 4 임대차계약서에 기재된 문언에 따라 임대차계약 기간을 위 계약서의 특약사항에서 정한 임대시작일로부터 5년이라고 본 원심판단에는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한 사례].

 

5. 계약당사자의 확정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56-171 참조]

 

. 의의

 

일반적으로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그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의 문제에 해당한다. 당사자 사이에 법률행위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법률행위의 내용, 그러한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92487 판결,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69804 판결, 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6238212 판결 :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가맹본부인  주식회사(피고)  주식회사와,  회사가 직접  회사의 지사 또는 가맹점으로부터 주문을 받고,  회사가 선정한  주식회사 등 식자재 제조·생산업체로부터 식자재를 납품받아  회사의 지사 또는 가맹점에 운송하며, 물품대금을  회사가 자신의 책임으로 직접  회사의 지사 또는 가맹점으로부터 회수한 후 판매이익의 일정 비율을  회사에 수수료로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회사(원고)  회사의 이행보조자인  회사를 통해  회사의 지사 또는 가맹점에 식자재를 납품하였다며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 물품대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위 계약의 내용 및 취지,  회사,  회사,  회사 사이에 실제 이루어진 거래 형태 등을 종합하면,  회사는 단순히  회사의 배송 및 수금업무를 대행한 자가 아니라 가맹본부인  회사의 중간 공급업체로서  회사가 선정한 식자재 제조·생산업체인  회사와 직접 납품계약을 체결한다는 의사로 식자재를 납품받아 그 명의로 대금을 결제하여 왔고,  회사 역시 납품계약의 상대방을  회사로 인식하였다고 볼 수 있는데도,  회사와 식자재 납품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를  회사로 보아,  회사가  회사에 미지급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당사자 확정 또는 법률행위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6256999 판결 : 방송사와 작성된 직접적 처분문서(출연계약서)가 부존재하는 이 사건에서 방송 프로그램 출연료 채권자가 연예인인 원고들(유재석, 김용만)인지 전속기획사인지 문제 된 사안에서, 원고들과 같이 인지도가 상당히 높고 그 재능이나 인지도에 비추어 타인이 대신 출연하는 것으로는 계약 체결 당시 의도하였던 것과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없는 연예인인 경우 원고들이 부담하는 출연의무는 부대체적 작위채무라 할 것인 점, 출연계약 체결 당시 연예인으로서 원고들이 갖고 있었던 영향력과 인지도, 연예기획사와의 전속의 정도 등 방송사 역시 원고들이 방송프로그램 출연계약 체결 여부 및 그 계약 내용을 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의 경우 방송 3사와 프로그램 출연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연예인 본인인 원고들이라고 판단한 사례].

 

. 타인의 명의를 사용한 법률행위

 

 계약당사자 확정의 기준

 

 타인의 이름을 임의로 사용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누가 그 계약의 당사자인가를 먼저 확정하여야 할 것으로서,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누구를 당사자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하는 의사대로 행위자의 행위 또는 명의인의 행위로서 확정하여야 할 것( 자연적 해석)이지만, 그러한 일치하는 의사를 확정할 수 없을 경우에는 계약의 성질, 내용, 목적, 체결경위 및 계약체결을 전후한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이해할 것인가에 의하여 당사자를 결정( 규범적 해석)하고, 이에 터 잡아 계약의 성립 여부와 효력을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11. 26. 선고 9632003 판결, 대법원 1997. 4. 11. 선고 9627407 판결 등 참조).

 

 이는 그 타인이 허무인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112842 판결 : 원고는 허무인인 소외인 명의의 자동차운전면허증과 인장을 위조한 후 피고의 창원지점에 위조한 자동차운전면허증과 인장을 이용하여 계좌개설 신청서를 작성하여 소외인 명의의 계좌 개설을 신청하였고, 피고는 원고가 제시한 소외인 명의의 자동차운전면허증에 의해 구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2011. 7. 14. 법률 제108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3조 제1,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3조 제1호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진행하여 소외인 명의로 된 이 사건 계좌를 개설하여 주었음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피고로서는 원고가 소외인인 줄 알고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행위자인 원고를 이 사건 계좌 개설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하는 의사의 일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금융기관인 피고로서는 위 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거래자의 실명에 의하여 금융거래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데, 위와 같이 원고가 소외인 명의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며 실명확인 절차에 응하면서 계좌 개설을 신청하였고 이에 피고가 소외인에 대하여 실명확인절차를 진행하여 이 사건 계좌 개설계약의 체결에 이르렀으며, 달리 피고가 위 법에 따라 실명확인 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위 법 위반 및 그에 따른 제재 등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원고를 계약당사자로 할 의사를 갖고 있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을 기록상 찾을 수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 비록 소외인에 대한 실명확인 절차가 허무인에 대한 것으로서 적법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소외인이 허무인임을 알지 못한 피고로서는 명의자인 소외인을 계약당사자로 인식하여 그와 사이에서 이 사건 계좌 개설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계약체결 당시 피고의 계약 당사자에 대한 인식은 사후에 소외인이 허무인임이 확인되었다고 하여 달라지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계좌 개설계약의 상대방에 관한 의사가 위와 같은 이상 원고를 계약당사자로 한 계좌 개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할 수 없고, 다만 계약당사자인 소외인이 허무인인 이상 피고와 소외인 사이에서도 유효한 계좌 개설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계좌에 입고된 주식은 이해관계인들 사이에서 부당이득반환 등의 법리에 따라 청산될 수 있을 뿐이다.

 

 명의자가 당사자로 확정되는 경우

 

 신용, 자격 등 때문에 계약당사자의 명의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거래(예컨대 보험계약자, 수분양자격에 제한이 있는 분양계약에서 수분양자, 부동산 매매의 매도인 등)에서는 통상 규범적 해석에 의하여 명의자가 당사자로 확정된다. 이는 상대방이 그 법률행위의 실질적, 경제적 효과가 행위자에게 미친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32120 판결: “어떤 사람이 타인을 통하여 부동산을 매수함에 있어 매수인 명의 및 소유권이전등기 명의를 그 타인 명의로 하기로 하였다면 이와 같은 매수인 및 등기 명의의 신탁관계는 그들 사이의 내부적인 관계에 불과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외적으로 그 타인을 매매 당사자로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이치는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갑이 을로부터 농지를 매수하려고 하는데 농지 취득 자격이 없어서 그 자격이 있는 병과의 합의하에 병의 이름으로 농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을 또한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던 사안에서 매수인 측 당사자를 명의자인 병이라고 판단. 이 경우 을과 병 사이의 매매는 이른바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하여 무효가 된다. 을이 계약 당시 악의였다면 이미 그때 을이 병에게 위 농지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수 없음이 분명하여(부동산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본문 참조) 을과 병 사이의 매매는 원시적 불능인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행위자의 행위는 그의 내심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리행위로 평가되는데, 행위자가 명의자로부터 명의 사용에 관한 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유권대리행위가, 행위자가 무단으로 명의자의 명의를 사용한 경우에는 무권대리행위가 된다.

 

 행위자가 무단으로 명의자의 명의를 사용한 경우(즉 무권대리행위로 평가되는 경우) 표현대리의 법리가 적용 또는 유추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례는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는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다는 의사를 명시 혹은 묵시적으로 표시하거나 대리의사를 가지고 권한 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 성립하고, 사술을 써서 위와 같은 대리행위의 표시를 하지 아니하고 단지 본인의 성명을 모용하여 자기가 마치 본인인 것처럼 기망하여 본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법조 소정의 표현대리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49814 판결)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위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여 명의자의 표현대리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많다(대법원 1993. 2. 23. 선고 9252436 판결, 대법원 1988. 2. 9. 선고 87다카273 판결).

 

 여기서 특별한 사정이란, 본인을 모용한 사람에게 본인을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고, 상대방으로서는 위 모용자가 본인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던 사정을 의미한다.

 

 행위자가 당사자로 확정되는 경우

 

 계약당사자의 명의보다는 행위자의 개성이 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거래(예컨대 임대차계약에서 임차인)에서는 자연적 해석 또는 규범적 해석에 의하여 통상 행위자가 당사자로 확정된다. 행위자가 명의자를 대리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1974. 6. 11. 선고 74165 판결).

대리 문제는 명의자가 계약당사자로 확정될 때 비로소 문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대차계약이라고 하여 항상 행위자 내지 실제 점유·사용자가 임차인이 되는 것은 아니고, 임대료가 다액이어서 임차인의 자력이나 신용이 중요하고 명의자도 계약의 체결에 관여한 사정 등이 있어서 임대인의 관점에서 명의자를 임차인으로 이해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는 명의자가 임차인으로 확정된다(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6237691 판결).

 

 주식인수계약의 경우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6265351 판결은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등사 등을 구하는 사건에서 누가 주주인지 결정하는 기준과 방법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다

 

상법 제332조 제1항은 가설인(假設人)의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거나 타인의 승낙 없이 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한 자는 주식인수인으로서의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2항은 타인의 승낙을 얻어 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한 자는 그 타인과 연대하여 납입할 책임이 있다고 정한다. 이처럼 상법은 가설인(이는 현실로는 존재하지 않고 외형만 꾸며낸 사람을 가리킨다)이나 타인의 이름으로 주식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그 납입책임을 부과하고 있지만, 누가 주주인지에 관해서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타인의 명의로 주식을 인수한 경우에 누가 주주인지는 결국 주식인수를 한 당사자를 누구로 볼 것인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발기설립의 경우에는 발기인 사이에, 자본의 증가를 위해 신주를 발행할 경우에는 주식인수의 청약자와 회사 사이에 신주를 인수하는 계약이 성립한다. 이때 누가 주식인수인이고 주주인지는 결국 신주인수계약의 당사자 확정 문제이므로, 원칙적으로 계약당사자를 확정하는 법리를 따르되, 주식인수계약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발기인은 서면으로 주식을 인수하여야 한다(상법 제293). 주식인수의 청약을 하고자 하는 자는 주식청약서 2통에 인수할 주식의 종류·수와 주소를 기재하고 기명날인하거나 서명하여야 한다(상법 제302조 제1, 425). 이와 같이 상법에서 주식인수의 방식을 정하고 있는 이유는 회사가 다수의 주주와 관련된 법률관계를 형식적이고도 획일적인 기준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여 이와 관련된 사무처리의 효율성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주식인수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할 때에도 이러한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여야 한다.

 

타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는 경우에 주식인수계약의 당사자 확정 문제는 다음과 같이 두 경우로 나누어 살펴보아야 한다.

 

첫째, 가설인 명의로 또는 타인의 승낙 없이 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는 약정을 한 경우이다. 가설인은 주식인수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 한편 타인의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면서 그 승낙을 받지 않은 경우 명의자와 실제로 출자를 한 자 중에서 누가 주식인수인인지 문제 되는데, 명의자는 원칙적으로 주식인수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 자신의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는 데 승낙하지 않은 자는 주식을 인수하려는 의사도 없고 이를 표시한 사실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출자자가 가설인 명의나 타인의 승낙없이 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기로 하는 약정을 하고 출자를 이행하였다면, 주식인수계약의 상대방(발기설립의 경우에는 다른 발기인, 그 밖의 경우에는 회사)의 의사에 명백히 반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의 지위를 취득한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 타인의 승낙을 얻어 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기로 약정한 경우이다. 이 경우에

는 계약 내용에 따라 명의자 또는 실제 출자자가 주식인수인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는 명의자를 주식인수인으로 보아야 한다. 명의자와 실제 출자자가 실제 출자자를 주식인수인으로 하기로 약정한 경우에도 실제 출자자를 주식인수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실제 출자자를 주식인수인으로 하기로 한 사실을 주식인수계약의 상대방인 회사 등이 알고 이를 승낙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그 상대방은 명의자를 주식인수계약의 당사자로 이해하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실제 출자자가 주식인수계약의 당사자로 인정된 경우의 주주권 행사에 관하여 종전의 판례 법리는 다음과 같았다. 주식회사가 주주명부상의 주주에게 주주총회의 소집을 통지하고 그 주주로 하여금 의결권을 행사하게 하면, 그 주주가 단순히 명의만을 대여한 이른바 형식주주에 불과하여도 주주명부의 면책적 효력에 의해 그 의결권행사는 적법한 것으로 인정된다(상법 제353조 참조). 하지만 주식회사가 주주명부상의 주주가 형식주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고 또한 이를 용이하게 증명하여 의결권 행사를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의결권 행사를 용인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경우에는 그 의결권 행사는 위법하게 된다(대법원 1998. 9. 8. 선고 9645818 판결 등).

 

하지만 대법원 2017. 3. 23. 선고 2015248342 전원합의체 판결은 다음과 같이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명부에 적법하게 주주로 기재되어 있는 자는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그 주식에 관한 의결권 등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고, 회사 역시 주주명부상 주주 외에 실제 주식을 인수하거나 양수하고자 하였던 자가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든 몰랐든 간에 주주명부상 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부인할 수 없으며, 주주명부에 기재를 마치지 아니한 자의 주주권 행사를 인정할 수도 없다.

주주명부에 기재를 마치지 않고도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는 주주명부에의 기재 또는 명의개서청구가 부당하게 지연되거나 거절되었다는 등의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한다.

 

. 이른바 허수아비행위

 

예컨대 갑이 을로부터 농지를 매수하려고 하는데 농지취득자격이 없어서 그 자격이 있는 병(허수아비)을 내세워 병이 을과 농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를 말한다. 갑이 직접 병의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 병을 내세워 병이 스스로 계약을 체결하는 점에서 앞서 본 타인의 명의를 사용한 법률행위와 형식상 구별된다.

이렇게 허수아비를 내세워 법률행위를 하는 경우는 주로 당사자의 명의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거래일 것이므로(예컨대 허수아비를 내세워 대출을 받거나 예금을 하는 경우 등), 규범적 해석에 의하여 행위자이자 명의자가 당사자로 확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법률행위의 실질적, 경제적 효과를 받는 배후자를 당사자로 하는 데 명시적, 묵시적 합의가 있는 경우라면 자연적 해석에 의하여 배후자가 당사자로 확정되고 허수아비의 행위는 대리행위로 평가될 것이다.

 

. 예금계약에서 예금주의 확정

 

 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45828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내용

 

원심이 확정한 사실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에 의하면, 원고의 남편인 김*수가 2006. 2. 13. 원고를 대리하여 주식회사 좋은상호저축은행(이하 소외 저축은행이라 한다)에서 원고 명의로 신규 정기예금 계좌(이하 이 사건 예금계좌라 한다)를 개설하고 4,200만 원을 예치하였는데, 이 사건 예금계좌 개설 당시 작성된 예금거래신청서의 신청인란에는 원고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어 있고 원고의 주민등록증 사본이 붙어 있으며, 위 예금거래신청서의 실명확인란에는 담당자와 책임자의 확인 도장이 날인되어 있는 사실, 이 사건 예금계좌의 통장 등은 원고 명의로 발급되었고, 소외 저축은행의 거래내역 현황에는 원고를 이 사건 예금계좌의 권리자로 기재하고 있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수는 원고를 대리하여 소외 저축은행의 담당직원에게 원고 명의의 예금거래신청서를 작성·제출함과 아울러 실명확인 절차에 필요한 증표로서 원고의 주민등록증을 제출하여 원고를 예금명의자로 하는 예금계좌의 개설을 신청하였고, 소외 저축은행의 담당직원은 이러한 신청을 받아들여 원고 명의의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고 그 취지를 위 예금거래신청서에 기재하는 등으로 원고와 예금계약을 체결할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위 예금거래신청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그 당시 소외 저축은행과 김*수 사이에서 원고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원고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김*수와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김*수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 사건 예금계좌의 예금반환청구권이 귀속되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는 원고라고 보아야 한다.

 

 분석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금융기관과 예금계약을 체결하려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금융기관에 대한 관계에서 그 예금계약의 당사자, 즉 예금주가 누구인지에 관하여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고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처분문서에 표시된 의사표시의 해석에 관한 일반적인 법리와 아울러 투명한 금융거래를 추구하는 금융실명제 관련 법령의 규정과 입법취지, 예금계약 관련 기본약관, 금융실무의 관행, 예금거래의 특수성, 예금명의자와 금융기관의 의사 및 신뢰보호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금융실명법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그 실명확인 사실이 예금계약서 등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그 예금계약서에 예금주로 기재된 예금명의자나 그를 대리한 행위자 및 금융기관의 의사는 예금명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려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경험법칙에 합당하고, 예금계약의 당사자에 관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예금계약당사자의 해석에 관한 법리는, 예금명의자 본인이 금융기관에 출석하여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나 예금명의자의 위임에 의하여 자금 출연자 등의 제3자가 대리인으로서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 모두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본인인 예금명의자의 의사에 따라 예금명의자의 실명확인 절차가 이루어지고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하여 예금계약서를 작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본 바와 달리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볼 수 있으려면,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과 사이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서면으로 이루어진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출연자 등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되어야 할 것이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금융실명법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예금계약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5386 판결은, 이 금융기관에 피고인 명의로 예금을 하면서 자신만이 이를 인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여 금융기관 직원이 예금관련 전산시스템에 이 예금, 인출 예정이라고 입력하였고 피고인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그 후 피고인이 금융기관을 상대로 예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가 금융기관의 변제공탁으로 패소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금융기관과  사이에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서면으로 이루어진 피고인 명의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인 피고인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에게 이를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어 예금주는 여전히 피고인이라는 이유로, 이와 달리 예금주가 이라는 전제하에 피고인에게 사기미수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에 예금계약의 당사자 확정 방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하였다.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47169 판결 : 원심은, 피고가 5년이 넘게 하나은행과 예금갱신 등 예금거래를 하면서 이 사건 예금계좌를 관리하는 동안 망인(예금 명의인)이 하나은행에 방문하여 이 사건 예금계좌를 확인하거나 그에 관한 권리주장을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피고 자신이 이 사건 예금계좌의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이 사건 예금계좌의 통장도 보관하였으며, 하나은행은 피고의 요청에 의하여 피고의 입회 또는 동의하에서만 이 사건 예금계좌를 해지할 수 있도록 하였고, 하나은행은 망인의 사망 후 이 사건 예금계좌의 예금주가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들인지 아니면 피고인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상대적 불확지 변제공탁을 하였던 사정 등을 참작하여, 하나은행과 피고 사이에서 이 사건 예금계좌에 관하여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서 등에 예금명의자로 기재된 망인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피고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위와 같이 최초 예금계좌의 개설 당시 하나은행이 명확하게 알기 어렵거나 하나은행과의 예금계약과는 별개인 망인과 피고 사이의 내부적 법률관계에 불과한 비밀번호의 등록·관리 및 통장의 관리, 예금갱신 등의 사정과, 하나은행이 이 사건 예금계좌에 관한 망인의 해지권을 일부 제한하고, 원고들 혹은 피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변제공탁을 하였던 사정만으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서 등에 예금명의자로 기재된 망인이 아닌 피고를 이 사건 예금계좌의 예금반환청구권이 귀속되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판단한 데에는, 금융실명제 아래에서의 예금계약당사자의 해석 및 확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고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 금융실명법에 의한 실명확인 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한편, 정형적으로 신속하게 예금거래를 처리할 필요가 있는 금융기관이 스스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본인인 예금명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취급하여 놓고도 이와 달리 대리인으로 온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하는 다른 합의를 한 것이라고 해석하려면, 금융기관및 그 담당직원이 금융실명법 위반에 따른 행정상 제재와 향후 예금주 확정을 둘러싼 분쟁 발생의 위험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그와 같은 합의를 하기에 이르렀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금융기관이 굳이 위와 같은 불이익과 위험을 부담하면서까지 그와 같은 합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금융기관이 예금계약 체결 당시, 실명확인 절차와 마찬가지로 출연자 등의 인적사항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출연자 등이 예금계약서 작성 등에 의하여 표시된 예금명의자의 의사를 배제하고 예금반환청구권을 출연자 등에게 귀속시키는 예금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갖고 있다는 사정을 명확히 알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금융기관이 본인인 예금명의자의 대리인의 자격으로 예금계약서 등을 작성함에 불과한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쉽게 인정할 수 없다. 이는 금융기관이 이러한 사정을 명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본인이 아닌 대리인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전적으로 귀속시키는 예금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는 것이어서 경험법칙에 명백히 반하기 때문이다.

 

 또한, 예금계약의 체결 후에 출연자 등이 예금명의자에게 예금통장 및 거래 인감도장 등을 교부하지 않고 이를 소지하며 예금의 이자나 원금 등을 인출하여 왔다는 사정은, 예금계약 체결 당시 금융기관으로서는 명확히 알 수 없었던 사정이므로 이를 가지고 예금계약 체결 당시 금융기관이 그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뿐만 아니라, 설령 금융기관이 예금계약 체결 당시 위와 같은 사정 등을 알았다 하더라도, 출연자 등은 금융기관과의 관계에서 예금계약상의 예금반환청구권이 예금명의자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하면서도 예금명의자로부터 위임을 받아 그 대리인으로서 예금통장과 도장 등을 소지하여 예금의 반환을 구하거나 예금의 반환을 수령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므로(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40074 판결 등 참조),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 사이에,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출연자 등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볼 수 없다. , 예금계약 체결 후의 예금통장과 도장 및 비밀번호의 관리와 예금의 인출 및 인출된 자금의 관리에 관한 사정은 예금명의자와 출연자 등 사이의 내부적인 법률관계에 따라서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므로, 그러한 사정을 예금계약당사자 해석에 관한 근거자료로 삼는 것은 예금명의자와 출연자 등 사이의 내부적 법률관계를 섣불리 그와 별개인 금융기관과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 관계에 반영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금융실명법의 입법취지 및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서 등에 객관적으로 표시된 예금명의자와 금융기관의 의사에 반하여 예금계약의 당사자를 정하려는 것이므로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02. 4. 23. 선고 200178256 판결, 대법원 2002. 5. 31. 선고 200173183 판결 등 참조).

 

 예금명의자가 예금주로 확정되는 경우 출연자와 예금명의자 사이의 법률관계

 

이는 그들 사이의 내부적 법률관계가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나, 만약 예금계약에 관한 명의신탁관계가 있는 경우라면 그 명의신탁약정이 민법 제103조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명의신탁자인 실제 출연자는 명의수탁자인 예금명의자를 상대로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예금반환채권의 양도 및 그 양도통지를 청구할 수 있고, 나아가 이를 피보전권리로 하여 예금반환채권의 추심·처분금지가처분도 신청할 수 있을 것이다.

 

 비법인 단체인 경우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 문제이다. 당사자들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에 따라 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해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표시 상대방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를 계약의 당사자로 이해하였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6237691 판결 참조).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은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실지명의(이하 실명이라 한다)는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사업자등록증상의 명의,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명의이다(2조 제4).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여야 한다(3조 제1). 누구든지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2조 제3호에 따른 불법재산의 은닉, 같은 조 제4호에 따른 자금세탁행위 또는 같은 조 제5호에 따른 공중협박 자금조달행위 및 강제집행의 면탈, 그 밖에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여서는 안 된다(3조 제3). 실명거래의 확인 방법과 절차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3조 제7).

그 위임에 따라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개인, 법인 그리고 비법인 단체 등으로 구분하여 실명과 그 확인 방법을 정하고 있다. 개인의 경우 주민등록표에 기재된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실명으로 하고, 주민등록증 등의 증표·서류에 의하여 실명을 확인한다(3조 제1, 4조의2 1항 제1). 비법인 단체의 경우 단체를 대표하는 자의 실명을 단체의 실명으로 하고 대표자의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 등과 같은 증표·서류에 의하여 실명을 확인하며, 다만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고유번호나 소득세법에 따른 납세번호를 부여받은 단체의 경우 그 문서에 기재된 단체명과 고유번호 또는 납세번호를 단체의 실명으로 하고 고유번호 또는 납세번호를 부여받은 문서나 그 사본에 의하여 실명을 확인한다(3조 제3, 4조의2 1항 제3).

이러한 규정의 문언 내용과 체계 등을 종합하면,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고유번호나 소득세법에 따른 납세번호를 부여받지 않은 비법인 단체의 경우 그 대표자가 단체를 계약의 당사자로 할 의사를 밝히면서 대표자인 자신의 실명으로 예금계약 등 금융거래계약을 체결하고, 금융기관이 그 사람이 비법인 단체의 대표자인 것과 그의 실명을 확인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 사이에 단체를 계약의 당사자로 하는 의사가 일치되었다고 할 수 있어 금융거래계약의 당사자는 비법인 단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9267204 판결).

 

. 이른바 차명대출(借名대출)’에서 주채무자의 확정

 

 문제 제기

 

예를 들어 갑이 을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데 대출에 제한이 있어(신용불량자 또는 동일인대출액한도 초과) 병의 승낙을 얻어 병의 이름으로(타인 명의의 법률행위) 또는 병을 내세워(허수아비행위) 대출을 받은 경우 대출계약의 주채무자는 명의대여자인 병인가 아니면 명의차용자인 갑인지가 문제된다.

 

 명의대여자가 대출계약의 주채무자로 확정되는 경우

 

 은행과의 외부관계

 

명의대여자와 은행이 일치하여 명의대여자가 법률적인 책임을 진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경우에는 자연적 해석에 의하여, ‘명의대여자는 법률적인 책임을 지지 않을 의사를 가지고 있었는데 은행은 명의대여자에게 법률적인 책임을 지울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경우에는 규범적 해석에 의하여 각 명의대여자가 대출계약의 당사자가 된다.

 

그리고 전자의 경우에는 명의대여자의 진의와 표시행위의 객관적 의미가 일치하기 때문에 비진의표시 또는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지 않고, 후자의 경우에는 명의대여자는 비진의표시로서 무효라는 항변을 하게 될 텐데, 은행이 명의대여자의 내심의 의사 즉 단순히 명의만을 빌려주고 법률적인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의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대법원 1997. 7. 25. 선고 978403 판결).

 

 명의차용자, 연대보증인, 물상보증인과의 내부관계

 

 위의 경우, 명의차용자(실제로는 스스로 대출금을 받아 사용)가 연대보증인 또는 물상보증인이 되는 때가 있는데, 그러한 지위에서 은행에 대출금을 변제하더라도 주채무자인 명의대여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1994. 6. 10. 선고 942701 판결 : 실제차주가 화물자동차를 지입회사 명의로 할부로 매수하면서 할부대금의 지급보증을 위하여 보험회사와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실제차주를 위하여 보증보험계약상의 연대보증인이 된 실제차주의 장인이 할부대금을 대위지급한 보험회사에게 구상보증채무를 이행한 경우 보증보험계약상 구상채무의 주채무자인 지입회사에 구상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예를 들어 실질적인 채무자와 실질적인 물상보증인이 공동으로 담보를 제공하여 대출을 받으면서 실질적인 물상보증인이 저당권설정등기에 자신을 채무자로 등기하도록 한 경우, 실질적 물상보증인인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자로서의 책임을 지는지와 관계없이 내부관계에서는 실질적 채무자인 물상보증인이 변제를 하였더라도 그에 대하여 구상의무가 없으므로, 실질적 채무자인 물상보증인이 채권자를 대위하여 실질적 물상보증인인 채무자에 대한 담보권을 취득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341097, 41103 판결 : 원고와 소외인이 공유하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자를 A농업협동조합, 채무자를 원고, 채권최고액을 2 6,000만 원으로 하여 설정된 이 사건 9번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실질적인 채무자는 원고와 소외인의 내부관계에서는 대출명의인인 원고가 아니라 소외인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부동산 중 소외인 지분에 대한 이 사건 9번 근저당권의 실행으로 소외인이 그 소유권을 잃었더라도 대출명의인인 원고가 실질적인 채무자인 소외인에 대하여 구상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

 

반대로 명의대여자가 은행에 대출금을 변제한 경우에는 명의차용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다른 연대보증인 또는 물상보증인이 은행에 대출금을 변제하였다면 형식상 주채무자인 명의대여자의 구상책임은 어떠한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음에 있어 제3자가 자신의 명의를 사용하도록 한 경우에는 그가 채권자인 금융기관에 대하여 주채무자로서의 책임을 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내부관계에서는 실질상의 주채무자가 아닌 한 연대보증책임을 이행한 연대보증인에 대하여 당연히 주채무자로서의 구상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는 없고, 그 연대보증인이 제3자가 실질적 주채무자라고 믿고 보증을 하였거나 보증책임을 이행하였고, 그와 같이 믿은 데에 제3자에게 귀책사유가 있어 제3자에게 그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구체적으로 타당하다고 보이는 경우 등에 한하여 제3자가 연대보증인에 대하여 주채무자로서의 전액 구상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47631 판결. 물상보증 사안으로는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775648 판결, 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380429, 80436 판결 참조).

 

 다만, 실질상의 주채무자(명의차용자), 연대보증인, 형식상의 주채무자(명의대여자) 3자간의 실질적인 법률관계에 비추어 형식상의 주채무자가 실질상의 주채무자를 연대보증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형식상의 주채무자는 공동보증인 간의 구상권 행사 법리에 따라 연대보증인에 대하여 구상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이고, 한편 구상권 범위 산정의 기준이 되는 부담 부분은 그에 관한 특약이 없는 한 균등한 것으로 추정된다(대법원 1999. 10. 22. 선고 9822451 판결 : 병과 친분관계에 있던 갑과 을이 병의 부탁으로 아무 대가없이 병의 자금조달을 위하여 갑은 금융기관과의 어음거래약정상 형식상의 주채무자가 되고 을은 그 연대보증인이 되었는데 갑, 을은 서로 그 사정을 알고 있었던 경우, 갑과 을 사이의 내부관계에서는 병의 어음채무의 상환을 각각 연대보증한다는 취지의 양해가 묵시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갑은 을이 대위변제한 금액의 1/2에 대한 구상의무가 있다고 본 사례).

 

 명의차용자가 대출계약의 주채무자로 확정되는 경우

 

 은행과의 외부관계

 

명의대여자와 은행이 일치하여 명의대여자가 법률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경우에는 자연적 해석에 의하여 명의차용자가 대출계약의 당사자가 된다. 판례는 이 경우를 명의대여자와 은행 사이의 대출계약은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고 이론 구성하나, 이는 명의대여자가 그러한 취지의 항변을 했기 때문이고, 이론상으로는 명의대여자는 계약당사자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이 경우 은행과 명의차용자 사이의 대출계약이 대출을 제한하는 법규를 위반한 것이 되어 무효가 될 수도 있음을 주의하여야 한다(효력법규인 경우).

 

이처럼 명의차용자가 대출계약의 주채무자로 확정되는 경우에는 대출 문서에 나타난 주채무자와 실제 주채무자가 다르게 되어 제3자와의 관계에서 다소 어려운 법률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예컨대 제3자가 은행으로부터 대출금채권을 양수한 후 명의대여자에게 양수금 청구를 할 때 명의대여자는 실제 대출금채무자는 명의차용자라고 항변할 수 있을까?

판례와 같이 명의대여자와 은행 사이의 대출계약을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고 이론 구성하게 되면 위 대출금채권의 양수인은 제108조 제2항이 정한 제3자에 해당하여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대법원 2004. 1. 15. 선고 200231537 판결 등), 계약당사자 확정의 문제로 접근하게 되면 그 해결이 쉽지 않다.

명의대여자는 스스로 자기가 마치 대출계약의 주채무자인 것과 같은 허위의 외관을 만들었기 때문에 제10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명의차용자, 연대보증인, 물상보증인과의 내부관계

 

명의대여자는 적어도 연대보증인으로서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으나, 대법원은 대출절차상의 편의를 위하여 명의만을 대여한 것으로 인정되어 채무자로 볼 수 없는 경우, 그 형식상 주채무자가 실질적인 주채무자를 위하여 보증인이 될 의사가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형식상의 주채무자에게 실질적 주채무자에 대한 보증의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라고 한다(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468366 판결 등).

 

 판단 기준

 

요컨대 차명대출에서 대출계약의 주채무자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의 핵심은 은행이 명의대여자에게 법률적인 책임을 지울 의사가 있었는가 여부에 있다고 할 것인데,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은 대출할 때 채무자의 직업, 재산, 자력 등에 관한 기초적인 신용조사를 하게 되므로 은행이 대출 과정에서 명의대여자에 대한 신용조사를 얼마나 철저하게 하였는지가 이를 판단하는 데 일응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1998. 9. 4. 선고 9817909 판결 참조).

 

 

6.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 당사자 확정 관련 법리(누가 계약 당사자인지에 관한 판단방법)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135-136 참조]

 

. 법률행위(계약) 해석에 관한 학설

 

당사자의 의사가 일치하면 그 의사대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당사자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규범적 해석, 보충적 해석을 하게 된다.

 

. 당사자 확정에 관한 판례의 태도

 

기본적으로 법률행위 해석에 관한 학설을 따르되 당사자 확정에 관한 추가적 기준을 덧붙인다.

상대방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 문제이다.

당사자들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에 따라 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해야 한다(자연적 해석).

 

그러나 당사자들의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표시 상대방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를 계약의 당사자로 이해하였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실무적으로는 대부분 계약서에 이름 있는 사람이 당사자가 되고, ‘당사자가 아니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는 등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당사자에서 제외된다.

 

계약서에 서명·날인을 한 사람이 자신은 책임이 없는 것으로 믿었다고 주장하는 경우 일이 잘못 되었을 때에도 아무 책임이 없을 것이라고 믿었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