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명화】《스페인 작곡가 호아킨 로드리고(Joaquin Rodrigo)의 아랑후에즈 협주곡(Concierto de Aranjuez)이 불러오는 애잔한 추억》〔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사람들에게 취미를 물어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이 독서, 여행, 영화감상이다.
내 취미도 일반인들과 똑같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나이 들면서 생긴 ‘먹는 재미’도 추가하고 싶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나의 초등학교나 중학교 시절에는 영화 보는 것이 정말 큰 행사였다.
TV에서 방영하는 주말의 명화는 그런 욕구를 채워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음악방송을 틀었는데, 맹인 출신의 스페인 작곡가 호아킨 로드리고(Joaquin Rodrigo)의 아랑후에즈 협주곡(Concierto de Aranjuez)이 나온다.
아랑후에즈는 그가 아내인 빅토리아 카미(Victoria Kamhi)와 함께 신혼여행을 갔던, 16세기에 지은 궁전의 이름이다.
기성세대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곡이다.
지금은 폐지된 KBS 토요명화의 시그널뮤직이 아랑후에즈 협주곡 2악장이기 때문이다.
기타의 음색이 무척 아름답다.
구슬프고 애수 어린 선율은 너무 강렬하게 뇌리에 박혀 지금도 이 노래만 들으면 어린 초중등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기타(Guitar)와 잉글리쉬 호른의 애잔한 선율이 그리움과 우수로 가득한 향수를 자아낸다.
추억은 항상 아름답다.
우리의 뇌는 과거의 고통스런 순간은 지워버리고, 즐겁고 행복한 순간만을 기억해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이 많아진다고 한다.
내가 그렇다.
나이가 드는 모양이다.
영화 마틴 에덴(Martin Eden, 2019)에서 유명작가로 성공한 주인공은 엘레나를 냉정하게 거절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너무 힘들게 살아서 더 이상 아무 욕구도 안 느껴져. 욕구가 있다면 당신을 원했을 거야. 하지만 이젠 그럴 수가 없어.”
그러면서 그는 젊은 시절 책을 들고 배움의 욕구에 들떠 걸어가는 자신의 예전 모습을 보고 그 뒤를 황급히 쫒아가기 시작한다.
지금 자신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이다.
젊은 시절은 언제 돌이켜 보아도 순수하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