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와인 한 잔 앞에 두고】《또르(Thor)가 벌써 동생을 볼 나이가 되다니...》〔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고요한 저녁에 음악을 들으면서 레드와인의 고혹적인 선홍빛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생의 탐미적인 그 어떤 느낌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코로나 전에는 명절 때마다 해외여행을 가곤 했는데, 이젠 갈 수 없으니 더욱더 여행 생각이 난다.
여행지의 분위기 있고 멋진 카페에서 와인 잔을 앞에 두고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을 볼 때면 삶의 옥타브가 하나쯤 올라가 보인다.
중년의 고개를 넘어 노년에 접어드는 내 나이가 되면 와인 잔에 담긴 루비빛 속에 인생의 이야기들이 녹아 있는 느낌을 받는다.
순간 이 아름다운 몽상을 또르가 깨버린다.
발로 내 다리를 툭툭치며, 자기에게도 맛있는 간식을 달라고 한다.
블랙 올리브나 치즈 조각을 주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삐진 또르가 자리로 돌아가며 나를 흘겨 본다.
오늘은 또르가 동생과 처음 대면하는 날이다.
큰 아이가 3개월된 푸들을 입양했다.
이름을 ‘로키’로 지었단다.
로키의 사진만 본 나로서도 무척 흥분되고 기대가 된다.
엄청 귀여울 것 같다.
다음 달 3. 5.은 또르가 만 6살이 되는 날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면 좋겠는데, 벌써부터 또르의 나이가 걱정 된다.
또르야, 함께 가자.
혼자서만 그렇게 휘적휘적 가지 마라.
나도 어느 날 삶의 내리막에 접어들게 되면,
석양 너머로 걸어가게 되면,
뒤처지게 된단다.
그때는 나를 기다려줄 사람이 필요하다.
손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해.
그게 바로 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