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복수의 마음을 지닌 것 자체로 아름다운 복수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누가 너에게 해를 끼치더라도 앙갚음하려 애쓰지 마라.
가만히 강가에 앉아 있으면 머지않아 그의 시체가 떠내려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 노자 -
주말 아침 산책을 했다.
호수로 내려가는 오리가족이 보인다.
너무 평온하고 정겨운 풍경이다.
자연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살다보면, 우리가 보인 호의를 무시하고 도리어 피해를 끼치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내가 아는 지인은 고교 선배에게 속아 상당한 자금을 빌려주었는데, 적반하장으로 돈을 떼어먹은 그로부터 운영사업체에 대한 투서와 음해를 받은 적이 있다.
주변에서는 그런 나쁜 사람에게 반드시 복수해야 한다고 분개했다.
고교동문들에게 문자를 보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고립시키고,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망신을 주자고 했다.
불량배를 동원해 흠씬 혼내주자는 강경한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그분은 자신보다 더 흥분하는 친구들을 말리고 예전처럼 열심히 살았다.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2년이 지난 지금 그분의 사업은 더욱 번창해 있다.
피해를 입힌 그 선배는 다른 사기 사건으로 구속되어 구치소에 수감 중이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막상 억울한 일을 당하면, “용서가 가장 좋은 복수다”라는 식의 조언은 비겁한 변명으로 들린다.
어떤 방식으로든 악한 사람은 악으로 돌려받는 것을 눈으로 확인해야만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고 자신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복수를 하면 마음이 후련해질까?
우선 우리가 미워하는 사람이 온통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다.
미움과 분노가 있으면 삶은 고통스럽게 된다.
누군가 미워질 때는 잠이 오지 않고 길을 걸을 수도 없다.
분노는 한번 떠오르면 쉽게 가라 않지 않는다.
또한 앙갚음을 생각하며 그 관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도덕적 자부심에도 치명타를 입힌다.
첫 피해에서 재빨리 발을 빼고 그 관계에서 벗어나면 선의의 피해자로 남을 수 있지만, 계속 발을 담그고 있으면 결국 그들과 같은 수준에서 진흙탕 싸움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골리앗을 물리쳐 민심을 얻었다는 이유로 사울왕의 표적이 되어 억울하게 죽음에 내몰렸던 다윗은 이렇게 기도했다.
“저들을 벌주지 마옵소서. 다만 그 벌을 제 복으로 돌려주옵소서!”
호의를 베풀었다가 피해를 입은 이들 중에는 “사람들에게 잘해줄 필요 없어. 잘해주는 사람을 만만하게 보거든”이라고 말하며 불특정 다수의 세상사람들에게 적대적인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난 “성격 나쁜 걸 보여줘야 세상을 편하게 살 수 있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필요 이상으로 상당히 힘들게 사는 것을 보아왔다.
세상사람들은 성격 나쁜 사람들을 피하기는 하지만, 결코 그들이 순탄하게 가도록 길을 열어주지는 않는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다.
학창시절 중학교 때 2학년 깡패가 쇠로 만든 잣대로 내 머리를 친 적이 있다.
머리가 찢어져서 병원에 갔다.
난 다친 상처의 아픔보다는 화가 치밀어 견딜 수 없었고, 당혹감과 수치심을 참을 수 없었다.
복수심에 불탄 나는 기습을 해 복수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어떡하다가 그 계획을 외할머니에게 말하게 되었다.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좋은 행동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나쁜 행동은 나쁜 결과를 가져오게 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할머니에게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렸다.
지금까지 착하게 행동했는데, 그 보상으로 받은 것은 ‘찢어진 상처’ 밖에 없다고 말씀 드렸다.
"모든 좋은 행위는 어느 날인가 네게 돌아 올 것이고, 네가 하는 모든 나쁜 행위도 어느 날인가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할머니의 말씀에 담긴 지혜를 이해하는 데 오랜 세월이 걸렸다.
할머니의 말씀이 옳았다.
우리는 뿌린 대로 정확히 거두게 되어 있다.
그러면 그 중학교 ‘2학년 깡패’는 어떻게 됐는가?
1년 뒤 그는 ‘3학년 깡패’가 되어 있었다.
우리의 삶 또한 항상 뿌리고 놓는 대로 거두고 받는다.
남을 헐뜯고 비난하고 거짓말을 하게 되면, 그 비난과 증오, 거짓은 결국 자기에게 돌아온다.
오늘 당신이 누군가를 속이고 미워했다면, 반드시 당신도 누군가에게 속게 되고 미움을 당한다.
오늘 당신이 누군가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해 주었다면, 당신은 언젠가 친절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언젠가는 격려의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오늘 당신이 가지고 있는 돈이나 물건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주었다면 그것이 필요한 어느 때에 누군가가 당신에게 도로 돌려줄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무조건 좋은 것만 뿌리고 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