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비오는 날】《인생은 불공평하다. 하지만 분배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1. 6. 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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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인생은 불공평하다. 하지만 분배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비가 온다.

몸이 근질근질하지만, 함께 놀아줄 친구가 없을 때에는 혼자서 자기 몸을 움직이면 된다.

휘트니스 센터로 향했다.

운동을 하고 나면, 근육의 자극 때문에 언제나 기분이 좋다.

 

하지만 젊고 몸 좋은 PT 선생님과 함께 사진을 찍은 것은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여성들이 패션잡지의 모델들을 보고 기분이 나빠진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왜 그럴까?

그 놈의 비교 때문이다.

세상에! 난 이 여자들과 완전 딴 판이야!”

거울 앞에 선 여자는 계속 이리저리 몸을 움직인다.

완벽하지 않은 곳을 찾을 때까지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이처럼 인생은 불공평하다.

하지만 분배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여성들이 모두 다 수퍼모델(Supermodel)이 아닌 것은 매우 정상이다.

내가 송중기나 현빈이 아닌 것도 너무 당연하다.

 

너무 실망하지 말자.

방법은 있다.

 

바로 자아도취에 빠지는 것이다.

그 순간 거울을 보고는 뱃살이 튀어나오긴 했지만, 봐줄만 하네라고 중얼거리게 된다.

내 옆구리살은 하느님이 창조하고, 맥도날드사(McDonald’s)가 살을 붙인 모습 그대로다.

난 말랑말랑하게 만져지는 옆구리 러브핸들(Love Handle)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진다.

그래서 이름도 러브핸들(Love Handle)’ 아니겠는가?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울적하고 외로운 기분이 들면, 거울을 보며 자아도취에 빠져보자.

장시간 그윽한 눈빛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시야에 들어 온 그 대상에 사랑을 느껴라.

그 모습을 다시 쳐다보고 싶어 안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아도취다.

왜 나는 장동건보다 잘 생겼을까? 세상에 이 멋진 복근 좀 봐! 하느님은 정말 불공평해. 미워! 10분 만이라도 못생겨 봤으면 좋겠어!’

 

자아도취나 착각을 할 바에는 또르병(왕자병)”처럼 아주 좋은 대상을 정해서 일관성 있게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이 좋다.

그러다가 정말 나중에 자신이 착각한대로 앞 날이 잘 풀릴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자아도취에 빠지면 대체로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모른다.

왜냐하면 자신이 쏟아 붓는 감정을 온전히 그리고 완전하게 돌려주는 대상과 한창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왕자병에 걸린 또르(Thor)가 항상 행복한 이유다.

 

우울증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나를 믿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