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인생은 불공평하다. 하지만 분배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비가 온다.
몸이 근질근질하지만, 함께 놀아줄 친구가 없을 때에는 혼자서 자기 몸을 움직이면 된다.
휘트니스 센터로 향했다.
운동을 하고 나면, 근육의 자극 때문에 언제나 기분이 좋다.
하지만 젊고 몸 좋은 PT 선생님과 함께 사진을 찍은 것은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여성들이 패션잡지의 모델들을 보고 기분이 나빠진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왜 그럴까?
그 놈의 비교 때문이다.
“세상에! 난 이 여자들과 완전 딴 판이야!”
거울 앞에 선 여자는 계속 이리저리 몸을 움직인다.
완벽하지 않은 곳을 찾을 때까지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이처럼 인생은 불공평하다.
하지만 분배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여성들이 모두 다 수퍼모델(Supermodel)이 아닌 것은 매우 정상이다.
내가 송중기나 현빈이 아닌 것도 너무 당연하다.
너무 실망하지 말자.
방법은 있다.
바로 자아도취에 빠지는 것이다.
그 순간 거울을 보고는 ‘뱃살이 튀어나오긴 했지만, 봐줄만 하네’라고 중얼거리게 된다.
내 옆구리살은 하느님이 창조하고, 맥도날드사(McDonald’s)가 살을 붙인 모습 그대로다.
난 말랑말랑하게 만져지는 옆구리 러브핸들(Love Handle)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진다.
그래서 이름도 ‘러브핸들(Love Handle)’ 아니겠는가?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울적하고 외로운 기분이 들면, 거울을 보며 자아도취에 빠져보자.
장시간 그윽한 눈빛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시야에 들어 온 그 대상에 사랑을 느껴라.
그 모습을 다시 쳐다보고 싶어 안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아도취다.
‘왜 나는 장동건보다 잘 생겼을까? 세상에 이 멋진 복근 좀 봐! 하느님은 정말 불공평해. 미워! 단 10분 만이라도 못생겨 봤으면 좋겠어!’
자아도취나 착각을 할 바에는 “또르병(왕자병)”처럼 아주 좋은 대상을 정해서 일관성 있게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이 좋다.
그러다가 정말 나중에 자신이 착각한대로 앞 날이 잘 풀릴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자아도취에 빠지면 대체로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모른다.
왜냐하면 자신이 쏟아 붓는 감정을 온전히 그리고 완전하게 돌려주는 대상과 한창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왕자병에 걸린 또르(Thor)가 항상 행복한 이유다.
우울증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나를 믿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