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죄와 사기죄의 구별에 있어서 처분행위가 갖는 역할과 기능 판례】《약취절도죄(책략절도)와 사기죄의 구별기준, 삼각사기와 절도죄의 구별(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도12494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사기죄와 책략절도의 구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4호, 김현우 P.499-511 참조]
가. 구별 기준
기망의 방법에 의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재물을 교부하게 하여 그 점유를 취득하는 것은 절취가 아니라 사기에 해당하나, 기망행위가 있더라도 그것이 점유 침탈의 한 가지 방법에 불과하고 기망으로 인하여 재물의 교부, 즉 점유의 이전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사기죄가 아니라 절도죄가 성립한다.
‘책략절도’란 이처럼 외관상 피고인의 기망에 의하여 피해자가 재물을 교부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기죄에서의 처분행위가 부정되어 절도죄가 인정된 사례들을 강학상 유형화한 것이다.
즉, 처분행위의 유무가 책략절도죄와 사기죄를 구별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⑴ 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전원합의체 판결
사기죄에서 처분행위는 행위자의 기망행위에 의한 피기망자의 착오와 행위자 등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최종적 결과를 중간에서 매개․연결하는 한편, 착오에 빠진 피해자의 행위를 이용하여 재산을 취득하는 것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사기죄와 피해자의 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행위자가 탈취의 방법으로 재물을 취득하는 절도죄를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처분행위가 갖는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고려하면, 피기망자의 의사에 기초한 어떤 행위를 통해 행위자 등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면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인정된다.
⑵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도1825 판결
사기죄에 있어서 ‘재물의 교부’란 범인의 기망에 따라 피해자가 착오로 재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범인에게 이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재물의 교부가 있었다고 하기 위하여 반드시 재물의 현실의 인도가 필요한 것은 아니고 재물이 범인의 사실상의 지배 아래에 들어가 그의 자유로운 처분이 가능한 상태에 놓인 경우에도 재물의 교부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나. 책략절도에 관한 선례
⑴ 대법원 1983. 2. 22. 선고 82도3115 판결(‘책 절도 사건’)
피해자가 가지고 있는 책을 잠깐 보겠다고 하며 동인이 있는 자리에서 보는 척하다가 가져갔다면 위 책은 아직 피해자의 점유하에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절도죄가 성립한다.
⑵ 대법원 1994. 8. 12. 선고 94도1487 판결(‘금은방 사건’)
피고인이 피해자 경영의 금방에서 마치 귀금속을 구입할 것처럼 가장하여 피해자로부터 순금목걸이 등을 건네받은 다음 화장실에 갔다 오겠다는 핑계를 대고 도주한 것이라면 위 순금목걸이 등은 도주하기 전까지는 아직 피해자의 점유하에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절도죄로 의율 처단한 것은 정당하다.
⑶ 대법원 1996. 10. 15. 선고 96도2227, 96감도94 판결(‘축의금 접수 사건’)
피해자가 결혼예식장에서 신부 측 축의금 접수인인 것처럼 행세하는 피고인에게 축의금을 내어놓자 이를 교부받아 가로챈 사안에서, 피해자의 교부행위의 취지는 신부 측에 전달하는 것일 뿐 피고인에게 그 처분권을 주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피고인에게 교부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단지 신부 측 접수대에 교부하는 취지에 불과하므로 피고인이 그 돈을 가져간 것은 신부 측 접수처의 점유를 침탈하여 범한 절취행위라고 보는 것이 정당하다. (중략) 이를 사기죄로 보아야 한다는 상고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
⑷ 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9도3139 판결(‘오토바이 시운전 사건’)
피고인이 피해자들 운영의 오토바이 판매점에서 시운전을 빙자하여 피해자들로부터 오토바이를 교부받아 그대로 가져간 사안에서, 원심이 피해자들의 오토바이 교부행위는 사기죄의 성립에 필요한 처분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조치는 정당하다.
※ 다만 자전거를 살 의사도 없이 시운전을 빙자하여 자전거를 교부받고 시운전을 하는 척 하다가 그대로 도망한 사안에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한 사례도 있다(대법원 1968. 5. 21. 선고 68도480 판결).
다. 사기죄에서 ‘처분행위’의 의미와 기능
⑴ 위 사안들에 대해 절도죄가 인정된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기죄에서의 처분행위의 의미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위 전원합의체 판례는 사기죄에서의 처분행위를 ① 처분행위를 통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객관적 요건), ② 피기망자의 처분행위에 대한 인식(주관적 요건)으로 구분하고 있다.
⑵ 객관적 요건은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처분행위를 통한 재물의 교부가 이루어져야 한다. ‘재물의 교부’란 범인의 기망에 따라 피해자가 착오로 재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범인에게 이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재물의 교부가 있었다고 하기 위하여 반드시 재물의 현실의 인도가 필요한 것은 아니고, 재물이 범인의 사실상의 지배 아래에 들어가 그의 자유로운 처분이 가능한 상태에 놓인 경우에도 재물의 교부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도1825 판결). 이에 더하여, 처분효과의 직접성 역시 중요한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처분효과의 직접성은 사실상의 지배가 이전됨에 있어 추가적인 피교부자의 행위가 개입되지 않았을 경우 인정된다.
⑶ 주관적 요건으로서 처분의사의 의미에 관하여는 위 전원합의체 판례에서 구체적으로 판시하고 있다. 처분의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기망자가 처분행위에 따른 결과까지 인식할 것을 필요로 하지는 않고, 피기망자에게 어떠한 행위를 한다는 인식만 있으면 충분한 것이다.
⑷ 요컨대, 위와 같은 처분행위의 의미에 비추어, 사기죄와 책략절도의 구별 기준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객관적․규범적으로 재물의 사실상 지배가 교부자에서 피교부자에게로 이전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사실상 지배의 이전 여부) 및 지배 이전에 있어 교부자의 재물 교부행위 외에 피교부자의 행위가 개입되었는지 여부(처분효과의 직접성)이다. 그러나 외관상의 재물 교부행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평가할 것은 아니고, 그에 대한 교부자의 의사(처분의사)를 해석해 보아야 한다.
⑸ 이러한 기준에 따라 위 나.항에서의 ‘책략절도’의 선례들을 살펴보면, 위 사안들은 사실상 지배의 직접적인 이전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① 유형: ‘오토바이시운전 사건’)(대법원 2016도13362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의 보충의견은 ‘오토바이 시운전 명목으로 교부받아 운전하여 도주한 행위가 사기죄가 아닌 절도죄가 된다고 한 것은, 오토바이의 교부행위가 그 당시의 전후 사정으로 볼 때 처분권의 이전이라는 외관을 가지는 처분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교부자의 교부행위가 아니라 피교부자의 추가적인 행위가 개입되어 점유가 침탈된 경우(② 유형: ‘책 절도 사건’, ‘금은방 사건’), 피해자의 처분의사가 없었던 경우(③유형: ‘축의금 접수 사건’)에 해당하여 ‘사기죄’가 아닌 ‘절도죄’가 인정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라. 피기망자의 의사에 기초한 어떤 행위를 통해 행위자 등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 피기망자와 재산상의 피해자가 같은 사람이 아닌 경우에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피기망자가 피해자를 위하여 그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갖거나 그 지위에 있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⑴ 이 사건의 쟁점은, ① 절도죄와 사기죄의 구별에 있어서 처분행위가 갖는 역할과 기능, ② 약취절도죄와 사기죄를 구별하는 기준이다.
⑵ 형법상 절취란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자기 이외의 자의 소유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점유를 배제하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6도2963 판결 등 참조). 이에 반해 기망의 방법으로 타인으로 하여금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는 절도죄가 아니라 사기죄가 성립한다.
⑶ 사기죄에서 처분행위는 행위자의 기망행위에 의한 피기망자의 착오와 행위자 등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최종적 결과를 중간에서 매개․연결하는 한편, 착오에 빠진 피해자의 행위를 이용하여 재산을 취득하는 것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사기죄와 피해자의 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행위자가 탈취의 방법으로 재물을 취득하는 절도죄를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처분행위가 갖는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고려하면 피기망자의 의사에 기초한 어떤 행위를 통해 행위자 등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면,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인정된다(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한편 사기죄가 성립되려면 피기망자가 착오에 빠져 어떠한 재산상의 처분행위를 하도록 유발하여 재산적 이득을 얻을 것을 요하고, 피기망자와 재산상의 피해자가 같은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피기망자가 피해자를 위하여 그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갖거나 그 지위에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1. 1. 15. 선고 90도2180 판결, 대법원 1994. 10. 11. 선고 94도1575 판결 등 참조).
⑷ 매장 주인이 매장에 유실된 손님(피해자)의 반지갑을 습득한 후 또 다른 손님인 피고인에게 “이 지갑이 선생님 지갑이 맞느냐?”라고 묻자, 피고인은 “내 것이 맞다”라고 대답한 후 이를 교부받아 가져갔다. 검사는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를 주위적으로 절도로, 예비적으로 사기로 기소하였다.
⑸ 대법원은, 매장 주인이 반지갑을 습득하여 이를 피해자를 위해 처분할 수 있는 권능 내지 지위를 취득하였고, 이러한 권능 내지 지위에 기초하여 반지갑의 소유자라고 주장하는 피고인에게 반지갑을 교부한 것은 사기죄에서의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주위적 공소사실인 절도 부분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면서 예비적 공소사실인 사기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수긍하였다.
마. 재물을 편취한 사기죄에서의 처분행위, 처분의사의 의미 및 책략절도와의 구별기준(대법원 2018. 8. 1. 선고 2018도7030 판결)
⑴ 사기죄에서 처분행위는, 행위자의 기망행위에 의한 피기망자의 착오와 행위자 등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최종적 결과를 중간에서 매개․연결하는 한편, 착오에 빠진 피해자의 행위를 이용하여 재산을 취득하는 것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사기죄와 피해자의 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행위자가 탈취의 방법으로 재물을 취득하는 절도죄를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처분행위가 갖는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고려하면, 피기망자의 의사에 기초한 어떤 행위를 통해 행위자 등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면,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인정된다(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⑵ 재물에 대한 사기죄에 있어서 처분행위란, 범인의 기망에 따라 피해자가 착오 로 재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범인에게 이전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외관상 재물의 교부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재물이 범인의 사실상의 지배 아래에 들어가 그의 자유로운 처분이 가능한 상태에 놓이지 않고 여전히 피해자의 지배 아래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면, 그 재물에 대한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도1825 판결 참조).
⑶ 금괴를 운반하여줄 것처럼 하여 교부받은 후 사전공모에 따라 이를 빼돌린 경우 사기죄의 성부
이 사건의 경우 금괴 교부장소인 인천공항 면세구역에서부터 금괴 전달 장소인 후쿠오카 공항의 입국장에 도착할 때까지 운반책들의 이동이 피해자에 의하여 관리 또는 감독되고 있었고, 정해진 경로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없어 운반책들이 피해자의 금괴 교부행위로 인하여 금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취득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외관상 피해자의 금괴교부행위에도 불구하고 사기죄의 처분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이다.
2. 삼각사기와 절도죄의 구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4호, 김현우 P.499-511 참조]
가. 삼각사기의 의미
⑴ 사기죄의 성립에 있어서 피기망자와 처분행위자는 일치해야 하지만, 피기망자와 피해자가 반드시 일치할 것이 요구되지는 않는다. 피기망자와 피해자가 다른 경우를 이른바 ‘삼각사기’라고 하는데, 이 사건 역시 기망의 상대방이 된 매장 주인과 반지갑의 소유자인 피해자가 다른 경우로서 이에 해당한다. 삼각사기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기망자에게 ‘피해자 소유의 재물을 피해자를 위해 처분할 수 있는 능력’이 인정되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은 경우 피기망자가 이를 처분하였다 해도 이는 ‘선의의 도구를 이용한(즉 간접정범에 의한) 절도죄’가 성립할 뿐이다.
⑵ 즉, 피기망자와 피해자 사이에 위와 같은 관계가 요구되는 것은 삼각사기와 선의의 도구를 이용한(즉 간접정범에 의한) 절도죄와의 구별을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甲이 가게에 들어가 손님 A(처분자의 지위가 아님)에게 B의 물건을 자기의 물건이니 집어달라고 하고 이에 속은 A가 그 물건을 집어주자 가지고 간 경우, 甲의 행위는 간접정범에 의한 절도죄가 된다. 그러나 乙이 B의 물건을 보관하여 가지고 있던 C(처분자의 지위에 있음)에게 자신이 B라고 속이고 그 물건을 받아간 경우에는 삼각사기에 해당하여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나. 삼각사기에서 ‘처분할 수 있는 능력’의 의미와 범위
피기망자와 피해자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삼각사기와 간접정범에 의한 절도죄를 구별하는 기준은 피기망자에게 피해자의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이다. 이러한 ‘처분 능력’에 대하여, 피기망자에게 피해자의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권한설)와 피기망자가 피해자의 재산을 사실상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족하다는 견해(지위설)가 대립한다. 판례는 당초 처분행위자에게 피해자의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기도 하였으나, 그 후 처분행위자의 처분권한이 반드시 법적 권한임을 요하지는 않고, 피해자의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사실상의 지위에 있으면 족하다고 판시하여 오고 있다.
⑴ 대법원 1982. 2. 9. 선고 81도944 판결(권한설)
사기죄는 다른 사람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로 인한 처분행위로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는 것으로서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하여도 그로 인한 재산상 처분행위가 없을 때에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인데 위 판시와 같은 등기공무원의 행위는 재산상 처분권한 있는 자의 처분행위라고 볼 수 없는 것이므로, 피고인의 위 판시 소위 중 부동산 편취 부분은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
⑵ 대법원 1989. 7. 11. 선고 89도346 판결(사실상의 지위설)
사기죄가 성립되려면 피기망자가 착오에 빠져 어떤 재산상의 처분행위를 하도록 유발하여 재산적 이득을 얻을 것을 요하고 피기망자와 재산상의 피해자가 같은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피기망자가 피해자를 위하여 그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이나 지위에 있어야 하며 기망, 착오, 처분, 이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 피고인이 타인을 위하여 채무를 대신 변제하고 다만 위조된 채권양도계약서를 근거로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타인으로부터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하려고 한 사안에 대하여 “피기망자와 재산상의 피해자가 같은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피기망자가 피해자를 위하여 그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이나 지위에 있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 피기망자의 처분권한이 반드시 법적 권한임을 요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 사례이다.
⑶ 대법원 1994. 10. 11. 선고 94도1575 판결(사실상의 지위설)
사기죄가 성립되려면 피기망자가 착오에 빠져 어떠한 재산상의 처분행위를 하도록 유발하여 재산적 이득을 얻을 것을 요하고, 피기망자와 재산상의 피해자가 같은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피기망자가 피해자를 위하여 그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갖거나 그 지위에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여기에서 피해자를 위하여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이나 지위라 함은 반드시 사법상의 위임이나 대리권의 범위와 일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피해자의 의사에 기하여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서류 등이 교부된 경우에는 피기망자의 처분행위가 설사 피해자의 진정한 의도와 어긋나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위와 같은 권능을 갖거나 그 지위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사기죄의 성립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3. 사기죄와 책략절도의 구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8호, 이경은 P.851-865 참조]
가. 판례 법리
⑴ 사기죄와 절도죄의 구별 기준
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전원 합의체 판결 : 사기죄에서 처분행위는 행위자의 기망행위에 의한 피기망자의 착오와 행위자 등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최종적 결과를 중간에서 매개․연결하는 한편, 착오에 빠진 피해자의 행위를 이용하여 재산을 취득하는 것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사기죄와 피해자의 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행위자가 탈취의 방법으로 재물을 취득하는 절도죄를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처분행위가 갖는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고려하면, 피기망자의 의사에 기초한 어떤 행위를 통해 행위자 등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면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인정된다.
⑵ 재물 교부의 의미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도1825 판결 : 사기죄에 있어서 ‘재물의 교부’란 범인의 기망에 따라 피해자가 착오로 재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범인에게 이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재물의 교부가 있었다고 하기 위하여 반드시 재물의 현실의 인도가 필요한 것은 아니고 재물이 범인의 사실상의 지배 아래에 들어가 그의 자유로운 처분이 가능한 상태에 놓인 경우에도 재물의 교부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나. 구별
⑴ 기망의 방법에 의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재물을 교부케 하여 그 점유를 취득하는 것은 절취가 아니라 사기에 해당함은 물론이나, 기망행위가 있더라도 그것이 점유 침탈의 한 가지 방법에 불과하고 기망으로 인하여 재물의 교부, 즉 점유의 이전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사기죄가 아니라 절도죄가 성립한다.
⑵ 탈취죄(타인손상범죄)인 절도죄와 편취죄(자기손상범죄)인 사기죄는 재물의 이전에 있어 피해자의 처분행위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구분되고, 사기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처분행위가 있어야 한다.
처분행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주관적 요건으로서 처분의사도 필요하다.
⑶ 처분의사라 함은, 일반적으로 피기망자가 자신의 처분행위로 인해 재산에 영향을 초래하게 됨을 인식하는 것을 말하고, 착오에 빠진 피기망자가 어떤 행위를 한다는 인식이 있으면 충분하고, 그 행위가 가져오는 결과에 대한 인식까지 필요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
다. 사기죄와 책략절도의 구별(외관상 재물의 교부가 있는 사안들)
⑴ 대법원 1983. 2. 22. 선고 82도3115 판결(책 절도 사건)
피해자가 가지고 있는 책을 잠깐 보겠다고 하여 동인이 있는 자리에서 보는 척하다가 가져갔다면 위 책은 아직 피해자의 점유하에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절도죄가 성립한다고 본 사안이다. 점유 이전, 즉 처분행위가 없다고 보았다.
⑵ 대법원 1994. 8. 12. 선고 94도1487 판결(금은방 사건)
피고인이 피해자 경영의 금방에서 마치 귀금속을 구입할 것처럼 가장하여 피해자로부터 순금목걸이 등을 건네받은 다음 화장실에 갔다 오겠다는 핑계를 대고 도주한 것이라면 위 순금목걸이 등은 도주하기 전까지는 아직 피해자의 점유하에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절도죄로 의율 처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본 사안이다. 점유 이전, 즉 처분행위가 없다고 보았다.
⑶ 대법원 1996. 10. 15. 선고 96도2227, 96감도94 판결(축의금 접수 사건)
피해자가 결혼예식장에서 신부측 축의금 접수인인 것처럼 행세하는 피고인에게 축의금을 내어놓자 이를 교부받아 가로챈 사안에서, 피해자의 교부행위의 취지는 신부측에 전달하는 것일 뿐 피고인에게 그 처분권을 주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피고인에게 교부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단지 신부측 접수대에 교부하는 취지에 불과하므로 피고인이 그 돈을 가져간 것은 신부측 접수처의 점유를 침탈하여 범한 절취행위라고 보는 것이 정당하다고 본 사안이다.
⑷ 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9도3139 판결(오토바이 시운전 사건)
시운전을 해 보고 살지 말지를 결정하겠다고 하여 오토바이를 교부받은 후 그대로 운전하여 가버린 사안에서, 원심은 시운전을 위해 오토바이를 교부한 것만으로는 피해자가 점유권을 상실하지 않았다고 보아 주위적 공소사실인 사기죄는 이유무죄로, 예비적 공소사실인 절도죄는 유죄로 판단하였고, 대법원은 오토바이 교부행위는 처분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수긍하였다.
다만 시운전을 빙자하여 피해자로부터 자전거를 교부받은 후 그 교부받은 자전거를 타고 시운전을 하는 척하다가 도망한 사안의 경우,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대법원 1968. 5. 21. 선고 68도480 판결).
유사한 사안으로, 자동차매매센터에서 승용차를 시운전을 해 보겠다고 거짓말하여 승용차 키를 넘겨받아 이를 운전하여 가 버린 사안에서, 대법원은 자동차 교부행위는 처분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보아 사기죄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시한 바도 있다(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도7931 판결).
라. 재물 편취에서의 처분행위와 처분의사
① 위 책략절도에 관한 사례들에서는 피해자의 재물에 대한 점유 이전 및 이에 대한 인식 여부를 기준으로 절도죄와 사기죄를 구분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② 위 책략절도의 사례들은 ‘점유의 이전’을 언급하였으나, 반드시 민법상의 점유가 이전되지 않았더라도, ‘재물이 범인의 사실상의 지배 아래에 들어가 범인의 자유로운 처분이 가능한 상태에 놓인 경우’를 사기죄의 재물의 교부, 즉 처분행위로 보고 있다(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도1825 판결).
③ 재물에 대한 사기죄의 경우, 재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 이전만을 요구할 뿐, 재물교부로 의도한 효과나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요하지 않아 왔다(대법원 2002. 7. 18. 선고 2002도66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3032 판결,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6256 판결 등 다수의 보이스피싱 사건들).
④ 재물에 대한 사기죄의 경우에는, 위 2016도13362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에도 재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권 이전 및 이에 대한 인식만 있다면, 피해자에게 그 효과나 이익 취득의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없더라도 처분행위와 처분의사를 인정하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