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또르’는 내 편일까?]【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5.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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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르’는 내 편일까?]【윤경변호사】

 

이제는 집에 들어가면 “또르(Thor)”가 또르르 나와서 꼬리를 엄청나게 흔들면서 나를 반긴다.

밤중에 일어나 화장실에 갈라치면 어디선가 쏜살같이 나타나 발꿈치 뒤로 아장아장 따라온다.

너무 기분이 좋다.

 

침대 위로 올려주면 끊임 없이 진한 애정 표현을 한다.

얼굴과 머리카락을 침범벅으로 만든다.

심지어 머리 위에 또아리를 틀고 잠을 잔다.

 

아마 이런 결정을 내린 모양이다.

“난 이제 엄마 젖을 먹는 유아기를 벗어 났어. 사료를 먹는 강아지란 말이야. 그러니까 주인 머리에 한번 올라타 볼까?”

 

침대 밑에 내려주면 내 슬리퍼 위로 가서 자리를 잡는다.

내 발냄새까지도 사랑하는 충성스럽고 귀여운 놈!!!

 

그런데 이 놈이 나한테만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나 없을 때는 다른 식구들에게도 충성맹세를 하는 것 같다.

또르가 완전한 내편인지는 아직 확신이 안 선다.

 

문제는 여자도 강아지를 귀여워 하면서 항상 볼모(hostage)로 삼는다는 것이다.

나에게 서운한 점이 있으면 여자는 눈빛이 변하면서 말 없이 방으로 들어 간다.

아이들을 통하지 않고는 일절 말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대신 여자의 말을 전한다.

“얘들아, 아빠에게 말해. 너희 아빠가 애지중지하던 강아지는 죽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