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정보/민사소송

사인증여와 계약의 효력 인정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11. 11. 14:23
728x90
사인증여와 계약의 효력 인정

 


사인증여의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신도에게 불교식 장례를 치어 준다는 약속을 한 후 사망 뒤 부동산을 시주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받아낸 승려가 약속을 어겼음에도 법원에서 계약효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증여자의 사망 뒤 효력이 생기는 사인증여 계약은 상속인에게 남기는 법정 유언장과 달리 본인이 직접 작성하지 않아도 되고 당사자간의 합의가 실제 있었다는 점만 인정이 된다면 성립됩니다.


 

 


A씨는 서울의 한 사찰 주지로 있던 2005년 신도 B씨에게 유언장이라고 적힌 종이 한 장을 받았습니다. B씨는 자식이나 친척이 없어 사망한 후 토지를 A씨에게 시주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6.25 전쟁 당시 홀로 남한에 내려온 B씨는 홀로 살면서 서울 광진구와 중구에 각각 133.2㎡와 29.8㎡ 의 땅이 있었습니다. A씨가 외롭게 살던 B씨의 말동무가 되어주면서 B씨는 자신이 죽고 나면 49제 등 불교식 장례와 추모절차를 이행해 달라는 조건 이행을 전제로 A씨에게 부동산 증여의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후 2007년 B씨가 숨졌지만 A씨는 B씨에게 관심을 끊었다가 6년이 지난 2013년에야 그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A씨는 곧바로 서울 가정법원에 망인이 된 B씨에게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해 달라고 청구했습니다.

 

B씨의 토지 소유권을 이전 받으려면 후속 절차를 진행해 줄 법적 권한이 있는 자가 필요했기 때문인데 다음해 1월 법원이 변호사 C씨를 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하자 A씨는 석 달 뒤 C씨를 상대로 소유권 이전등기 절차 이행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나 1심 법원에서는 유언장 작성 경위를 의심하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재판부에서는 유언장을 B씨가 아닌 A씨의 부인이 대신 썼다는 점에서 증여자 본인의 의사대로 작성된 것인지를 세심하게 심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B씨의 인감도장이 유언장에 찍혔고 인감증명서도 A씨 부부가 들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A씨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A씨가 49재 등 장례절차의 이행을 대가로 B씨와 증여 계약을 맺었음에도 장기간 망인의 사망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조건부 증여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1심 판단을 깨고 A씨의 손을 들어주었는데 B씨가 유언장 작성 9일 뒤 유언장에 찍은 도장을 인감으로 신고하고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A씨에게 건넸다는 사실 관계를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B씨가 본인의 의사에 따라 날인을 한 것으로 추단되며 이것을 뒤집을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비록 A씨가 49재 등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인증여 계약에는 그 같은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불이행으로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