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을 맞으며】《나이 들수록 절제할 줄 알고, 기품이 있고 신중하며, 남을 험담하지 않고, 건실한 믿음과 배려를 지녀야 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아침에 일어나니 첫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렸다.
기분은 좋지만, 어릴 적 느꼈던 강렬한 설렘과 흥분은 다소 무뎌졌다.
마음 한편으로는 ‘한 해가 또 가는구나!’라는 아쉬움이 꿈틀거린다.
오늘 출근을 하면서, 지난 주 접촉사고를 일으켜 공장에서 수리를 마친 차를 끌고 나왔다.
벌써 7년을 함께 한 차인데, 이렇게 오래 탈 줄 몰랐다.
차를 바꾸고 싶어도 사고난 부분의 수리를 나면, 부품을 모두 새것으로 교체해서인지 새 차(新車)처럼 깨끗하고 작동도 잘된다.
사람은 어떨까?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 ‘필요 있음’과 ‘필요 없음’으로 구분되는 세상에서 사람의 가치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줄어들게 되어 있다.
현대의 성과주의는 시간의 축적과 경험의 총량을 더 이상 삶의 가치로 환원하지 못한다.
연장자의 경륜을 존중하는 미덕은 온데 간데 없어졌고,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과학기술에 기반한 물질주의 가치관이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오늘의 소비사회에서 늙음은 곧 ‘낡음’이 된다.
‘낡음’은 ‘쓸모 없음’, ‘필요 없음’과 동의어가 되어 폐기대상이 된다.
신체의 능력과 성능이 더 이상 좋아질리 없는 ‘나이든 사람’들은 잉여인간으로 전락한다.
어느 누구도 늙음을 피할 수 없으니, 세상은 공평한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그 젊음을 누릴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순식간에 중년을 넘어 노년으로 달려가니 말이다.
최근에 주병진이 출연한 “이젠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하였다.
환갑을 훌쩍 넘는, 만 나이 66세의 나이임에도 그의 신중한 처신과 매너, 자기관리는 참으로 보기 좋았다.
나이 들수록 절제할 줄 알고, 기품이 있고 신중하며, 남을 험담하지 않고, 건실한 믿음과 배려를 지녀야 한다.
남미 배낭여행 중인 두 친구가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내가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대륙 하나를 구석수석 헤집고 다닌 두 친구의 열정과 체력에 감동과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사람은 이상에 작별을 고할 때 늙는다.
살아온 횟수가 늘어나면 피부가 쭈글쭈글해지지만, 감동을 포기하면 영혼이 쭈글쭈글해진다.
사람은 그의 신념만큼 젊어지고, 회의(懷疑)만큼 늙는다.
자신감의 높이만큼 젊어지고, 두려움의 키만큼 늙는다.
아름다움과 기쁨, 과감성과 대범함이 그의 마음 속에 있다면, 그는 젊다.
영감이 끊기고 정신이 냉소의 눈에 덮히고
비탄의 얼음에 갇힐 때
그대는 스무살이라도 늙은이가 되네.
그러나 머리를 높이 들고 호기심과 희망의 물결을 잡는 한
그대는 쉰살이라도 늘 푸른 청춘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