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2024년도 대상 시상식】《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20대 후반만 되어도 사실상 한물간 퇴물 취급을 받는 여자프로골프의 세계》〔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의 고문변호사인 관계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24년도 대상시상식에 참석했다.
금년도 대상을 받은 ‘윤이나’ 프로는 2003년생으로 만 21세다.
시상식에는 10여 년이 넘게 매년 참석했는데, 작년(2023년도) 3관왕인 이예원 프로 역시 2003년생으로 당시 나이가 겨우 20살였다.
코로나 기간에는 시상식이 열리지 않았고, 코로나 전인 2018년의 대상수상자인 최혜진 선수도 당시 만 19세(1999년생)였다. 최혜진 프로는 2019년, 2020년에도 대상을 수상하며 연속 3연패를 달성했다.
여자프로골프의 세계에서는 20대 후반만 되어도 사실상 한물간 퇴물 취급을 받는다.
내가 보기에는 30대들도 모두 다 어린아이들로 보이는데 말이다.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 20대 후반의 노땅 선수들을 완전 압도해 버리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
정말 그럴까?
10대부터 40대까지는 이 말을 믿고 있고, 50대와 60대는 이 말이 진실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고, 체력이 떨어지고 병마에 시달리기 시작하는 70∼80대는 이 말을 믿지 않는다.
그 말이 진실이건 아니건, 난 이런 말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
나이를 먹는 것은 산에 올라가는 것과 같다.
처음 산에 오를 때는 올라가기 바빠 사방에 보이는 삶의 아름다움을 그냥 지나친다.
하지만 높이 올라갈수록 아래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 펼쳐진다.
처음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꽃들도 보이고, 앞이 탁 트인 산 중턱이나 정상에서 아름다운 산 전체를 관망할 수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수록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앞만 보고 숨차게 올라오다 보니, 계곡물에 발 한번 제대로 담그지 못하고 좋은 풍광도 놓친 경우가 많았다.
무심코 무작정 지나친 것도 허다하다.
그에 대한 회한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아쉽다고 다시 내려갈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사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돌아가 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누구나 젊은 시절에는 방황, 배고픔, 아픔, 열정이 가져다준 고통을 경험하지 않는가 말이다.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 한들 또다시 그때처럼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인생의 후반’, 그것을 위해 힘들고 거친 ‘인생의 초반’이 존재하는 것이다.
지나온 길에 대한 후회는 접어두고 이제부터 만나게 될 길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고 삶의 재미를 챙기면 되지 않겠는가.
여유와 포용력을 가진 따뜻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다 깊고 넓게 볼 수 있도록 모든 감각을 일깨우면서 말이다.
인생을 만끽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에게 달려 있다.
인생은 ‘파도타기’다.
가끔은 파도에 뒤통수를 맞기도 한다.
물속에 처박혀 물 좀 들이키면 어떠랴.
그 또한 시도하지 않았다면 경험해보지 못할 짜릿한 순간 아닌가.
파도에 거스르지 말고 힘찬 파도에 자연스레 몸을 던져 보자.
마음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겨 보자.
개중에 제법 큰 파도에 올라타 파도타기의 짜릿함과 진수를 경험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인생에서 더 많은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젊은 시절에는 깨닫지 못한 인생의 경험과 삶의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수많은 우연으로 점철된 여행이다.
여행의 목적지는 종착점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
여행 그 자체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여행길에서 뜻밖의 행운을 만나기도 한다.
더없이 큰 기쁨일 것이다.
미완성인 채로 여행(삶)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