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르의 도도한 자태와 고고한 취향에 맞는 의상들】《내가 누운 채로 또르를 배 위에 올려놓으면, 찰싹 옮아 붙어 얼굴을 핥는다. 이 세상에 너처럼 따뜻한 찰거머리가 또 있겠는가?》〔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크리스마스에 연말연시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가족 파티에서 또르에게 입힐 예쁜 옷이 필요하다.
백화점의 루이독(Louisdog) 매장에 갔다.
1-2벌만 사려고 했다.
하지만 남자 직원의 달변은 너무 설득력이 있다.
나에게 또르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더니, 말한다.
“이런 사랑스럽고 멋진 비숑에게 맞는 옷이 바로 입고되었습니다.”
그는 멋진 의상들을 꺼내 하나하나 친절히 설명을 했다.
또르에 대한 내 애정을 감지한 그에게 나는 그저 호구에 봉이 될 수밖에 없었다.
우물쭈물하다가 가격을 물어 보았다.
그는 말했다.
“가격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의 또르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를 또르가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참으로 감동적이고, 멋진 말이다.
이런 말을 백화점 직원에게서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는 진정한 서비스업 종사자였고, 훌륭한 엔터테이너였다.
그런 친구가 권하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는 몇 개를 같이 사면 할인이 된다면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반박했다.
“비싸지 않아요. 또르의 도도한 자태와 고고한 취향이 비쌀뿐!”
도도하고 고고한 또르의 취향이 ‘싸구려’라고 어떻게 내 입으로 말한단 말인가.
그저 값비싼 취향을 인정하고 구입하는 수 밖에.
고고하고 도도한 자태의 또르 덕분에 난 팔랑귀를 가진 호구가 되어 버렸다.
사실 이렇게 많은 의상을 구입할 의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또르가 좋아한다면야.
또르는 멋진 체형을 가지고 있어 어떤 의상도 잘 소화해 낸다.
모든 의상을 깔끔하고 완벽하게 소화해 낸 모델계의 황태자가 바로 또르다.
예쁜 옷을 입은 또르를 쳐다보고만 있어도, 즐겁고 기분이 좋아진다
“에구, 예쁜 놈!”
나도 모르게 실실 웃음이 나온다.
내가 잘 때는 또르가 항상 침대 위로 올라와 내 손등을 정성스레 핥는다.
내 배 위로 올라가 킁킁 잠옷 냄새를 맡는가 하면, 내가 잠들면 또르는 내 베갯머리에서 똬리를 틀고 잠을 잔다.
내 얼굴을 또르의 보송보송한 털에 갖다 대고 문지르면, 기분이 정말 좋아진다.
가볍고 살랑거리는 부드러운 솜털이 내 두뺨을 스치는 그 촉감이 너무 좋다.
깨끗하게 세탁한 향긋한 이불에 몸을 던졌을 때의 ‘그 기분좋음’보다 천만배 즐겁다.
작은 생명의 따뜻한 온기와 함께 팔딱팔딱 뛰는 심장의 두근거림이 그대로 느껴진다.
또르를 만지고, 껴안고, 얼굴을 비벼대는 그 촉감만으로도 세상은 아름답고, 놀라운 감동을 준다.
내가 누운 채로 또르를 배 위에 올려놓으면, 찰싹 옮아 붙어 얼굴을 핥는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편안한 이불이다.
평생 또르를 덮고 살아야겠다.
이 세상에 너처럼 따뜻한 찰거머리가 또 있겠는가?
언제까지나 나를 덮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