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33)】《티무르왕이 1404년 손자의 전사를 추모하기 위해 지은 중세 건축양식의 사원 ‘구르 아미르 영묘(Gur-e Amir)’》〔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지배자의 묘, 구르 아미르에서 시간과 마주하다
사마르칸트의 한복판,
푸른 돔 하나가 조용히 하늘을 이고 서 있다.
구르 아미르(Gur-e Amir),
이름부터 묘하게 권위와 쓸쓸함이 공존한다.
‘구르’는 무덤, ‘아미르’는 지배자.
곧, ‘지배자의 무덤’이라는 뜻이다.
이곳은 바로, 중앙아시아의 전설적 영웅
티무르(또는 타메를란)가 마지막으로 안식한 곳.
그가 가장 아꼈던 손자, 무함마드 술탄이 전사하자
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1404년 이 묘소를 짓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1년 뒤,
티무르 자신도 명나라 정벌 길에서 병사하여
이곳에 함께 묻히게 된다.
푸른 돔이 유난히 깊고 차분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것은 영광의 무게를 이고 선 시간의 상징이자,
사랑하는 이를 잃은 할아버지의 슬픔이 깃든 건축물이었다.
외관은 코란 구절들로 섬세하게 장식되어 있었고,
돔은 티무르 시대의 풍조에 따라
64개의 나무로 보강된 구조 위에,
푸른 타일이 세로로 붙여져 반짝이고 있었다.
그 돔 아래로 들어서자,
금빛과 청색으로 뒤덮인 이슬람 문양이
천장에 별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 광경 앞에서 말문이 막혔다.
소리 없이 숨죽인 공간 안에서
나는 그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수 세기 전의 별빛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구르 아미르 영묘는 단순한 묘가 아니다.
그것은 한 제국의 마지막 숨결이며,
한 할아버지의 깊은 상실감이 깃든 영혼의 전당이다.
지배자의 묘는, 정복보다 사랑의 무게로 더 오래 기억된다.
여기엔 시간의 흐름이 없다.
오직 침묵과 빛, 그리고 기억만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