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31)】《왕이자 위대한 학자 울르그벡이 세운 건축물로, 15세기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6. 1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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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31)】《왕이자 위대한 학자 울르그벡이 세운 건축물로, 15세기 초에 1년이 365일임을 계산해 냈던 ‘울르그벡 천문대(Ulugh Beg Observatory)’》〔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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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계산한 왕, 울루그벡의 천문대를 걷다.
 
사마르칸트의 한적한 언덕 위,
이슬람 제국의 한 황제가
왕좌가 아닌 별들 사이에서 시간을 계산했던 장소가 있다.
바로, 울루그벡(Ulugh Beg)의 천문대다.
 
울루그벡은 정복자의 피를 이어받은
티무르의 손자였지만,
그는 칼보다 망원경과 숫자에 더 마음을 기울인 사람이었다.
 
왕이자 학자였던 사내
15세기 초, 울루그벡은
무려 1년이 365.2422일이라는 사실을 계산해냈다.
지금 우리가 쓰는 태양력과 불과 1분 차이도 나지 않는 정밀한 숫자였다.
 
그의 천문대는 당시로선 기적 같은 구조물이었다.
높이 40m에 달했고,
광대한 벽면에는 별의 움직임을 계산하기 위한 장치가 새겨져 있었다.
 
지금은 그 건물의 기초 일부만 남아 있지만,
잔재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앞선 시대를 살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별들을 붙잡아, 시간이라는 질서를 그려낸 왕이었다.
 
별을 품은 박물관
천문대 옆에 1964년에 세워진 박물관에 들어섰다.
1층에는 울루그벡의 초상화와 함께,
그의 수학적·과학적 업적이 전시되어 있었고,
2층 천장에는 별자리 지도가 아름답게 그려져 있었다.
그곳에는 그가 쓴 천문표,
그리고 당시의 관측 장비와 미니어처가 있었다.
모두 하늘을 향한 인간의 의지로 가득 차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의 천문표가 훗날 조선의 세종대왕 시대의 역법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계산은 이순지와 장영실을 통해 ‘칠정산내외편’에 반영되었고,
조선의 하늘도 그 덕분에 조금 더 정확해졌다.
 
별을 읽는 이의 고독
권력을 포기하진 않았지만,
그는 권력보다 지식과 진리에 더 큰 가치를 두었던 사람이었다.
어쩌면 그는 왕이 아닌,
밤하늘에 홀로 앉아
별과 대화하던 시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울루그벡의 천문대는 하늘을 향한 인간의 시선이었다.
그것은 정복이 아닌, 관찰의 힘으로 이룩된 또 다른 제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