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34)】《레기스탄 광장의 3개의 이슬람 신학대학 ‘메드레세’(울르그백 메드레세, 시르도르 메드레세, 틸랴캬리 메드레세)》〔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 울루그벡 마드라사 — 별을 바라본 학자의 꿈
가장 오래된 건물인 울루그벡 마드라사(Ulughbek Madrasah)는
티무르 제국의 손자이자, 천문학자였던 울루그벡의 이름을 딴 신학교다.
15세기 초, 그는 하늘을 연구하며
"지혜는 칼보다 강하다"고 믿은 통치자였다.
이 마드라사는 정원의 중심을 감싸는 직사각형 구조로,
네 모퉁이의 돔 아래에는 학문을 가르치던 강의실이,
2층에는 먼 길을 떠나온 학생들의 숙소가 있었다.
별을 헤아리던 젊은 학자들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지식을 나누던 그 풍경이 떠오른다.
◈ 틸라코리 마드라사 — 금빛 찬란한 아름다움
틸라코리 마드라사(Tilla Kori Madrasah)는
이름 그대로, ‘금으로 장식된’ 예술의 정수다.
레기스탄 광장에서 가장 웅장한 이 건물은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금박으로 뒤덮인 모스크의 벽면과 천장이 숨을 멎게 한다.
푸른 돔 아래 펼쳐진 금빛 세상.
빛이 닿는 곳마다 찬란하게 반사되며
영혼을 어루만지는 듯한 숭고함이 느껴진다.
외벽은 다색 타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마치 하나의 거대한 보석함처럼 광장을 감싸고 있다.
◈ 쉐르도르 마드라사 — 용맹한 사자의 가르침
세 번째 마드라사, 쉐르도르 마드라사(Sherdor Madrasah)는
'용맹한 사자'라는 이름을 품고 있다.
그 이름처럼 외벽에는 사자를 형상화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이슬람 전통에서는 드문 동물 형상이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
이곳은 단순한 신학교를 넘어,
철학과 천문학, 수학, 역사까지 포괄한 이슬람 르네상스의 요람이었다.
‘마드라사(madrasa)’는 아랍어로 ‘배우다’를 뜻하는 ‘다라사(darasa)’에서 유래한 단어다.
쉐르도르 마드라사는 배움의 장이자,
이슬람 문명의 진지한 성찰이 이루어지던 지식의 전당이었다.
세 개의 마드라사 앞에 서면,
그저 과거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열망과 신념, 학문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사마르칸트는 이제 더 이상 사라진 도시가 아니다.
그들의 지혜와 꿈이 살아 숨 쉬는 살아있는 책,
우리 앞에 펼쳐진 찬란한 문명의 한 페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