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32)】《사마르칸트(Samarkand)의 과거 영화롭던 흔적을 볼 수 있는 ‘아프로시압 박물관(Afrosiab Museum)’》〔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기원전 5세기, 제라프샨 강 유역에 정착한 소그드인들이 세운 도시,
사마르칸트(Samarkand).
수많은 이방인의 발걸음과 상인들의 언어가 교차하던 그곳은
오래도록 ‘동방의 로마’, ‘중앙아시아의 진주’라 불리며
실크로드의 심장처럼 뛰고 있었다.
그 도시의 가장 오래된 기억이
사마르칸트 동북쪽의 조용한 언덕, 아프로시압에 잠들어 있다.
1965년, 그 언덕 아래에서
무심히 드러난 벽화 하나.
소그드 궁전의 내부를 장식했던 그 벽화는
7세기 중엽의 외교와 예술, 문명의 흐름을
고요하지만 강렬하게 증언하고 있다.
나는 오늘, 그 벽화를 보기 위해
아프로시압 박물관에 올랐다.
그림 속에서 나는 놀라운 얼굴을 만났다.
낯선 대륙의 길 위에 선,
조우관을 쓰고 환두대도를 찬 고구려 사신.
어쩌면 그는 나와 같은 길 위에서
똑같은 하늘을 올려다보았을지도 모른다.
그에게 이 도시는 어떤 설렘과 긴장을 주었을까.
나처럼 말없이 숨을 고르며
돌담 너머의 도시를 바라보았을까.
벽화의 색은 바래 있었지만
그 속에 깃든 숨결은 되레 더 진하게 다가왔다.
사마르칸트는 과거의 도시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나란히 걷는 도시였다.
역사란 지나간 것이 아니다.
그 위를 다시 걷는 우리의 발걸음이
그것을 다시 되살리는 것이다.
박물관을 나와 아프로시압 언덕 위를 올랐다.
아무 말 없이, 바람 한 줄기에 귀를 기울이며
나는 오래된 돌의 기억 위에
조용히 나의 발자국 하나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