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32)】《사마르칸트(Samarkand)의 과거 영화롭던 흔적을 볼 수 있는 ‘아프로시압 박물관(Afrosiab Museum)’》〔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6. 1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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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32)】《사마르칸트(Samarkand)의 과거 영화롭던 흔적을 볼 수 있는 아프로시압 박물관(Afrosiab Museum)’》〔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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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5세기, 제라프샨 강 유역에 정착한 소그드인들이 세운 도시,

사마르칸트(Samarkand).

수많은 이방인의 발걸음과 상인들의 언어가 교차하던 그곳은

오래도록 동방의 로마’, ‘중앙아시아의 진주라 불리며

실크로드의 심장처럼 뛰고 있었다.

 

그 도시의 가장 오래된 기억이

사마르칸트 동북쪽의 조용한 언덕, 아프로시압에 잠들어 있다.

 

1965, 그 언덕 아래에서

무심히 드러난 벽화 하나.

소그드 궁전의 내부를 장식했던 그 벽화는

7세기 중엽의 외교와 예술, 문명의 흐름을

고요하지만 강렬하게 증언하고 있다.

 

나는 오늘, 그 벽화를 보기 위해

아프로시압 박물관에 올랐다.

 

그림 속에서 나는 놀라운 얼굴을 만났다.

낯선 대륙의 길 위에 선,

조우관을 쓰고 환두대도를 찬 고구려 사신.

 

어쩌면 그는 나와 같은 길 위에서

똑같은 하늘을 올려다보았을지도 모른다.

그에게 이 도시는 어떤 설렘과 긴장을 주었을까.

나처럼 말없이 숨을 고르며

돌담 너머의 도시를 바라보았을까.

 

벽화의 색은 바래 있었지만

그 속에 깃든 숨결은 되레 더 진하게 다가왔다.

사마르칸트는 과거의 도시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나란히 걷는 도시였다.

 

역사란 지나간 것이 아니다.

그 위를 다시 걷는 우리의 발걸음이

그것을 다시 되살리는 것이다.

 

박물관을 나와 아프로시압 언덕 위를 올랐다.

아무 말 없이, 바람 한 줄기에 귀를 기울이며

나는 오래된 돌의 기억 위에

조용히 나의 발자국 하나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