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사법연구원 교수 윤 경]
- 대상판결 : 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0다56037 판결 -
I. 사건의 진행과정
1. 사안의 개요
① 피고 종중은 고려시대 예부상서 중추사를 지낸 광유후(휘 배걸)를 공동시조로 하여 그 후손들로 구성된 대종중으로서 내급사공파, 천호장공파, 대제학공파, 박사공파, 대사성공파 등 5개 지파가 연합하여 조직한 비법인사단이다.
② 피고 종중의 회장이던 甲이 1997. 4. 24. 대전 용전동 소재 명동뷔페식당에서 제22회 정기총회를 적법하게 소집함에 따라, 위 정기총회는 피고 종중의 가장(家長)인 종원들로서 273명{그중 269명(내급사공파 121명, 천호장공파 52명, 대제학공파 25명, 박사공파 41명, 대사성공파 27명, 파 불명 3명 등)이 참석자명단에 등록하였으나 천호장공파 중 43명은 구체적인 성명 기재가 누락되어 있으며 의사록에는 273명이 참석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이 모인 가운데 총무부장의 개회선언과 국기배례, 시조묘 요배, 감사패 수여 등에 이어 당시 회장이던 甲의 인사말이 있은 뒤 총무부장의 회무보고, 1996년도 결산보고 및 통과, 감사의 1996년도 감사보고 및 통과, 1996년도 순익분 처분안 통과, 묘소 및 서원수호의 건 등 부의사항에 관한 결의, 예산안 결의 등의 절차를 마친 다음, 임원개선에 들어갔다.
③ 당시 임원개선을 함에 있어서 종원 C가 림시의장으로 추대되어 임원개선결의를 진행하던 중, 회장선임방법에 대하여 종원 B로부터 각파에서 5인씩 전형위원을 선출하여 회장을 선임하자는 동의안이 제의되어, 재창, 삼창을 거쳐 동의안으로 성립되었고, 이어 종원 D로부터 동의안에 대한 수정안으로 각파에서 3인씩의 전형위원을 선출하여 회장을 선임하자는 안이 제의되어, 재창, 삼창을 거쳐 성립된 후 동의안을 제의한 측에서 위 수정안에 대하여 이의가 없다고 함으로써 당초의 동의안은 撤回되어 수정안이 동의안으로 성립되었는데, 한편 종원 E로부터 직선제로 회장을 선임하자는 개의안이 제의되어 재창, 삼창을 거쳐 개의안으로 성립되었는바, 종원 F가 동의안(간선제)과 개의안(직선제)에 대한 찬부의 표결방법으로 시간도 부족하고 장소도 협소하다는 이유로 의장석을 중심으로 직선제를 찬성하는 사람은 그 좌측에 서고, 간선제를 찬성하는 사람은 그 우측에 서도록 하는 좌석이동방법으로 표결하자고 제의하자 다른 종원들이 이에 찬성하여 위 좌석이동방법으로 표결한 결과, 의장석 좌측에 서 있는 사람들이 그 우측에 서 있는 사람들보다 2배가 넘자 C는 회장선출방법으로 직선제(개의안)가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된 사실을 알리면서 점심식사를 위한 정회와 14:20경 회의속개를 선포하였다.
④ 그런데 정회 후 당시 회장이던 甲을 포함하여 대사성공파, 박사공파, 대제학공파의 일부 종원들이 직선제에 따른 회장선임방법에 대하여 불만을 표시하고 임시의장인 C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회의장에서 일방적으로 退場하였다.
⑤ 그후 점심식사를 마치고 임시의장 C는 회의장을 정돈하여 남아있던 종원들과 함께 위 총회를 속개하여 회장선임절차를 진행함에 따라 신임회장 후보로 종전회장인 甲과 원고가 각 후보로 추천되고, 이어 위 후보자들에 대한 거수방법에 의한 투표 결과, 출석종원 173명중 甲이 11표, 원고가 140표, 기권 22표로 나타나자, C는 원고가 신임회장으로 선임되었음을 선포하고, 이어 나머지 임원들에 대한 선임을 마치고 폐회를 선포하였다.
⑥ 그런데 전임 회장이었던 소외 甲은 위 1997. 4. 24.자 정기총회의 회장선임결의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원고에게 사무의 인수, 인계를 거부하는 한편, 같은 해 5. 19. 경남 합천군 쌍책면 성산리 소재 옥전서원에서 또 다시 제22회 정기총회를 소집하여, 그 정기총회에서 종전 임원 전원이 유임하는 것으로 결의하여 甲이 피고 종중의 신임회장으로 피선되었다.
⑦ 원고는 1997. 5. 19자 정기총회에서 신임회장으로 선임되었다고 주장하는 전임 회장 甲을 상대로 회장직무집행정지등 가처분신청을 하여 1999. 2. 22. 법원으로부터 이 사건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甲의 회장직무집행을 정지하고, 동시에 위 직무집행 정지기간 중 원고를 회장직무집행대행자로 선임한다는 내용의 가처분결정을 받았다.
⑧ 피고 종중의 종원인 A 외 4인이 피고 종중의 정기총회 개최발기인이라 자칭하고 1999. 4. 22.자로 발기인 명의의 총회개최통보서를 종원 82명에게 발송하고, 이어 같은 달 30. 대전 동구 용전동 소재 명동뷔페식당에서 A 외 45명의 종원이 참석한 가운데 피고 종중의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그 자리에서 원고 및 甲의 회장 임기가 2년이 경과됨으로써 모두 만료되었다는 이유로 B를 신임회장으로 선임하는 결의를 하였다.
⑨ 피고 종중의 약관에 따르면, 피고 종중은 국내외에 거주하는 초계정씨의 가장(家長)으로 이루어진 지방종회의 연합체로서(제2조, 제3조) 총회(대의원회)를 두고(제14조), 임원인 회장은 총회에서 출석인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선임하되 가부동수일 때는 의장이 결정하며(제7조, 제8조, 제17조, 제22조) 총회는 회장단 및 이사들과 대의원으로 구성되고 대의원은 지방종회의 회원 50명마다 1명의 비율로 당해 지방종회에서 선출되는데 대의원이 선출되기 전까지는 총회에 출석한 자를 대의원으로 간주한다(제9조 제5호, 제11조)고 규정되어 있다.
2. 원심판결의 요지
가. 本案前抗辯에 대한 判斷
① 항변내용 : 원고는, 자신이 소집하지 아니한 1997. 5. 19.자 정기총회의 결의는 소집권한 없는 전임 회장인 甲에 의하여 소집되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무효확인을 구함에 대하여, 피고 종중은 가사 원고가 적법하게 회장으로 선임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 내지 甲의 회장 임기 2년이 이미 모두 경과되었고, A 외 4인이 1999. 4. 30. 정기총회를 소집하여 B를 회장으로 선임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는 과거의 법률관계 내지 권리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② 판단 : 비법인사단의 대표자인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후임자의 선임이 없거나 또는 그 선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선임결의가 무효인 경우, 전임 회장으로 하여금 업무를 수행케 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임 회장은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종전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전임 회장은 그 임기만료 이후로도 직무수행의 일환으로서, 별도의 회장을 선임한 총회 결의의 하자를 주장하여 그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
피고 종중의 약관에는 정기총회는 매년 4월에 회장이 소집하고, 임시총회는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소집하거나 대의원 50인 이상의 요청이 있을 때 회장이 소집하며, 임원의 선출은 총회 의결사항으로 규정되어(제15조, 제17조) 있다. 그런데, A외 4인이 피고 종중의 총회를 소집할 권한이 있다는 점에 대한 자료도 없다.
원고는 신임회장으로 적법하게 선임되었을 뿐 아니라, 甲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등 가처분신청을 하여 1999. 2. 22. 위 법원으로부터 이 사건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甲의 회장직무집행정지 및 원고를 회장 직무집행 대행자로 선임한다는 내용의 가처분결정을 받았으므로, 그 이후의 정기총회의 소집권한은 본안판결인 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원고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나. 본안에 대한 판단
(1) 1997. 4. 24.자 피고 종중의 총회에서 출석한 종원들에 의하여 직선제로 회장을 선임한 방법이 적법하였는지 여부
피고 중중은 회장 등 임원의 구체적 선출방법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회장 등 임원의 선출방법은 관례적으로 정기총회가 개최될 때마다 그 자리에서 종원들의 결의에 따라 정하여져 왔는데 대체로 피고 종중의 5개 지파의 대표들 사이에 의견이 합치되면 곧바로 후보자를 뽑아 총회에 구두로 의견을 물어 선임하고, 합치되지 아니하면 5개 지파에서 같은 수로 선출된 전형위원들이 토의와 표결을 거쳐 회장을 뽑은 다음 총회에 보고하여 특별한 반대의견의 表明 없이 박수로써 선임하여 왔다.
피고 종중은 초계정씨의 가장(家長)들로 구성되어 있으나, 그 의사결정기관인 총회에서의 의결권은 회장단 및 이사들과 대의원들에게 있다고 볼 것인데, 대의원이 아직 선출되지 아니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회장을 선임하는 총회에서의 결의는 총회에 출석한 자들의 과반수 찬성으로 정하는 방법에 의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1997. 4. 24.자 피고 종중의 총회에서 출석한 종원들의 직선제로 회장을 선임한 방법은 적법하다 할 것이다.
피고는, 피고 종중은 전국적 규모의 연합 종중으로서 그 특성에 따라 종래 5개 지파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전형위원들에 의하여 간선제로 회장을 선임하는 것을 관례로 하여 왔으므로, 이러한 관례에 위반하여 출석종원들의 직선제로 선임한 1997. 4. 24.자 결의는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종래에도 회장의 선임방법에 관하여 총회 때마다 종원들의 의견을 물어 결정하여 왔을 뿐 아니라, 총회 출석종원들의 과반수 찬성에 의한 결의방법이 약관상 정당한 이상, 1997. 4. 24.자 정기총회에서 종전과는 달리 내정(內定)된 회장 후보자를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방법을 택하지 아니하고 출석종원들의 실질적인 표결을 통하여 회장을 선임하였다 하더라도 그 결의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2) 원고를 회장으로 선임하는 결의는 1997. 4. 24.자 정기총회가 폐회된 후에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
위 정기총회는 회장선임결의 전에 그 선임방법에 관하여 직선제와 간선제를 놓고 표결에 붙인 결과 다수의 종원이 직선제에 찬성하여 직선제가 회장선임방법으로 결정되었음에도 위 정기총회가 정회된 사이에 이에 불만을 품은 대사성공파, 박사공파, 대제학공파 일부 종원들이 임시의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甲의 해산유도에 따라 일방적으로 회의장에서 퇴장한 것만 가지고는 위 총회가 폐회되었다고 할 것은 아니며, 위 총회의 정회 후 임시의장인 C가 나머지 종원들과 함께 위 총회를 속개함으로써 적법하게 의사 및 표결이 진행되었다고 볼 것이다.
피고는, 당시 회장인 甲이 회장선임방법을 둘러싸고 종원들 사이에 내분이 발생하자 회장선임방법을 결정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정기총회의 폐회를 선포하였다고 항변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사 甲이 위 정기총회의 폐회를 선포하였다고 하더라도 C를 임시의장으로 선임하여 그로 하여금 회의를 진행시킨 이상 甲에게 종원들에 대한 폐회 여부에 관한 표결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폐회를 宣布할 권한은 없다.
(3) 1997. 4. 24.자 정기총회의 회장선임결의가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였는지 여부
회장선임결의가 의결정족수에 미달하여 무효로 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직선제에 의한 회장 선출시 의결정족수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출석종원이라 함은 당초 총회에 참석한 모든 종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된 결의 당시 회의장에 남아 있던 종원만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므로 회의 도중 스스로 회의장에서 퇴장한 종원들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회장선임방법에 관한 표결결과 직선제로 결정이 되자 이에 불만을 품은 일부 종원들이 정회 중 일방적으로 회의장에서 퇴장하였고, 그후 임시의장인 C가 나머지 종원 173명과 함께 정기총회를 속개하여 그중 140명으로부터 찬성표를 받은 원고를 신임회장으로 선임하였으므로, 위 회장선임결의 당시 회의장에 남아 있던 173명만이 출석종원이라 할 것이고, 위 출석종원 중 원고가 140표(피고주장과 같이 120표라고 하더라도)를 득표하였다면 원고는 출석종원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였다.
피고 종중은, 위 정기총회에 참석한 32명의 종원이 위 총회의사록 중 참석자명단에서 누락됨으로써 출석종원에 포함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위 회장선임결의는 무효라고 항변하나, 가사 피고 종중의 주장대로 위 누락된 32명의 종원을 출석종원에 포함시켜 의결정족수를 따져보더라도 출석종원 205명(173명+32명)중 원고는 그 과반수인 120표 내지 140표를 득표하여 결과적으로 위 회장선임결의에는 아무런 影響을 미치지 아니한다.
(4) 1997. 5. 19.자 정기총회에서의 회장선임결의의 유효 여부
1997. 4. 24.자 정기총회가 적법하게 성립되어 그 총회에서 원고가 신임회장으로 유효하게 선임된 이상 위 회장선임결의가 무효임을 전제로 하여 종전회장인 甲이 소집한 1997. 5. 19.자 정기총회의 회장선임결의는 소집권한이 없는 자에 의하여 소집된 총회의 결의로서 소집절차에 하자가 있어 부적법하여 무효이다.
(5) 피고 종중의 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 종중에서는 회장선임에 따른 분규가 계속되자 정상화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종중의 재건을 위한 논의를 계속하였는데 원고는 위 정상화대책위원회에 출석하여 회장 사퇴의사를 밝히고 1997. 5. 19.자 정기총회를 적법한 총회로 추인함으로써 그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항변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위 정상화대책위원회가 위 정기총회를 추인할 권한을 갖는다고 볼 증거도 없다.
오히려 원고와 피고 종중의 종원인 B 등은 1997. 4. 24.자 정기총회 이후인 같은 해 8. 26.경 5개 지파에서 3명씩 추천된 15명의 위원들과 C를 위원장으로 한 정상화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사실, 그리고 C는 1998. 8. 27. 정상화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B, 위원인 G, 甲 및 총무부장을 입회시킨 가운데 “약관 제8조에 대종회장은 5파간 고루 선출한다. 약관 제15조에 대종회 회의장소는 서울과 옥전으로 해마다 바꾸어 소집•통고한다. 차기 대종회장은 박사공파 종회에서 대종회에 천거하고 대종회 총회는 이를 승인한다. 상기결의에 따른 후속절차에 이의 없이 순응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한 사실, 원고는 H가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다면 스스로 회장직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그후 甲이 회장사퇴를 거부함에 따라 위 정상화대책위원회는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1998. 10.경 해산된 사실만이 인정된다.
3. 상고이유의 요지
가. 상고이유 1점 : 확인의 이익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
① 원고와 甲의 회장 임기 2년이 이미 모두 경과되었으므로, 차기회장이 선임되지 않았다고 하여도 자신의 회장선임의 적법을 이유로 甲에 대한 회장선임결의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 또 피고 종중을 상대로 특별대리인을 선임하여 소송을 하여야지, 피고 종중의 대표자를 甲으로 하여 제소할 확인의 이익은 없다. (참고로,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 종중을 상대방으로 하고, 그 특별대리인으로 甲을 선임하였다.)
② 1999. 4. 30. A 외 4인이 소집한 임시총회에서 B를 신임회장으로 선임하였으므로, 甲은 회장임기가 만료되어 회장직무집행에서 배제되었으므로, 이 사건 확인 청구는 과거의 법률관계 내지 권리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③ 1998. 8. 27. 구성된 정상화대책위원회에서 원고가 회장직사임의 의사표시를 하였고, 甲의 임기가 만료되었으므로, 소의 이익이 없다.
나. 상고이유 2점 : 총회구성에 관한 법리오인의 위법
① 피고 종중의 약관에 의하면, ‘국내에 거주하는 초계정씨의 가장(家長)은 본회회원인 지방종회의 회원이 된다’(제2조), ‘본회는 지방종회의 연합체이다’(3조), ‘지방종회는 별도로 제정되는 약관에 의하여 조직, 운영되며 자동적으로 본회회원이 된다‘(4조)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의 구성원은 지방종회회원인 초계정씨 가장이 아니라, 지방종회 자체이다. 따라서 피고 종중이 초계정씨 가장으로 구성되었다는 원심판결은 위 약관에 반한다.
② 원심은 ‘대의원이 선출되기 전까지는 총회에 출석한 자를 대의원으로 간주한다(제9조 제5호 단서)’는 규정에 따라 대의원이 선출되기 전까지는 총회에 참석하는 초계정씨 가장 개개인은 누구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판시하고 있으나, 여기서 말하는 ‘총회에 출석한 자’는 총회에 출석할 자격이 있는 자를 前提로 한 것이므로, 지방종회의 구성원에 불과한 초계정씨 가장 개개인은 총회에 출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대의원이 선출되지 않은 경우 총회에 출석하여 표결을 할 수 있는 자는 회장단 및 이사들과 대종중을 구성하는 지방종회회장들 중 총회에 출석한 종회장을 의미한다. 지방종회회장은 대의원을 겸하기 때문이다. 결국 초계정씨 가장 개개인은 의결권이 없는 참관자에 불과하므로, 이들에게 투표권이 있음을 전제로 한 원심판시는 위법하다.
다. 상고이유 3점 : 총회결의방법에 관한 법리오인 및 채증법칙위반의 위법
① 피고 종중의 구성원은 지방종회 자체이고, 초계정씨 가장 개개인이 아니므로, 원심이 판시한 ‘총회출석 개개인 종원들의 과반수찬성에 의한 결의방법이 정당하다’는 전제는 피고의 약관을 오인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② 피고는 부회장, 이사와 지방종회회장에게만 총회출석통지를 하였다. 만일 총회에 참석한 개개종원들에 의한 직선제가 가능하다면 표결권을 가진 종원 전부에 대한 총회소집통지를 하여 총회에 참석할 기회를 제공하여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
③ 총회결의방법에 관한 약관 22조 규정에도 불구하고, 5개 지파에서 동수로 추천한 자들로 구성된 전형위원들에 의한 간선제 표결방식이 관례적으로 이루어진 이유는, 5개 지파의 의견이 고르게 반영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각 파에서 추천하는 전형위원의 수만을 몇 명으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총회에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왔다. 원심이 회장선임방법에 관하여 총회때마다 직선제 또는 간선제 여부를 결정해왔다고 판시한 것은 회의록 등 서증의 증거가치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④ 간혹 간선제표결을 하기 전 각 파의 대표 2명으로 구성된 부회장단의 모임에서 단일 후보로 의견이 일치된 경우 전형위원의 표결 없이 총회에서 추대하는 형식으로 회장을 선출한 사실이 있다. 원심은 이를 두고 직선제방식으로 표결한 것으로 판시하고 있으나, 이는 5개 지파의 의견이 합치되어 전형위원들의 표결을 거칠 현실적인 필요가 없어서일 뿐, 직선제투표를 한바 없다.
라. 상고이유 4점 : 제22차 총회의 중도폐회에 관한 법리오인 및 채증법칙위반의 위법
① 당시 입장한 사람은 400명 이상이고 회의장 좌석은 200명이어서 좌석이동에 의한 표결은 없었고, 실제 불가능하다.
② 약관에 임시의장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총회의장은 당연히 회장인 甲이다. 甲은 자신이 후보자로 지목되는 상황이라서 임시의장에 의하여 진행을 하게 하였지만, 총회의 위법한 진행, 소란방지, 질서유지는 여전히 회장인 甲의 직무이므로, 직선제투표안건에 대하여 표결에 부치려는 임시의장의 위법한 의사진행과 다수 종중원의 소란에 대하여 총회의장으로서 폐회선언을 한 것은 당연한 권리행사이다.
③ 참석자 400여명 중 과반수가 회의장을 퇴장한 것은 의안에 대한 기권의 의사표시가 분명하므로, 과반수에 미달하는 173명의 찬성이 있다고 하여 직선제투표안이 가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
④ 가사 직선제표결이 이루어졌다고 하여도, 피고 종중을 구성하는 구성원으로서 표결권이 있는 자가 아닌 제3자에 불과한 초계정씨 가장 개개인들, 그것도 특정지파가 의도적으로 동원한 사람들에 의한 것이므로, 정당한 총회결의로 볼 수 없다.
4. 대상판결의 요지
피고 종중과 같은 비법인사단의 대표자인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후임자의 선임이 없거나 또는 그 선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선임결의가 무효인 경우, 전임 회장으로 하여금 업무를 수행케 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임 회장은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종전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경우에는 전임 회장은 그 임기만료 이후로도 직무수행의 일환으로서, 별도의 회장을 선임한 총회 결의의 하자를 주장하여 그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II. 종중대표자선임결의무효확인의 소의 이익
1. 문제점
원고가 적법하게 회장으로 선임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 내지 甲의 회장 임기 2년이 이미 모두 경과되었고, A외 4인이 1999. 4. 30. 정기총회를 소집하여 B를 회장으로 선임하였는바,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과거의 법률관계 내지 권리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부적법한 것인지가 첫 번째 쟁점이다.
종중의 대표자로 행세하는 자의 대표자 자격을 다투는 경우, 그 자가 종중총회에서 일응 선출된 경우에는 그 종중총회결의의 무효확인 또는 부존재확인을 구하면 될 것이다. 원•피고 적격 및 소의 이익에 관하여 순차로 살펴본다.
2. 원고 적격
가. 종중총회결의무효확인청구의 원고적격
(1) 임원의 경우
민법상 법인 및 비법인사단의 임원(대표자 포함)이 총회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관하여, 상법 제376조와 같은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나, 그 임원이 총회에 참석하여 결의를 할 수 있는 자라면 그러한 지위에 기하여 총회결의무효확인을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임원의 경우 그들에게 부여된 직무상의 권한과 의무가 소의 이익의 근거가 된다.
(2) 임원이 아닌 경우
한편 이러한 소는 통상의 확인소송이므로 이사나 감사가 아닌 자도 확인의 이익이 있다면 당사자 적격이 있다할 것이므로, 이사회 결의의 내용이 무효확인을 구하는 자의 신분이나 권리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면 소의 이익이 있을 것이나, 법인의 설립에 연고관계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3) 이 사건의 경우
甲이 소집한 1997. 5. 19.자 정기총회에서 甲을 피고 종중의 신임회장으로 유임하는 결의를 한 것은, 1997. 4. 24.자 정기총회에서 원고를 회장으로 선임한 결의를 否定하는 것으로서 원고의 신분이나 권리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므로, 원고는 확인의 이익이 있는 당사자라고 할 것이다. 또한 대표자로서 부여된 직무상의 권한과 의무에 기하여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3. 종중대표자의 자격을 부인하는 소송과 피고적격
가. 상고이유의 요지
상고인은, 피고 종중을 상대로 특별대리인을 선임하여 소송을 하여야 하므로, 종중의 대표자를 甲으로 하여 제소할 확인의 이익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 주장의 당부에 관하여 본다.
나. 피고적격
종중 대표자의 자격을 부인하기 위한 종중총회결의부존재 혹은 무효확인의 소송은 대표자 개인이 아니라 종중을 상대로 제소하여야 한다. 농업협동조합이나 노동조합의 임원선거에 따른 당선자결정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사건에서도 당선자 개인을 상대로 제소하는 것은 그 확인의 이익이 없고, 조합만을 피고적격이 있다. 합명회사나 합자회사의 사원총회결의의 존부나 효력유무의 확인의 소, 주주총회결의취소와 결의무효확인의 소도 회사를 상대로 하여야 한다.
피고적격이 개인이 아닌 종중에게 있다고 하는 논거는, 대표자 개인을 상대로 한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그 판결의 효력은 당해 종중에는 미친다고 할 수 없어 문제가 된 결의의 효과로서 부여되는 대표자의 지위를 둘러싼 당사자들 사이의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수단으로 가장 유효적절한 방법이 될 수 없으므로, 대표자 개인을 상대로 하는 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기 때문이다.
본안과는 달리 가처분의 경우에는 피신청인은 종중이 아니라 그 개인이다. 판례는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은 그 가처분의 성질상 그 주장 자체에 의하여 다툼이 있는 권리관계에 관한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가 그 가처분의 신청을 할 수 있으며, 그 경우 그 주장 자체에 의하여 신청인과 저촉되는 지위에 있는 자를 피신청인으로 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고, 위와 같은 법리는 종중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 종중의 대표자는 누구인지 여부
위와 같이 종중을 피고로 하는 경우, 종중의 대표자는 무효 또는 부존재 확인의 대상이 된 결의에 의하여 선출된 자가 되고, 그 대표자에 대하여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이 된 경우에는 그 가처분에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그 대표자는 그 본안소송에서 종중을 대표할 권한을 포함한 일체의 직무집행에서 배제되고 직무대행자로 선임된 자가 그 본안소송에서 종중을 대표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원고가 피고 종중의 직무대행자인 경우에는 ‘원고’와 ‘피고의 대표자’가 일치하게 되므로, 민사소송법 제60조, 제48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같은 법 제58조 제1항에서 정한 ‘법정대리인이 대리권을 行使할 수 없는 경우’로서 특별대리인을 선임하여야 한다.
라. 위 문제점의 해결
1심판결은 피고 종중의 대표자를 직무대행자인 원고로 표시하였지만, 원심법원은 피고 종중의 대표자로 원고가 아닌 甲을 특별대리인을 선임하여 변론을 진행한 다음 판결을 선고하였으므로, 이는 정당하다. 특별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았다는 잘못된 전제에 선 상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원고와 甲의 임기가 모두 만료되었음에도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할 이익이 있는 지 여부
가. 대법원판례의 태도 분석
(1) 이사의 임면이 사원총회 또는 주주총회의 의결사항인 경우
① 이사 선임의 주주총회결의(이하 ‘선행결의’라 함)에 대한 무효확인의 소가 계속 중 당해 이사가 임기종료 또는 사임 등으로 퇴임하고 후임 이사의 선임결의(이하 ‘후행결의’라 함)가 이루어진 경우에 선행결의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는가에 관하여, 대법원은 1983. 9. 27. 선고 83다카938 판결에서 부정설을 취하여, “그 후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새로이 후임 이사가 선임되었을 경우 당초의 이사개임결의에 대하여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과거의 법률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 판시하였으며, 위와 같은 태도는 1993. 10. 12. 선고 92다21692 판결, 1993. 12. 28. 93다8719 판결에 의하여 재확인되었다. 대법원 1996. 12. 10. 선고 96다37206 판결은 민법상 재단법인의 이사회 결의에 대하여 동일한 법리로 판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사들의 선임이 사원(주주)총회의 권한인 경우에는 총회에서 실질적으로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면 이를 존중하여 더 이상의 분쟁을 없게 할 수 있고, 그것이 당해 법인의 의사에 기한 것으로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② 다만 예외적으로 후행결의가 부존재 또는 무효사유가 있거나 결의가 취소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경우에는 선행결의의 무효나 부존재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③ 이러한 판례의 입장을 정리하면, 사단법인이나 주식회사와 같이 이사의 임면이 사원총회 또는 주주총회의 의결사항인 경우에 관하여「이사가 임원개임의 주주총회결의에 의하여 임기만료전에 이사직에서 해임당하고 그 후임 이사의 선임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후에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후임 이사가 선임되었을 경우에는, 당초의 이사개임결의가 무효라 할지라도 이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과거의 법률관계 내지 권리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에 귀착되어 확인의 소로서의 권리보호요건을 결여한 것이라 할 것이나, 후임 이사를 선임한 주주총회의 결의가 무권리자에 의하여 소집된 총회라는 하자 이외의 다른 절차상, 내용상의 하자로 인하여 부존재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임원을 선임한 당초 결의의 무효 여부는 현재의 임원을 확정함에 있어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므로 이 경우 당초의 선임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라거나 또는「재개발조합 총회의 당초 임원선임결의에 의하여 선임된 임원들이 모두 사임하고 새로운 총회결의에 의하여 후임 임원이 선출되었을 경우에는 설사 당초의 임원선임결의가 부존재 혹은 무효라고 할지라도 이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은 과거의 법률관계 내지 권리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에 불과하여 권리보호의 요건을 결여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새로운 총회결의가 하자로 인하여 부존재 또는 무효임이 인정되거나 그 결의가 취소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초의 임원선임결의의 부존재 혹은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나, 새로운 총회가 당초 임원선임결의에 의하여 선임된 임원에 의하여 소집된 총회이므로 무권리자에 의하여 소집된 총회라는 사유는 그 무효사유로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함으로써 후임 이사가 선임된 경우에는 이미 퇴임한 이사가 구하는 총회결의무효확인의 소에서 권리보호의 요건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왔다.
(2) 이사의 임면이 이사회의 의결사항인 경우
(가) 개 설
사단법인이나 주식회사와는 달리 이사회에서 이사를 선임할 수밖에 없는 재단법인(재단법인의 특수한 형태인 학교법인도 마찬가지이다)의 경우에는 일단 이사 선임을 포함하는 이사회결의가 무효라면 그 이사회에서 선임된 신임이사는 이사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되는데, 이 경우 다른 이사들이 위 이사회결의의 무효사유를 주장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가 있으나 분쟁이 장기화되고 소송 또한 오랜 시일이 걸리게 되면 그와 같은 무효를 주장한 이사들의 임기가 만료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위 무효인 이사회결의에 의하여 선임된 이사가 포함된 이사회에서 후임 이사의 선임 등 계속 무효사유를 안고 있는 이사회결의를 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위와 같은 경우 남은 이사들로서 의사•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있는 경우라면 새로운 결의를 통하여 종전의 위법상태를 해소하고 적법한 이사회결의를 통하여 법인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반면에, 임기가 만료된 이사는 당연히 퇴임하는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도 없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이사회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할 권리보호의 요건(한편으로는 원고적격이 문제로 될 수 있다)을 결한 것으로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부적법하게 선임된 신임이사를 제외하고는 이사의 정수 내지는 정족수를 채울 수 없는 경우라면 위 사단법인이나 주식회사의 경우와는 달리 재단법인 스스로가 이와 같은 위법 상태를 치유할 방법은 없고, 따라서 부득이 임기 만료된 이사가 이사의 직무를 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되는 것이다.
(나) 종전 이사의 직무수행권
이러한 경우 임기 만료된(또는 소송 도중 임기가 만료된) 이사가 위 이사회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할 적격 또는 소의 이익이 있는가 하는 문제가 대두되는데, 여기에서 일단 임기만료 이사의 종전 직무수행권에 관하여 먼저 보면, 판례(대법원 1982. 3. 9. 선고 81다614 판결 등 다수)는「민법상 법인과 그 기관인 이사와의 관계는 위임자와 수임자의 법률관계와 같은 것으로서 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면 일단 그 위임관계는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그 후임 이사 선임시까지 이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기관에 의하여 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법인으로서 당장 정상적인 활동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에 처하게 되므로 민법 제691조의 규정을 유추하여 구 이사로 하여금 법인의 업무를 수행케 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고 종전의 직무를 구 이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후임 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임기만료된 구 이사에게 이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업무수행권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누차 판시함으로써, 위임에 관한 민법 제691조의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후임 이사의 선임이 없고 임기가 만료되지 아니한 이사들만으로는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을 것, ㉡구 이사에게 업무를 수행함에 부적당하다고 인정될 사유가 없을 것을 요건으로 하여 임기만료 이사의 직무수행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학설도 대체로 이를 지지하고 있다. 위 법리는 민법상 법인이나 비법인 사단 또는 재단의 대표자(회장)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아직 임기가 만료되지 아니하거나 사임하지 않은 다른 이사들로서 정상적인 법인의 활동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구태여 임기가 만료되거나 사임한 이사들로 하여금 이사로서의 직무를 계속 행사케 할 필요는 없으므로 그 경우에는 임기만료나 사임으로 당연히 퇴임하며, 임기만료된 이사의 업무수행권은 법인이 정상적인 활동을 중단하게 되는 처지를 피하기 위하여 보충적으로 인정되는 것임에 비추어 이미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새로운 임원진이 구성되었음에도 별다른 급박한 사정도 없이 그 구성을 변경하기 위한 임시이사회를 스스로 소집하여 이를 제안하는 것과 같은 일은 임기만료된 대표이사에게 수행케 함이 부적당한 임무에 해당한다.
(다) 이사의 임기만료와 소의 이익
임기만료된 이사가 이사회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있다고 볼 것인가에 관하여 판례들을 종합하여 보면, ㉠후임 이사가 적법하게 선임된 경우 구 이사는 그 지위를 상실하여 더 이상 이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므로 이사회나 주주총회결의의 효력을 다툴 소의 이익이 없는 반면, ㉡후임 이사가 선임되지 아니하거나 후임 이사의 선임이 있다 하더라도 그 선임결의가 무효인 등의 사유로 적법한 후임 이사가 취임하지 아니한 경우, 구 이사는 여전히 이사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이사회결의의 하자를 주장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때 구 이사에게 인정되는 직무의 범위는 급박한 사정이 인정되는 업무 내지는 상무에 한하며, 후임 이사 등의 선임을 의결한 이사회결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그러한 업무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다만, ㉠구 이사로 하여금 법인의 업무를 수행케 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아직 임기가 만료되지 않은 다른 이사들로서 정상적인 법인의 활동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임기만료된 이사는 당연히 退任하는 것으로 볼 것이다.
나. 문제점의 해결
임기만료된 전임자에게 확인의 이익이 있는지에 관한 위 판례의 태도는 비법인 사단인 종중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피고 주장대로 원고가 임기만료전 사임을 하였다고 하여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종중 대표자인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후임자의 선임이 없거나 또는 그 선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선임결의가 무효인 경우, 전임 회장으로 하여금 업무를 수행케 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임 회장은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종전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경우에는 전임 회장은 그 임기만료 이후로도 직무수행의 일환으로서, 별도의 회장을 선임한 총회 결의의 하자를 주장하여 그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총회에 관한 위 판례에서, ‘주주총회의 후행결의가 무권리자에 의하여 소집된 총회라는 하자 이외의 다른 절차상, 내용상의 하자로 인하여 부존재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선행결의의 무효나 부존재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 위 사안에서 1999. 4. 30.자 정기총회가 무권리자에 의하여 소집된 총회라는 하자 이외의 다른 절차상, 내용상의 하자로 인하여 부존재임이 인정되는 경우인지에 관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원심은 A외 4인이 소집한 1999. 4. 30.자 정기총회는 소집권한이 없는 자가 소집한 것으로 소집절차에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판시하였는바, 총회에 관한 위 대법원판례와 모순되는 판시가 아닌가 생각되지만, 사안이 다르므로 결론적으로 이는 정당하다. 총회에 관한 위 판례의 취지는, 후행결의의 총회가 선행결의에 의하여 선임된 이사에 의하여 소집된 경우에는 선행결의의 효력 여하에 따라 후행결의의 적법한 소집권자 여부가 결정될 것인데, 후행결의는 선행결의에 의하여 선임된 이사가 총회를 소집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인 점에 비추어 무권리자에 의하여 소집된 총회라는 사유까지 무효사유로 본다면 최초의 임원선임결의의 무효로 인하여 연쇄적으로 그 후의 결의가 모두 무효로 되는 결과가 되어 법률관계의 혼란을 초래하고 법적안정성을 현저히 해하게 되기 때문에 무효사유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여기서 말하는 무권리자라 함은 무효(부존재)인 선행결의에 의하여 선임된 자가 소집권자가 된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이고 소집권한이 없는 자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선행결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아무런 권한 없는 제3자가 총회를 소집한 것이므로, 위 판례의 경우와는 사안이 다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원심의 판시는 정당하다.
5. 직무집행대행자의 직무권한의 범위 (1999. 4. 30.자 피고 종중의 정기총회 관련)
가. 문제점 제기 (종중총회를 적법하게 소집할 수 있는 자가 누구인지 여부)
상고인은, 1999. 4. 30. 피고 종중의 종원인 A 외 4인이 소집한 임시총회에서 B를 신임회장으로 선임하였고, 甲은 회장임기가 만료되어 회장직무집행에서 배제되었으므로, 이 사건 확인 청구는 소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자신을 피고 종중의 직무대행자로 선임한다는 가처분결정을 받았는데, 원심판결은 직무집행대행자인 原告만이 총회를 적법하게 소집할 권한이 있다고 보았다.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이 타당한 것인지에 관하여 먼저 상법상 주주총회의 경우를 살펴보고, 이 사건과 같은 비법인 사단에도 동일한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 지에 관하여 본다.
나. 직무대행자의 권한 범위
(1) 회사의 상무
상법 제408조 제1항은 직무대행자의 권한범위는 회사의 상무에 한하고, 비상무행위는 법원의 허가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일본상법 제271조와 같은 내용으로서 1938년 일본상법개정에 의하여 신설되었는데 위 조문이 신설되기 이전에는 직무대행자가 피대행자의 직무일체를 대행할 수 있다는 견해가 다수설 및 판례였다.
위 규정에서 말하는「상무」에 관하여 판례는 “일반적으로 회사의 영업을 계속함에 있어 통상업무범위내의 사무, 즉 회사의 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보통의 업무를 뜻하는 것이고, 직무대행자의 지위가 본안소송의 판결시까지 잠정적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회사의 사업 또는 영업의 목적을 근본적으로 변경하거나 중요한 영업재산을 처분하는 것과 같이 당해 분쟁에 관하여 종국적인 판단이 내려진 후에 정규이사로 확인되거나 새로 취임하는 자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행위가 아닌 한 직무대행자의 상무에 속한다“ 하고 있다.
(2) 민법상 법인 및 비법인사단 등의 경우
판례는 처음 주식회사의 경우가 아닌 일반 민법상의 사단(재건축조합과 같은 비법인사단 포함) 또는 재단 등의 경우에 위 상법의 규정이 적용되거나 준용될 근거가 없다고 하여 직무대행자의 권한 범위는 피대행자의 그것과 동일하고 직무대행자의 행위가 통상업무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그 행위가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그후 대법원 1995. 4. 14. 선고 94다12371 판결은 “민사소송법 제714조 제2항의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은 권리관계에 다툼이 있는 경우에 권리자가 당하는 위험을 제거하거나 방지하기 위한 잠정적이고 림시적인 조치로서 그 분쟁의 종국적인 판단을 받을 때까지 잠정적으로 법적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비상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가처분결정에 의하여 학교법인의 이사의 직무를 대행하는 자를 선임한 경우에 그 직무대행자는 단지 피대행자의 직무를 대행할 수 있는 임시의 지위에 놓여 있음에 불과하므로 학교법인을 종전과 같이 그대로 유지하면서 관리하는 한도내의 학교법인의 통상업무에 속하는 사무만을 행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고, 그 가처분결정에 다른 정함이 있는 경우 외에는 학교법인의 근간인 이사회의 구성자체를 변경하는 것과 같은 학교법인의 통상업무에 속하지 아니한 행위를 하는 것은 이러한 가처분의 본질에 반한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고 판시하여 직무대행자의 권한 범위가 통상업무에 한정된다고 하였고, 대법원 1997. 2. 11. 선고 96누4657 판결도 같은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변경된 판례의 취지는 상법의 규정이 준용된다는 취지는 아니고 가처분의 본질상 그렇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취지이다. 위 사안들은 모두 학교법인의 이사직무대행자가 이사회의 구성 자체를 변경하는 경우 통상업무를 벗어난 것이어서 許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3) 대표이사직무대행자가 피대행자를 해임하기 위하여 주주총회를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여부
이에 대하여는 ㉠대표이사직무대행자의 정기주주총회소집은 상무이나 임시주주총회소집은 언제나 비상무라는 설(1설), ㉡총회의 의제가 상무에 관한 것이면 그 총회의 소집도 상무라는 설(2설), ㉢주주총회소집 자체는 언제나 상무라는 설(3설), ㉣원칙적으로 직무대행자의 임시주주총회소집은 비상무이나, 상법 제366조에 의한 소수주주의 총회소집청구에 따른 직무대행자의 림시주주총회소집은 상무라는 설(4설)이 있다.
2설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대행자를 해임하고 신임대표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림시주주총회소집은 회사의 상무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직무대행자에 의하여 소집된 주주총회의 결의 자체는 그 결의취소의 소가 제기되지 아니한 이상 유효로 볼 것이다.
다. 직무대행자의 선임결정 이후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피대행자를 해임하고, 새로운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지 여부
대표이사직무대행자에 의하여 소집된 주주총회의 소집절차에 하자가 있어 이것이 총회결의 취소의 원인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결의취소의 확정판결이 있기까지는 일응 유효하다. 다만 이는 그 주주총회에서 피대행자를 해임하고 후임 이사를 선임하기로 결의하는 것이 종전의 가처분의 효력과의 관계에서 가능한지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인데, 주주총회의 권한에 관하여 ㉠가처분이 있다고 하여 주주총회 고유의 권한이 제한되는 것이 아니므로, 주주총회는 자유로이 피대행자를 해임하고 후임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견해(긍정설), ㉡위와 같은 주주총회의 결의는 가처분의 가정적•잠행적 성격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이러한 방법으로 직무대행자와 그 지지자인 주주가 회사를 장악하는 것을 허용하여서는 아니되고, 특히 주주총회에서 다시 피대행자를 해임하였다가 다시 선임하는 것을 허용하면 가처분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견해(부정설)가 대립하고 있으나, 긍정설이 타당하다.
라. 직무대행자의 권한 소멸 여부 (대내외적으로 회사의 업무처리권한을 가지는 자가 누구인지의 문제)
이에 대하여는 ㉠직무대행자의 권한이 피대행자의 권한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고, 법원의 선임명령에 의하여 생긴 것이므로, 주주총회에서의 피대행자 해임결의 및 후임 이사의 선임결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직무대행자의 권한이 당연히 소멸하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회사의 대외적인 업무처리권한은 여전히 직무대행자가 가진다는 견해(1설), ㉡주주총회에서 피대행자가 해임되고 후임자가 선임되면 계쟁권리관계가 소멸하여 가처분의 존재이유가 없어지므로, 직무대행자의 권한은 당연히 소멸하고, 따라서 회사의 업무처리권한은 後任 이사가 가진다는 견해(2설)이 대립한다. 주주총회의 피대행자해임결의와 법원의 가처분명령은 각기 별개의 효력을 가진 것이므로,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다고 하여 바로 가처분의 효력이 소멸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1설이 타당하다.
대법원도 같은 견해를 취하여 ‘대표이사의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의 가처분이 이루어진 이상, 그후 대표이사가 해임되고 새로운 대표이사가 선임되었다고 하더라도 가처분결정이 취소되지 아니하는 한, 직무대행자의 권한은 유효하게 존속하는 반면 새로이 선임된 대표이사는 그 선임결의의 적법 여부에 관계없이 대표이사로서의 권한을 가지지 못한다고 할 것이고, 한편 위 가처분은 그 성질상 당사자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도 효력을 미치므로, 새로이 선임된 대표이사가 위 가처분에 반하여 회사 대표자의 자격에서 한 법률행위는 결국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무효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위와 같이 해석하는 논거는 법원이 선임한 직무대행자는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적법하게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고, 이러한 대행자의 권한은 가처분결정에 다른 정함이 없는 한 법원이 그 가처분결정을 취소할 때까지 존속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새로 대표자가 선임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가처분결정이 취소되지 않는 한(이 경우 사정변경을 이유로 가처분취소신청을 할 수 있다) 대행자의 권한에 변동이 있을 수 없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법원이 단체 내부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부당하게 제약하는 면이 없지 않으나 획일적인 법률관계의 처리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위와 같은 法理는 민법상 법인이나 비법인 사단 또는 재단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주식회사의 경우와 달리 볼 이유가 없으며, 주식회사의 경우에도 명문이 규정이 있어서 위와 같이 해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 가처분의 취소의 절차적 문제 (주주총회결의에 의하여 피대행자의 후임 이사가 선임된 경우 누가 이를 사정변경의 사유로 삼아 가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는지 여부)
주주총회결의에 의한 피대행자의 해임 및 후임자의 선임이 있는 경우에 피대행자의 해임 등의 사정은 당연히 사정변경에 의한 가처분의 취소사유가 된다. 대법원은 상법이 적용되지는 아니하는 학교법인에 있어 피대행자가 사임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가처분에 의하여 학교법인의 직무집행을 정지당한 자가 사임하여 퇴임한 때에는 가처분의 대상인 분쟁의 권리관계는 이미 소멸하여 당해 가처분을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고, 이러한 사유는 사정변경에 의한 가처분의 취소사유에 해당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라고 판시하여 가처분의 취소사유가 됨을 명백히 하고 있다.
다만 그 가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는 주체는 누구인지에 관하여는 ㉠가처분취소를 구할 수 있는 자는 대표이사의 직무집행이 정지된 경우에는 대표이사직무대행자 또는 신임대표이사이고, 평이사만의 직무집행이 정지된 경우에는 대표이사라는 견해(1설), ㉡피대행자 즉 가처분의 피신청인(해임된 대표이사 또는 이사)도 가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다는 견해(2설)가 대립한다. 피대행자가 가처분의 피신청인인 이상, 그 결정의 당사자인 피대행자로서도 가처분의 외형이 존재하는 한 그 가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2설이 타당하다. 판례도 가처분 후에 피대행자의 임기가 만료되어 후임자가 선임된 경우 그 가처분이 존재하는 한, 그 직무집행이 정지된 피대행자는 그 가처분의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바. 위 문제점의 해결 (이 사건의 경우 누가 종중총회를 소집할 수 있는지)
피고 종중의 직무집행대행자인 원고는 통상적인 업무만을 할 수 있고, 피고 종중의 대표자를 선출하기 위한 정기총회의 소집은 상무가 아니므로 할 수 없다. 다만, 통상의 업무처리에 관한 의결을 하기 위한 정기총회의 소집은 상무에 속한다. 직무집행정지가처분에 의하여 당해 회장인 甲은 가처분취소시까지 가처분명령에 특별히 정함이 없는 한 대외적 및 대내적으로 법률적 및 사실적 직무집행의 권한이 절대적으로 금지된다. 이러한 가처분명령에 위반하여 한 행위는 무효이고 후에 만일 가처분이 취소•변경되었다 하여도 그 效力이 새로이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甲도 정기총회의 적법한 소집권자가 아니다. 이 사건 본안판결에 의하여 적법한 회장으로 인정된 자만이 정기총회의 적법한 소집권자이며, 그 임기가 만료되었다고 하여도 종전직무수행의 일환으로 정기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피고 종중의 약관 제15조, 제17조에는 정기총회는 매년 4월에 회장이 소집하고, 임시총회는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소집하거나 대의원 50인 이상의 요청이 있을 때 회장이 소집하며, 임원의 선출은 총회 의결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다.)
본안판결 전에는 직무대행자가 할 수 있으나, 의제와 관계없이 모든 정기총회의 소집을 직무대행자가 할 수 있다고 한 원심의 판단 부분은 설시에 있어 다소간 미흡하다.
III. 종중총회의 구성 및 결의방법
1. 초계정씨 가장 개개인이 종중총회에서의 의결권을 갖는지 여부
가. 피고 종중의 구성원(회원)은 지방종회회원인 초계정씨 가장인지, 아니면 지방종회 자체인지 여부
(1) 상고이유의 요지
상고인은, 피고 종중의 약관에 의하면, ‘국내에 거주하는 초계정씨의 가장(家長)은 본회회원인 지방종회의 회원이 된다’(제2조), ‘본회는 지방종회의 연합체이다’(3조), ‘지방종회는 별도로 제정되는 약관에 의하여 조직•운영되며 자동적으로 본회회원이 된다‘(4조)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의 구성원은 지방종회회원인 초계정씨 가장이 아니라, 지방종회 자체이고, 따라서 ‘피고 종중이 초계정씨 가장으로 구성되었다’는 원심판결의 판시는 피고 종중의 약관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2) 종중의 성격
종중에는 ‘고유의 의미의 종중’과 ‘종중 유사의 권리능력 없는 사단’이 있다. 고유 의미의 종중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종중의 목적, 그 성립과 조직의 경위, 구성원의 범위와 자격 기준, 종중 규약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3) 종중원의 자격과 지위
고유 의미의 종중이란 공동선조의 분묘 수호와 제사 및 종중원 상호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자연발생적인 관습상의 종족집단체로서 특별한 조직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고,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 이상의 남자는 당연히 그 종중원이 되는 것이며 그 중 일부 종중원을 임의로 그 종중원에서 배제할 수 없는 것이므로, 종중총회의 결의나 규약에서 일부 종중원의 자격을 임의로 제한하였다면 그 총회의 결의나 규약은 종중의 本質에 반하여 무효이다.
(4) 위 문제점의 해결
기록상 피고 종중의 성격은 불분명하나, 고유 의미의 종중이라면 위 약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초계정씨 가장도 피고의 종중원이고 구성원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초계정씨 가장도 피고의 구성원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약관의 규정에 의하여 의결권을 갖는다고 볼 수 있음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다.
나. 의결권행사 여부
(1) 상고이유의 요지
상고인은, 대의원이 선출되지 않은 경우 총회에 출석하여 표결을 할 수 있는 자는 회장단 및 이사들과 대종중을 구성하는 지방종회회장들 중 총회에 출석한 종회장을 의미하므로, 초계정씨 가장은 의결권이 없다고 주장한다.
(2) 종중약관의 규정
피고 종중의 약관에 의하면, 피고 종중은 총회(대의원회)를 두고(제14조), 임원인 회장은 총회에서 출석인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선임하되 가부 동수일 때는 의장이 결정하며(제7조, 제8조, 제17조, 제22조), 총회는 회장단 및 이사들과 대의원으로 구성되고 대의원은 지방종회의 회원 50명마다 1명의 비율로 당해 지방종회에서 선출되는데 대의원이 선출되기 전까지는 총회에 출석한 자를 대의원으로 간주한다(제9조 제5호, 제11조)고 규정되어 있다. 지방종회의 회장은 (대의원이 아닌) 이사를 겸하도록 되어 있다.(11조)
(3) 위 규정의 해석
대의원은 지방종회의 회원인 초계정씨 가장중에서 선임하는데, 대의원이 선출되지 않은 경우 총회에 출석한 초계정씨 가장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의원도 초계정씨 가장 중의 1인임). 지방종회의 회원 중에서 선출되는 대의원이 없는 경우 지방종회의 회원이 아닌 지방종회 자체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곤난하다.
만일 상고인의 주장대로라면 지방종회의 회장은 이사의 자격과 대의원의 자격을 가지고 2표를 행사할 수 있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위 약관이 이러한 취지로 규정한 것은 아닐 것이다.
종전의 관례에 따라 전형위원에 의한 간선제도 가능하지만, 이러한 종중약관에 따라 총회의 의결에 의한 회장선임도 가능하며, 가사 피고 종중이 종중유사의 단체라고 하여도 위 약관을 위와 같이 해석하는 것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2. 회장선임을 직선제로 변경한 결의의 적부
피고 종중의 약관 17조에는, 총회에서 임원의 선임, 약관의 개정 등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초계정씨 가장 개개인이 총회에서의 의결권을 갖는다면 대표자 선임도 할 수 있고, 선임방법도 총회에서 의결을 통하여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출석인원의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 회장직선출방법(직선제)과 회장선임은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3. 총회소집방법
가. 상고이유의 요지
상고인은, 피고 종중이 한정된 임원(부회장, 이사, 지방종회장)에게만 총회소집의 통지를 하였을 뿐인데, 총회에 참석한 개개종인들에 의한 직선제가 가능하다면 표결권을 가진 종인 전부에 대한 총회소집통지를 하여 총회에 참석할 기회를 제공하여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주장한다.
나. 총회소집방법
종중의 대표자 선임방법은 宗中에 특별한 규약이 있으면 그에 의하여 선출하고 특별한 규약이 없으면 관습에 의하여 종장 또는 문장이 그 종족 중의 성년 이상의 남자를 소집하여 출석자의 과반수의 의결로써 대표자를 선임한다.
이 사건에서는 약관이 있으므로 약관의 규정에 따라 소집하면 足한 것이다. 그런데 약관에는 총회소집통지절차에 관한 규정이 없다. 약관 제15조에 ‘정기총회는 매년 4월에 회장이 소집하고, 임시총회는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소집하거나 대의원 50인 이상의 요청이 있을 때 회장이 소집한다’고 되어 있을 뿐이다.
이러한 경우 피고 종중은 총회에서 결의권을 가지는 회장단 및 이사들과 대의원에게 총회소집통지를 하면 충분한 것이다. 위 약관에 ‘대의원이 선출되기 전까지는 총회에 출석한 자를 대의원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은 출석한 자만이 의결권을 갖는다는 것이므로, 출석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개개종인이 총회에서의 의결권을 갖는다는 전제에 선 상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IV. 종중총회의 중도폐회 및 의결정족수
1. 중도폐회 여부
좌석이동에 의한 표결 및 중도폐회선언여부는 사실인정문제로서, 甲이 중도폐회선언을 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임시의장으로 하여금 회의를 진행시켰으므로 甲에게는 폐회를 선포할 권한이 없다고 판시한 부분은 가정적 판단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생각된다.
2. 의사정족수
가. 상고이유의 요지
상고인은, 참석자 400여명 중 과반수가 회의장을 퇴장한 것은 의안에 대한 기권의 의사표시가 분명하므로, 과반수에 미달하는 173명의 찬성이 있다고 하여 직선제투표안이 가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 의사정족수, 의결정족수
① 개회정족수와 의사정족수의 구별 : 특별히 의사정족수와 구별하여 개회정족수를 규정하는 것이 아닌 한, 개회정족수란 의사정족수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의사정족수를 두는 취지가 회의체 구성원들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정수 이상이 회의에 출석하여 그 협의와 의견의 교환에 의하여 그들의 경험과 지식을 결집하여 일정한 결론이 생기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개회시에만 정족수 충족을 요구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② 의사정족수는 개회시 뿐 아니라 토의•결의의 전과정을 통하여 유지되어야 한다. 이것은 회의체의 일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③ 이 사건에서, 약관에 “임원인 회장은 총회에서 출석인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선임하되 가부동수일 때는 의장이 결정한다”(제7조, 제8조, 제17조, 제22조)고 하여, 의결정족수에 관한 규정만을 두고 있다.
④ 퇴장한 자도 의결정족수에 포함되는가? 현실적으로 개회시부터 결의시까지 의결권자들이 일체 회의장 밖을 나가면 안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고, 토론 도중에 세불리를 느낀 일부 의결권자들이 퇴장하는 경우에 이를 안건에 대한 반대의사표시라고 볼 수 있는지, 따라서 남은 이사들의 의사표시와 합쳐 결의가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으나, 정식으로 표결을 하지 않는 한 토론 도중 표결을 앞두고 퇴장하였다고 하여 의결에 참가하였다고 의제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4인의 이사 전원이 출석하여 회의를 하다가 표결을 앞두고 1인이 퇴장을 한 후 남은 3인이 표결을 한 결과 2:1이 된 경우(의사정족수 문제는 아니고 의결정족수 문제이다)에 퇴장한 1인이 사실상 소수의견에 가담한 의사표시로 퇴장하였다고 하여 가부동수라고 주장한다면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회의체의 법적안정성이라는 면에서 이 경우 의사표시의 의제는 인정하기 곤란하다. 상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V. 맺는 말
이 사건의 판례평석을 통하여 대법원 판례의 흐름과 그 취지를 전체적으로 조망하여 보았다. 대상판결은 사단법인이나 주식회사의 임기만료된 任員에게 확인의 이익이 있는지에 관한 기존 대법원판례의 법리를 비법인 사단인 종중에게도 그대로 적용하였다는 점에서 선례적 가치 및 그 중요성이 있다고 보인다. 대법원판례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일관된 흐름을 유지하고 있고, 그 법리가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비법인사단 등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추가
전임 대표자가 현 대표자(갑)를 상대로 동인을 대표자로 선임한 소송을 제기할 때 그 법인을 피고로 하여야 하며, 그 때 피고 법인의 대표자(갑)는 무효나 부존재 확인의 대상이 결의에 의하여 선출된 자가 된다. 대법원 1983. 3. 22. 선고 82다카1810 전원합의체판결. 그 논거는 상법 190조의 준용임. 즉 판결 확정전까지는 제3자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음.
그럼 이런 경우 적법한 대표자에 대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피고 법인의 대표자가 새로운 총회를 소집하여 적법한 대표자를 선출할 수 있는가? 이런 경우 그 총회결의가 무효로 될 염려는 없는가? 없다. 피고 법인(대표자 갑)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새로운 총회에서 새로운 대표자를 선출하면 그 순간 소의 이익이 상실된다. 다만 새로운 총회의 결의가 무권리자가 소집한 이외의 사유로 무효가 된 경우에는 소의 이익이 있다. “무권리자가 소집한 이외의 사유”를 둔 이유는 연쇄적으로 무효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대판 94다50427, 98다3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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