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고수는 근육빨이고, 헬린이는 장비빨이다.】《과도한 욕심과 디드로(Diderot)병이 대형참사를 불렀다. 내 몸에 공기를 불어넣어 몸집을 부풀려야겠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5. 3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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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는 근육빨이고, 헬린이는 장비빨이다.】《과도한 욕심과 디드로(Diderot)병이 대형참사를 불렀다. 내 몸에 공기를 불어넣어 몸집을 부풀려야겠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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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에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근육통도 일종의 통증일텐데, 그런 통증을 은근히 즐기게 된다.

무게를 들어 올리면서도 근육에 아무런 자극이 오지 않으면, 허전함과 함께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불길한 느낌이 엄습한다.

 

누구나 그렇듯 초보자들이 갖는 허세도 있다.

고수는 근육빨이고, 하수는 장비빨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처음에는 부상에 대한 염려 때문에 팔꿈치보호대, 무릎보호대, 손목보호대 등을 차게 된다.

연식이 오래된 몸은 순식간에 고장날 수 있어 보호장비를 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헬쓰할 때 사용할 운동화가 두 켤례 있음에도 이번에 새로 또 구입했다.

그야말로 디드로 효과다.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가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나의 옛 실내복과 헤어진 것에 대한 유감이란 제목의 에세이에서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실내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느 날 디드로는 친구에게서 고급 실내복을 선물 받았다. 그는 매우 기뻤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서재에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아무렇지도 않았던 책상이 우아한 실내복과 대조가 되면서 왠지 낡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새 것으로 바꾸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벽걸이가 촌스럽게 느껴져 새로 구입했다.

그러자 의자, 시계, 장롱, 책장 등 서재의 모든 것이 초라해 보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서재 전체를 바꾸게 되었고, 바꾸지 않은 것은 자신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디드로(Diderot)는 실내복 하나 때문에 서재의 모든 것을 교체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해서 정작 중요한 글을 쓰지 못하고 우울증에 시달렸다.

디드로(Diderot)처럼 쓸데 없는 일 하나를 하다보면 그 것과 관련된 다른 쓸데없는 일을 연속적으로 하게 된다.

 

요새 운동에 흥미를 느끼다 보니 각종 운동화, 운동복, 보호대, 그립 등 운동에 관련된 용품에 관심이 많아지고 하나씩 사들이고 있다.

민소매티를 사면 그에 맞는 운동바지를 사게 된다.

거기에 어울리는 운동화를 사고, 다시 거기에 어울리는 양말을 사게 된다.

 

그런데 과욕이 지나쳤다.

기존에 쓰던 찍찍이 복압 벨트게뉴트레인 8세대 무릎보호대가 약한 것 같아서 좀 더 강한 것을 골라 해외직구를 했다.

 

그런데 오늘 해외직구로 받은 용품을 받아 보니, 머리가 혼란스럽다.

“SBD 레버 벨트13mm 두께의 가죽에 1.5kg의 엄청난 무게라서 올림픽 역도선수가 착용해도 벅찰 것 같은 느낌이다.

게뉴트레인 S” 역시 너무 강력해 보여 설명서를 보니, 십자인대 파열된 사람에게 특화된 의료용 기기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의 침대가 떠오른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자기 집에 들어온 손님을 침대에 눕히고 침대보다 키가 크면 다리나 머리를 자르고, 작으면 사지를 잡아 늘여서 죽였는데, 영웅 테세우스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머리가 잘려 죽었다.

 

내 몸에 공기를 불어넣어 몸집을 부풀리고 싶다.

장비에 내 몸을 맞추어야겠다.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