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중년과 노년을 구별하는 대표적 증상이 있다. 어느 순간 책이나 신문의 작은 활자가 보이지 않게 된다. 그 순간 인생의 정점을 지났다는 충격에 빠진다. 그래도 ..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6. 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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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중년과 노년을 구별하는 대표적 증상이 있다. 어느 순간 책이나 신문의 작은 활자가 보이지 않게 된다. 그 순간 인생의 정점을 지났다는 충격에 빠진다. 그래도 평생을 버텨주며 여기까지 오게 만든 이 미련한 몸뚱이가 기특하고 대견하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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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교체했다.

3년간 사용한 원거리용 안경의 초점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노화로 인해 시력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중년과 노년을 구별하는 대표적 증상이 있다.

어느 순간 책이나 신문의 작은 활자가 보이지 않게 된다.

그 순간 인생의 정점을 지났다는 충격에 빠진다.

 

사실 다초점 안경 외에도 중거리용과 근거리용 돋보기를 쓰고 있다.

사무실이나 집에서는 주로 돋보기를 끼고, 운전이나 외출시에만 다초점렌즈 안경을 사용한다.

원거리와 근거리의 초점을 자유자재로 신축성 있게 조절하는 눈근육이나 수정채가 탄력을 잃었음이 분명하다.

1초 전까지 멀쩡했던 내 인생이 재활용 쓰레기통 안의 우그러진 페트병 같아 보인다.

 

컴퓨터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눈이 너무 피로해 지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제는 눈을 찡그리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다중초점렌즈로 버텨왔건만, 나도 세월을 피해 갈 수 없다.

초점이 안맞으면, 집중이 되지 않고 엄청난 피로감과 두통이 몰려온다.

나 같은 안경쟁이가 읽기 위해 여러 개의 안경을 수시로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는 모습은 일상이다.

 

이젠 나도 돋보기안경을 걸쳐 쓴 할아버지가 되어 버렸다.

머리 희끗한 노인이 따뜻한 햇볕이 드는 거실의 흔들의자에 앉아 돋보기 안경을 코 끝에 걸쳐쓰고 독서하는 영화장면은 이제 영락없는 내 모습이다.

나와는 전혀 관계없을 법한 장면의 주인공이 될 줄 몰랐다.

세상을 두 배로 크게 보는 즐거움이 있지만, 우울함도 2배로 커진다.

 

이제는 지치고 힘든 눈이 더 피로하고 힘들지 않도록, 귀찮더라도 3개의 안경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눈을 돌보아야할 때다.

 

그래도 평생을 버텨주며 여기까지 오게 만든 이 미련한 몸뚱이가 기특하고 대견하다.

고맙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