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뭉게구름을 보며 세상을 경험하다.】《어제 저녁에 심장 수술을 앞둔 지인에게 병문안 가는데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Time to Say Goodbye”가 흘러나온다. 그것은 내게 개인적으로 전달된 메시..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6. 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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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게구름을 보며 세상을 경험하다.】《어제 저녁에 심장 수술을 앞둔 지인에게 병문안 가는데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Time to Say Goodbye”가 흘러나온다. 그것은 내게 개인적으로 전달된 메시지 같았다. 삶의 유한성을 직시하라는 메시지 말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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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심장 수술을 앞둔 지인에게 병문안 가는데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Time to Say Goodbye”가 흘러나온다.

나는 그냥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하지만 어떤 신호나 계시였던건 아닐까?

그렇다.

병원 측의 형편없는 선곡취향을 알려주는 신호이기는 했다.

다른 곳도 아닌 병원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렇게 직설적이고 감상적인 곡을 무한 반복하다니 말이다.

 

하지만 잠시.

그것은 내게 개인적으로 전달된 메시지 같았다.

삶의 유한성을 직시하라는 메시지 말이다.

 

그래.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우리를 거두어야 해.

진정 하고 싶은 일이 있거든 지금 해야 해.

오늘 하늘은 맑지만 내일은 구름이 보일는지 몰라.

내일은 우리의 것이 아닐지도 몰라.

귀염호르몬이 솟구치는 또르와 산책하면서 좋은 추억을 마구마구 만들어야지.

 

오늘 오전에 또르와 함께 애견카페에 들러 식사를 하고, 산책을 했다.

밖에 나오면, 킁킁하면서 냄새 맡기를 좋아한다.

 

화창한 날씨지만, 여기저기 뭉게구름이 보인다.

잔디밭에 누워 구름을 관찰하면 무엇이 보일까?

누구나 뭉게구름 속에서 금세 여러 가지 동물이나 멋진 얼굴 따위를 찾아낸다.

저기 또르가 비둘기를 쫓아서 막 달려가는군!’

한쪽 눈을 감고 다른 쪽 눈을 가늘게 뜨면, 구름은 금세 예수님의 얼굴로 변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뒤에는 무지개가 아른거리며 후광(halo)처럼 비쳐 지나간다.

 

물론 늦봄에 온종일 풀밭에서 보내면서도 아무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리학과 인지심리학 지식에 무척 해박한 사람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봐, 구름은 그냥 수증기가 응축된 것일 뿐이야. 구름이 어떤 모양을 띠는 건 완전히 우연일 뿐 아무런 의미도 없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다르다.

누군가는 구름을 시적이고, 감성적으로 보기를 원하는가 하면, 다른 이는 이성적으로 바라볼 것이다.

별들에게 신화 속 영웅이나 곰을 보는 몽상가가 있는가 하면, 밤이 되면 하늘이 어두워지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이론가도 있다.

 

뭉게구름 속에서 무언가의 모습이 잘 보이는 것을 보면, 난 몽상가에 가까운 모양이다.

그런데 말랑말랑하고 자유분방한 연상능력이 심화되면, 더 이상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오른쪽에 있는 구름이 내게 말을 걸었나?

방금 지나간 파란 차가 내 생각을 훔쳐간 건 아니지?

저 비둘기들은 왜 웃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거지?

 

내 스스로 화들짝 놀라 정신차리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아무래도 초기 치매증상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