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각기 다른 가치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독특한 ‘일화’]【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4. 10. 2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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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가치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독특한 ‘일화’]【윤경변호사】

 

<그녀는 교활한 여인인가? 아니면 기지(機智) 넘치는 여인인가?>

 

옛날에 남성우월주의로 똘똘 뭉친 사내 한 명이 있었다.

그는 아내를 어찌나 엄하고 가혹하게 대하는지 바깥 출입을 금했고, 외출할 때면 대문을 잠가 아내와 시녀를 집 밖으로 절대 나오지 못하게 했다.

어쩌다 친구나 친정 식구들과 이야기 하고 싶어 그들을 집으로 부르면, 남편은 아내를 구타하고 며칠 동안 독방에 가두는 벌을 가했다.

 

아내는 너무 갑갑하고 괴로웠다. 남편과 진지하게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여성을 인간으로 대우하는 것이 곧 세상을 구제하는 행동 중 근본이라는 점을 설득해 남편의 생각을 틔워 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완고하고 편협한 남편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결국 아내는 시녀와 작당을 하여 담장에 구멍을 내고 밖으로 나왔다.

실컷 돌아다니며 물건을 사거나 놀러 다니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면서 맘껏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러다가 친절하고 자상한 남자를 만났고, 그를 애인으로 만들어 밀회를 즐겼다.

여자를 아껴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웃으며 들어주는 그 남자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아내는 매일 집 밖으로 나가 애인을 만나고는 남편이 돌아오기 직전에 돌아왔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담장의 구멍을 통해 외출을 한다는 것을 남편에게 들키고 말았다. 남편은 추궁했다.

“어디 설명 좀 해봐. 내가 없는 사이에 집 밖에 나가 대체 뭘 하는 거야?”

 

아내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었다.

하나는 남편에게 자신의 행동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끝까지 모른 척 부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편의 성격으로 보아 솔직하게 고백을 하면 엄청난 가정폭력 사건이 벌어질 게 틀림 없다.

아내는 발뺌을 하기로 했다. “아무렇게나 넘겨짚지 말아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요.”

 

남편은 아내의 말을 믿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거짓말이라고 확신했다.

“거짓말이 아니라면 신령나무에 가서 맹세를 해 봐.”

 

그 마을에는 굉장히 영험한 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누구라도 신령나무 앞에서 거짓말을 하면 번개를 맞아 죽었다.

남편의 말에 아내는 무서워 부들부들 떨었다.

신령나무에 가기 전날 저녁 아내는 시녀를 시켜 애인에게 편지를 보냈다.

 

다음 날 두 사람은 신령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는데, 시장 어귀에서 봉두난발을 한 남자가 보는 사람마다 시비를 걸면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 남자는 아내의 애인였다.

 

그 남자는 미친 척 발광하면서 아내에게 다가가 그녀를 꼭 끌어 안았다.

그리고는 “헤헤”하고 바보처럼 웃으며 재빨리 도망쳤다.

남편은 당황했지만, 미친 놈이 한 행동이라서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신령나무 앞에서 아내가 말했다.

“신령 나무께 맹세합니다. 저는 본분을 지키는 아녀자로서 평생 부정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좀 전의 그 미친 사람에게 안긴 것을 빼고요.”

폭풍우나 번개가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아내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 일화를 읽은 당신의 느낌은 무엇인가?>

 

당신은 위 여인의 행동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고 남편을 기만한 ‘가증스럽고 교활한 여자’라는 생각에 분노를 느끼는가, 아니면 충분히 여성의 행동에 공감이 가면서 그녀가 무척 재치 있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현명하고 당당한 여자라는 생각이 드는가?

 

위 일화는 “구잡비유경(舊雜譬喩經)”이라는 불경(佛經)에 나오는 내용이다.

 

불경에서는 위 여인에 대하여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당신은 어떤 느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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