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은 있으나 목적이 없는 삶은 당신을 지치게 만든다.]【윤경변호사】
<“아무 길이나 골라 끝까지 갔더라면…”>
독일의 작가 '롤란드 퀴블러(Roland Kubler)'의 동화 “네 갈래길”은 바다를 동경한 한 처녀의 이야기다. 비극적인 동화라서 무척 슬프다.
동화는 처음에는 무척 아름답게 시작된다.
어느 높은 산속 마을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짙은 초록빛 들판 위를 뛰놀며 젊은 처녀로 자라난 소녀가 있다.
어느 날 처녀는 유년 시절 동경해 온 바다를 보기 위해 부모에게 작별을 고하고 계곡을 내려간다.
처녀는 그 어느 것에도 마음을 주지 않고 바다를 목표로 하염없이 걸어간다.
바다로 가는 길은 험난하였고, 수많은 사람들은 처녀에게 갖가지 충고와 제안을 하지만 처녀는 흔들리지 않고 나아간다.
그리하여 처녀는 몹시 지친 상태로 큰 사거리에 도착했다.
높은 산을 앞에 두고 왼쪽과 오른쪽으로 각각 산을 에둘러 가는 길이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진 처녀는 사거리에서 오래 지체한다.
그 사이에 처녀는 한 무리의 사람들과, 외로운 방랑자, 낯선 사람, 아낙을 차례로 만나지만 언제나 다시 사거리로 돌아와 있다.
그 사이 시간은 흐르고 계절이 변하여 처녀의 머리숱이 적어지고, 흰머리도 늘어 갔으며, 등도 점점 굽었다.
마침내 산을 오르기로 한 처녀는 산을 오른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 네 갈래 길이 모두 산을 에둘러 하나로 만나 바다로 향한다는 것을 보지만, 그녀는 더 이상 큰 사거리로 돌아갈 힘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아무 길도 선택하지 않았고 어떤 길도 끝까지 가보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이 유년시절 이래 평생을 꿈꾸었던 바닷물에 온몸을 담그는 일은 평생 단 한 번도 없으리라는 것을 똑똑히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늙고 힘없는 그녀는 중얼거린다. “아무 길이나 골라 끝까지 갔더라면…”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어 인생이 허망하다고 느껴질 때, 끝까지 가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고 꿈을 이루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 동화는 곧 우리들의 삶을 말하고 있다.
나 역시 그랬다.
공무원 생활 22년이 넘어갔을 때 나는 내 삶에 지쳐 있었다.
천직으로 생각했던 그 일의 평범함에 실망했고, 의미 없는 일상적 반복에 숨이 막혔고, 정작 내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좌절감에 괴로워했다.
편안한 봉급생활에 먹고 사는 것은 그럭저럭 해결되었으나, 무엇을 위해 사는지 알 수 없었다.
삶은 표류하는 배 같았다.
생각해 보라. 수단은 있으나 목적이 없는 삶이 얼마나 허망한지.
또한 나이가 들면서 그나마 삶의 수단이었던 밥벌이마저 노후를 보장하지 못하고 위협받게 될 때 얼마나 당황하게 되는지 말이다.
내게는 혁명이 필요 했다.
그 즉시 직장을 나와 먼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
나는 바다로 가는 나의 길을 찾으려 애써 왔다.
길이 안 보이면 길이 아닌 바위절벽을 기어오르고자 했고, 절벽의 정상에 서서 기이하게 꼬인 인생이 실타래처럼 풀려나가는 것을 보며 아득히 바다를 바라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는 동안 내게 분명해진 사실은 목적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거기로 간다는 것’이다.
그 길을 유쾌하고, 달콤하고, 이야기가 많은 정답게 속살거리는 길로 만들고 싶었다.
당신이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어 인생이 허망하다고 느낄 때
그 길이 어떤 길이든 자신의 선택을 믿고 끝까지 가라.
동화 속의 그녀처럼 다시 사거리로 되돌아오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말자.
끝에서 길들은 서로 만나게 되고,
그 길은 당신을 당신이 바라는 곳까지 인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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