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암표의 추억]【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4. 12. 2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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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의 추억]【윤경변호사】

 

예전엔 영화를 보려면, 극장에 직접 가서 표를 산 다음 상영시간까지 그 부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때워야 했다.

지금처럼 편리한 ‘인터넷 예매’라는 것이 없었다.

 

그럴 때 극장 앞에서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있으면, 어디선가 어린 꼬마애가 순식간에 나타나 “아저씨, 표 필요 하세요?”라고 묻는다.

 

“이놈아, 어디 있다가 지금 나타나니? 빨리 2장 줘. 에구, 귀여운 놈.”하면서 돈을 찔러주고 암표를 샀다.

옆에 있던 ‘결혼 전 아내’는 깜짝 놀라며 “아니, 법 공부하시는 분 맞아요?”라고 꼬집었다.

그때는 법이 무서운 줄 모르던 ‘개념없는 철부지’였다.

 

이번 크리스마스날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모시고 가족들과 함께 공연을 보려고 표를 2달 전 예매했다.

그런데 예매한 표가 오질 않아 3일 전에 확인을 했더니, 전산에는 예매된 것으로 뜨는데 착오로 이중 발급이 되어 다른 분에게 이미 배달이 되었다고 한다.

미안하다면서 ‘환불’해 해주겠다고 한다.

 

정말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암표’라도 구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아무리 주위를 두리번거려도 귀여운 꼬마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사소한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면서, 어찌 ‘변호사 명함’을 내밀 수 있겠는가?

밤새 고민을 하느라 잠을 자지 못했다.

남의 문제는 잘 해결해 주면서, 중이 제 머리를 못 깎고 있다.

 

다행히도 오늘 ‘표 6장’을 배달 받았다.

역시 문제를 잘 해결하는 ‘유능한 변호사’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