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과 사인증여의 구별, 무효행위전환의 법리】《민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유증을 사인증여로서 효력을 인정할 때 고려할 사항(대법원 2023. 9. 27. 선고 2022다302237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유언, 유증 및 사인증여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7호, 이종록 P.466-481 참조]
가. 유언, 유증
⑴ 유언은 유언자가 일방적 의사표시에 따라 민법이 정한 법정사항을 결정하고, 그
의 사후에 그의 의사가 실현되도록 하는 제도이다.
⑵ 법정 유언사항은 재산처분에 관한 사항, 가족관계에 관한 사항, 상속을 둘러싼 사후처리에 관한 사항 등이 있는데, 유증은 재산처분에 관한 사항으로서 피상속인은 유언으로 자신의 재산을 증여할 수 있다(민법 제1074조~제1090조).
⑶ 유증이란 유언에 의하여 재산을 무상으로 증여하는 행위를 말한다. 유증은 ‘계약’이 아닌 ‘유언’을 통해 증여의 효과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유증은 유언자의 사망에 의해 효력이 발생하는 사인행위인 동시에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이자 요식행위로서 성격을 가진다. 유증의 목적물은 적어도 ‘재산상 이익’이어야 하기 때문에 수증자에게 채무만을 부담시키는 의사표시는 유증이라고 할 수 없다.
⑷ 한편 이 사건에서는 민법이 정한 5가지 유형 중 아래 민법 제1067조의 ‘녹음에 의한 유언’으로서 효력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나, 증인이 유언자의 녹음 과정에 참여하여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해야 하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다76137 판결은 증인이 입회한다는 취지를 구술하고, 이어서 유언자가 유언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구술 순서가 민법 제1067조의 규정과 다르고 증인의 구술내용도 입회한다는 취지에 불과하고 유언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하였다).
● 민법 제1067조(녹음에 의한 유언)
녹음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하여야 한다.
나. 사인증여
사인증여는 증여자가 생전에 무상으로 재산의 수여를 약속하고 증여자의 사망으로 그 약속의 효력이 발생하는 증여계약의 일종으로 수증자와의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는 점에서 단독행위인 유증과 구별된다(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0다66430, 66447 판결).
⑴ 의의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이 생길 증여에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제562조). 그런데 사인증여는 불요식의 계약인 데 비하여 유증은 엄격한 요식주의가 적용되는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이기 때문에 준용의 구체적 범위가 문제 된다.
⑵ 유증의 방식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는지 여부
유증의 방식에 관한 제1065조 내지 제1072조는 그것이 단독행위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계약인 사인증여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0다66430, 66447 판결).
⑶ 포괄적 사인증여에 포괄적 유증의 효과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는지 여부
제562조가 사인증여에 관하여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이를 근거로 포괄적 유증을 받은 자는 상속인과 동일한 권리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제1078조가 포괄적 사인증여에도 준용된다고 해석하면 포괄적 사인증여에도 상속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포괄적 사인증여는 낙성·불요식의 증여계약의 일종이고, 포괄적 유증은 엄격한 방식을 요하는 단독행위이며, 방식을 위배한 포괄적 유증은 대부분 포괄적 사인 증여로 보여질 것인바, 포괄적 사인증여에 제1078조가 준용된다면 양자의 효과는 동일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포괄적 유증에 엄격한 방식을 요하는 요식행위로 규정한 조항들은 무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제1078조가 포괄적 사인증여에 준용된다고 하는 것은 사인증여의 성질에 반하므로 준용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4다37714 판결 : 원고가 토지 매수인으로부터 포괄적인 사인증여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증여자에게 사인증여 계약상의 의무이행으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양도를 청구할 수 있을 뿐 직접 매도인에게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없다).
⑷ 태아의 권리능력에 관한 규정(제1064조)이 준용되는지 여부
증여는 증여자와 수증자 간의 계약으로서 수증자의 승낙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므로 태아에 대한 증여의 경우에도 태아의 수증행위가 필요하다. 그런데 개별적으로 태아의 권리능력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권리능력은 태아인 동안에는 없고 살아서 출생하면 문제 된 사건의 시기까지 소급하여 그때에 출생한 것과 같이 법률상 간주되는 것이므로, 태아인 동안에는 법정대리인이 있을 수 없고, 따라서 법정대리인에 의한 수증행위도 불가능한 것이어서 증여와 같은 쌍방행위가 아닌 손해배상청구권의 취득이나 상속 또는 유증의 경우를 유추하여 태아의 수증능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1982. 2. 9. 선고 81다534 판결).
다. 유증과 사인증여의 관계
⑴ 유증과 사인증여의 공통점(死因행위, 무상증여)과 차이점(단독행위 vs. 계약) 때문에 민법 제562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유증에 관한 규정 중 어느 범위에서 준용되는지가 문제 되어 왔다.
⑵ 유언의 요식성에 관한 규정은 사인증여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ㆍ판례의 태도로 평가되고 있으나, 최근 유언의 방식에 관한 민법 규정도 사인증여에 준용되어야 한다는 소수설이 대두되고 있다.
라. 관련 판례
⑴ ① 대법원 1996. 4. 12. 선고 94다37714, 37721 판결
㈎ 판결요지 : [1] 민법 제562조는 사인증여에 관하여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유증의 방식에 관한 민법 제1065조 내지 제1072조는 그것이 단독행위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계약인 사인증여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2] 민법 제562조가 사인증여에 관하여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이를 근거로 포괄적 유증을 받은 자는 상속인과 동일한 권리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1078조가 포괄적 사인증여에도 준용된다고 해석하면 포괄적 사인증여에도 상속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포괄적 사인증여는 낙성ㆍ불요식의 증여계약의 일종이고, 포괄적 유증은 엄격한 방식을 요하는 단독행위이며, 방식을 위배한 포괄적 유증은 대부분 포괄적 사인증여로 보여질 것인바, 포괄적 사인증여에 민법 제1078조가 준용된다면 양자의 효과는 같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포괄적 유증에 엄격한 방식을 요하는 요식행위로 규정한 조항들은 무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민법 제1078조가 포괄적 사인증여에 준용된다고 하는 것은 사인증여의 성질에 반하므로 준용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 원심은 망인이 토지를 매수하고 등기를 마치지 않은 채 매수인 지위를 양자(養子)에게 ‘포괄적 사인증여’하였다고 인정한 다음, 양자(養子)의 상속인들이 토지 등기명의인(= 매도인의 상속인)을 상대로 망인의 위 토지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인용하였다.
㈐ 대법원은 위와 같이 판시하면서 [1] 망인이 양자(養子)에게 포괄적 사인증여한 사실을 인정한 원심의 사실인정을 수긍하되, [2] 포괄적 사인증여에는 유증의 효과에 관한 민법 제1078조(포괄적 권리의무 승계)가 준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원심을 파기환송한 사례로서, 위 [1] 부분 판단에서 유증의 방식에 관한 민법 규정이 사인증여에는 준용되지 않는다고 최초로 판시한 판결이다.
⑵ ② 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0다66430, 66447 판결
㈎ 판결요지 :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망인이 1998. 4. 1. 원고와 피고 2가 있는 자리에서 자신이 모아 둔 돈 중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들에게 금 3,000만 원씩 주고 나머지 돈 및 이 사건 아파트는 원고에게 주겠다는 증여의사를 표시하자 그 무렵부터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망인의 재산분배를 둘러싸고 다툼이 발생하였고, 그러던 중 망인이 4. 14. “피고 1에게 1997년에 준 돈 3,000만 원 외에 1,000만 원을 더 주고 피고 2에게는 3,000만 원을 주며 나머지 돈 및 아파트는 원고가 갖되, 자신의 사후에 이를 분배한다.”는 내용으로 이를 일부 변경하는 의사표시를 하였고, 피고 2가 이를 메모지(갑 제9호증)에 받아 적고 나서 원고와 상의하여 망인의 예금액 등을 계산한 다음, 이를 토대로 문구 등을 수정하고 정서하여 갑 제4호증을 작성하고 거기에 원고와 피고 2의 무인 및 망인의 인장을 날인하였다는 것인바, 망인의 재산분배가 이와 같이 증여자와 수증자들 사이에 의사교환 및 조정을 거쳐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는 단독행위가 아니라 증여계약으로 봄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한편 민법 제562조는 사인증여에 관하여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유증의 방식에 관한 민법 제1065조 내지 1072조는 그것이 단독행위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계약인 사인증여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6. 4. 12. 선고 94다37714, 37721 판결 참조), 유증증서의 방식에 의하지 아니한 사인증여가 유효하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 망인이 뇌종양으로 입원하고 재산분배에 관한 의사를 밝히자 원고(망인의 동생)와 피고들(망인의 딸들) 사이에 다툼이 발생하였고, 망인이 일부 변경하여 다시 의사표시를 하자 피고 2(망인의 차녀)가 문서로 작성하여 거기에 망인, 원고, 피고 2(망인의 차녀)가 무인 및 인장을 날인한 사안에서 사인증여가 성립하였다고 본 판단을 수긍하고, 유증의 방식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사인증여로서 유효하다고 판단한 사례이다.
⑶ ③ 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4두930 판결(조세행정 사건)
㈎ 판결요지 :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 및 기록에 의하면, ...(생략)...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망인의 위 유언이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라고 하더라도 망인과 소외 4, 소외 5, 소외 6과 사이에는 망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위 소외 4 등에게 위 유언내용에 해당하는 금원을 증여하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망인의 위 유언내용 중 소외 4, 소외 5에 대한 위 강제조정결정에 의한 2,500만 원, 500만 원, 소외 6에 대한 1억 원의 각 증여부분은 사인증여로서의 효력을 갖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무효행위전환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 망인(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이 없었다)이 암으로 입원 중이던 병실에 변호사와 법무사를 증인으로 참여시켜 재산 대부분인 약 24억 원을 대학에 장학기금으로 출연하고, 망인의 조카들인 소외 4에게 5,000만 원, 소외 5에게 1,000만 원, 소외 6에게 1억 원을 증여하는 내용으로 하는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을 한 후 사망하였다(위 조카들은 망인의 법정상속인이 아니었다). 망인의 위 유언 당시 망인의 조카 소외 4, 5가 입회하였고, 소외 6은 병실 옆에서 이를 듣고 유언서 작성이 끝난 후 망인에게 가서 자신에게 유증해 주어서 고맙다고 말하였다.
㈐ 원고들(망인의 법정상속인들)은 유언집행자인 소외 4, 5(유언집행자) 상대로 유언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고, 망인의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이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인하여 다른 방식에 의한 유언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무효라는 판결이 확정되었다.
㈑ 피고 세무서가 원고들에 대하여 법정상속비율로 상속한 것으로 보아 상속세 신고기한(상속개시 안 날로부터 6월) 내 위 약 24억 원이 공익사업에 실제 출연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상속세과세가액에 포함시키고, 신고불성실가산세, 납부불성실가산세를 더하여 상속세 부과처분을 하자 원고들이 다투는 사안이었다. 원고들은 망인이 소외 4, 5, 6에게 증여하기로 한 금액은 상속과세가액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원심은 망인의 이 사건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방식의 위배로 무효라 하더라도 그 유언의 내용 중 최소한 소외 4에게 2,500만 원(원래 망인의 유언은 소외 4에게 5,000만 원을 증여한다는 것이었으나, 소외 4가 원고들을 상대로 사인증여로 서 효력을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통해 2,500만 원을 지급받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소외 5에게 500만 원(원래 망인의 유언은 소외 5에게 1,000만 원을 증여한다는 것이었으나, 소외 5가 원고들을 상대로 사인증여로서 효력을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통해 500만 원을 지급받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소외 6에게 1억 원(소외 6은 원고들을 상대로 사인증여로서 효력을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유언 내용 그대로 제1심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대법원판결의 원심판결 선고 이후 항소심에서 4,000만 원을 지급받는 것으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확정되었다)을 증여하기로 한 부분은 위 소외 4, 5, 6에 대한 민법 상의 사인증여에 해당하고, 사인증여를 받은 금액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한 상속세 납부의무는 그 점유비율에 따라 그 각 사인증여를 받은 소외 4, 5, 6이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피고 세무서장이 원심의 판단 중 사인증여로 유효하다고 본 부분에 대하여 무효행위 전환에 관한 법리오해를 주장하며 상고한 부분에 관하여 위와 같이 판시하였다.
⑷ ④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4다66925 판결
㈎ 판결요지 :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조원○이 자신의 재산에 대한 권한을 원고에게 일임하는 내용의 유서를 작성한 다음 이를 자살한 현장에 둔 사정만으로는 조원○과 원고 사이에 사인증여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고, 가사 조원○이 작성한 유서에 조원○의 원고에 대한 사인증여계약의 청약의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의사표시가 원고에게 발신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사인증여 청약의 의사표시 해석, 의사표시의 발신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 원고(망인의 아버지)가 피고들(망인의 상속인들로서 망인과 이혼소송 중이던 처와 망인의 자녀)을 상대로 망인이 자살하면서 자살 현장에 남긴 가방과 그의 회사 사무실 개인금고에 남겨둔 유서를 통해 망인의 모든 재산을 원고에게 유증 또는 사인증여하였다고 주장하는 사안이었다. 원심은 망인이 컴퓨터를 이용하여 작성한 유서는 법정방식에 어긋나는 것으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원고와 망인 사이의 사인증여계약 성립도 부정하였다.
마. 민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유증을 사인증여로서 효력을 인정할 때 고려할 사항(대법원 2023. 9. 27. 선고 2022다302237 판결)
⑴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는 망인이 사망하기 전 재산분배에 관하여 구술로 유언하는 모습을 촬영해 두었는데, 망인의 유언 내용 중 원고에게 분배하겠다는 내용의 부동산에 대하여 원고와 망인 사이에 사인증여가 성립하였는지 여부이다.
즉, 유언자인 망인이 상속인들에게 재산을 분배하는 내용의 유언을 하였으나 민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유언의 효력이 부정되는 경우 사인증여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때 고려할 사항이 핵심쟁점이다.
⑵ 유증은 유언으로 수증자에게 일정한 재산을 무상으로 주기로 하는 행위로서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이다. 사인증여는 증여자가 생전에 무상으로 재산의 수여를 약속하고 증여자의 사망으로 그 약속의 효력이 발생하는 증여계약의 일종으로 수증자와의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는 점에서 단독행위인 유증과 구별된다(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0다66430, 66447 판결 등 참조)
⑶ 망인이 단독행위로서 유증을 하였으나 유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효력이 없는 경우 이를 ‘사인증여’로서 효력을 인정하려면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에 청약과 승낙에 의한 의사합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유언자인 망인이 자신의 상속인인 여러 명의 자녀들에게 재산을 분배하는 내용의 유언을 하였으나 민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유언의 효력이 부정되는 경우 유언을 하는 자리에 동석하였던 일부 자녀와 사이에서만 ‘청약’과 ‘승낙’이 있다고 보아 사인증여로서의 효력을 인정한다면, 자신의 재산을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모두 배분하고자 하는 망인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고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던 나머지 상속인들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 결과가 초래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유언자인 망인과 일부 상속인인 원고 사이에서만 사인증여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와 같은 효력을 인정하는 판단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⑷ 원심은, 망인이 그 소유의 각 부동산을 원고(차남)와 원심 공동피고 ○○○(장남)에게 일부씩 분배하는 취지로 말하였고, 그 모습을 원고가 동영상으로 촬영한 사실 등을 종합하여, 망인의 원고에 대한 사인증여로서 효력을 갖는다고 판단하였다.
⑸ 대법원은, 위와 같이 판시한 다음, ① 원고의 주장이나 기록에 의하더라도 망인은 노트북 화면을 보면서 그 화면 내용을 읽고 있는바, 그 내용은 ‘유언증서, 유언자 □□□은 다음과 같이 유언한다’라는 문구로 시작하여 마지막에 유언집행자의 지정과 더불어 ‘유언자 □□□’로 끝맺는 내용이어서 그 형식과 내용상 ‘유언’임이 명백한 점, ② 나아가 유언의 내용은 망인이 그의 재산을 원고와 ○○○에게 나누어 상속해준다는 것에 더하여, ○○○은 상속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피고들(망인의 딸들)에게 각 2,000만 원씩 지급해주라는 내용 등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망인은 위 유언으로써 자녀들인 원고와 피고들 및 ○○○에게 상속재산을 분배하는 내용인 점(망인의 유언에서는 유언 당시 동석하지 않은 ○○○에게 재산을 분배해주면서 피고들에 대한 금전 지급의무를 부담시켰는데,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 및 피고들에게는 위 유언 내용이 ○○○이나 피고들에게 어떠한 효력도 없음), ③ 망인의 위 유언이 민법에 정해진 요건과 방식에 어긋나 민법상 유언으로서 효력이 없다는 점은 원고 스스로 전제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망인이 유언하는 자리에 원고가 동석하여 동영상 촬영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와 사이에서만 의사의 합치가 존재하게 되어 사인증여로서 효력이 인정된다면, 재산을 분배하고자 하는 망인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그 자리에 동석하지 않았던 피고들 및 ○○○에게는 불리하고 원고만 유리해지는 결과가 되는 점, ④ 증거로 제출된 동영상에 의하더라도 망인이 유언 내용을 읽다가 “그럼 됐나”라고 자문하였을 뿐이어서 원고에게 물었다고 보기 어려워 원고와 사이에서만 유독 청약과 승낙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려울뿐더러, 망인이 유언이 효력이 없게 되는 경우 다른 자녀들과 무관하게 원고에 대해서만은 자신의 위 유언대로 재산을 분배해주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고 볼 사정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유증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043-2045 참조]
가. 의의
유언자가 유언에 의하여 자기의 재산을 수증자에게 死後에 무상으로 양도할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단독행위. 태아도 수증자가 될 수 있고(제1064조, 제1000조 제3항), 상속결격자는 유증을 받을 수 없다(제1064조, 제1004조).
나. 포괄적 유증
⑴ 의의
적극·소극재산을 포함하는 상속재산의 전부 또는 일정한 비율에 의한 유증을 말한다.
어느 유증이 포괄적 유증인가 특정유증인가는 유언에 사용한 문언 및 그 외 제반 사
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탐구된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고, 통상은 상속재산에 대한 비율의 의미로 유증이 된 경우는 포괄적 유증, 그렇지 않은 경우는 특정유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유언공정증서 등에 유증한 재산이 개별적으로 표시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특정유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상속재산이 모두 얼마나 되는지를 심리하여 다른 재산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포괄적 유증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3. 5. 27. 선고 2000다73445 판결).
⑵ 효과
㈎ 재산상속인과 동일한 권리, 의무
포괄적 유증을 받은 자는 상속인과 동일한 권리의무가 있다(제1078조). 따라서 유언자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하고(제1005조), 상속재산분할의 당사자가 된다.
다만, 법인도 포괄적 수증자가 될 수 있다는 점, 포괄적 수증자에게는 유류분권이 없다는 점(특정적 유증이 우선), 대습상속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포괄적 수증자가 유언자보다 먼저 사망하면 유증이 무효가 된다는 점 등이 다르다.
㈏ 수증의 승인, 포기
상속의 승인, 포기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
다. 특정적 유증
⑴ 의의
구체적인 재산을 목적으로 하는 유증을 말한다. 유언공정증서 등에 유증한 재산이 개별적으로 표시되었다거나 유언집행자가 지정되어 있다는 사실 등은 특정유증이라고 볼 유력한 근거로 될 수 있다(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8다11306 판결).
⑵ 권리귀속시기
권리의 변동에 공시방법이 필요한 경우(부동산의 소유권 이전 등)에는 그것을 마쳐야 수증자가 권리를 취득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채권양도 등)에는 유언의 효력이 발생한 때 수증자가 권리를 취득한다.
⑶ 수증자와 유증의무자 사이의 관계
① 수증자의 유증이행청구권
② 수증자의 과실취득권(제1079조)
③ 유증의무자의 비용상환청구권(제1080조, 제1081조)
④ 유증의무자의 담보책임(제1082조)
⑤ 물상대위(제1083조, 제1084조)
⑷ 수증의 승인, 포기(제1074조-제1077조)
라.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인 물건 또는 권리의 유증
⑴ 유증의 목적인 물건이나 권리가 유언자의 사망 당시에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인 경우에는 수증자는 유증의무자에 대하여 그 제3자의 권리를 소멸시킬 것을 청구하지 못한다(제1085조). 이는 유언자가 다른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유증의 목적물을 유언의 효력발생 당시의 상태대로 수증자에게 주는 것이 유언자의 의사라는 점을 고려하여 수증자 역시 유증의 목적물을 유언의 효력발생 당시의 상태대로 취득하는 것이 원칙임을 확인한 것이다.
⑵ 그러므로 유증의 목적물이 유언자의 사망 당시에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인 경우에는 그와 같은 제3자의 권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증의 목적물이 수증자에게 귀속된 후에도 그대로 존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제3자의 권리가 대항력 없는 임차권, 사용차권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7다289040 판결 : 피고의 설립·운영자인 소외인이 소유하던 이 사건 토지 위에 피고가 건물을 신축하여 소외인이 사망할 때까지 10여 년간 무상으로 사용해 온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무상의 점유·사용이 피고의 주장과 같이 유언자인 소외인과 사이에 성립된 사용대차관계에 의한 것이라면,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유증의 목적물인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사용차주로서 피고의 권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증자인 이 사건 종친회가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한 후에도 그대로 존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마. 부담부 유증
⑴ 유언자가 부담부 유증을 하였는지 여부는 유언에 사용한 문언 및 그 외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탐구된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는데(대법원 2003. 5. 27. 선고 2000다73445 판결 등 참조), 유언자가 임차권 또는 근저당권이 설정된 목적물을 특정유증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증을 받은 자가 그 임대보증금반환채무 또는 피담보채무를 인수할 것을 부담으로 정하여 유증하였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7다265884 판결).
⑵ 유언자가 임차권 또는 근저당권이 설정된 목적물을 특정유증하면서 유증을 받은 자가 그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 또는 피담보채무를 인수할 것을 부담으로 정한 경우, 특정유증을 받은 자가 유증 목적물에 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 또는 피담보채무를 임차인 또는 근저당권자에게 변제하였다고 하더라도 상속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자신의 채무 또는 장차 인수하여야 할 채무를 변제한 것이므로 상속인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위와 같은 법리는 유증 목적물에 관한 임대차계약에 대항력이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적용된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7다265884 판결).
⑶ 부담 있는 유증을 받은 자는 유증의 목적의 가액을 초과하지 아니한 한도에서 부담한 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제1088조 제1항). 유증의 목적의 가액이 한정승인 또는 재산분리로 인하여 감소된 때에는 수증자는 그 감소된 한도에서 부담할 의무를 면한다(제1088조 제2항). 부담 있는 유증을 받은 자가 그 부담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상속인 또는 유언집행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할 것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에 유언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제3자의 이익을 해하지 못한다(제1111조).
3. 방식 위배의 유증이 사인증여로 전환 가능한지 여부 (= 무효행위 전환의 법리)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7호, 이종록 P.466-481 참조]
가. 관련 민법 조항
● 민법 제138조(무효행위의 전환)
무효인 법률행위가 다른 법률행위의 요건을 구비하고 당사자가 그 무효를 알았더라면 다른 법률행위를 하는 것을 의욕하였으리라고 인정될 때에는 다른 법률행위로서 효력을 가진다.
나. 사안 유형 분류와 무효행위 전환 법리
⑴ 망인이 유증을 의도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수증자와 사이의 계약인 사인증여를 하였다고 볼 만한 망인과 수증자 사이의 의사교환이 있었던 사안(예: 선례 ② 사안)에서는 사인증여 성립 여부가 주로 망인과 수증자 사이의 의사교환이 있었는지에 관한 사실인정 문제로 보인다.
⑵ 그러나 망인이 유증을 의도하였는데, 그것이 법정의 방식을 갖추지 못하여 효력이 없는 경우 사인증여가 성립하여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는 사안(예: 선례 ③, ④ 사안 및 이 사건 사안)에서는 망인과 수증자 사이의 의사교환이 있었는지에 관한 사실인정 문제뿐만 아니라 무효행위 전환에 관한 법리 적용 가능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 무효행위의 전환 요건
⑴ 무효인 법률행위
민법 제138조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법률행위가 존재해야 한다. 제1차적으로 의도한 법률행위가 성립조차 하지 못하였다면 전환될 여지가 없다.
⑵ 다른 유효한 법률행위의 요건 구비
무효인 법률행위는 다른 유효한 법률행위의 요건을 ‘구비’하여야 한다. 다른 유효한 법률행위의 모든 요건이 무효인 법률행위의 일부일 필요는 없고, 무효인 법률행위에 A와 B의 요소가 있고, 다른 법률행위에 B와 C의 요소가 필요한데 마침 C의 요소도 갖추어진 경우에도 무효행위 전환이 가능하며, 무효인 유언을 사인증여로 전환하는 경우가 그 예에 해당한다.
⑶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
㈎ 당사자가 당초에 의욕한 법률효과가 발생할 수 없음을 알았다면 그 다른 법률행위를 의욕하였으리라고 인정되어야 한다. 무효행위의 전환은 당사자가 당초 의도한 법률행위로는 무효이지만 다른 법률행위의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고, 당사자가 당초 의도한 법률행위로는 무효임을 알았더라면 그 법률행위라도 원하였으리라고 여겨질 때, 그러한 가정적 의사에 효력을 부여하여 재성질결정(Um-Qualifikation)을 하는 작업이다.
㈏ 가정적 의사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당사자가 무효인 법률행위를 통하여 추구하였던 경제적ㆍ사실적 목적이 중요한데, 다른 법률행위를 통하여 같은 경제적ㆍ사실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가정적 전환의사를 추정하여도 무방하나, 양자의 경제적ㆍ사실적 목적 내지 결과가 다르면 다를수록 가정적 전환의사를 인정함에 신중하여야 한다.
㈐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는 무효인 법률행위를 한 때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통설ㆍ판례가 말하는 가정적 의사는 일부무효에서와 같이 ‘당사자가 거래관행을 고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이성 있는 사람으로서 결단하였을 바’를 의미한다. 이러한 가정적 의사는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으로서 어떤 다른 법률행위를 의욕하였을지를 법원이 사후적으로 확정하는 것으로서, 고려되는 상황과 이익을 합리적으로 교량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오로지 객관적인 파악만으로는 적절하지 않고 당사자의 주관적인 상황도 아울러 고려한다. 결국 가정적 의사의 확정은 법관이 객관적 시각을 통하여 발견해 내는 것으로서 규범적 판단이라 할 수 있다.
다. 방식 위배의 유증이 사인증여로 전환 가능한지 여부
⑴ 이에 대하여는 ① 긍정하는 견해(다수설)와 ② 부정하는 견해가 대립한다.
⑵ ‘망인이 제1차적으로 유증을 의도한 사안’에서 무효행위 전환의 요건을 통해 사인증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 사인증여로서 유효한 법률행위의 요건 구비 및 Ⓑ 당사자(망인)의 가정적 전환의사가 모두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⑶ 위 Ⓐ 요건은 망인(증여자)의 청약과 이에 대한 수증자의 승낙(사인증여에 관한 의사교환)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의 문제로서 사실인정 내지 의사표시 해석의 문제이다. 앞서 본 선례 중 ④ 대법원판결 사건의 원심은 망인의 청약의 의사표시 또는 의사표시 발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소극적 사실인정을 함으로써 위 Ⓐ 요건 미비를 이유로 사인증여를 부정한 것이고, 별도 Ⓑ 요건에 관하여는 나아가 판단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⑷ ③ 대법원판결 사건은 그 원심과 대법원판결에서 주로 Ⓐ 요건에 관하여 설시하면서 사인증여로서 효력을 긍정하였는데, 망인의 유증 내용(대부분의 재산을 대학에 장학기금으로 증여하고, 극히 일부만 조카들에게 증여함)에 비추어 보면, 유증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조카들에게 증여하려 한 재산 정도는 조카들에게 ‘사인증여’라도 할 의사(가정적 의사)를 인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으리라고 생각된다(위 조카들 외에 다른 법정상속인들 누구에게도 재산 증여 내용이 없었다)(③ 대법원판결의 원심판결 선고 당시 소외 6이 1억 원의 사인증여를 주장하며 망인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사인증여로 전환을 긍정하는 제1심판결이 선고되어 항소된 상태였고, ③ 대법원판결의 원심판결 선고 이후 항소심에서 4,0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이 성립되었다).
⑸ 그러나 이 사건 사안처럼 망인이 제1차적으로 유언의 방식으로 하는 유증을 의도하고 법률행위를 하였는데, 유증 내용의 여러 수증자 중 일부만 유언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그와의 관계에서만 사인증여로 전환을 인정하는 데는, 특히 무효행위전환에 있어서 ‘가정적 의사’와 관련하여 유언을 하는 망인이 유언 당시 현장에 있었던 수증자 및 유언 당시 현장에 없었던(즉 망인의 사망 전에 망인이 유언 내용과 같은 망인의 의사표시가 전달되고 이를 수락할 기회가 없었던) 수증자 사이의 차별적 결과 내지는 유언의 전체적인 취지 왜곡 결과를 용인하였을 것인지를 고려하여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4. 무효행위의 전환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70-280 참조]
가. 의의
무효인 법률행위가 다른 법률행위의 요건을 구비하고 당사자가 그 무효를 알았더라면 다른 법률행위를 하는 것을 추구하였으리라고 인정될 때에는 다른 법률행위로서 효력을 가진다(제138조). 제137조가 양적 일부무효를 규정한 것이라면 이는 질적 일부무효를 규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요건
⑴ 법률행위의 무효
예를 들어 매매계약이 약정된 매매대금의 과다로 말미암아 제104조에서 정하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인 경우에도 무효행위의 전환에 관한 제138조가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당사자 쌍방이 위와 같은 무효를 알았더라면 대금을 다른 액으로 정하여 매매계약에 합의하였을 것이라고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대금액을 내용으로 하는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한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9다50308 판결 : 재건축사업부지에 포함된 토지에 대하여 재건축사업조합과 토지의 소유자가 체결한 매매계약이 매매대금의 과다로 말미암아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만, 그 매매대금을 적정한 금액으로 감액하여 매매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한 사례).
⑵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
① 이때 다른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인지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는 법률행위 당시에 무효임을 알았다면 의욕하였을 가정적 효과의사로서, 당사자가 법률행위 당시와 같은 구체적 사정 아래 있다고 상정하는 경우에 거래관행을 고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결단하였을 바를 의미한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9다50308 판결 : 계약 당시의 시가와 같은 객관적 지표는 그러한 가정적 의사의 인정에 있어서 하나의 참고자료로 삼을 수는 있을지언정 그것이 일응의 기준이 된다고도 쉽사리 말할 수 없다).
② 이는 그 법률행위의 경위, 목적과 내용, 무효의 사유 및 강행법규의 입법 취지 등을 두루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나, 그 결과가 한쪽 당사자에게 일방적인 불이익을 주거나 거래관념과 형평에 반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6. 11. 18. 선고 2013다42236 전원합의체 판결).
③ 또한 이와 같이 가정적 의사에 기한 계약의 성립 여부 및 그 내용을 발굴·구성하여 제시하게 되는 법원으로서는 그 ‘가정적 의사’를 함부로 추단하여 당사자가 의욕하지 아니하는 법률효과를 당사자에게 계약의 이름으로 불합리하게 강요하는 것이 되지 아니하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9다50308 판결).
④ 아울러 이러한 전환을 허용하는 것이 강행법규의 입법 취지 및 그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의 의미를 전적으로 부정하거나 무력화시키는 것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0다253515 판결).
⑶ 다른 법률행위의 요건 충족
다. 효과
무효인 법률행위가 ‘다른’ 법률행위로서의 효력을 가진다.
라. 무효인 신분행위의 전환
⑴ 혼인 외의 자녀를 혼인중의 자녀로 출생신고 한 경우
부가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하여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한 때에는 그 신고는 인지의 효력이 있다(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57조).
⑵ 입양하면서 입양신고 대신 허위의 친생자출생신고를 한 경우
입양신고로서 유효하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는 무효행위의 전환이 아니다. 왜냐하면 입양신고가 출생신고보다 엄격하여 친생자출생신고가 입양신고를 내포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라. 매매계약이 매매대금 과다로 무효인 경우 무효행위의 전환의 인정 여부(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9다50308 판결)
⑴ 매매계약이 약정된 매매대금의 과다로 말미암아 민법 제104조에서 정하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인 경우에도 무효행위의 전환에 관한 민법 제138조가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당사자 쌍방이 위와 같은 무효를 알았더라면 대금을 다른 액으로 정하여 매매계약에 합의하였을 것이라고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대금액을 내용으로 하는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한다. 이때 당사자의 의사는 매매계약이 무효임을 계약 당시에 알았다면 의욕하였을 가정적(가정적) 효과의사로서, 당사자 본인이 계약 체결시와 같은 구체적 사정 아래 있다고 상정하는 경우에 거래관행을 고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결단하였을 바를 의미한다. 이와 같이 여기서는 어디까지나 당해 사건의 제반 사정 아래서 각각의 당사자가 결단하였을 바가 탐구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계약 당시의 시가와 같은 객관적 지표는 그러한 가정적 의사의 인정에 있어서 하나의 참고자료로 삼을 수는 있을지언정 그것이 일응의 기준이 된다고도 쉽사리 말할 수 없다. 이와 같이 가정적 의사에 기한 계약의 성립 여부 및 그 내용을 발굴·구성하여 제시하게 되는 법원으로서는 그 ‘가정적 의사’를 함부로 추단하여 당사자가 의욕하지 아니하는 법률효과를 그에게 또는 그들에게 계약의 이름으로 불합리하게 강요하는 것이 되지 아니하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⑵ 재건축사업부지에 포함된 토지에 대하여 재건축사업조합과 토지의 소유자가 체결한 매매계약이 매매대금의 과다로 말미암아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만, 그 매매대금을 적정한 금액으로 감액하여 매매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한 사례이다.
⑶ 매매계약이 매매대금의 과다로 말미암아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이 판결에서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관하여 판단한 부분은 종래의 판례를 이 사안에 적용한 것이다. 피고들이 원고의 급박한 곤궁상태를 이용하여 매수가격의 약 5배 가까이 높은 가격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에 무효행위의 전환에 관한 제138조를 적용한 부분은 선례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이 사건에서 매매대금의 과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무효행위의 전환에 관한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매매계약상의 매매대금보다 낮은 금액으로 매매계약이 성립하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⑷ 계약상의 대금이나 이율이 과도하게 많은 경우에 계약 전체를 무효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대금이나 이율 중에서 일정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에 한해서만 무효를 인정하는 것을 양적 일부 무효라고 하는데,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무효행위의 전환에서 찾고 있다[양적 일부 무효를 인정한 판결로는 대법원 1991. 12. 13. 선고 91다8722, 91다8739 판결, 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29804 판결, 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4다50426 판결, 대법원 2007. 12. 20. 선고 2005다32159 판결,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8다32501 판결].
⑸ 민법 제137조는 일부 무효의 경우에 전부 무효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예외적으로 그 무효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나머지 부분을 유효로 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일부 무효를 인정하려면 법률행위의 내용을 분할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3다58332 판결).
위 판결(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9다50308 판결)에서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무효행위의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제138조는 법률행위가 다른 법률행위의 요건을 갖추고 또 당사자가 그 무효임을 알았더라면 다른 법률행위를 의욕하였으리라고 인정될 때에는 다른 법률행위로서 효력을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⑹ 이 판결에서는 매매대금이 과다하게 된 사안에서 매매계약을 불공정한 법률행위라는 이유로 무효로 보고, “당사자 쌍방이 위와 같은 무효를 알았더라면 대금을 다른 액으로 정하여 매매계약에 합의하였을 것이라고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대금액을 내용으로 하는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한다”고 하였다. 이때의 당사자의 의사는 “매매계약이 무효임을 계약 당시에 알았다면 의욕하였을 가정적 효과의사”다.
【상속<유언과 유증, 유언의 방식, 포괄적 유증, 특정적 유증>】《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제1066조), 녹음에 의한 유언(제1067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제1068조),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제1069조),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제1070조), 유언의 효력발생시기, 유언철회의 자유,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인 물건 또는 권리의 유증, 부담부 유증, 유언의 집행》〔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유언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034-2043 참조]
가. 유언의 자유
유언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이다. 우리 헌법은 독일 헌법과는 달리 직접 상속권을 보장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으나, 상속권의 한 내용으로서 유언의 자유는 제1차적으로는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23조 제1항에서 그 근거를 찾아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우리 헌법상 재산권 보장은 사유재산의 처분과 그 상속을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언의 자유는, 제1차적으로는 이러한 재산권의 한 내용인, 처분의 자유에서 파생되는 것이라고 하겠다. 다른 한편 유언은 단순한 재산권 처분의 기능 이외에도 사적 자치의 실현이라는 의미도 가진다. 이 점에서 유언의 자유는 또 다른 사적 자치의 실현 수단인 계약의 자유와도 공통된 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고, 따라서 계약의 자유와 마찬가지로 헌법 제10조가 규정하고 있는 행복추구권속에 포함된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부터 파생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나. 유언의 성질 (= 요식행위,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 대리 금지, 사인행위)
사인증여는 증여자가 생전에 무상으로 재산의 수여를 약속하고 증여자의 사망으로 그 약속의 효력이 발생하는 증여계약의 일종으로 수증자와의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는 점에서 단독행위인 유증과 구별된다. 법률상 유언이 아닌 것을 유언이라고 시인하였다 하여 그것이 곧 유언이 될 수 없고, 이와 같은 진술은 민사소송법상의 자백이 될 수가 없다(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0다66430, 66447 판결).
다. 유언능력
만 17세에 달한 자이어야 한다(제1061조). 만 17세 이상이면 미성년자, 피한정후견인, 피성년 후견인도 스스로 유언을 할 수 있다(제1062조). 다만 피성년후견인은 의사능력이 회복된 때에만 유언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의사가 심신회복의 상태를 유언서에 부기하고 서명날인하여야 한다(제1063조).
라. 유언사항
법정사항에 한하여 유언이 가능하다. 재단법인의 설립, 친생부인, 인지, 후견인지정, 친족회원의 지정, 상속재산분할방법의 지정 또는 위탁, 상속재산분할금지, 유언집행자의 지정 또는 위탁, 유증, 신탁의 설정 등.
2. 유언의 방식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034-2043 참조]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의 5종으로 하고(제1065조), 유언은 민법에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생기지 아니한다(제1060조). 상속인들이 그 내용을 인정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하여 그 유언이 유효로 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8다96963, 96970 판결. 다만, 공동상속인 전원이 동의한 경우에는 상속재산의 협의분할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제1065조 내지 제1070조가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17800 판결,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57899 판결 등 참조).
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제1066조)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自書)하고 날인하여야 한다(제1066조 제1항). 그 증서에 문자의 삽입, 삭제 또는 변경을 함에는 유언자가 이를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제1066조 제2항). 그러나 자필증서 중 증서의 기재 자체에 의하더라도 명백한 오기를 정정한 것에 지나지 아니한다고 보인다면 설령 그 수정방식이 위 법조항에 위배된다고 할지라도 유언자의 의사를 쉽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방식의 위배는 유언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8. 6. 12. 선고 97다38510 판결).
유언자가 자서하지 않았다면 이는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으로서 그 효력을 부정하지 않을 수 없고, 유언자의 특정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하여 달리 볼 것도 아니다(대법원 2014. 10. 6. 선고 2012다29564 판결 : 이 사건 유언장 용지에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이라는 영문주소가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망 구**의 자필이 아니고, 망 구**가 자서한 이 사건 유언장의 전문에 여러 지번이 기재되어 있으나 각 지번이 기재된 위치, 내용으로 보아 이는 유언의 대상이 되는 부동산의 지번을 기재한 것일 뿐 망 구**가 자신의 주소를 자서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달리 망 구**가 자신의 주소를 자서한 것으로 볼 만한 기재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위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유언장에 의한 망 구**의 유언은 주소의 자서가 누락되어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⑴ 연월일이 기재되지 않은 경우
① 연월일의 기재가 없는 자필유언증서는 효력이 없다. 그리고 자필유언증서의 연월일은 이를 작성한 날로서 유언능력의 유무를 판단하거나 다른 유언증서와 사이에 유언성립의 선후를 결정하는 기준일이 되므로 그 작성일을 특정할 수 있게 기재하여야 한다.
② 따라서 연·월만 기재하고 일의 기재가 없는 자필유언증서는 그 작성일을 특정할 수 없으므로 효력이 없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다9768 판결 : 작성일자가 ‘2002년 12월’이라고만 기재된 사안이다. 이 판결은 “유언자가 이 사건 자필유언증서에 2005. 5. 17. 발급받은 자신의 인감증명서를 첨부하고 그 인감증명서의 사용용도란에 ‘02-12-유언서 사실확인용’이라고 자서하였다 하더라도 민법 제1066조 제2항이 정한 방식에 따라 ‘2002년 12월’ 중의 특정한 날이 그 작성일로 삽입되었거나 그 작성의 연월일을 ‘2005. 5. 17.’로 변경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로써 이 사건 자필유언증서가 유효하게 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⑵ 주소가 기재되지 않은 경우
① 유언자가 주소를 자서하지 않았다면 이는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으로서 효력이 없으며, 유언자의 특정에 지장이 없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대법원 2014. 9. 26. 선고 2012다71688 판결, 대법원 2014. 10. 6. 선고 2012다29564 판결).
② 여기서 자서가 필요한 주소는 반드시 주민등록법에 의하여 등록된 곳일 필요는 없으나, 적어도 민법 제18조에서 정한 생활의 근거되는 곳으로서 다른 장소와 구별되는 정도의 표시를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14. 9. 26. 선고 2012다71688 판결 : “망인은 2005. 11. 2.경 ‘본인은 모든 재산을 아들 원고에게 물려준다(강남구 일원동 집 기타 등등), 사후에 자녀 간에 불협화음을 없애기 위하여 이것을 남긴다’는 내용의 유언장(이하 ‘이 사건 유언장’이라 한다)을 자필로 작성하였다. 망인은 이 사건 유언장의 말미에 작성연월일, 주민등록번호, 성명을 자서한 후 날인하였고, 작성연월일 옆에 ‘암사동에서’라고 기재하였다. 망인은 2005. 10. 13.부터 2008. 9. 6. 사망할 때까지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이 사건 부동산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망인은 2007년 8월경 이 사건 부동산을 김**에게 임대하여 주면 서 이 사건 부동산에 김** 명의의 전세권을 설정하여 주었고, 김**은 2007. 8. 13. 이 사건 부동산에 전입신고를 한 후 현재까지 이 사건 부동산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다. 한편 원고는 2005. 9. 22. ‘서울 강동구 암사동 ***’에 주민등록을 마친 후 2009. 9. 22.경까지 위 주소지에서 거주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설령 망인이 원심 인정과 같이 원고의 위 암사동 주소지에서 거주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하더라도, 망인이 이 사건 유언장에 기재한 ‘암사동에서’라는 부분을 다른 주소와 구별되는 정도의 표시를 갖춘 생활의 근거되는 곳을 기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유언장은 주소의 자서가 누락되어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나므로 그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③ 유언자의 주소를 반드시 유언 전문과 동일한 지편에 기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유언증서로서 일체성이 인정되는 이상 그 전문을 담은 봉투에 기재하더라도 무방하며, 그 날인은 무인에 의한 경우에도 유효하다() 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다38503 판결, 대법원 1998. 6. 12. 선고 97다38510 판결).
④ 한편, 헌법재판소는 2008. 12. 26. 선고 2007헌바128 결정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주소’ 부분 역시 유언자의 인적 동일성을 명확히 함으로써 유언자의 사망 후 그 진의를 확보하고, 상속재산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 사이의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여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 상속 제도를 건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성명의 자서로 유언자의 인적 동일성이 1차적으로 특정될 것이지만 특히 동명이인의 경우에는 유언자의 주소가 그 인적 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간편한 수단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문, 성명의 자서에다 주소의 자서까지 요구함으로써 유언자로 하여금 보다 신중하고 정확하게 유언의 의사를 표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다. 한편,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자서를 요구하는 주소는 유언자의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이면 되고, 반드시 주민등록법에 의하여 등록된 곳일 필요가 없으므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을 할 정도의 유언자라면 쉽게 이를 기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소의 기재는 반드시 유언전문과 동일한 지편에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유언증서로서의 일체성이 인정되는 이상 주소는 유언증서를 담은 봉투에 기재하여도 무방하므로 유언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유언의 요식주의를 취하는 이상, 유언을 하는 자가 당연히 작성할 것이라고 기대되는 ‘유언의 전문, 유언자의 성명’ 등과 같은 최소한의 내용 이외에 다른 형식적인 기재 사항을 요구하는 것은 유언의 요식주의를 관철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으며, ‘주소의 자서’는 다른 유효요건과는 다소 다른 측면에서 의연히 유언자의 인적 동일성 내지 유언의 진정성 확인에 기여하는 것이므로 기본권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을 뿐 아니라 법익균형성의 요건도 갖추고 있다.”라고 판시하여 자필유언증서의 요건으로 주소의 기재를 요구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였다(동지 : 헌법재판소 2011. 9. 29. 선고 2010헌바250 결정).
⑶ 날인이 빠진 경우
① 유언자의 날인이 없는 유언장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 효력이 없다(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다25103 판결,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2848 판결).
② 날인은 무인에 의한 경우에도 유효하다( 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다38503 판결, 대법원 1998. 6. 12. 선고 97다38510 판결 등 참조).
③ 한편, 헌법재판소는 2008. 3. 27. 선고 2006헌바82 결정 및 2008. 12. 26. 선고 2007헌바128 결정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날인’ 부분은 유언자의 사망 후 그 진의를 확보하고, 상속재산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 사이의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여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며, 상속제도를 건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가장 간이한 방식의 유언이지만 위조나 변조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고 유언자의 사후 본인의 진의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방식을 구비할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는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다. 한편, 동양문화권인 우리나라에는 법률행위에 있어서 인장을 사용하는 오랜 법의식 내지 관행이 존재하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날인’ 부분은 이와 같은 법의식 내지 관행에 비추어 성명의 자서만으로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부족하다는 고려에 입각하고 있으므로 성명의 자서 외에 날인이라는 동일한 기능을 가진 두 가지 방식을 불필요하게 중복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나아가 유언자로서는 무인을 통하여 인장을 쉽게 대체할 수 있고, 민법이 마련하고 있는 다른 방식의 유언을 선택하여 유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으며, 생전에 수증자와 낙성·불요식의 사인증여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도 있으므로, 날인을 요구하는 것은 기본권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을 뿐 아니라 법익균형성의 요건도 갖추고 있다.”라고 판시하여 자필유언증서의 요건으로 날인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나. 녹음에 의한 유언(제1067조)
녹음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증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하여야 한다.
다.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제1068조)
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증인 2인329)이 참여한 공증인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口授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 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자서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
공증인법에 따른 결격자는 증인이 되지 못한다(제1072조 제2항). 공증인법 제33조 제3항은 촉탁인이 참여인의 참여를 청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참여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1. 미성년자, 2. 시각장애인이거나 문자를 해득하지 못하는 사람, 3. 서명할 수 없는 사람, 4. 촉탁 사항에 관하여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 5. 촉탁 사항에 관하여 대리인 또는 보조인이거나 대리인 또는 보조인이었던 사람, 6. 공증인의 친족, 피고용인 또는 동거인, 7. 공증인의 보조자. 이에 비추어 보면 공증인의 피용자 또는 보조자는 촉탁인이 증인으로 참여시킬 것을 청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증인도 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14. 7. 25. 자 2011스226 결정).
⑵ 여기서 ‘유언취지의 구수’라고 함은 말로써 유언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므로 이를 엄격하게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①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0다21802 판결 : 유언 당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박**이 의사전달능력은 있었으나 수술에 의하여 기관지가 절개된 상태였기 때문에 말을 하기 위해서는 절개 부분에 삽입된 의료기구를 제거하고 절개된 부분을 막아야만 쉰 목소리로 발음을 할 수 있었을 따름이고, 또 유언과 동시에 유언의 취지와 다소 모순되게 액면금 2억 원의 약속어음을 소송수계신청인에게 발행·교부하였다면, 과연 공정증서에 기재된 내용과 같이 제대로 된 유언의 구수가 있었는지에 관해서 강력한 의심이 들뿐만 아니라, 가사 유언의 구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공증담당변호사 소외 4가 직무집행구역을 벗어나 구수를 받은 유언을 필기낭독하고 유언자와 증인으로부터 그 정확성의 승인을 받은 후 공정증서에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받는 절차를 생략한 채, 단지 유언공정증서를 이루는 말미용지에 서명·날인을 받았을 뿐이며, 그 서명 또한 박**이 사지마비로 직접 서명할 수 없는 상태여서 다른 사람이 박**의 손에 필기구를 쥐어주고 그 손을 잡고 같이 서명을 하였고, 이후 소외 4가 서울에 있는 공증사무실에 돌아와 마치 자신의 사무실에서 유언이 있었고 그에 따른 필기낭독과 정확성의 승인 및 서명날인 있었던 것처럼 공정증서를 작성한 것이라면, 앞서 본 요건 중, '공증인이 유언자의 구술을 필기해서 이를 유언자와 증인에게 낭독할 것'과 '유언자와 증인이 공증인의 필기가 정확함을 승인할 것'이라는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은 분명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이 사지가 마비된 박**의 손을 잡고 공정증서 말미용지에 서명과 날인을 하게 한 행위만으로는 박**의 서명날인이 있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위 요건 중 '유언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이라는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유언은 민법 제1068조가 정하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② 대법원 1993. 6. 8. 선고 92다8750 판결 :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소외 망 김병*가 평소 당뇨병 등의 판시 지병으로 치료를 받아 오던 중 1986. 12. 26.경 토혈, 혈변증세가 나타나게 되어 중앙대학교의과대학 부속 성심병원에 입원하게 된 사실, 위 김병*는 병원에서의 치료로 토혈은 멎고 맑은 의식상태가 유지되는 등 같은 해 12. 29.까지는 상태가 다소 호전되는 듯하다 같은 해 12. 30. 08: 00경부터는 판시와 같은 병세가 악화되기 시작하여 다음 날 00: 20경부터는 몸에 부종이 생기고 의식혼란이 심하여졌으며 같은 날 11: 00경에는 시간, 장소, 삶에 대한 분별력을 잃은 상태에서 큰소리로 부르면 겨우 반응하고 고통을 주면 약간 반응하는 정도의 언어반응 및 운동반응을 보이는 반혼수상태에 있었던 사실, 위 김병*의 병세가 더 이상 호전되지 아니할 징후를 보이자 그의 가족의 연락으로 공증업무를 취급하는 변호사 임**이 위 병원에 와서 그의 면전에서 증인 소외 송**, 정**의 참여 아래 같은 날 15: 00경 위 김병*가 유언을 하게 되었는데, 위 변호사 임**이 위 김병*에게 유언공증을 하러 왔다고 말하고 위 김병*의 재산상속에 관한 의사를 확인하기 위하여 그에게 재산을 어떻게 할 것이냐 그 전에 말한 대로 모든 재산을 3남인 김정*에게 유증하여 처리케 할 것이냐고 묻자 위 김병*는 고개를 끄덕거렸고, 다시 유언집행자로 조카인 김*구를 지정하겠느냐고 묻자 역시 고개를 끄덕거렸으며, 그 과정에서 그 옆에 있던 3남인 원심공동피고 김정*가 일본말로 “아버지 힘내세요”라고 외치자 위 김병*는 고개를 끄덕거렸던 사실, 변호사 임**은 위와 같은 취지의 유언을 기재한 증서에 위 김병*의 서명을 받으려고 하였으나 위 김병*는 위 증서에 직접 서명할 기력이 없는 상태였으므로 3남인 위 김정*가 위 김병*의 손에 필기구를 쥐어 주고 그 손을 잡고 서명하게 한 사실, 위 김병*는 그 후 병세가 계속 악화되어 같은 날 20: 30경 같은 병원에서 사망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민법 제1068조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증인 2인이 참여한 공증인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구수(口授)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 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에 관하여 형식과 절차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유언자인 위 김병*는 변호사 임**이 일정 내용의 유언취지를 묻자 고개를 끄덕거렸을 따름이므로 이를 들어 유언
자인 위 김병*가 변호사 임**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여 그 공정증서가 작성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따라서 위 김**의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대조 검토하여 볼 때 원심의 위 사실인정 및 판단은 옳다.
⑶ 그러므로 어떠한 형태이든 유언자의 구수는 존재하여야 하나, 실질적으로 구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진술이 필요한지는 획일적으로 정하기 어렵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예컨대 제3자에 의하여 미리 작성된 유언의 취지가 적혀 있는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유언자가 동작이나 한두 마디의 간략한 답변으로 긍정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유언 취지의 구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지만, 공증인이 사전에 전달받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의 취지를 작성한 다음 그 서면에 따라 유증 대상과 수증자에 관하여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하여 유언자가 한 답변을 통하여 유언자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그 답변이 실질적으로 유언의 취지를 진술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으며, 유언자의 의사능력이나 유언의 내용, 유언의 전체 경위 등으로 보아 그 답변을 통하여 인정되는 유언 취지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유언취지의 구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①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다51550 판결 : 이 사건 유언공정증서의 작성은 망 이**(이하 ‘망인’이라고만 한다)의 구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유언 하루 전날 원고가 증인 2명과 함께 공증인 사무실을 찾아가서 공증에 필요한 서면 등을 미리 작성한 후 공증 변호사가 망인의 자택을 방문하여 위 서면에 따라 망인에게 질문을 하여 확인절차를 거치고 망인이 공정증서에 서명날인한 사실, 망인은 1934. 9. 21.생으로 이 사건 유언 당시 만 69세여서 거동이 불편하긴 하나 의식이 명료하고 언어소통에 지장이 없었던 사실, 공증 변호사가 망인에게 유증할 대상자와 유증할 재산에 대하여 묻자 망인은 원고에게 ‘논, 밭, 집터, 집’이라고 대답하였고 공증 변호사는 미리 작성하여 온 공정증서의 내용에 따라 망인에게 등기부에 기재된 지번과 평수 및 그 지역에서 부르는 고유명칭을 하나하나 불러주고 유증 의사가 맞는지를 확인한 사실, 그 후 공증 변호사는 망인에게 유언공정증서의 내용을 읽어주고 이의가 없는지를 확인한 후 공정증서 등에 망인과 증인 유**, 정**의 자필서명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와 같이 망인이 의식이 명확한 상태에서 본인의 의사에 따라 유증할 의사를 밝혔고, 사전에 작성하여 온 공정증서에 따라 공증인이 개별 부동산에 대하여 불러준 후 유증의사가 맞는지 확인함과 더불어 유언공정증서의 내용을 낭독하고 이의 여부를 확인한 후 망인의 자필서명을 받은 점에 비추어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의 구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비록 공증인이 미리 유언내용을 필기초하여 왔고 이를 낭독하였더라도 유언자의 구수내용을 필기초하여 낭독한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민법 제1068조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②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5다75019, 75026 판결 : 비록 이 사건 유언 당시 망인은 반응이 느리고 멍한 표정으로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적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으나, 망인은 폐암 수술 후 퇴원하였다가 약 4개월 후 다시 입원하고 2주 정도 지나 이 사건 유언을 하였던 점, 망인은 유언 후 두 달이나 지나 비로소 사망하였던 점, 유언 당시 망인은 유언공정증서에 직접 명확한 글씨체로 서명까지 한 점, 그리고 아래와 같이 공증인과의 사이에 나누었던 질문과 답변의 내용 및 경위 등에 비추어, 유언 당시 망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이해할 의사식별능력은 있었다고 판단된다. 또한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들은 공증인에게 원고와 피고들의 어머니인 망인이 증인들의 참석 하에 부천시 오정구 작동(지번 생략) 임야 21,808㎡(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고 함) 중 망인의 소유인 2분의 1 지분을 원고를 배제한 채 피고들에게 절반씩 유증하는 내용의 유언을 하기로 하였다면서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절차를 의뢰한 사실, 이에 공증인은 피고들로부터 전해들은 내용 그대로 미리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하여 이를 소지하고 망인의 병실을 찾아가 증인들이 참석한 상태에서 망인에게 “이 사건 부동산 중 망인의 지분을 피고들에게 2분의 1씩 유증하겠느냐”라고 유언취지 그대로 질문을 하였고, 망인이 “그렇게 하라”라고 답변하자 유언공정증서에 망인과 증인들로 하여금 서명하도록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정이 그러하다면, 유언자인 망인은 의식이 명확한 상태에서 본인의 의사에 따라 유증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고, 또한 이 사건 부동산은 한 필지에 불과하고 유증 대상자도 피고들 2인 뿐이어서 그 유언의 내용이 간단하여 유언자의 유증 의사를 쉽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공증인이 미리 의뢰받은 내용에 따라 작성된 유언공정증서에 기초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지분과 수증자를 불러주는 등 유언공정증서를 낭독하면서 그 내용에 따른 질문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질문이 부적절하였다거나 내용상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망인은 공증인의 질문에 대하여 “그렇게 하라”는 내용의 구술 답변을 한 후 유언공정증서를 확인하고 증인들과 함께 서명하였던 것으로서 공증인의 진술에 유도되어 단순히 수긍하는 답변 태도를 취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바, 이상 살펴본 유언 당시 망인의 의사식별능력, 유언에 이르게 된 경위, 공증인의 질문 및 망인의 답변 내용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들을 앞서 든 법리에 비추어 보면, 비록 망인이 공증인의 질문에 대하여 “그렇게 하라”는 내용의 답변을 하였지만, 이는 유언취지 그대로 물은 공증인의 질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따른 절차를 취하라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어서 실질적으로 그 질문 내용과 같은 의사를 표시한 것이고 또한 그 답변을 통하여 인정되는 유언 취지가 망인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⑷ 유언자의 기명날인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기명날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다(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다231511 판결 : 망인은 이 사건 유언 당시 오른 팔에 주사바늘을 꼽고 있었고 안정을 취해야 하는 관계로 일어나 이 사건 공정증서에 서명을 할 수 없어, 망인의 의사에 따라 공증인이 그 사유를 적고 망인을 대신하여 이름을 쓰고, 망인의 도장을 날인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공정증서는 민법 제1068조에 규정한 ‘유언자의 기명날인’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제1069조)
⑴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필자의 성명을 기입한 증서를 엄봉날인하고 이를 2인 이상의 증인의 면전에 제출하여 자기의 유언서임을 표시한 후 그 봉서표면에 제출연월일을 기재하고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 자서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제1069조 제1항). 이 유언봉서는 그 표면에 기재된 날부터 5일 내에 공증인 또는 법원서기에게 제출하여 그 봉인상에 확정일자인을 받아야 한다(제1069조 제2항).
⑵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이 그 방식에 흠결이 있는 경우에 그 증서가 자필증서의 방식에 적합한 때에는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본다(제1071조).
마.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제1070조)
⑴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인하여 위 네 가지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 유언자가 2인 이상의 증인의 참여로 그 1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그 구수를 받은 자가 이를 필기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자서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제1070조 제1항). 이 유언은 그 증인 또는 이해관계인이 급박한 사유의 종료한 날부터 7일 내에 법원에 그 검인을 신청하여야 한다(제1070조 제2항).
⑵ 유언자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에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유언자의 진의를 존중하기 위하여 유언자의 주관적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지만,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한 유언이 객관적으로 가능한 경우까지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을 허용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17800 판결 : 소외 망인은 이 사건 유언을 하던 당일 오전에도 산책을 하고, 문병을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이 사건 유언도 앉아서 하는 등 비정상적이 아니었고, 또 이 사건 유언을 하면서 현금 1억 원 정도와 유체동산, 패물 등에 대하여는 자신이 퇴원 후 이를 사용하여야 하니 사용하고 남은 것에 대하여는 다시 유언을 하겠다고 하였고 진료의사와도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유언을 한 병실에는 녹음기와 녹음테이프가 있었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에 의하면 이 사건 유언 당시 소외 망인 스스로도 사망의 급박한 위험을 자각하고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이외에 녹음 또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등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지므로,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으로 이루어진 이 사건 유언을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인하여 다른 방식에 의한 유언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어서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소외 망인의 상속인들인 원고들이 이 사건 유언에서 유언집행자로 지정된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유언의 무효확인을 구한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고 있다.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대체로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른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유언의 효력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034-2043 참조]
가. 유언의 효력발생시기
유언은 유언자가 사망한 때로부터 그 효력이 생긴다(제1073조 제1항). 유언에 정지조건이 있는 경우에 그 조건이 유언자의 사망 후에 성취한 때에는 그 조건 성취한 때로부터 유언의 효력이 생긴다(제1073조 제2항).
유언증서나 녹음에 대하여 유언자의 사망 후 법원의 개봉, 검인이 필요한 경우에도 적법한 유언은 유언자의 사망에 의하여 곧바로 효력이 생긴다(대법원 1998. 6. 12. 선고 97다38510 판결 : 민법 제109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유언증서에 대한 법원의 검인은, 유언증서의 형식·태양 등 유언의 방식에 관한 모든 사실을 조사·확인하고, 그 위조·변조를 방지하며, 또한 보존을 확실히 하기 위한 일종의 검증절차 내지는 증거보전절차로서, 유언이 유언자의 진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나 적법한지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 직접 유언의 유효 여부를 판단하는 심판이 아니고, 또한 민법 제1092조에서 규정하는 유언증서의 개봉절차는 봉인된 유언증서의 검인에는 반드시 개봉이 필요하므로 그에 관한 절차를 규정한 데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적법한 유언은 이러한 검인이나 개봉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유언자의 사망에 의하여 곧바로 그 효력이 생기는 것이며, 검인이나 개봉절차의 유무에 의하여 유언의 효력이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
나. 유언철회의 자유
⑴ 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언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제1108조 제1항). 유언자는 그 유언을 철회할 권리를 포기하지 못한다(제1108조 제2항). 이와 같이 유언자에게는 유언철회의 자유가 있고, 이를 제한하는 약정은 무효이다(대법원 2015. 8. 19. 선고 2012다94940 판결 : 갑이 자녀들인 을과 병 등에게 갑 소유 부동산을 유증하기로 하는 공정증서를 작성한 후, 갑이 공정증서의 내용을 수정하려면 을과 병 등 모두의 동의를 거쳐야 하고, 갑이 임의로 공정증서의 내용을 수정하는 경우 갑과 을 등은 공정증서에 따라 협의하는 것으로 하며, 갑의 소유 재산을 을과 병 등에게 증여하는 경우에는 공정증서에 따른 분배로 보아 처리하기로 하는 등 갑 소유 재산의 관리와 처분 및 공정증서 등에 관한 약정을 체결한 사안에서, 갑의 유언철회의 자유를 제한하고 사실상 유언철회를 무력화하는 셈이 되며, 유언의 효력이 발생하기도 전에 유언에 따라 취득한 권리의 처리에 관한 사항을 미리 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약정이 무효라고 한 사례).
⑵ 전후의 유언이 저촉되거나 유언 후의 생전행위가 유언과 저촉되는 경우에는 그 저촉된 부분의 前 유언은 이를 철회한 것으로 본다(제1109조)(대법원 1998. 6. 12. 선고 97다38510 판결 : 유언 후의 생전행위가 유언과 저촉되는 경우에는 민법 제1109조에 의하여 그 저촉된 부분의 전 유언은 이를 철회한 것으로 봄은 소론과 같으나, 이러한 생전행위를 철회권을 가진 유언자 자신이 할 때 비로소 철회 의제 여부가 문제될 뿐이고 타인이 유언자의 명의를 이용하여 임의로 유언의 목적인 특정 재산에 관하여 처분행위를 하더라도 유언철회로서의 효력은 발생하지 아니하며, 또한 여기서 말하는 '저촉'이라 함은 전의 유언을 실효시키지 않고서는 유언 후의 생전행위가 유효로 될 수 없음을 가리키되 법률상 또는 물리적인 집행불능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후의 행위가 전의 유언과 양립될 수 없는 취지로 행하여졌음이 명백하면 족하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저촉 여부 및 그 범위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전후 사정을 합리적으로 살펴 유언자의 의사가 유언의 일부라도 철회하려는 의사인지 아니면 그 전부를 불가분적으로 철회하려는 의사인지 여부를 실질적으로 그 집행이 불가능하게 된 유언 부분과 관련시켜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⑶ 유언자가 고의로 유언증서 또는 유증의 목적물을 파훼한 때에는 그 파훼한 부분에 관한 유언은 이를 철회한 것으로 본다(제1110조)(대법원 1996. 9. 20. 선고 96다21119 판결 : 유언자가 유언을 철회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유언증서가 그 성립 후에 멸실되거나 분실되었다는 사유만으로 유언이 실효되는 것은 아니고 이해관계인은 유언증서의 내용을 증명하여 유언의 유효를 주장할 수 있다).
5. 유언의 집행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045-2048 참조]
가. 의의
유언의 내용을 실현하기 위하여 집행을 필요로 하는 경우, 유언의 효력이 발생한 후 유언에 표시된 유언자의 의사를 실현하는 행위 또는 절차이다.
나. 준비절차 : 유언증서/녹음의 검인(제1091조), 유언증서의 개봉(제1092조)
다. 유언집행자
⑴ 유언집행자의 결정 (= 제1095조와 제1096조의 관계)
㈎ 지정에 의한 유언집행자
① 유언에 의한 지정(제1093조)
② 유언에 의한 지정위탁(제1093조, 제1094조)
③ 지정 또는 지정위탁에 의하여 지정된 유언집행자가 없는 때에는 상속인(제1095조)
제1095조는 유언자가 유언집행자의 지정 또는 지정위탁을 하지 아니하거나 유언집행자의 지정을 위탁받은 자가 위탁을 사퇴한 때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고, 유언자가 지정 또는 지정위탁에 의하여 유언집행자의 지정을 한 이상 그 유언집행자가 취임의 승낙을 하였는지를 불문하고 사망·결격 기타 사유로 유언집행자의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제1096조에 의하여 이해관계인이 법원에 유언집행자의 선임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7. 10. 18. 자 2007스31 결정).
이러한 민법의 태도는 유언자의 선택에 의해 자신의 유언이 상속인 전원에 의해 집행되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상속인 중 일부 또는 상속인 외의 제3자에 의해 유언이 집행되도록 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일단 유언자의 뜻에 따라 유언집행자가 지정된 경우에는 그 지정으로 인하여 유언의 집행에서 배제된 상속인 전부 또는 일부를 영구적으로 유언의 집행에서 배제하는 것이 당해 유언의 효율적인 집행을 위하여 타당하다고 판단한 유언자의 의지를 존중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유언집행자로 지정된 자가 취임의 승낙을 하지 아니한 채 사망한 경우에는 이해관계인이 법원에 유언집행자의 선임을 청구할 수 있을 뿐 상속인이 곧바로 유언집행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10. 18. 자 2007스31 결정). 또한 유증 등을 위하여 유언집행자가 지정되어 있다가 그 유언집행자가 사망·결격 기타 사유로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상속인이 있더라도 유언집행자를 선임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유언집행자가 해임된 이후 법원에 의하여 새로운 유언집행자가 선임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유언집행에 필요한 한도에서 상속인의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권은 여전히 제한되며 그 제한 범위에서 상속인의 원고적격 역시 인정될 수 없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9다20840 판결).
㈏ 법원의 선임에 의한 유언집행자(제1096조)
유언집행자가 없거나(여기서 말하는 ‘유언집행자가 없는 때’란 ‘지정유언집행자뿐만 아니라 상속인인 유언집행자도 없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데 이견이 없다. 유언자가 유언집행자를 지정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상속인이 있는 경우에는 제1095조에 따라 상속인이 유언집행자가 되기 때문이다) 사망, 결격 기타 사유로 인하여 없게 된 때에는 법원은 이해관계인의 청구에 의하여 유언집행자를 선임하여야 한다. 이 경우 법원은 유언집행자의 임무에 관하여 필요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
제1096조에 의한 법원의 유언집행자 선임은 유언집행자가 전혀 없게 된 경우뿐만 아니라 유언집행자의 사망, 사임, 해임 등의 사유로 공동유언집행자에게 결원이 생긴 경우와 나아가 결원이 없어도 법원이 유언집행자의 추가선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이를 할 수 있는 것이고, 이 때 누구를 유언집행자로 선임하느냐는 문제는 제1098조 소정의 유언집행자의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당해 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며, 만일 법원에 의하여 선임된 유언집행자가 임무를 해태하거나 적당하지 아니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이해관계인은 법원에 그 해임을 청구하면 되는 것이다(대법원 1995. 12. 4. 자 95스32 결정).
⑵ 유언집행자의 지위(제1103조)
⑶ 유언집행자의 임무(제1099조-제1102조)
㈎ 취임 승낙 후 지체 없이 임무 이행
㈏ 재산목록 작성
㈐ 유언의 집행에 필요한 행위를 할 권리의무
유언집행자는 유증의 목적인 재산의 관리 기타 유언의 집행에 필요한 모든 행위를
할 권리의무가 있다(제1101조).
① 유언집행자는 유언집행을 위한 등기의무자로서 등기권리자인 포괄적 수증자와 함께 유증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공동으로 신청할 수 있고, 그러한 등기를 마치는 것에 관하여 다른 상속인들의 동의나 승낙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4277 판결. 다만, 「유증을 받은 자의 소유권보존(이전)등기신청절차 등에 관한 사무처리지침」(대법원 등기예규 제1482호)은 유언집행자의 등기신청 시 자필 유언증서에 관한 검인조서를 첨부하도록 함과 아울러 검인조서에 검인기일에 출석한 상속인들이 “유언자의 자필이 아니고 날인도 유언자의 사용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등 자필 유언증서의 진정성에 관하여 다투는 사실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위 상속인들이 “유언 내용에 따른 등기신청에 이의가 없다.”는 취지로 작성한 동의서와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여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자필 유언증서상 유언자의 자서와 날인의 진정성을 다투는 상속인들이 유언 내용에 따른 등기신청에 관하여 이의가 없다는 진술서의 작성을 거절하는 경우에는, 유언집행자로서는 그 상속인들을 상대로 유언효력확인의 소나 포괄적 수증자 지위 확인의 소 등을 제기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다음, 이를 부동산등기규칙 제46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의 첨부정보로 제출하여 유증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할 수 있을 것이다(위 대법원 판결 참조)].
② 유증 목적물에 관하여 마쳐진, 유언의 집행에 방해가 되는 다른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에 있어서는 유언집행자가 이른바 법정소송담당으로서 원고적격을 가지고, 유언집행자는 유언의 집행에 필요한 범위에서는 상속인과 이해가 상반되는 사항에 관하여도 중립적 입장에서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므로, 유언집행자가 있는 경우 그의 유언집행에 필요한 한도에서 상속인의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권은 제한되며 그 제한범위에서 상속인은 원고적격이 없다. 제1103조 제1항은 “지정 또는 선임에 의한 유언집행자는 상속인의 대리인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조항은 유언집행자의 행위의 효과가 상속인에게 귀속함을 규정한 것이지, 유언집행자의 소송수행권과 별도로 상속인 본인의 소송수행권도 언제나 병존함을 규정한 것은 아니라고 해석된다(대법원 2001. 3. 27. 선고 2000다26920 판결).
③ 한편, 상속인이 유언집행자가 되는 경우를 포함하여 유언집행자가 수인인 경우에는, 유언집행자를 지정하거나 지정위탁한 유언자나 유언집행자를 선임한 법원에 의한 임무의 분장이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증 목적물에 대한 관리처분권은 유언의 본지에 따른 유언의 집행이라는 공동의 임무를 가진 수인의 유언집행자에게 합유적으로 귀속되고, 그 관리처분권 행사는 과반수의 찬성으로써 합일하여 결정하여야 하므로, 유언집행자가 수인인 경우 유언집행자에게 유증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은 유언집행자 전원을 피고로 하는 고유필수적 공동소송에 해당한다(대법원 2011. 6. 24. 선고 2009다8345 판결).
6. 사인증여 및 유증의 철회가능 여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2403-2405 참조]
가. 사인증여
⑴ 사인증여도 증여계약의 일종으로서 통상적인 증여계약과 같으나, 단지 그 효력이 사망으로 인하여 생긴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⑵ 사인증여도 계약이므로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에 의사표시가 합치되어야 사인증여계약이 성립한다.
⑶ 반면, 유증은 유언장을 통해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겠다는 의사표시로 단독행위이다.
⑷ 사인증여는 유증과 매우 비슷하므로 민법 제562조에서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이 생길 증여, 즉 사인증여에 관해서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⑸ 그런데 유증에 관한 규정들 중 대부분은 유언장의 작성 방식 등과 같이 유증의 형식에 관한 규정들인데, 그 규정들은 사인증여에 준용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유증은 단독행위이기 때문에 그 형식에 엄격성을 기하기 위하여 유증의 형식에 관한 규정들을 마련해둔 것인데, 사인증여는 계약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규정들이 준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⑹ 그렇다면 민법 제562조는 유증에 관한 규정 중 무엇을 준용한다는 것인지가 문제되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유언의 철회에 관한 규정(민법 제1108조)이다.
나. 유증의 철회가능 여부
⑴ 유언의 철회에 관한 규정(민법 제1108조)이 사인증여에 준용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는 견해가 나뉨
① 우리나라에서는 준용부정설이 지배적인 견해이고, 주석서도 준용부정설의 입장이다.
② 그러나 대상판결(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7다245330 판결)은 준용긍정설의 입장을 취하였다[대상판결 이전 부산고등법원 2014. 6. 12. 선고 (창원)2012나5530 판결 등도 이와 같은 견지에서 판결하였음]
⑵ 준용부정설의 주된 근거는 민법 제1108조의 규정형식임
① 민법 제1108조에 유언자는 언제든지 일방적으로 유언을 ‘철회’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단독행위는 ‘철회’가 가능하고, ‘철회’라는 용어는 원래 단독행위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② 계약에서는 일단 계약이 성립한 후에는 그 중 하나의 의사표시만을 철회하여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킬 수는 없다.
대립하는 의사표시 2개 중 어느 하나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도 계약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
다. 준용긍정설의 타당성
⑴ 서면에 의한 증여계약은 해제하지 못한다는 법리와 유증은 일방적으로 철회를 할 수 있다는 법리가 양쪽 극단에 존재하고 있다.
⑵ 사인증여는 서면에 의한 증여와 유증 사이에 있는 것인데, 사인증여가 위 두 양 극단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를 분석해보아야 한다.
⑶ 서면에 의한 증여를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 없는 이유는 수증자가 가지는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서면에 의해 부동산을 증여하기로 한 경우, 수증자는 그 부동산을 받을 것을 전제로 돈을 빌려서 회사를 차리는 등 일정한 신뢰를 갖고 행위를 할텐데, 그러한 수증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민법은 증여라도 서면에 의하였다면 증여자가 일방적으로 해제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⑷ 유증의 경우에는 사망한 다음의 재산처리라는 점에서 수유자의 기대권이 굉장히 약하다.
유증은 유증자가 사망할 때 재산을 받는 것인데, 유증자가 언제 사망할 것인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나아가, 유증자가 먼저 사망할지, 수유자가 먼저 사망할지도 알 수 없다.
⑸ 신뢰의 강도라는 점에서 보면, 사인증여는 당연히 유증에 가깝다.
사인증여 역시 아무리 계약서까지 작성하였어도, 증여자가 언제 사망할지, 증여자와 수증자 중 누가 먼저 사망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증여자가 사망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증자의 기대권은 매우 약하고 보호가치가 현저히 떨어진다.
라. 유증의 철회에 관한 민법 제1108조 제1항이 사인증여에 준용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7다245330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유증의 철회를 인정한 민법 제1108조 제1항을 사인증여에 준용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이다.
⑵ 민법 제562조는 사인증여에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고, 민법 제1108조 제1항은 유증자는 그 유증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증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사인증여는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는 무상행위로 그 실제적 기능이 유증과 다르지 않으므로, 증여자의 사망 후 재산 처분에 관하여 유증과 같이 증여자의 최종적인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증여자가 사망하지 않아 사인증여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임에도 사인증여가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법적 성질상 철회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증의 철회에 관한 민법 제1108조 제1항은 사인증여에 준용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⑶ 원고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출생한 혼외자인 아들에게 원고 소유인 부동산을 사인증여 하면서 위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자 명의를 피고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었는데, 원고가 사인증여를 철회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에 대하여 위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사인증여의 경우 유증과 같이 증여자의 최종적인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고, 사인증여가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법적 성질상 철회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님을 근거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증의 철회에 관한 민법 제1108조 제1항은 사인증여에 준용된다고 판단하였다.
⑷ 원심은 사인증여의 철회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으나 이 사건의 경우 예외적으로 사인증여의 철회가 인정된다고 보았는데, 대법원은 원심이 사인증여의 철회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부분은 부적절하나 이 사건 사인증여의 철회를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