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국립수목원, 광릉수목원】《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상쾌한 숲의 향기를 흠뻑 들이마시며 마음껏 걸을 수 있는 곳》〔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습하고 무더운 여름의 끝자락에 찾아 온 화창한 날씨, 푸른 하늘, 시원한 바람, 향긋한 풀냄새가 걷고 싶은 원시적 본능을 자극한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걷고싶다.
걷고 또 걷고 싶다.
죽을 때까지 걷고 싶다.
설사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먼 옛날 자기 심장을 도려내어 향유를 발라 그리운 왕국에 유품으로 돌려보낼 각오로 원정에 나섰던 기사들처럼,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길을 나서고 싶다.
포천국립수목원을 가기로 했다.
10여년 전에 방문한 적이 있지만, 그때는 산림박물관과 그 근처 오솔길만 잠깐 걸었다.
이번에는 구석구석 샅샅이 돌기로 했다.
포천국립수목원은 조선 왕릉을 보호하기 위한 부속림으로 관리되던 숲이다.
1468년 조선 7대 임금 세조는 자신의 능지를 정하면서 왕릉 구역을 둘러싼 숲에 산지기를 두고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그렇게 보존된 광릉 숲은 일제강점기에 임업시험장으로 활용되어 숲을 더욱더 빼곡하게 메웠고, 지금은 국내 최고의 숲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500년이 넘도록 꽁꽁 숨어온 광릉 숲이 일반인에게 공개된 건 1987년부터다.
애초 광릉수목원으로 개원했지만, 이후 국내 유일의 국립수목원으로 변신했다.
광릉 숲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수목원은 수천 종의 식물과 곤충, 조류들이 편안한 안식처다.
하늘다람쥐, 장수하늘소, 까막딱따구리와 같은 천연기념물이 살고 있고, 단위면적당 식물과 곤충의 종류는 국립공원인 설악산과 북한산을 능가한다.
수목박물관을 바라보고 오른쪽과 왼쪽 산책로의 분위기는 너무도 다르다.
오른쪽은 주제별로 구성된 전문수목원을 연결하는 산책로가 얼기설기 뻗어있다.
덩굴식물 & 수국원, 관상수원, 백합원, 소리정원, 만병초원, 손으로 보는 식물원, 수생식물원, 식물 진화 속을 걷는 정원, 키작은 나무언덕, 빕추원, 돌나물과 전시원, 난대식물 온실, 양치식물원, 그래스원, 복주머니란속 전시원 등이 있다.
다양한 분위기의 산책로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아기자기 하고 예쁘다.
오른쪽 산책로를 모두다 돌고 나니 지친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왼쪽으로 들어가니, 더 자연친화적이다.
‘숲생태관찰로’는 울창한 숲 사이로 걷기에 딱 좋을 만한 넓이로 조성된 운치 만점의 나무판 오솔길이다.
싱그러운 숲의 향기를 흠뻑 마시고 나니 피로가 풀린다.
‘숲생태관찰로’를 벗어나면 잔잔한 물빛에 수목원의 멋진 풍광을 은은하게 비추는 비춰내는 아담한 호수, 육림호가 자리하고 있다.
그 아래에는 휴게광장이 있는데, 그 규모가 너무 크고 아름다워서 감탄을 했다.
구름다리를 건너 호숫가를 따라 한 바퀴를 돈 후 습지식물원의 데크길로 들어갔다.
만추의 숲이 마지막 향기를 뿜어내는 늦가을에 꼭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다.
그 다음 들어선 곳이 바로 전나무 숲이다.
아름드리 전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트로 샤워를 했다.
구석구석 빠짐 없이 돌고나니, 정말 원없이 걸은 하루였다.
내친 김에 근처 광릉과 봉선사까지 모두 돌았다.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봉선사는 그 규모가 커서 놀랐다.
사찰 앞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전통찻집에서 연잎빵을 시켜 먹었다.
총 2만 4천보를 걸었다.
피곤이 몰려온다.